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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메디 프랑세즈] 몰리에르의 <상상병 환자> 캐릭터 집중 탐구

2011.08.24


세계 연극사에서 최고의 희곡작가로 손꼽히는 몰리에르의 마지막 작품인 <상상병 환자>현대카드 Culture Project 04 코메디 프랑세즈를 통해 올 가을 우리 곁을 찾아옵니다. <상상병 환자>는 작가가 환자로서의 체험을 통하여 17세기 당시의 의학과 의사의 융통성 없는 정신, 권위주의를 냉소적으로 비판한 작품인데요. 1673년 초연된 이후 특유의 풍자와 해학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 파리 고등국립연극원 학장이었던 끌로드 스트라쯔가 연출하며 유럽투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몰리에르의 작품은 우리에게 멋진 웃음을 선사할 뿐 아니라 당시 사회의 세태와 그에 대한 풍자까지 내포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개성 넘치는 다양한 캐릭터에 대해 알고 관람한다면 프랑스의 고전을 보는 재미는 배가 되겠죠.


상상으로 앓는 사나이: 아르강

<상상병 환자>의 주인공인 아르강은 45세의 부유한 부르주아로, 도입부터 대단원까지 실내복을 입고 머리에는 침대용 모자를 쓰고 있는 환자로 출연합니다. 진짜 환자처럼 항상 의자에 앉아있지만 화가 날 때는 펄쩍 뛰는 것으로 관객들은 그의 건강이 정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아프지도 않으면서 병에 걸렸다고 믿는 그의 상상병은 다른 등장인물과의 관계에 많은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특히 딸의 의견을 무시한 채 자신의 병을 치료해 줄 또마 디아프와뤼스를 사위로 삼으려는 그의 행동이 연극 전체의 갈등을 야기하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딸의 결혼을 이용하려는 이기적인 아버지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둘째 부인의 위선적인 보살핌을 그대로 믿고 그녀에게 막대한 재산을 물려주려 하는 고지식하고 순진한 면도 가진 인물입니다. 연극배우 출신 탤런트 오만석씨는 오랜 기간 온라인 상에서 아르강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연기과 대학 1학년 시절 만난 이 캐릭터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라고 합니다.



개성 넘치는 조연 캐릭터들

아르강의 후처 : 벨린느
극중 주요 등장 인물이자 상상병을 앓고 있는 아르강의 유산을 노리고 그에게 위선적인 사랑을 베푸는 둘째 부인 벨린느. 순진한 아르강은 그런 벨린느의 사랑을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입니다. 남편 앞에서는 자상하고 착한 척, 그러나 뒤에서는 어떻게 하면 남편을 빨리 죽거나 미치게 만들 수 없을까 노심초사하며 음모를 꾸미는 두 얼굴의 여인입니다.

아르강의 큰딸 : 안젤리크
아르강의 딸 안젤리크는 20세의 아름다운 처녀로 클레앙트와 서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자신의 건강 염려증 때문에 억지로 의사와 결혼시키려 하자 아버지에게 반하여 자신의 사랑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인물이죠. 자신을 곤경으로 몰고 가는 새어머니, 벨린느에 대해서는 명석하고 침착한 반면, 사랑의 문제에 있어서는 섬세하면서도 열정적인 태도를 보여줍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의사와 결혼시키려는 이기적인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고통으로 울부짖으며 자기희생의 애정을 보여주어 결국 아르강을 감동시켜 결혼에 골인하게 됩니다.

안젤리크의 연인 : 클레앙트
아르강의 완고한 반대로 안젤리크와의 결혼이 시련에 부딪히지만 용감하고 적극적인 성격과 하녀 뜨와네트의 도움으로 결혼하게 되는 인물입니다. 또한, 클레앙트라는 이름은 몰리에르의 다른 작품인 <수전노>와 <평민귀족>, 그리고 <위선자 따르뛰프>에도 주, 조연급으로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몰리에르가 이 이름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르강의 둘째 딸 : 루이종
아버지의 결혼 반대에 부딪힌 언니 안젤리크를 이해하고 그녀의 고민을 들어주며 위로하는 주인공 아르강의 둘째 딸입니다.

아르강의 동생 : 베랄드
아르강과는 달리 이성적이고 사리판단에 밝은 아르강의 동생입니다. 조카인 안젤리크의 편에 서서 의사들을 공격하며, 끌레앙트가 의사가 된다는 조건하에 안젤리크와의 결혼을 승낙한 아르강에게 ‘그럼 자네가 직접 의사가 되어 보라.’는 기발한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직접적으로 의사를 풍자하는 장면에서 베랄드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르강의 주치의 : 퓌르공
아르강이 느끼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용하여 치료비 명목으로 많은 돈을 뜯어내는 아르강의 주치의입니다. 그러나, 나름대로 의술에 대한 정열을 가진 의사로 자신의 원칙을 굽히느니 평범하지 않은 환자인 아르강의 치료를 포기하는 면도 갖고 있습니다.

의사 : 디아프와뤼스
동료 의사들과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고 노력하는 이해 타산적이고 빈틈없는 인물로, 또마 디아프와뤼스의 아버지입니다.

디아프와뤼스의 아들 : 또마 디아프와뤼스
아르강이 의사를 사위로 맞고 싶은 마음에 장녀 안젤리크와 결혼 시키려고 하는 의사로, 디아프와뤼스의 아들이며 퓌르공의 조카입니다. 의사 집안의 아들로 그 자신도 가업을 이어 의사가 되었으나, 아무 의미 없는 의학상식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기만 하는 우둔한 의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공증인 : 보네프와
아르강이 거짓 죽음을 연출하기 위해 자신의 유서를 작성할 때 부르는 공증인입니다.


하녀 : 뜨와네트
아르강의 남동생 베랄드와 함께 아르강이 의사들에게 병적으로 집착하는 것을 치유하려 애쓰는 인물입니다. 아르강이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방랑의사로 변장해 아르강이 의술에 너무 의지하지 않도록 유도하기도 하죠. 결국 실패하지만 아르강에게 벨린느의 사랑을 시험해 보기 위해 거짓으로 죽은 시늉을 해보라고 제의하기도 합니다.

프랑스 천재 작가로 불리는 몰리에르의 재능은 캐릭터에 대한 인물묘사에서 잘 나타나기도 합니다. <상상병 환자>는 각 인물의 성격을 잘 묘사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가장의 이기주의와 태만으로 중심을 잃은 당시의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더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실제로는 건강하면서 자신이 환자라고 생각하는 주인공 아르강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작가 몰리에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그 이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면 작품을 보는 안목은 더욱 높아지겠죠. 의표를 찌르는 촌철살인의 대사로 만나볼 기회, 연극사적으로 의미 있는 작품인 <상상병 환자>의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현대카드 Culture Project 04 코메디 프랑세즈를 통해 탐색, 선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