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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라이브러리] 땅과 사람의 표정을 담아내는 건축가, ONE O ONE architects 최욱 소장

2014.03.13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의 다섯 번째 전시, <groundscape>의 키워드는 ‘건축’입니다. <groundscape>는 ONE O ONE architects가 디자인한 현대카드 건축물을 통해 ‘이 땅의 새로운 탐색’이라는 화두로 건축의 본질과 가치를 조명하는 전시입니다. 전시 주제인 <groundscape>는 땅 위의 무형, 유형의 생활과 가치가 반영된 풍경을 의미하며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현대카드 영등포 사옥, 부산 사옥 및 가파도 기본 구상을 통해 건축이 지역과 일상에 접근하는 방법과 태도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익숙한 회화나 조각, 사진, 디자인 작품 전시에 비해 건축 전시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건축이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건축’이라는 분야가 하나의 예술 장르임을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반문해 봅니다. 오히려 건축이 일상과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건축은 가장 대중적인 장르다’라고 역설하는 ONE O ONE architects 최욱 소장을 만나보았습니다.





<groundscape>, 건축에 수반되는 모든 ‘진지함’에 관한 전시


질문

<groundscape> 전시에 대해 설명한다면?

답변

이번 전시는 과정, 투자, 인내, 노력 등 건축에 수반되는 그 모든 진지함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자, 건축의 형식이 아닌 건축의 본질을 탐구하는 전시다. 완성된 건축물이 목표가 아니라, 건축 도면이나 다른 전문가들의 해석 등 건축이라는 주제를 둘러싼 여러 상황을 통해 <groundscape>라는 ‘건축 전시’ 자체가 하나의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ONE O ONE architects가 디자인하고 설계한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현대카드 영등포 사옥’, ‘현대카드 부산 사옥’, 그리고 현대카드와 제주특별자치도가 함께 추진 중인 ‘가파도 프로젝트’. <groundscape>는 1/35 스케일의 현대카드 건축 모형을 통해서 각각의 작업과정과 함께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태도를 향한 건축가의 생각과 다양한 시도를 보여줍니다.


사람의 생활과 밀접한 건축이 가장 대중적인 예술 장르이며 건축전시가 가장 대중적인 인문학 전시라며, 파리의 퐁피두 센터의 전시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것도 건축 전시라고 말하는 최욱 소장. 우리나라 건축의 높은 수준을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건축을 대하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전시 환경에 노출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입니다.



땅이 가진 풍경에 주목, 바닥(Ground)에 몰두하다


질문

<groundscape> 전시에 반영된 ONE O ONE architects의 건축 철학은?

답변

현대카드 세 건축물의 공통점은 그 땅이 가진 풍경에 주목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건축에서 ‘바닥’은 사람의 움직임, 일상 생활의 연장선이다. ONE O ONE architects의 건축은 서양 건축처럼 파사드(facade, 건축물의 전면)와 형식체계에 집중하지 않는 대신 땅이 가진 풍경과 땅 그 자체인 바닥에 몰두한다. 'groundscape'는 단순하게 풍경이라는 의미가 아닌 땅이 포용하는 모든 것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ONE O ONE architects는 현대카드의 각 건축물이 들어서는 지형의 특성을 고려해 공간을 디자인하면서도, 현대카드의 정체성과 기업 고유의 철학을 전달하는 플랫폼으로써 담아야 할 특징은 최대한 살렸습니다. 건물의 형태와 건축물을 짓는 일 보다 건축의 본질을 담는 'groundscape'에 대한 관심이 우선이었던 것입니다. 바닥을 중심으로 건축을 바라보면 공간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건물의 특정한 형태를 구현하는데 집착하지 않는 이유도 사람들이 사용하고 그 안에서 행동하는 과정을 통해 구현되는 것이 건축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서양의 근대 건축이 벽과 천장 등 구축 체계에 의해서 공간이 명확하게 결정되는데, 바닥을 중심으로 공간을 결정하면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흐려지죠." 최욱 소장이 말하는 이 경계의 모호성은 우리나라 전통 건축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땅이 끌어안는 풍경과 사람의 움직임에 의해 풍부한 전이공간이 생성됩니다. 최욱 소장은 한국인의 문화적 DNA에 맞추어 편안한 생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바닥에 몰두하고 건축의 기능성에 주목했습니다. 전시 공간이자 관람 영역인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의 건축 포인트를 살펴보면, 역시 'groundscape'에 몰두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외부와 내부 바닥면의 레벨이 비슷하여 동일한 연장선상에서 공간이 확대되고 통유리를 통해 공간의 경계가 구분될 수 있도록 만든 부분이 바로 그것입니다.



전시 공간이 또 하나의 작품, 안밖의 경계를 허문 공간의 확장


질문

<groundscape> 전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답변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라는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전시가 시작되는 셈이다. 특히 1층 내부 전시와 야외 중정의 오브제가 공간 내 동일한 연장선상에서 확장되는데, 이러한 건물 밖의 오브제들은 우리나라 사찰 건축의 ‘탑’과 같은 역할을 한다. ‘탑’이 사찰 전체 스케일을 조율하고 공간감을 형성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groundscape>에서는 관람 영역이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전체로 확장된데다가, 기존에 전시 공간으로 사용하던 1층과 더불어 야외 중정도 관람 공간의 일부로 포함되었습니다. 중정에는 디자인 라이브러리 건축 공간 속의 또 다른 공간 ‘집 속의 집’과 ‘기오헌(奇傲軒)’을 작은 사이즈로 만든 박스 형식의 구조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건물 내부에서 책을 읽다가 창으로 시선을 돌리면 외부 중정으로 공간이 확장되도록 설계된 디자인 라이브러리가 지닌 경계의 모호성을 이번 전시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최욱 소장은 야외 중정의 오브제들이 우리나라 사찰 건축의 ‘탑’과 같은 기능을 한다고 설명합니다. 사찰의 탑은 크기가 크지는 않지만 중심이 되는 대웅전 앞에 위치하며 사찰 전체의 스케일을 조율하고 공간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듯 다른 현대카드의 세 건축물


질문

현대카드의 세 건축물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다면?

답변

건축은 '바다에 떠 있는 섬'이다. 바다에 떠 있는 섬과 섬 사이에는 물과 공기, 바람과 날아다니는 새들이 있는데, 건축이 그 사이 사이의 공간처럼 자연스뤄웠으면 좋겠다. 현대카드 건축물이 자연스럽게 주변 풍경의 일부분이 되길 바랐다. 
<이하 건축물 설명>


디자인 라이브러리가 북촌으로 정해졌을 때, 과연 북촌에 도서관 설립이 가능할지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표했지만, 오히려 아주 적합한 장소라고 생각했다. 도서관에 오는 사람은 여유를 즐기는 ‘산책자’라는 생각에 낮과 밤, 그리고 도시풍경과 전통문화가 공존하는 북촌이야말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 가장 어울리는 곳이라 판단한 것이다. 게다가 프라이빗한 도서관이라는 개념은 서재문화와 선비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 전통문화와도 일맥상통한다.


건물 내부를 들여다 보면, 중량감을 없애고 빛을 내는 금속 소재의 책꽂이는 책을 돋보이게 하고, 패턴을 없앤 바닥은 눈이 편안하게 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또 발소리가 나는 2-3층 사이 계단은 지적인 공간에서의 사람의 행동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의도적인 설계다.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룬 결과, 북촌의 문화를 고스란히 담아내며, 공간 자체의 활용도와 멋을 끌어올린 디자인 라이브러리가 탄생하게 됐다.


현대카드 영등포 사옥은 주변 환경과 어우러질 뿐 아니라 주변 풍경을 공간으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디자인 라이브러리와 마찬가지로 1층은 유리로 만들어 외부와의 경계가 흐려지도록 했고, 2층부터는 반투명 재질을 사용하여 24시간 변화하는 안과 밖의 빛에 반응하도록 했다. 영등포 사옥의 자연스러운 느낌은 세심한 디자인에서부터 기원한 것이다.


현대카드 부산 사옥은 젊은이들의 거리, 서면에 위치하고 있는데, 마치 서울의 세로수길처럼 아기자기한 식당과 옷 가게가 많은 개성 있는 거리다. 사옥 1층을 극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함으로써 활기있는 서면 지역의 문화와 조화를 이루게 했다.




가파도 프로젝트, 마을 정비 사업을 초월한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질문

현대카드와 함께 하는 또 하나의 도전, ‘가파도 프로젝트’가 궁금하다.

답변

자연과 사람이 진정한 ‘공존’을 하는 에코 투어리즘 기반의 장기 프로젝트다. 본래 아름다운 섬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과정에서 ‘지속가능한 친환경 경제’를 대전제로 최대한 자연스러운 변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ONE O ONE architects는 건축에 앞서, 땅과 사람들의 표정을 주의 깊게 살피고 이해하려 한다고 합니다. 현대카드가 기획하고 ONE O ONE architects가 설계하는 '가파도 프로젝트' 역시 제주도 주변의 아름다운 섬, 가파도와 섬 주민들의 표정을 읽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현대카드와 ONE O ONE architects는 가파도 프로젝트가 단순한 마을 정비사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가파도 주민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하는 것이라 정의했습니다.


오픈 캠퍼스 설립을 통해 자유로운 방식의 교육공간을 마련하고 주민과 여행객의 소통 장소로 활용한다는 계획과 마을 곳곳의 빈집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 짓기 등 지속가능한 친환경 경제 구조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섬과 사람들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통해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는 가파도의 무분별한 개발을 지양하면서 자연스럽게 바꾸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현대카드와 ONE O ONE architects의 이유 있는 공통점


질문

ONE O ONE architects의 건축 철학과 현대카드의 철학이 통하는 지점은 무엇인가?

답변

현대카드와 ONE O ONE architects의 공통점은 일상적인 사회의 속성에 무관심하다는 점이다. 달리 말해 원하는 것이 있고, 그 방식이 옳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밀어 부친다는 기질적인 측면에서 비슷하고, 양쪽 모두 관심사가 ‘라이프스타일’이다.


ONE O ONE architects는 현대카드 영등포 사옥 지명 현상 공모전을 통해서 현대카드와 처음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진행이 확정되면서 디자인 라이브러리 작업을 같이 하게 된 것인데,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현대카드가 가진 금융사만의 문화를 이해하고자 노력했다고 합니다.


현대카드와 ONE O ONE architects의 공통점으로 피상적 속성에 무관심하다는 점을 꼽은 최욱 소장은 두 회사 모두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으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 부치는 기질적인 측면이 매우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건축가의 캔버스는 바로 ‘사람이 살아가는 땅’이기 때문에 실수가 없기를 바라고 또 다짐한다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자, "이 땅에 있는 사람들을 잘 이해하는 것, 그리고 건축문화 형성의 연장선상에서, ‘건축가의 상(figure)을 정립하는 것"이라며 그의 건축만큼이나 단단한 목표를 전합니다.


아름다운 형태의 건축물을 추구하기보다, 땅과 그 땅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이해를 담고 있는 ONE O ONE architects의 건축 철학을 조명하는 <groundscape>. 전시 뿐만 아니라 전시 공간 자체가 전시가 되는 색다른 건축 전시, <groundscape>를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서 만나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