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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resh] Open Class - 내 머리 속의 ‘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2014.10.16


사람은 뇌로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글을 읽는 이 순간에도 여러분의 뇌는 쉴 새 없이 글자를 읽어 들이고 정보를 처리하고 기억을 저장하는 복잡한 과정을 수행 중이죠. 이렇게 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연구하는 것이 뇌과학입니다. 뇌과학자인 카이스트의 김대식 교수는 강의를 시작하며 말합니다. “오늘 강의가 끝날 즈음 우울한 메시지 하나 던져드리고 가게 될 것 같군요. 하지만 우리가 꼭 알아야만 하는 진실입니다.” 그가 말하는 “우울한 진실”이란 무엇일까요? 우선 그를 따라 내 머리 속 안의 뇌부터 들여다봐야겠습니다.





인간에겐 뇌가 있다, 고로 생각한다


“생전 처음 뇌라는 것을 대면했을 때 놀랐어요. 신기한 점이 하나도 없는 한낱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더군요.” 김대식 교수는 신기할 것 없는 이 1.5kg 가량의 덩어리로 인해 사람들이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뇌를 자르고 해부해봐도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저 수많은 신경세포가 연결되어 있을 뿐이었죠. 그렇다면 우리의 생각, 자유의지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좌뇌와 우뇌의 어딘가, 혹은 전두엽으로부터? 그는 전두엽 세포 1천 개만 바꾸어도 전혀 다른 성격의 사람으로 변한다고 했습니다.


“인간이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은 컴퓨터와는 다릅니다. 오감을 통해 뇌로 흘러 들어오는 정보의 양은 너무나도 방대해서 기억할 가치가 있는 것, 없는 것을 구분해 저장할 필요가 있죠.” 현재의 뇌과학은 사람이 생각하는 특정 정보를 읽어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머리 속을 리딩(reading)하고 라이팅(writing)할 수 있다면 해킹(hacking)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한 실험에선 사람의 생각을 해킹해 은행 계좌의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데 성공했어요. 그렇다면 반대로 다른 사람의 경험을 내 뇌에 심어 넣는다면? 이 가정이 말도 안 되는 불가능한 이야기일까요?”



뇌가 하는 말을 전부 믿지 마라, 아닐 수도 있다


우리의 뇌는 눈, 코, 입 등의 신체기관을 통해 정보를 수집합니다. 뇌는 머리 속에 갇혀 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보고 듣고 만질 수 없습니다. 다만 수집된 정보를 처리하고 패턴을 인식하며 추론할 뿐이죠.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사람들은 저마다 다르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서로 다른 세상을 보고 있는 거예요.” 김대식 교수는 착시효과를 일으키는 그림들을 통해 뇌가 임의로 정보를 해석하고 왜곡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착시효과는 우리의 생각 안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빨리 지나간다고들 하죠. 뇌과학의 관점에서도 이것은 맞는 말입니다. 정보 전달 속도에 따라 시간의 흐름은 다르게 느껴지는데, 어떤 일에 깊이 집중하면 정보 전달 속도는 빨라지고 시간은 느리게 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을 이용하면 내 기억을 편집하는 게 가능해집니다. 현재의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집중하지 말고 흘려 보내세요. 훗날 지금의 일들이 별로 기억에 남지 않을 겁니다. 내 인생의 감독이 될 수 있는 거예요. 원하는 속도로 시간을 조절할 수도 있고요.” 


뇌는 왜 존재하는가, 뇌의 능력은 어디까지인가

뇌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이 선택을 하는 이유도 흥미롭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 선호도에 따라 선택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선택을 먼저 한 다음 선호도를 만들어나간다는 가설도 있습니다. 같은 커피라도 한쪽은 비싸고 한쪽은 싼 커피라고 말한 후 시음을 시켜보면 사람들은 비싼 커피가 더 맛있다고 느낍니다. 분명 혀가 느낀 데이터는 똑같을 텐데 거짓을 말하는 거죠. “뇌를 통해 선택에 대한 선호도를 만들고 그 선들을 연결하고 확장하면서 자아를 끼워 맞추는 것 일지도요. 어쩌면 뇌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행동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의 뇌는 분명 진화해왔지만 더 이상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 과학은 점점 발달하고 있죠. 사람의 정보를 읽어 내고 데이터화하며 이러한 데이터를 이용해 개개인의 의도와 생각을 파악할 수도 있습니다. 김대식 교수는 인간처럼 사고하는 기계가 등장할 날도 머지 않았다고 내다 봤습니다. “기계는 이미 정보를 처리하는 것을 뛰어 넘어 이해하기 시작했고 20년 안에 인간 수준의 이해력을 가진 기계가 나올 거라 예상합니다. 그렇게 되면 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을 수 밖에 없죠. 현재 직업의 47%가 사라질 겁니다. 이게 바로 오늘 말씀드릴 우울한 메시지예요.” 그의 말대로라면 기계의 능력을 뛰어넘는 사람의 가치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사뭇 궁금해집니다. 인간의 뇌는 기계와 다른 특별한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김대식 교수는 훗날 사람들이 기계와 경쟁해야 할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또 이러한 사실에 대해 우리 모두가 준비하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죠. 기계와는 다른 창의성, 특징, 자율성. 미래에 우리의 뇌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커다란 물음표를 남긴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