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글 보기

[레이디 가가] 대중적 아방가르드의 완성, Born This Way

2012.04.10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6 레이디 가가의 정규 2집 Born This Way에 실린 15곡의 음악에는 이전에는 시도하지 않았었던 오페라, 디스코, 락앤롤부터 헤비메탈 등 여러 장르의 음악들이 레이디 가가만의 스타일로 담겨져 있습니다. 노래의 주제 또한 종교, 자유, 페미니즘, 개인주의, 섹슈얼리티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음악 비평가들은 레이디 가가가 Born This Way 에서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시도했다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고, 그녀 또한 '지금까지의 나의 앨범 중 가장 정직한 앨범'이라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이번 레이디 가가 칼럼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는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6 레이디 가가 내한공연에서 주로 선보여질 Born This Way 에 대한 리뷰입니다. 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 들어보았을 라디오 프로그램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이자, 음악평론가 배순탁님께서 이번 리뷰를 작성해주셨습니다.





Beautiful Monster, Lady Gaga

영어로 ‘몬스터’는 사전적 의미로는 ‘괴물’이지만, 대중문화 쪽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로 쓰일 때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니요(Ne-Yo)의 히트곡인 ‘Beautiful Monster’. 이 곡에서의 ‘아름다운 괴물’은 다름 아닌 상대방 여성을 뜻하는 것으로, 의역하자면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팜므 파탈’ 정도가 될 것이다.

레이디 가가(Lady Gaga)도 마찬가지다. 레이디 가가의 열렬한 추종자들이 지구촌 전역에 걸쳐 퍼져있는 가운데, 팬들은 그녀를 ‘마더 몬스터’(Mother Monster)라고 부르며 경배를 보낸다. 이에 가가 여사님께서는 친히 ‘리틀 몬스터’(Little Monster)라는 별명을 하사하시어 팬들에게 큰 복을 내려주셨다는 전설(?)이 내려져온다.

리틀 몬스터들은 비단 해외뿐만이 아닌 대한민국에도 수두룩하다. 개인적으로 아주 놀랐던 에피소드 중 하나를 소개해볼까. 몇 년 전 어느 날, 약속시간이 많이 남아 커피 전문점에 들어가서 책을 좀 보려고 했는데, 옆자리 두 여성의 대화가 내 자리에까지 들렸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레이디 가가가 한국에 온대. 어떻게 가볼 수 없을까? 레이디 가가 너무 멋지지 않냐?”

물론 혹자는 성급한 일반화 아니냐며 트집을 잡을 수도 있지만, 레이디 가가는 팝 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공공장소에서 거의 몇 년 만에 들었던 해외 아티스트의 이름이었다. (그 뒤에 강림하신 분이 바로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다.) 그리고 실제로, 레이디 가가는 이후 하나의 현상이 되었고, 이제는 거의 국내가요 뺨치는 인기를 내달리고 있다.

레이디 가가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그야말로 휘황찬란했다. 2008년 선보인 데뷔작 The Fame의 후폭풍을 잠시 돌이켜보자. 이 음반은 말 그대로 그녀에게 엄청난 ‘명성’을 안겨주었다. ‘Just Dance’를 시작으로 ‘Poker Face’, ‘Love Game’, ‘Paparazzi’ 등, 발표하는 싱글마다 족족 차트를 휘저었고, 이에 힘입어 현재까지 전 세계 1500만장의 판매고를 돌파했다. 이후 The Fame Monster라는 타이틀로 발매된 딜럭스 버전 역시 단숨에 시장을 제패, 우리가 레이디 가가의 시대에 살고 있음을 명증해줬다. 이 앨범에서는 ‘Bad Romance’, ‘Telephone’ 등이 각광받았다.


대중적 아방가르드의 완성, Born This Way

Born This Way는 빌보드 역사상 ‘1,000번째 1위 곡’이라는 영예를 안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되는 사람은 뭘 해도 된다”라며 질투 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했지만, 레이디 가가의 치열한 음악적 경주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성과였을 것이다. 일례로 한국 방문 당시, 한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한 레이디 가가는 리허설을 하는 도중 무대에서 떨어져 큰 충격을 받았음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스케줄을 마무리하며 주위에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녀의 철두철미한 직업의식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사실 레이디 가가의 핵심적인 면모는 이미지, 즉 뮤직비디오나 패션 등에서 먼저 드러났다. 그녀는 이를 통해 외설과 파격, 엽기와 아방가르드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대중들에게 충격을 던졌다.. 한동안 인터넷의 해외 뉴스 섹션을 도배했던 ‘생고기 드레스 파동’이 대표적인 경우. 레이디 가가는 실제로 자신을 가리켜 ‘패션의 아방가르드’라고 부른다.

그러나 레이디 가가의 아방가르드는 과거의 그것과는 궤를 달리한다. 주지하다시피, 원조 아방가르드에게는 대중적 호응이 거의 전무했다. 외려 자신들의 예술관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로부터 욕을 먹기 일쑤였고, 심지어는 이를 즐기기까지 했다. 저 자신을 ‘Song And Dance Man’이라고 소개했던 앤디 카우프만(Andy Kaufman)처럼 대중들의 야유를 보낼 때 역으로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은 희열을 느꼈다.

레이디 가가의 음악은 그러나 아방가르드한 이미지에 비한다면 지극히 ‘팝’적이라고 볼 수 있다. 격렬한 일렉트로닉 비트를 주요한 어법으로 삼고 있지만, 결코 선율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를 대변해준다.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지루한 일상의 도돌이표 속에서 현대인들은 언제나 자극과 쇼크를 원한다.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레이디 가가의 이미지다. 그런데 문제는, 자극과 쇼크로만 일관하면 범 대중들로부터 보편적 동의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 바로 이 지점에서 레이디 가가는 ‘음악적 친숙성’으로 한계를 돌파한 뒤, 상업적으로 그 누구보다도 높고 멀리 나아간다. 음악마저 이상했다면, 그녀가 자신의 에고로 여기는 대중적 명성(The Fame)에 결코 도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대중적 아방가르드’라는 역설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엘튼 존(Elton John)이 극찬한 ‘Born This Way’의 뮤직비디오를 보라. ‘마더 몬스터’의 탄생비화를 상징하는 영상은 엽기적이고 그로테스크한데, 사운드는 듣기에 전연 무리가 없다. 이렇듯 7분을 상회하는 러닝 타임이 짧게 다가오는 건 분명 ‘화려한 영상미와 대중적 멜로디의 상호작용’에 힘입은 바가 큰데, 이런 논리는 오토바이와 물아일체의 경지를 선보이신 ‘Judas’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Marry The Night’는 음반의 오프닝 타이틀답게 제법 진중한 모드로 출발한다. 그러나 서서히 비트를 조이기 시작하더니, 결국 레이디 가가 풍의 세련된 일렉트로닉으로 돌변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이후 다시금 버스(verse)로 회귀하고서는 조금 더 리듬을 추가해 상승효과를 노린다. 그리고는 마침내 두 번째 후렴구에서 폭발. 물론 노래의 뼈대를 장악하고 있는 건 언제나 그렇듯이 반복되는 전자음이다.

2집을 발표하기 전, 레이디 가가는 “에픽(Epic)을 일렉트로닉과 결합하려 했다”며 전체적인 마스터플랜을 설명했던 바 있다. 타이틀인 ‘Born This Way’와 함께 이런 지향을 가장 잘 드러내는 트랙이 바로 ‘Bloody Mary’다. 클래시컬한 연주, 고딕적인 뉘앙스를 연출하는 음향효과와 남성 코러스, 신비한 여성 백 보컬 등을 통해 우리는 그녀가 지니고 있는 음악적 야심의 크기가 상상 이상임을 깨닫게 된다. 신보에서 가장 공을 들였을 것 같은 트랙이다.

그러니까 이번 신작을 레이디 가가의 표현을 빌려 정리해보면, “팝, 로큰롤, 메탈, 그리고 앤썸(Anthem) 지향의 멜로디를 망치로 내려치는 듯 격렬한 댄스 비트와 합친 뒤, 이를 서사시적인 구조로 창조해낸 일렉트로니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메탈 리프를 전자적으로 재현한 ‘Heavy Metal Lover’와 록 기타를 전면에 내세운 ‘Electric Chapel’, 변화무쌍한 곡 전개가 압권을 형성하는 ‘Black Jesus + Amen Fashion’ 등이 이를 대표하는 곡들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현재까지 레이디 가가가 일궈낸 모든 영광은 다름 아닌 그녀가 뛰어난 뮤지션이자 라이브 실력도 탁월한 천상 가수라는 사실이다. 이런 기본 바탕이 없었다면 미국 US 대학에서 정규 과목으로 ‘레이디 가가학(學)’(과목명은 레이디 가가와 사회적 명성)을 개설하는 일대 사건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레이디 가가를 통해 ‘Back To Basic’의 정신을 배운다. 그러니까, 뮤지션은 일단 노래를 잘하고 곡을 잘 써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진리 말이다. 자신의 이미지를 다변화해 ‘영광의 끝판왕’(‘The Edge Of Glory’)으로 등극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다음 단계라는 점을, 레이디 가가는 역으로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레이디 가가의 괴물 같은 파괴력은 한국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이번 내한공연은 레이디 가가의 왕국인 ‘Kingdom of Fame’의 탄생부터 화려한 죽음까지의 스토리를 다루는 일렉트로 메탈 팝 오페라(Electro-Metal Pop-Opera) 컨셉트로 진행될 거라고 하는데, 직접 보지 않고서는 어떤 장관이 연출될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마더 몬스터’ 레이디 가가가 몰고 올 블록버스터급 히트 태풍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2012년 4월 27일, ‘리틀 몬스터’들에게 축복이 내려질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Writer 배순탁(greattak@hanmail.net)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음악이라는 느낌의 층위에서 당신과 나는 대체로 타자다.
그러나 아주 가끔씩, 하나의 공동체가 되는 짧지만 강렬한 순간들도 있다. 그 순간을 오늘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