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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메디 프랑세즈] 몰리에르 작품을 통해 본 17세기 프랑스 사회

2011.10.10


현대카드 Culture Project 04 코메디 프랑세즈 <상상병 환자>를 비롯해 <돈 후안>, <서민 귀족>, <수전노>, <스카팽의 간계> 등과 같은 몰리에르의 희극 작품은 루이 14세의 절대왕정 확립과 더불어 빛나는 고전주의 시대를 맞게 된 프랑스 문학사를 눈부시게 장식했습니다. 코르네유, 라신과 함께 프랑스 고전극의 3대 거장으로 알려진 몰리에르의 희극은 인간의 본성을 본질적으로 파헤친 뛰어난 인물 설정과 촘촘한 갈등 구조로 시대를 날카롭게 풍자 해 왔습니다. 몰리에르 작품을 통해 본 17세기 프랑스 사회 시대상을 알아봅니다.


17세기 프랑스 의학과 의사들의 권위주의에 냉소를 던지다


당대의 문제를 직면하고 신랄한 풍자를 서슴지 않았던 몰리에르의 희극에서는 다양한 계층의 인사들이 표적이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의사 역의 인물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몰리에르가 의사를 자주 등장시킨 이유에 대해 건강이 좋지 않았던 몰리에르가 반복되는 진료에도 차도가 없자 의사에 대한 반감이 생겼다는 의견도 있지만, 변화를 두려워하는 보수적인 그들의 권위의식과 융통성 없는 태도에 대한 불신이 컸기 때문이라는 설이 가장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몰리에르의 <억지의사>는 도박과 술로 모든 재산을 날린 남편을 아내인 마르띤느가 유능한 의사라고 사람들에게 소개해 억지로 의사행세를 하게 된 스가나렐의 이야기입니다. 스가나렐은 사람들을 속이며 교묘히 의사 행세를 하고 돈과 거짓 명예를 얻습니다. 스가나렐의 폭행에 대한 마르띤느의 복수이긴 했지만, 스가나렐의 거짓된 행동은 늘어만 갑니다. 스가나렐은 히포크라테스에 대해 주절거리고, 라틴어를 모르는 환자를 만나자 알아듣지 못한다는 생각에 기뻐합니다. 심지어 가슴의 오른편에서 심장을 찾기도 하죠. <억지의사>는 가짜 의사인 스가나렐의 모습을 통해 지식인의 허식과 그런 지식인에게 속는 사람들의 습성을 조롱합니다.

몰리에르의 <날아다니는 의사>에서도 가짜 의사가 등장합니다. 아버지의 강요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할 위기에 놓인 뤼실은 아픈 척 위장해 시간을 벌려는 계책을 꾸밉니다. 이에 뤼실의 연인 발레르는 하인 스가나렐(<억지의사>에서 가짜 의사 행세를 한 스가나렐과 이름이 같습니다)을 가짜 의사로 변장시킨 뒤 그녀와 몰래 만나려는 계획을 세웁니다. <스카팽의 간계>에서도 주인의 사랑을 이어주려는 하인 스카팽이 등장했었죠. 스가나렐은 뤼실의 소변을 맛보는 등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지만, 의사라는 신분 덕에 무사하게 넘어갑니다. 몰리에르는 <억지의사>, <날아다니는 의사>에서 ‘가짜 의사’에 속는 사람들의 속물근성을 그대로 작품에 녹여 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병이 낫는 것은 자연의 힘에 의한 것인데, 듣지도 않는 약을 마구 안겨줘 어쩌다 그것이 들어맞는 날이면 그 보라는 듯 나팔을 불어대고 돈을 긁어 모으는 동물이 바로 의사다.
 -몰리에르

몰리에르의 의사에 대한 비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현대카드 Culture Project 04 코메디 프랑세즈 <상상병 환자>에서 정점에 이릅니다.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는 병인 ‘심기증’을 앓고 있는 아르강과 그의 곁에서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의사들을 날카롭게 풍자하죠. 아르강은 벨린느의 음모와 딸의 진심을 알고도 클레앙트가 의사가 되는 것을 조건으로 안젤리크의 결혼을 승낙하는 인물입니다. <상상병 환자>는 아르강이 결국 자신이 직업 의사가 되는 희극적인 기념식을 벌이면서 끝이 납니다.


귀족들의 허세와 부르주아의 콤플렉스를 조롱하다


몰리에르는 사회적인 위선, 속물근성, 탐욕 등과 같은 인간의 본성을 작품을 통해 가차 없이 드러냈습니다. 17세기 프랑스는 종교 전쟁의 상처를 딛고 왕권 부흥의 움직임이 일어나던 시대였습니다. 왕권이 강화되면 될수록 지방에 거주하던 귀족은 파리로 모여들었고, 1682년에는 궁정을 베르사유로 옮겨 절대왕권은 절정에 이르게 됩니다. 귀족은 왕권에 감히 도전할 수 없는 계층으로 전락하고 말았던 것이죠. 그렇지만, 궁정을 비롯해 귀족들의 화려함은 극에 달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몰락한 귀족과 부르주아가 신흥 세력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몰리에르의 <서민 귀족>은 부르주아 주르댕이 귀족의 교양을 익히기 위해 춤과 음악, 검술, 철학 등을 배우는 등 ‘귀족 따라잡기’를 하는 동안 벌어지는 황당한 사건을 통해 부르주아의 콤플렉스와 주르댕의 어리석음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귀족들의 허세를 풍자한 작품입니다. 몰리에르의 또 다른 작품 <웃음거리 재녀들>에는 파리의 화려한 생활을 꿈꾸는 허영에 찬 두 여인에게 거절당한 귀족출신 남자가 자신의 하인을 귀족으로 변장시켜 여인들을 속이는 내용을 담고 있죠. 몰리에르는 <웃음거리 재녀들>을 통해 당시 귀족들의 도를 넘어선 세련된 언행을 조롱하고 비판한 것입니다.

 
몰리에르의 또 다른 작품, <광대의 질투>에는 의사가 아닌 ‘박사’가 등장합니다. 박사는 자신의 학식을 자랑하지만 실제로는 도움이 전혀 되지 않은 인물로 그려지죠. <억지의사>, <날아다니는 의사>의 의사처럼 박사의 근거 없는 시늉과 대사에도 사람들은 몰려듭니다. 몰리에르 작품에 등장하는 권위적인 지식인과 화려함이 극에 달했던 당시 귀족들, 귀족들을 갈망하는 부르주아 같은 인물들은 시공을 초월한 인간의 보편적 성격을 보여줍니다.

시대를 진단하고 웃음으로 허례허식을 비판해 온 몰리에르 희극의 진수를 재현할 프랑스를 대표하는 극단, 현대카드 Culture Project 04 코메디 프랑세즈의 <상상병 환자>는 오는 10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됩니다. 자신이 환자로 체험한 것을 토대로 17세기 프랑스 의료계의 권위주의를 풍자한 <상상병 환자>현대카드 Culture Project 04 코메디 프랑세즈로 만나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