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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메디 프랑세즈] 몰리에르식 웃음 속에 숨겨진 날 선 비판과 비관적 색채를 더한 수작, 현대카드 Culture Project 04 코메디 프랑세즈 <상상병 환자>

2011.10.15


이 시대 진정한 컬처 마니아와 컬처 아이콘을 이어주는 현대카드 Culture Project가 최초로 선보이는 연극 현대카드 Culture Project 04 코메디 프랑세즈 <상상병 환자>의 공연이 10월 14일(금) 오후 8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렸습니다. 현대카드 Culture Project 04 코메디 프랑세즈는 이번 무대를 시작으로 10월 16일(일)까지 3일간 상연될 예정입니다. 330년 역사를 지닌 코메디 프랑세즈가 1673년 초연 이래 2천여 회 이상 공연한 <상상병 환자>는 17세기 당시 학설에만 치우친 의학과 의사집단을 비판하며 프랑스 중세 사회를 날카롭게 풍자한 작품입니다. 인간의 위선과 모순 속에서 자아내는 몰리에르식 웃음과 죽음에 직면한 인간의 두려움을 비관적 색채로 그려낸 끌로드 스트라츠의 연출이 돋보이는 수작, 현대카드 Culture Project 04 코메디 프랑세즈 <상상병 환자> 무대로  초대합니다.


1막 -  "내가 환자냐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만들어낸 ‘상상병’

 

 


텅 빈, 황폐한 무대에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지급한 돈을 계산하는 아르강이 등장합니다. 제라드 지루동이 연기한 아르강은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는 심기증을 앓고 있습니다. 지난달과 관장한 횟수를 비교하며 관장을 많이 하지 않은 이번 달이 더 아픈 거라 판단하는 그의 모습에서 그의 ‘상상병’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아르강은 돈을 더 받아내기 위해 엉터리 처방을 하는 주치의 퓌르공을 전적으로 신뢰합니다. 아르강의 쓸쓸한 모습처럼 현대카드 Culture Project 04 코메디 프랑세즈 <상상병 환자>의 1막은 늦은 오후를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아르강은 자신의 딸 안젤리크를 퓌르공의 조카와 결혼시켜 의사의 진단을 쉽게 받으려고 합니다. 안젤리크는 클레앙트라는 청년을 사랑하고 있지만, 딸의 의무를 다해야겠다는 생각에 아르강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못합니다. 두 번째 부인 벨린느는 안젤리크가 수녀원에 들어가기 바라며, 아르강을 구슬려 유산을 취하려고 하죠. 이런 벨린느의 음모를 재치 있는 입담과 현명한 대처로 기지를 발휘하는 하녀 뜨와네트가 무대 뒤 창에서 지켜보게 됩니다. 뜨와네트를 연기한 뮤리엘 마예뜨는 현 코메디 프랑세즈 극장장이기도 합니다. 깊은 밤, 아르강과 벨린느, 공증인이 무대에서 퇴장하고, 뜨와네트가 한 손에 등잔을 들고 무대에 등장합니다. 등잔은 마치 진실을 환하게 밝혀야 한다는 의지를 지닌 듯 무대에서 한층 빛나고 막이 내렸습니다.


이어 등장하는 그림자극은 끝이 휘고 높은 모자와 매부리코, 볼록 솟은 배를 가진 사람들이 춤을 추며, 합창을 합니다. 등잔 불빛은 그들의 움직임과 함께 움직이죠. 인생의 황혼 무렵, 그 누구보다 황폐한 모습의 아르강에게 불빛은 보이지 않는 듯 합니다.


2막 - 학설에만 치우친 의학과 의사집단의 위선과 모순을 비판하다


클레앙트는 사랑하는 안젤리크를 만나고자 음악교사로 위장합니다. 아르강은 클레앙트와 안젤리크의 음악 수업을 자신의 앞에서 하도록 지시합니다. 이 때 아르강이 안젤리크와 결혼을 시키려는 퓌르공의 조카, 토마스 디아프뤼스와 그의 아버지가 등장합니다. 검은 옷을 입은 이들 의사는 외모에서부터 웃음을 자아냅니다. 안젤리크를 장모로 착각하고, 미리 외워 온 형용사 가득한 끝도 없는 연설을 늘어 놓으며, 자신의 거짓된 학식을 자랑하기에 이릅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에 대해 자신의 논리를 끝까지 주장하고 새로운 사실이나 이론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며 소개합니다. 혈액순환을 반박하는 논문을 쓰고 있다며 펼쳐 보이지만, 뜨와네트가 그림으로 걸어 두어야겠다고 조롱하기에 이릅니다. 그는 자신의 논리에 대해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듯 인사할 때마다 손으로 선을 그으며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반복합니다. 학설에만 치우친 의학과 의사집단의 위선과 모순을 희극적으로 그려낸 것입니다.

 


순수하고 자신감 넘치는 클레앙트는 안젤리크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즉흥 오페라를 부릅니다. 클레앙트는 안젤리크의 시선 하나하나가 자신의 가슴을 꿰뚫고 지나갔다고 고백합니다. 가사가 없는 악보를 받아 든 안젤리크는 클레앙트의 고백에 화답하며, 이들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사랑을 확인합니다. 이를 눈치채지 못한 아르강은 오페라 가사 속의 양치기 소녀가 안젤리크일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합니다. 딸의 진심 어린 사랑을 눈앞에 두고도 보지 못하는 아르강은 오직 의사 사위를 얻어 편히 처방을 받을 생각만 하며, 토마스와 안젤리크를 결혼시키려 합니다. 안젤리크는 토마스를 거부하고 벨린느에게 반항합니다.


벨린느는 안젤리크의 방에서 젊은 남자를 보았다며 아르강에게 고하고, 아르강은 둘째 딸 루이종에게 그 사실을 확인합니다. 아르강은 분노하고 그의 동생 베랄드가 등장합니다. 아르강을 진정시키고자 막간극이 이어지고, 1막의 그림자극에 등장했던 사람들이 아르강의 주위를 돌며, 연주와 합창을 합니다. 막이 내리고, 축제를 알리는 불꽃놀이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3막 - 의사의 허울을 쓰며 스스로 위선자가 된 아르강


3막에 등장하는 의사들도 마찬가지로 검은 옷을 입고 등장합니다. 퓌르공의 동료 의사의 괴물에 가까운 얼굴과 등이 굽고 다리를 저는 모습은 사람들의 병을 낫게 하는 의사의 모습과 상반된 것으로 의사들의 모순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죠. 그는 아르강을 관장하러 왔다가 거절당하자 퓌르공과 함께 죽음에 대해 협박에 가까운 언행을 합니다. 이에 충격 받은 아르강은 퓌르공의 말을 믿고 죽음에 대한 공포로 괴로워합니다. 보다 못한 뜨와네트가 직접 의사로 변장해 퓌르공과 달리 폐가 이상하다며 진단하고, 아르강은 우스꽝스럽게도 뜨와네트의 말을 유능한 의사라는 이유로 믿어 버립니다.


웃지 못할 소동을 보다 못한 베럴드와 뜨와네트는 아르강을 설득해 죽은 것처럼 연기하고 가족의 진심을 알아보자고 제안합니다. 아르강이 죽었다고 말하자 벨린느는 지금껏 숨겨왔던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고 안젤리끄는 슬픔을 감추지 못하며 사랑하는 클레앙크와도 헤어지려고 합니다. 1막에서 뜨와네트가 들고 나온 등잔이 다시 등장하죠. 벨린느의 이중성을 알게 된 아르강은 그녀에게 실망하고. 딸의 진심에 감동을 받습니다. 아르강은 클레앙트가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조건 하에 결혼을 승낙합니다.

 

 


베럴드는 아르강에게 직접 의사가 되는 것이 어떻겠냐는 권유를 하고, 그 제안에 솔깃한 아르강은 자신의 집에서 입회식을 열게 됩니다. 베럴드는 이를 풍자하고자 사육제 형식으로 열자고 말합니다. 몰리에르가 <상상병 환자>를 썼을 당시 역시 사육제 기간이었죠. 연출가 끌로드 스트라쯔는 웃음의 효과보다는 웃음의 근거가 되는 모순에 더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희극과 어울리지 않는 ‘죽음’을 내포하는 것입니다. 죽음을 두려워하고 연기하는 아르강과 황혼의 시간을 의미하는 늦은 오후와 밤은 전체적으로 비관적인 색채가 드리워지며, 황폐함을 드러냅니다. 붉은 학위 가운과 학사모를 쓴 아르강은 학식을 갖춘 지식인의 모습이 아닌 의사라는 허울을 쓴 ‘상상병 환자’에 가깝습니다. 3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막간극은 검은 색 옷에 흰색과 녹색을 두른 차림의 가면을 쓴 사람들이 등장해 아르강을 중심으로 춤을 추며 합창을 합니다. 끝이 휘어진 높다란 검은 모자를 둘러썼다가 벗으며, 스스로 위선자가 되기로 한 아르강을 에워 싸며, 막을 내립니다.


<상상병 환자>
는 인간의 두려움, 이기주의, 악의와 냉혹함 같은 본성을 보여주는 완벽한 등장인물로 비관적인 현실을 풍자하며, 실은 그 현실이 ‘진실’이라는 씁쓸함을 보여주었습니다. 공연 전 기자 간담회에서 클레앙트를 연기한 로익 코베리는 코메디 프랑세즈의 정식단원이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연습량과 공연 횟수를 소화해야 하는 등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죠. 그의 말처럼 오랜 연습과 무대 경험이 빛을 발한 코메디 프랑세즈의 공연은 최고의 무대를 선보이며, 프랑스 연극의 진수를 보여주었습니다. 죽음과 거짓을 조명하는 연출가 끌로드 스트라쯔의 감각적인 막간극과 비관적인 색채가 어우러진 몰리에르의 유작 <상상병 환자>현대카드 Culture Project 04 코메디 프랑세즈로 직접 만나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