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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가가] 슈퍼 몬스터(Super Monster)가 되어버린 레이디 가가

2012.03.26


명성에 대한 어두운 면을 다루고 있는 The Fame Monster는 2008-2009 월드 투어 이후 발매된 레이디 가가의 EP 앨범입니다. 이 앨범 안에서 Monster로 비유되는 관념들은 레이디 가가의 음악 속에서 재탄생 됩니다. The Fame Monster는 레이디 가가의 데뷔 앨범인 The Fame의 기존의 곡과 8곡을 추가로 수록된 앨범으로 일부 국가에서는 정식 앨범인 The Fame과 함께 같은 차트에 진입하였습니다. The Fame Monster는 현대 비평가들의 긍정적인 평을 받으며 레이디 가가의 월드 투어인 <The Monster Ball Tour>에서 공연되기도 했는데요. 레이디 가가의 칼럼 시리즈, 그 두 번째 이야기는 마리끌레르 에디터 손혜영님의 리뷰 '슈퍼 몬스터(Super monster)가 되어버린 레이디 가가’입니다.

 

 




The Fame이라는 데뷔 앨범 하나로 자신이 의도한 ‘명성’을 고스란히 실현한 레이디 가가. 그녀는 1년 만에 EP 앨범 The Fame Monster를 발매한다. EP앨범이라고는 했지만, 실제로 8곡의 신곡을 담은 이 앨범은 레이디 가가의 1.5집, 아예 2집 앨범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1집 The Fame의 ‘Just Dance’, ‘Poker Face’가 여전히 클럽을 점령하고 있는 가운데 The Fame Monster의 ‘Bad Romance’와 비욘세가 피처링한 'Telephone’이 연이어 히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충분한 앨범 준비 기간도 없이 곡이나 되는 신곡을 발표할 수 있는 이 넘치는 에너지라니, 음악적으로 흘러 넘치는 에너지를 감당할 수 없는 레이디 가가 만이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특히 이 앨범은 두 장의 리패키지 앨범으로 발매 되었는데, 첫 번째 CD(이른바 ‘Monster’ 파트)에는 ‘Bad Romance’ ‘Monster’ ‘Telephone’등 신곡이 삽입되어 있고, 두 번째 CD(‘the Fame’ 파트)에는 데뷔 앨범 The Fame의 곡이 수록되어 있다. 물론, 이미 전 앨범을 구입한 팬들을 위해서는 ‘Monster’ 파트의 곡들만을 수록한 앨범을 따로 판매하기도 했다. 그녀는 The Fame의 데칼코마니 같은 앨범을 만들고자 했는데 똑같이 셀러브리티, 명성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이제는 셀러브리티의 좌절, 그리고 ‘명성’이 어떻게 사회 속에서 ‘괴물’로 변화해가는가에 대해 노래한 것이다. 이렇게 의도적인 이란성 쌍둥이 같은 앨범을 두고 그녀는 이렇게 설명했다. "The Fame과 The Fame Monster는 각각 ‘음과 양’과 같은 앨범이에요. 2년 동안 전 세계 투어를 다니면서 수많은 괴물들과 만나게 됐어요. 섹스, 알코올, 사랑, 죽음, 외로움의 괴물들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담았어요.”

전 데뷔 앨범이 명성의 화려함, 자유로운 그들의 삶을 거침없이 보여주었다면 새로운 신곡들은 명성의 또 다른 부정적인 뒷면을 드러내면서, ‘몬스터(Monster)’를 메타포(metaphor) 삼아 한편의 스토리를 이어간다. 당신의 추함, 질병 등 그 모든 것을 원한다고 울부짖으며 마치 뱀파이어의 사랑이라도 이야기하는 듯한 ‘Bad romance’를 시작으로, 예전 ‘에이스 오브 베이스(Ace of Base)’의 음악을 연상시키며 반복적으로 불가능한 사랑을 노래하는 ‘Alejandro’, 그가 나의 사랑을 ‘먹어버렸다’, 그는 변장한 늑대라고 표현하며 괴물 판타지소설을 상상하게 하는 이 앨범의 중심 ‘Monster’, 실연에 슬퍼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담아낸 발라드 ‘Speechless’, 누군가에게 ‘실리콘, 식염수, 독을 주입해달라’고 독하게 이야기하며 시작하는, 완전히 자아를 잃고 방황하며 골칫거리가 되어버린 여자의 스토리를 담은 ‘Dance in the dark’,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벗어나길 원하지는 않지만 나 지금 좀 바쁘다, 잘 안 들린다, 전화연결이 잘 안 된다며, 파티에서 놀고 싶으니 그만 좀 전화하라고 중얼대는 ‘Telephone’, 죽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타이틀로 클럽에서 여전히 외로움에 흐느적대는 듯한 이미지를 주는 ‘So happy I could die’, 나를 물어 뜯고 네가 나쁜 사람이라는 걸 보여달라며 사랑의 어두운 단면을 발견하게 하는 펑키한 사운드의 ‘Teeth’, 이 여덟 곡을 하나로 엮으며 그녀는 어두움과 밝음이 한데 얽혀 들어가는 ‘명성’의 갖가지 단면, 나아가 사람들이 겪는 방황과 어둠, 행복과 밝음의 심리를 촘촘히 살핀다.

특히 이 앨범이 큰 뉴스거리를 몰고 온 것은 ‘Telephone’에 등장한 또 한 명의 대형 디바 비욘세 때문일 것이다. 비욘세의 ‘Video phone’에 레이디 가가가 피처링을 한 것과 한 짝을 이루는 이 노래는, 두 사람의 흑백 섹시 대결이 볼만한 뮤직비디오까지 함께 인기를 얻었다. 보다 고전적인 아름다움과 패션 감각을 가지고 있는 비욘세와 파격적이고 자유분방한 섹시미를 갖추고 있는 레이디 가가가 함께 남자를 독살하는 내용의 뮤직비디오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를 끌어다 미국식 카툰을 입힌 형태로 발표되어 영화를 보는 듯한 즐거움을 자아낸다. 지난 앨범에서 아방가르드 패션 실험을 보여줬던 레이디 가가는 이제 온갖 소품을 패션으로 활용하기 시작한다(생고기까지 이용하게 되는 행보를 보이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하다). 감옥에 갇혀 처음으로 운동장에 나오는 그녀는 담배로 엮인 선글라스를 끼고 있고, 이후에는 스터드 란제리에 다이어트 콜라 캔을 헤어 소품으로 이용하기도 하며 결정적으로 노래 타이틀을 배반하지 않으려는 듯, 전화기를 이용한 모자를 쓰기에 이른다.

음악 뿐만 아니라, 패션, 심지어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까지 예술적인 퍼포먼스로 여긴 그녀가 앨범 재킷 촬영을 패션디자이너이자 포토그래퍼인 에디 슬리먼에게 맡긴 것은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그녀는 두 가지 버전의 앨범 커버를 제작했는데, 하나는 무표정하게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앤디 워홀의 여자 버전을 연상시키는 라이트 블론드 가발을 쓰고 있는 것이고, 또 하나는 마치 피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이는 민낯(?)의 레이디 가가다.
 
언뜻 세상의 타부 따위 상관없이 무질서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구잡이로 벌여놓고 있는 방탕하고 방종한 뮤지션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녀가 행하는 모든 예술을 잘 들여다보면 이성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꼼꼼히 연결되어 있음을 확연하게 알 수 있다. 그리고 사실, 잘 몰라도 그다지 상관은 없다. 그녀의 음악을 그냥 즐기기만 해도 된다. 듣기 좋고 보기 좋고,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Writer 손혜영

<마리끌레르>의 피처에디터, 국내외 아티스트와 배우, 감독 등 문화계 인사와의 인터뷰
 (오아시스, 존 레전드, 뱀파이어 위켄드, MGMT, 제이슨 므라즈, 류이치 사카모토 등의 뮤지션부터 전도연, 김옥빈, 양자경, 이자벨 위페르, 김지운, 봉준호 등 배우, 감독)와 문화 섹션의 비평까지 다양한 분야의 필진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