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글 보기

[디자인 라이브러리] 건축의 과거, 현재, 미래 만나기, <groundscape>

2014.03.28

 

가회동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서는 건축의 가치와 본질을 조명하는 전시, <groundscape>가 열리고 있습니다. 현대카드 건축물을 통해 ONE O ONE architects의 건축세계를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5개의 키워드로 과거, 현재, 미래의 맥락으로 관람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Keyword 1. groundscape
단어 그대로 ‘지표면의 풍경’이란 뜻을 가지는 ‘groundscape’는 건축을 이루는 물리적인 기단의 의미뿐 아니라 지표의 모든 무형의 것까지 포괄합니다. 즉 물리적인 지형과 도시의 콘텍스트, 사회와 문화, 사람도 포함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것은 땅의 표정이자, 사람의 표정, 마을과 도시의 표정이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의 작품을 디자인하고 설계한 건축가 최욱은 20여 년간 ‘groundscape’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사용해 왔다고 말합니다. 이번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전시인 <groundscape>는 최욱의 건축을 상징하는 언어이자 그의 건축을 보여준다는 뜻으로 형식이 아닌 본질을 탐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Keyword 2. 콘텍스트
문맥이란 뜻을 가지는 '콘텍스트(context)'는 건축에서는 특정한 건물에 관계하는 역사적·문화적·지리적인 배경이 되는 모든 조건을 가리킵니다. 개별 단어가 아닌 문맥을 통해 맥락을 파악 할 수 있듯이 건축도 따로 떨어져 홀로 생각할 수 없습니다. 건물이 위치한 땅, 마을, 그리고 도시의 맥락을 함께 읽어야 온전히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번 전시 또한 기획 배경과 전시 공간에 대한 콘텍스트를 파악해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Keyword 3. 건축가 최욱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이탈리아 베네치아 건축대학에서 공부한 ONE O ONE architects 소장 최욱은 한국의 미를 현대적으로 담백하게 해석한 스타일을 추구합니다. 그는 서울 북촌에서 한옥 작업을 많이 했지만 버스정류장, 마포, 한강대교 쉼터마당, 그리고 현대카드와 함께 추진 중인 가파도 프로젝트와 같은 공공건축 작업도 했으며 그 대표작으로는 학고재 갤러리, 두가헌,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현대카드 영등포 사옥, 부산 사옥 등이 있습니다.  <groundscape> 전시는 외부에 잘 드러내지 않는 최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건축계의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Keyword 4. 전시 공간,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가 위치한 곳은 원래 서미 갤러리가 있던 곳입니다. 2001년 유태용이 설계한 갤러리를 최욱이 2009년 한차례 리모델링 하고 2012년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로 다시 리모델링 한 것입니다. <groundscape> 전시 공간인 이곳은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4개의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1층 전시 공간에서 그의 작업과 건축 모형을 둘러본 후 2층에 올라가 도서관을 직접 경험하는 것 또한 이번 전시의 색다른 재미입니다. 건축 모형을 보며 실제 구현된 건물 그리고 공간을 동시에 직접 체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Keyword 5. 스케일
건축에서 스케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건축 모형을 만들어 보는 것은 실제 디자인을 구현해 보고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모형을 만들 때 보통 작은 집은 1/100, 사옥 같은 빌딩은 1/400, 마을은 1/500, 도시는 1/1000 정도의 비율로 만듭니다. 하지만 최욱은 이번 전시를 위해 1/35의 스케일로 모형을 만들었으며, 이것은 건축 설계시 만드는 일반적인 모형보다 큰 비율입니다. 외관뿐 아니라 내부나 생활까지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는 스케일입니다.

 

 

과거로부터의 맥락
이제 5가지 키워드를 살펴보았으니 본격적으로 전시장으로 가봅니다. 조용한 명상의 공간으로 들어가 가장 안쪽에 있는 전시 서문을 읽고 영상을 봅니다. 그 이유는 이번 전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몇 가지 콘텍스트를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나, 최욱은 지난 2월 18일부터 3월 8일까지 파리 말라케 건축대학교에서 열린 <포인트 카운터포인트: 한국 건축가 10인의 궤적> 전시에서 ‘Simple Architecture’란 주제로 청담동 근린생활시설과 가회동 한옥 단지,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등을 프랑스에 소개했습니다.


이 전시는 파리 현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1층 전시장 입구의 정인하(한양대학교) 교수의 글은 프랑스 전시를 위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쓴 것으로 프랑스 전시 측 기획자인 캐롤린 마니아크(Carolin Maniaque)와 팀 벤튼(Tim Benton)이 5일간 서울에 머물며 최욱과 인터뷰한 영상도 전시 되었습니다.


둘, 전시장인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자체가 이번 전시 작품 중 하나입니다.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 대해 최욱은 “갤러리는 빛을 차단하는 공간이고, 도서관은 빛을 여는 곳으로 두 가지 속성이 다른 공간을 변형했다.”고 말합니다. 2층 한편에 별도로 지어진 '집 속의 집'은 시골의 평상을 떠오르게 하며 눈길을 끕니다.

 

옥상으로 이어지는 3층에는 책을 읽다가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다락방같이 내밀한 공간이 있습니다. 이곳은 원래는 창고로 쓰이던 곳이었으나, 창덕궁 후원 왕세자의 독서공간인 기오헌(寄傲軒)에서 차용한 것으로 책을 보며 원경인 가회동 한옥마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현재의 작업
전시장의 하이라이트는 3m에 달하는 높이의 건축 모형입니다.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현대카드 영등포 사옥과 부산 사옥, 이 3가지 건축 모형이 모두 한 개의 기단(ONE O ONE architects가 사용하는 건축 용어 중 하나로 건축물의 기초가 되는 단) 위에 서 있습니다. 이 기단은 각 작업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함께 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건축 전시는 보통 글과 이미지를 담은 패널, 건축 모형, 사진을 주로 활용하고 최근에는 영상도 활용합니다. <groundscape> 전시 역시 4개 작업(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현대카드 영등포 사옥, 부산 사옥, 가파도 프로젝트)에 대한 건축 모형과 사진 그리고 영상 등을 활용하여 전시를 꾸몄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 눈에 띄는 것은 전시 공간 한 켠에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 사용한 건축 자재를 모아 놓은 것입니다. 유리·철·돌·콘크리트 같은 단순한 재료를 활용해 공간을 만드는 최욱의 건축에서는 세심한 마감과 입면, 그리고 재료의 사용 등을 눈 여겨 봐야 합니다.

 

현대카드 영등포, 부산 사옥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를 설계의 핵심은 빛입니다. 실내에 들어오는 빛과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 최소한의 디테일, 외부와 내부 빛의 접점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사옥은 집중해야 하는 포인트가 다릅니다.

 

사옥 주변 기단과 이어진 로비는 일종의 공공 공간이기 때문에 현대카드 부산 사옥 로비는 주변 상업가로 연장되도록 공연과 집회가 가능한 공간으로 설계했습니다. 또한 사옥은 기업의 이미지도 담아내야 합니다. 금융회사인 현대카드는 숫자와 시스템이 중요하기 때문에 체계적 적층의 이미지가 필요했습니다.

 

현대카드 부산 사옥은 이중 파사드(facade, 건축물의 전면), 기하학적인 그리드가 있으며 이것은 부산의 바다 풍경과 기하학적 레이어의 겹침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내 사무 공간의 효율성을 위해 현대카드 영등포와 부산 사옥의 경우, 양방향의 코어가 구조 역할을 해서 실내에 기둥을 없앴습니다.

 

 

미래의 삶
이제 3가지 건축 모형 오른편에 있는 섬 모형을 들여다봅니다. 그 옆에는 작은 책이 놓여 있습니다.

 

가파도 프로젝트
<groundscape> 전시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은 가파도 프로젝트입니다. 현대카드가 기획하고 ONE O ONE architects가 설계하는 가파도 프로젝트는 섬의 생태계를 바꾸는 장기 대형 프로젝트입니다.

 

현대카드와 ONE O ONE architects는 가파도의 자연을 보존하면서도 경제학과 생태학이 동시에 존재하는 가치관을 만드는 마스터플랜을 통해, 일본의 나오시마(直島)처럼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곳으로 가꾸어 나간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는 단순한 마을 환경 정비 사업이나 리모델링을 하는 물리적인 작업이 아니라, 가파도 주민들의 지속 가능한 섬 생활을 위해 ‘라이프스타일’까지 디자인하겠다는 인문학적인 접근입니다.

 

한 켠에 놓여있는 작은 책에는 수년간 마을에 대해 리서치 한 결과와 프로젝트의 방향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전시된 모형을 통해 물리적 구축과 건축의 미래를 담았습니다.

 

<groundscape> 전시를 제대로 관람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시 소개 글과 영상을 보고 건축가 최욱의 과거 궤적을 이해한 후,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현대카드 영등포, 부산 사옥을 살펴보며 현재의 모습을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가파도 프로젝트를 통해서 건축가 최욱이 그리는 미래를 보아야 합니다. 전시 관람 후 1층 카페와 중정, 2층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구석구석을 여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동네로 나가보면 가회동과 한옥마을 풍경을 함께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통해 우리 집과 건축, 도시 환경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할 수 있고, 전시의 부제인 '원시적인 현대(primitive modern)'의 의미에 대해 곱씹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groundscape> 전시에서 건축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을 내밀하게 들여다 보며 우리의 삶 속의 건축 예술을 느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기 바랍니다. 

 

 


 

Writer. 심영규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중앙일보 온라인 편집국 기자, 디지틀조선일보 기자를 거쳐
월간 「SPACE(공간)」에서 편집 차장으로 일하고 있다. 공간(空間)을 공감(共感)하는 ‘공감 여행가’로
현재 건축 문화 예술을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의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