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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resh] Culture Concert 41 - 동물원 '세 남자와 함께 한 가을여행'

2011.11.02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널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겠어)
언제까지나 (널 사랑하겠어) 지금 이 순간처럼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널 사랑하겠어”




한 때 결혼식 축하 인기 곡 18번이었던 동물원의 ‘널 사랑하겠어’가 10월 20일 저녁 7시 반, 현대캐피탈 2관 1층 오디토리움에서 울려 퍼졌습니다. 다름 아닌 이 날은 41번째 컬쳐 콘서트에 그룹 동물원이 초대된 날입니다. 동물원이 데뷔한 이래 지금까지 2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널 사랑하겠어’ 리메이크 버전이 여럿 등장했지만 이 날은 1995년도 오리지널 버전 그대로였습니다. 통기타와 피아노만으로 표현한 잔잔한 선율, 귀에 쏙 들어오는 서정적인 메시지는 콘서트 주제답게 모든 관객들을 ‘추억에 물들게’ 했습니다. 그렇기에 각종 기계음과 외국어가 섞여 있는 오늘날의 가요에 익숙해져 있는 관객들에게 동물원의 포크송은 남다른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날 관객석에는 40대 중후반의 임직원들이 많이 자리했습니다. 한 때 남부럽지 않은 청춘으로 열렬하게 사랑을 하며, 꿈꿨던 40대 중후반의 임직원들은 20여 년이 넘도록 동시대를 함께 사는 그룹 동물원을 만나 음악을 매개로 지난 세월 잊고 있었던 사랑을, 그리고 꿈을 풀어 놓았습니다. 이 날의 콘서트는 ‘사랑, 청춘, 꿈’ 세 가지 레퍼토리로 진행됐습니다.


첫 번째. 그때 그 사람, 그리고 사랑

동물원은 1988년 첫 번째 앨범 수록곡인 <널 사랑하겠어>와 <말하지 못한 내 사랑> 노래로 관객들에게 사랑에 대한 추억을 선사하며 막을 열었습니다. 지난 사랑에 대한 추억은 박기영 씨의 멜로디언 연주에서 절정을 이뤘습니다.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감성의 멜로디언 연주에 관객들은 숨을 죽였습니다. 역시 ‘사랑’은 시공은 물론 세대를 초월하는 주제인가 봅니다. 동물원 세대가 아닌 젊은 신입사원들도 동물원의 ‘사랑’을 주제로 한 노래에 때로는 설렘을, 또 때로는 가슴 아픔을 느끼며 그날의 연주를 마음껏 즐겼습니다. 무엇보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가사는 관객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노랫말을 흥얼거리게 했습니다. 동물원이 여사원들을 향해 “우리를 너무 아저씨로 보지 마세요. 가수 김장훈씨가 우리보다 한 살이 더 많을 뿐이고, 이승환 씨는 우리보다 한 살 적을 뿐입니다” 라고 말하자 관객석 여기저기에서 폭소가 터지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모든 것이 변해가지만 변하지 않는 것, 청춘

동물원은 사랑 테마에 이어 <혜화동>, <행복한 나무> 등 옛 청춘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했습니다. 동물원이 처음 등장한 1988년도에 기자들이 동물원의 음악을 평하기를 ‘회색 빛 도시에 서정을 노래하다’라고 하였는데요. 컬쳐콘서트가 있던 날, 도심 속에 위치한 오디토리움의 통유리창 너머로 비춰지던 붉은색 헤드라이트 행렬들과 늦가을의 정취가 그 때의 그 표현이 절로 생각나게 해 주었습니다. 무대 위에는 피아노와 기타, 단 두 개의 악기가 존재했지만 다양한 음색으로 악기 연주의 공란을 꽉 채우는 동물원의 목소리도 무대 위의 또 다른 악기였습니다.




이 날의 클라이막스는 <우리들은 미남이다>라는 곡 이었습니다. 유쾌한 분위기 속에 동물원의 ‘목소리 개인기’가 펼쳐졌습니다. 한 관객은 “그저 ‘우리들은 미남이다’ 라는 말을 반복하는 곡일 뿐인데 이 노래 덕분에 너무 유쾌했다. 다음에 노래방에 가면 분위기 띄우기 용으로 한 번 도전해 봐야겠다.” 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세 번째. 씨실과 날실처럼 엮어온 꿈

보컬이자 기타리스트인 유준열씨는 고 김광석씨와 함께 목 놓아 불렀던 노래 <거리에서>와 산울림, 들국화 그룹과 함께 불렀던 노래를 엮어 만든 락 메들리로 꿈 많던 2~30대 시절로 관객과의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동물원은 “그 동안 큰 무대에 선 적도 있지만 우리가 처음 노래를 시작한 것은 관객이 100명도 채 안 됐던 대학로의 어느 작은 소극장이었습니다. 오늘 이 무대 위에 서니 그때의 감흥이 떠오릅니다. 20여 년이 넘도록 무대에 서면서 우리만큼이나 나이를 먹어버린 관객들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라고 고백해 관객의 마음에 울림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를 남겨놓자 관객석에서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소리가 절로 흘러나왔습니다. 앵콜곡으로 ‘널 사랑하겠어’를 다시 부를 때에는 관객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일제히 일어나 손을 흔들며 함께 열창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하였습니다. 이 날은 마침 외국 지사 근무자들의 본사 방문일과 겹쳐서 함께 컬쳐콘서트를 관람했었는데요, 컬쳐콘서트가 끝나고 나서도 한 참 동안이나 “널 사랑하겠어” 열창을 했다고 합니다.

과하지 않은 쇼맨십, 세대를 초월해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노래… 그룹 동물원이 20여 년이 넘도록 대중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를 우리는 그날 그 자리에서 함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