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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resh] Open Class – 콩쿠르로 이해하는 클래식의 세계

2015.12.02


제17회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자, 피아니스트 조성진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최근 10년간 국내에서 가장 빨리, 또 많이 팔린 클래식 음반으로 기록될 조성진의 콩쿠르 실황 앨범만 봐도 열풍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새삼스레 주목받고 있는 국제 콩쿠르에 관한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음악에 관한 예리한 비평과 촌철살인의 글로 대중과 소통하는 소설가 홍형진씨는 클래식의 세계에서 ‘콩쿠르’가 갖는 의미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클래식 음악 얼마나 자주 듣나요?


콩쿠르의 역사와 시대별 의미, 비즈니스적 맥락 등 그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조성진 신드롬’을 바라보는 시각이 180도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사실 권위있는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이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과연 클래식 음악의 강국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평소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는 분 있나요?” 우리나라에서 클래식은 여전히 대중의 관심 밖이며, 수요가 적다 보니 음악인들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은 열악할 수밖에 없습니다.



콩쿠르 스타의 탄생


시대와 함께 변해온 콩쿠르의 역할, 클래식 음악계의 흐름을 관통하는 콩쿠르의 역사가 더욱 궁금해집니다. 1900년대 초반, 콩쿠르의 시작은 교육 목적이었습니다. 전문음악원(Conservatory)에서 각 나라의 음악가를 기리고, 학생을 평가하는 한 방식에 불과했던 콩쿠르는 점차 스타 플레이어 양성 수단으로 발전하며 규모가 커졌습니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콩쿠르의 영향력을 키운 일등 공신입니다.” LP(Long Play)의 등장으로 긴 음악의 녹음과 재생이 가능해지면서 길이가 긴 클래식 음악을 굳이 공연장에 가지 않고도 즐길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음악 역사상 굉장한 혁명이었습니다. 하나의 곡이 아티스트들의 해석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 감상이 가능해지면서 스타 지휘자, 연주자가 생겨났고 그 중심에 콩쿠르가 있었습니다.



예술마저 경쟁한 냉전 시대… 콩쿠르 전성기


“콩쿠르에 권위가 부여된 1950년에서 1980년대까지 바야흐로 콩쿠르 전성시대가 열리게 되죠.” 콩쿠르는 누군가를 스타 연주자로 만들기 위한 최적의 수단이 되었고, 콩쿠르 전성기는 냉전 시대라는 역사적 배경과 맞물립니다. 예술 분야에서까지 팽팽한 경쟁구도가 생긴 시기, 서방 세계와 러시아의 연주자들은 콩쿠르를 통해 음악마저 겨루게 됩니다.


17살 이후 3대 콩쿠르의 우승과 준우승을 석권한 러시아의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Vladimir Ashkenazy). 그는 쇼팽 콩쿠르에서 준우승,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쥔 후, 더 이상 콩쿠르에 참가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제 1회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미국인 반 클라이번(Van Cliburn)에게 1위를 내어주고 난 후, 러시아의 자존심을 위해 다음 회에 참가하여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는 건 웃지 못할 이야기입니다.



출처: Youtube



한편, 냉전 시대에 러시아에서 열린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1위의 주인공이 된 텍사스 출신, 반 클라이번은 냉전 시대 콩쿠르 경쟁의 이면을 가장 잘 나타내는 인물입니다. 미국의 영웅으로 추앙받으며,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클래식 음반의 주인공이 된 그였지만, 결국 콩쿠르 스타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아이돌’로 소비돼 버린 비운의 천재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코리안 미스터리의 진짜 이유


1990년대에는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콩쿠르의 영향력이 약해지기 시작합니다. ‘프로페셔널 파이널리스트’, ‘투어리스트’ 등 콩쿠르마다 출전해 우승 트로피를 받는 연주자를 풍자하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였으며, 음악을 어떤 잣대로 평가할 순 없다는 콩쿠르 회의론까지 대두되었습니다.

 




“해외에서 ‘코리안 미스터리’라고 할 정도로 한국 연주자들의 콩쿠르 성과는 어마어마합니다.” 침체기를 지나 2000년대 들어서는 콩쿠르의 무게중심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1998년부터 378명 결선 진출, 60명 1위 수상… 동양 특히 한국인의 두드러진 활약,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꼭 콩쿠르를 거치지 않아도 스타 음악가가 되고 음악을 업으로 삼을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서구와 달리, 동양에서는 국제 콩쿠르만이 세계적인 음악가로 인정받는 유일한 통로가 되는 실정입니다. 이런 사실을 떠올리니 한국의 콩쿠르 제패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홍형진 소설가는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국내 클래식 음악계에도 ‘시장’이 형성되고, 음악가에 대한 처우도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조성진의 우승이 노벨상에 버금가는 쾌거라고요? ‘콩쿠르’라는 기준을 통과한 연주자가 세계 속에서 얼마나 활약할지(明) 왜 우리나라 음악가들이 콩쿠르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지(暗)… 콩쿠르의 명과 암(明暗)을 모두 볼 줄 아는 시각을 키우고, 과도한 민족주의적 시각은 버리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