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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메디 프랑세즈] 부르주아의 갈망과 콤플렉스를 풍자한 몰리에르의 <서민귀족>

2011.09.06


현대카드 Culture Project 04 코메디 프랑세즈 <상상병 환자>와 더불어 몰리에르의 대표적인 희극인 <서민귀족>은 5막의 코메디 발레로 장 밥티스트 륄리가 음악을 작곡했습니다. 몰리에르의 <서민귀족>은 1670년 10월 14일 사냥을 온 루이 14세 일행을 위해 상보르 궁전에서 초연되었으며 1988년 서울 올림픽 문화축전 행사로 코메디 프랑세즈가 처음 내한하여 공연한 작품이기도 하죠. <상상병 환자>의 작가 몰리에르의 또 다른 역작이자 코메디 발레의 걸작, <서민귀족>은 당대 최고의 배우와 음악가들이 함께 한 종합 예술로 시대를 뛰어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17세기, <서민귀족>의 작품 배경을 밝히다

몰리에르의 <서민귀족>은 오스만 제국의 대사인 ‘술래이만 아가’가 외교적, 문화적인 교류를 이유로 17세기에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오스만 황제의 궁정이 프랑스 루이 14세의 궁보다 훌륭하다는 발언을 한 추문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오스만 대사의 방문 이후, 오스만 투르크 문화와 문물이 입소문을 타고 프랑스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문화와 예술에도 영향을 끼쳐서 ‘터키 행진곡’ 풍의 씩씩한 음악이 작품 속에 녹아 있죠. 또한 <서민귀족>은 당대의 상공업 성장을 바탕으로 급성장한 부르주아 계층의 갈등과 신분상승 욕구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귀족보다 부유하지만 계급 사회에서는 여전히 서민에 불과했던 부르주아들은 정치적 입지나 권력은 미약했고, 귀족에게 품고 있던 콤플렉스가 결국 귀족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지게 되었죠. 이같은 당대의 시대상황이 <서민귀족>의 작품 배경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서민 주르댕의 귀족 따라잡기, <서민귀족>




<서민귀족>의 또 다른 인물, 귀족 '도랑트 백작'은 '주르댕'을 떠받들며 돈을 받아 연애를 즐기는 인물입니다. 귀족인 '도랑트 백작'은 부르주아인 '주르댕'의 비위를 맞추면서 사치스러운 생활을 유지하며 '주르댕'과 친밀하게 지내는 척 하면서 뒤로는 그를 비웃습니다. '도랑트 백작'의 뿌리 깊은 계급 의식은 '주르댕'을 그저 돈 많은 서민이라고 인식할 뿐입니다. 당시에는 벼락부자인 서민과 가난한 귀족의 결혼이 성행하였고, 몰리에르는 '주르댕'과 '도랑트 백작' 같은 인물을 통해 당사자의 뜻이 존중되지 않은 결혼을 배격하고, 계급과 경제력에 따른 그들의 특권 의식을 비판했습니다. '주르댕'의 딸인 '루씰'은 성공한 상인의 아들 '클레옹트'와 결혼하려고 하지만, '주르댕'은 '클레옹트'의 신분이 서민이라는 이유로 결혼에 반대합니다. 이에 '클레옹트'의 하인 '코비엘'은 계책으로 '클레옹트'를 오스만 투르크 왕자로 꾸며 '주르댕'을 속입니다. 감쪽같이 속은 '주르댕'은 '클레옹트'가 자신을 오스만 투르크 귀족으로 임명하자 날 듯이 기뻐합니다. 급기야 엉터리 의식을 엄숙하게 거행하기에 이르죠. 작품명 그대로 ‘서민귀족’이 된 '주르댕'은 '루씰'과 '클레옹트'의 결혼을 허락합니다. 말도 안 되는 오스만 투르크어를 배우고 복장을 입은 '주르댕'의 모습에 관객들은 절로 웃음이 나게 됩니다.


모든 법칙을 넘어선 위대한 법칙은 관객을 즐겁게 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희극 작가 몰리에르의 작품인 <서민귀족>은 사회상을 비판하면서도 심각하게 극을 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음악과 무용을 활용한 코메디 발레로 희극적인 상황을 연출했습니다. 중세에 유행했던 파르스의 서민적인 웃음과 이탈리아 희극의 경묘한 움직임을 연구하는 등 고대 라틴 희극에서 배운 바가 많았다는 몰리에르는 ‘모든 법칙을 넘어선 위대한 법칙은 관객을 즐겁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죠. 공연 당시, 몰리에르는 <서민귀족>에서 알록달록한 깃털 장식을 단 옷을 입은 '주르댕'을 직접 연기하기도 했습니다. 몰리에르의 부인이었던 아르망드 베자르가 '루실' 역을, 희극적인 효과와 장면들에 매력을 더한 음악을 담당한 장 밥티스트 륄리는 '무푸티' 역을 맡았죠. 아름답고 지적인 대사에 서정적인 장 밥티스트 륄리의 음악이 반주로 어우러졌던 몰리에르의 <서민귀족>은 발레와 음악과 희곡이 조화를 이루며 시대를 초월한 명작으로 남게 됩니다.


몰리에르는 <서민귀족>에서 루이 14세 시대의 사회적 폐단을 비판하고 인간의 허영심과 신분상승에 대한 욕구를 그려냅니다. <서민귀족>과 <상상병 환자> 등 몰리에르의 작품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며 희극이 주는 웃음 속에서 씁쓸한 당대의 자화상을 떠올리게 합니다. 세기를 넘나들며 인간의 어리석은 본성을 꿰뚫는 몰리에르의 희극 <상상병 환자>가 프랑스 최고의 극단 코메디프랑세즈와 함께 찾아옵니다. 오는 10월현대카드 Culture Project 04 코메디 프랑세즈<상상병 환자>로 몰리에르가 선사하는 웃음과 깊은 감동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