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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메디 프랑세즈] 프랑스의 천재 극작가 몰리에르 대표작 시리즈 03 <수전노>

2011.09.22


현대카드 Culture Project 04 코메디 프랑세즈 <상상병 환자>는 10월 14일(금)부터 16일(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개됩니다. 23년 만의 코메디 프랑세즈의 내한공연을 기다리며, 현대카드 슈퍼시리즈 블로그에서는 ‘몰리에르의 집’ 이라는 별칭이 붙게 된 사연, 그리고 코메디 프랑세즈와 몰리에르의 깊은 인연을 되짚으면서 몰리에르의 대표작들을 살펴보고 있는데요. 현실을 잘 반영하면서도 유머와 위트로 사회의 폐단을 꼬집는 작품들을 선보였던 몰리에르. 이번에는 17세기 프랑스의 부르주아와 물질만능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한 몰리에르의 대표작 <수전노>를 소개합니다.

 

 

17세기 프랑스의 부르주아, 그리고 물질만능주의

<수전노>는 몰리에르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는 성격희극의 대표작으로 꼽히는데요. 총 5막으로 구성된 산문체 희극인 <수전노>의 중심 소재는 돈이며, 17세기 한 부르주아 집안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 거짓, 계략 등의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모든 관심이 돈에 집중되어 있는 지독한 수전노, 아르파공은 아내와 사별한 뒤 아들 클레앙트, 딸 엘리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고리대금으로 많은 돈을 모았지만, 금고에 쌓아두기만 할 뿐 제대로 쓰는 법이 없기에 자식들은 물론이고 하인들도 곤궁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죠. 몰리에르는 부를 축적하고 있으나 역으로 돈의 노예로 전략하고 만 주인공 아르파공을 통해 당대 부르주아층을 통렬하게 비판합니다.

‘아르파공'은 ‘클레앙트’와 ‘엘리즈’를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정략 결혼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자신 역시 ‘적게 먹어 돈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젊은 ‘마리안’과의 재혼을 꿈꿉니다. 구두쇠 '아르파공'이 생각하는 결혼의 최고 조건은 바로 ‘돈이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는 것’. 엘리즈와 결혼시킬 앙 셀므 영감 역시 돈이 많다는 이유 하나로 사위감으로 점지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엘리즈'는 발레르'를, '클레앙트'는 '마리안'을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버지인 '아르파공'의 욕심은 이 남매의 사랑을 힘들게 만들기만 합니다. 이 때문에 아버지와 자식 간의 긴장 관계가 형성되고, 진정한 사랑을 얻기 위해 돈을 미끼로 계략을 꾸미는 복잡한 상황이 연출되게 됩니다.

<수전노>는 1668년 9월 9일 팔레 루아얄(Palais Royale) 왕실에서 초연되었으며, 몰리에르 자신이 '아르파공' 역을 맡았다고 합니다. 공연 당시에는 큰 호응은 얻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관객에게 익숙한 운문 대신 산문을 사용한 데다 극의 전개가 너무 작위적인 것이 이유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수전노>는 인간들의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속성들을 적나라하게 파헤쳐 나간다는 단순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각 인물의 특성과 심리, 당시 부르주아의 현실을 잘 묘사한 수작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보편적인 주제인 황금만능주의를 비판한다는 점에서 시사성을 인정받아, 코메디 프랑세즈에서 공연된 몰리에르의 작품 중, <타르튀프>에 이어 가장 많이 무대에 올랐다고 합니다.

난 돈이 좋아. 왜냐고? 돈은 나를 배신하지 않으니까!
- 아르파공 대사 중

'아르파공'이 돈이 든 궤짝을 잃고 헝클어진 차림으로 정원으로 뛰어나와 절규에 가까운 긴 독백을 하는 장면을 통해 그에게 돈은 그의 유일한 친구이며 위안이고 기쁨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욕이 앞서 자식들에 대한 사랑보다 돈에 대한 집착만이 남게 되는 아르파공. 하지만 몰리에르가 창조해낸 아르파공은 돈을 숭배한다는 점에서는 비인간적이지만 광기와 병적인 고독은 오히려 인간적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괴테는 이 작품이 희극이 아니라 비극이며, ‘인간의 정신과 의지의 힘은 비인간적인 목표를 위해 봉사함‘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평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국에 셰익스피어, 프랑스에는 몰리에르

몰리에르는 <수전노>에서 돈의 노예가 된 고리대금업자 ‘아르파공’을 통해 부르주아를 풍자하고 있습니다. <수전노>외에도 <타르튀프>, <돈 후안>, <인간 혐오자> 등의 성격희극을 보면 몰리에르가 묘사한 주인공은 당시의 사회에서 볼 수 있는 특정한 폐단을 집약한 상징적인 인물인 경우가 많은데요. 주로 17세기 프랑스의 상류사회에 파고든 가짜 신앙과 귀족들의 퇴폐상, 부르주아의 물질 만능주의를 등장시켜 착실한 시민의 눈으로 건전하게 분노한 점에서 몰리에르 작품의 생명력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몰리에르는 1663년부터 그의 문학관이었던 ‘자연에 따라 묘사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었으나, 성격묘사와 풍습묘사에 농익은 익살과 춤 같은 율동성을 부여했습니다. ‘진실(자연)의 미학’을 추구한 몰리에르는 다른 작가들과 달리 자신의 예술에 대한 체계적인 이론서를 거의 발표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대신, 비판자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옹호해야 하는 필요성과 당시의 사회풍자를 담은 작품들을 발표함으로써 희극에 대한 그의 사상을 피력했다고 합니다.

고전극시대까지의 희곡은 사건이 극의 중심을 이루었지만, 르네상스 시기부터는 인물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긴장관계 및 갈등이 생기는 참된 드라마가 전개되었습니다. 희곡의 등장인물이 리얼리티를 갖게 된 것도 바로 이때부터였죠. 셰익스피어와 몰리에르가 특히 인물에 주력하여 장르를 완성하였기 때문에, 관객을 보고 듣는 대상에서 진정으로 이해하는 대상으로 발전시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셰익스피어나 몰리에르와 같은 대가들에 대해 ‘관객을 아는 작가’라는 표현을 하곤 합니다. 이 말은 곧 ‘진정한 연극을 아는 작가’라는 뜻과 다르지 않죠. 연극의 필수 구성 요소로 무대, 배우와 함께 관객이 포함되는 한, ‘연극을 안다는 것’과 ‘관객을 안다는 것’은 결국 같은 뜻일 테니까요. 단순히 보고 듣는 관객에서 느끼고 이해하는 관객으로의 변화를 선사한 셰익스피어와 몰리에르는 각각 영국과 프랑스의 자랑인 동시에 최고의 극작가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것입니다.
 


17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품이자, 몰리에르의 걸작으로 꼽히는 <수전노>. 앞에서 살펴 본대로 당시의 현실을 잘 묘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물간의 갈등과 심리묘사가 두드러진 문예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까지 물질의 노예가 된 현대인들을 비판, 현실에 맞게 재해석되어 끊임없이 공연되고 있는 이유일테죠. 몰리에르의 <상상병 환자>를 만나볼 수 있는 현대카드 Culture Project 04 코메디 프랑세즈, 이제 곧 공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