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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가가] 공연의 상식을 넘어서는 레이디 가가의 ‘Ball Tour’ 시리즈

2012.04.24


어느덧 3일 앞으로 다가온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6 레이디 가가 내한공연. 전세계가 기다려왔던 'THE BORN THIS WAY BALL'의 첫번째 무대가 대한민국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공개됩니다. 일렉트로 메탈 팝 오페라 컨셉의 ‘Kingdom of Fame’의 탄생과 죽음까지의 스토리를 다룰 예정인 'THE BORN THIS WAY BALL'은 레이디 가가의 3번째 월드 투어로 1집 The Fame Ball과 2집 The Monster Ball 에 이어 4월 27일, 그 화려한 위용을 드러낼 예정입니다. 음악 칼럼니스트 이민희님의 글로 만나는 레이디 가가의 ‘Ball Tour’ 시리즈를 지금 공개합니다.


공연도 장르의 성격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록 밴드의 공연은 마치 칠판을 바라보는 것 같다. 무대에서 노래하고 연주하는 이를 바라보며 관중들은 반응하는데, 단순하고 심심한 구성으로 보이지만 밴드가 내는 맹렬하고 후련한 소리가 객석에 불을 붙인다. 그리고 일렉트로니카를 추구하는 뮤지션의 경우 사운드 이상으로 화려한 영상에 공을 들인다. 자극적인 소리 이상으로 시각적인 자극을 주면서 관객을 빨아들였다가 던져놓는다. 아울러 팝 가수는 옷을 자주 갈아입는다. 시시각각 바뀌는 의상은 작게는 공연의 분위기 전환, 크게는 공연의 스토리를 담당한다. 한편 장르에 따라 갈라지는 공연의 성격을 굳이 구분하지 않는 캐릭터가 있다. 레이디 가가다. 서로 다른 공연의 요소들을 죄다 공연에서 펼쳐놓고 기묘한 풍경을 연출하는 괴물이다.

사진이라는 평면으로 레이디 가가를 만날 때면 사실 좀 웃음을 참기 어렵다. 재미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가도 혹시 미친 사람이 아닐까 의심하는 수순을 밟는다. 그 재치와 광기의 이미지는 소재를 가리지 않으며 매번 상식을 뛰어 넘는 비현실적인 패션으로부터 비롯되는데, 그러나 무대라는 입체적인 공간에서 레이디 가가를 만날 때면 인상은 완전히 달라진다. 레이디 가가의 공연은 공연의 일반과 상식을 거부한다. 단순한 라이브의 나열이 아니라 체계적인 기승전결의 구조를 갖추고 이루어지는 드라마, 단순한 영상물을 넘어 블록버스터에 준하는 물량과 규모의 작품으로 요약된다. 이 같은 작업은 잠깐이나마 우스꽝스럽거나 과하다고 생각했던 레이디 가가의 이미지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거기엔 이야기가 있고 메시지가 있으며, 뮤지션의 입지를 넘어 복합적인 예술가를 꿈꾸는 한 인간의 강렬한 열망이 있다.

일반적인 영미 가수들은 새 앨범을 발표한 후 곧장 전세계의 공연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우리는 앨범에서 이미 만났던 반가운 노래들을 보다 생생하게 즐기는 귀한 경험을 얻는다. 즉 앨범의 내용을 또렷하게 확인하는 즐거운 이벤트이다. 그러나 레이디 가가는 공연을 통해 앨범의 수록곡을 전달하는 것은 기본이고, 앨범에서 눈치채지 못했던 풍성하고도 충격적인 순간을 청중에게 안겨주는 일에 능숙하다. 지금까지 이어지는 세 편의 투어 모두가 그랬다. 이는 팬들에 대한 고급 서비스이기도 하지만, 늘 크고 새로우며 완벽한 쇼를 원하는 레이디 가가의 지나친 편집증 때문이기도 하다. 레이디 가가는 말한다. “공연을 준비하는 팀은 늘 나를 보고 미쳤다고 한다. 하지만 난 그들이 뭐라 말하든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The Fame Ball Tour: 페스티벌을 점령한 환각의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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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26일 영국의 글라스톤베리 현장. 유럽을 대표하는 축제답게 킹스 오브 리온, 제이지, 버브 등 그해의 스타들이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예정된 가운데, 아직 그들 만한 입지는 갖지 못했지만 그들 이상으로 화려하게 무대를 준비한 겁없는 신예가 대기하고 있었다. 2008년 데뷔 앨범 The Fame을 발표한 후 미국을 넘어 전세계 시장의 기린아로 부상하던 레이디 가가였다. 끊임없이 누군가 올라가고 끊임없이 누군가 내려가는 진행의 성격상, 그리고 록밴드가 압도적으로 많이 등장하는 행사의 성격상, 공연을 준비하는 시간과 실제로 공연하는 시간 등 엄격하게 일정이 정해진 무대이기도 했다. 그 와중에 레이디 가가는 완전한 단독 공연처럼 무대를 꾸미고는 각종 영상과 장비를 동원해 요란한 쇼를 벌인다. 그 전까지 미국과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등지에서 선보였던 투어, 더 페임 볼 투어(The Fame Ball Tour)를 그대로 구현한 것이다.

무대에 선 레이디 가가는 단순히 노래만 하고 춤만 추는 가수가 아니었다. 일찍부터 종합예술가 앤디 워홀을 흠모했다는 레이디 가가는 공연 속 자신의 이름을 ‘캔디 워홀’이라 소개하면서 풍성한 조명과 영상과 의상과 댄서들을 무대로 불러들였다. 공연의 문을 여는 곡 ‘Paparazzi’를 시작으로, 이런저런 장비와 구조물에 자신의 몸을 숨겼다가 어느 순간 튀어나와 목청을 높이고 노래하면서 관중과 호흡하는 것은 예사였다. 생각지도 못했던 현란한 그림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다. 노래와 앨범의 대대적인 성공으로 갑자기 떠오른 신예라 해도, 이렇게 요란하게 공연을 기획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레이디 가가는 이 같은 대규모 투어를 준비하면서 숱한 반대와 싸웠다고 털어놓는다. “모두들 예산을 걱정했다. 과연 그렇게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를 의심했다. 내 주머니를 털어서라도 다 하겠다고 나는 우겼다. 난 돈에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레이디 가가의 첫 투어는 2009년 3월 시작되어 그해 9월까지 무리없이 진행되었다.


The Monster Ball Tour: 최초의 팝 일렉트로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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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레이디 가가는 돈에 신경쓰지 않았다. 과한 지출로 약간의 빚이 생기기도 했다. 두 번째 작품 더 몬스터 볼 투어(The Monster Ball Tour)은 기존의 데뷔 앨범에 추가곡을 수록해 다시 발표한 1.5집 The Fame Monster(2009)를 발표하면서 기획된 공연으로, 2009년 11월 27일 시작해 2011년 5월 6일까지 지속됐다. 총 201회 공연을 치르는 동안 확보한 관중수는 250만, 얻은 티켓 수익만 2억 2천만 달러다. 이는 영미 역대 공연 수입 가운데 16위를 차지할 만큼 엄청난 성과이지만(1위는 U2, 2위는 롤링 스톤스), 그렇게 벌어들였는데도 상당한 구멍이 생겼다. 처음에 구상하고 완성했던 내용을 레이디 가가가 직접 수정하면서 무대 세팅을 교체했기 때문이다. 300만 달러의 추가 지출이 따랐으나 그걸 자비로 감당한 이가 있으니, 예상했던 대로 레이디 가가였다. 하지만 파산할 리는 없을 것 같다. 걱정할 것 없다. 공연의 판권을 미국 방송국 HBO에 팔았고, 공연의 내용은 DVD로 출시되기도 했으니까.

복잡한 수치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당연히 공연이다. 앤디 워홀이라는 자신의 우상과 꿈꾸는 미래를 소재로 삼았던 지난 공연과 달리 더 몬스터 볼 투어에서 레이디 가가는 과거를 불러온다. 나고자란 뉴욕을 배경으로, 파티를 즐기는 친구부터 성소수자까지 뉴욕에서 만난 다양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던 지난 투어에 비해 스토리는 훨씬 구체화됐고,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 레이디 가가는 노래와 함께 연기에 집중한다. 무대에 선 레이디 가가는 표정에서부터 발성까지 마치 뮤지컬의 주인공처럼 보인다. 그러나 레이디 가가는 “이건 최초의 팝 일렉트로 오페라이다”라 말할 만큼 뮤지컬 이상을 바라본다. 뮤지컬이 됐든 오페라가 됐든 어쨌든 극의 구조를 갖는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전달이 분명한 스토리일 것이다. 언제나 레이디 가가와 함께 움직이는 예술팀 하우스 오브 가가(Haus of Gaga)는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해 고전영화 <오즈의 마법사>(1939)부터 전래동화 <라푼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참고했다고 말한다.

공연에 매진하던 와중에 세 번째 앨범의 첫 싱글 ‘Born This Way’가 공개됐다(2011년 2월). 노래는 성정체성과 인종과 국적에 대한 차별에 맞서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공연에는 ‘Born This Way’가 추가됐고, 그해 그래미 무대를 통해 크게 회자됐다. 거대한 무대에 선 레이디 가가는 살갗과 똑같은 색상의 옷을 입고 노래하면서, 자궁에서 막 나온 인간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곁들였다. 모든 인류가 공평하게 태어났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이는 ‘Born This Way’ 발표 이전에도 레이디 가가가 늘 촉구하던 내용이기도 했다. 더 몬스터 볼 투어에는 레이디 가가의 친구(남자) 한 명이 어김없이 등장하는 순간이 있다.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다. 친구를 소개하는 레이디 가가는 우리는 그를 사랑하고 하느님도 그를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The Born This Way Ball: 4월에 만나는 공연

4월 27일 슈퍼콘서트 16을 통해 우리는 곧 가까운 현장에서 레이디 가가를 만난다. 세 번째 앨범 Born This Way(2011)와 같이 움직이는 세 번째 투어 더 본 디스 웨이 볼(The Born This Way Ball)을 관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지난 공연을 ‘팝 일렉트로 오페라’라 소개했던 것에 이어 이번에는 ‘일렉트로 메탈 팝 오페라’를 표방하고 레이디 가가가 세운 무시무시한 왕국으로 초대하면서,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 그리고 주제에 부합하는 각종 고딕 스타일링으로 그림책이나 영화에서 봤을 법한 음산한 현장을 묘사한다. 전처럼 레이디 가가는 스토리 중심으로 움직이는데, 늘 고수해왔던 방식이라 다를 것은 없지만 여전히 남다르게 느껴진다. 많은 대중가수들이 공연장을 집처럼 여기고 살아가지만 오페라처럼, 뮤지컬처럼, 혹은 만화처럼 명료한 극의 형식으로 공연을 지휘하는 경우는 정말로 흔치 않기 때문이다.

사실 레이디 가가 공연의 내용들은 꽤 진지하다. 특유의 ‘깨는’ 패션은 충분한 명분을 가지고 공연의 내용과 어우러진다. 무대를 지배하는 레이디 가가는 미소나 웃음보다 무표정과 분노에 익숙하고, 재미보다 광기에 충실하다. 단순한 자극에 치중하지 않고 깊게 생각해볼 만한 사회적 화두를 던져주기도 한다. 그러나 노래가 터지는 순간 분위기는 완전히 바뀐다. 히트한 대부분의 노래들은 거의 가요처럼 통할 만큼 친숙하고, 노래 속의 긴박한 비트는 자연스럽게 춤을 이끈다. 그러다가도 멈춰서 뚫어져라 무대를 바라보게 한다. 원하는 만큼 즐기고 불현듯 감상하는 기묘한 경험이다. 그리고 엄밀하게 공연이지만 어느 순간 공연의 상식을 넘어서는 복합적인 작품이기에 가능한 반응이다. 그래서 두근거리지만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 귀한 순간을 하나라도 놓치게 될까봐.



이민희(음악칼럼니스트)
각종 온라인/오프라인 매체에 대중음악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
음악웹진 백비트(100beat.com)의 편집인으로 활동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