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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 감성 브리티시록의 현재, KEANE을 만나다.

2012.09.25

 

현대카드 Culture Project 07 KEANE 공연은 청명한 가을 날씨에 어울리는 KEANE의 음악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죠. 보컬인 톰 채플린의 아름다운 미성과 멤버들의 파워풀한 연주가 한데 어우러지며 완벽한 앙상블을 선보였던 현대카드 Culture Project 07 KEANE의 현장을 김두완님의 글로 다시 한 번 되돌아봅니다.

 

 


 

 

 

 

 

그동안 그룹 킨(KEANE)은 네 장의 스튜디오 앨범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선보였지만 주로 멜로디와 건반에 중심을 두고 감성의 음악을 펼쳐 왔다. 그러다 보니 킨의 공연을 기대하는 음악 팬들, 특히 록음악 팬들은 비교적 적은 것이 사실이다. 밴드의 공연이라면 응당 갖춰야 할 힘, 또는 박력이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 때문이다. 그러나 킨의 공연을 단 한 번, 아니 단 한 곡이라도 경험한 사람이라면, 그러한 선입견이 결국 덧없는 기우임을 금방 깨닫게 된다. 지난 2009년 ETP 페스티벌에 이어 약 3년 만에 내한 공연을 가진 킨은 여전히 뜨거운 에너지를 품고 있었다.

 

 

 

 

9월 24일 저녁, 사람들이 하나 둘씩 공연장으로 모여들었다. 오늘이 월요일인가, 싶을 정도로 관객들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추석 연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시기적 조건, 그리고 의 음악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는 기대가 모두의 마음 속에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았다. 공연 시작 시각인 오후 8시가 가까워지면서 공연장의 빈자리는 점차 사라졌고, 8시를 지나면서 만원에 가까운 인파가 오늘의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8시에서 약 7분이 지났을 무렵, 장내가 어두워지고 관객들의 함성이 곳곳에서 터지더니 곧 네 명의 남자가 무대 위에 등장했다. 톰 채플린(Tom Chaplin. 보컬), 팀 라이스 옥슬리(Tim Rice-Oxley. 건반), 리처드 휴즈(Richard Hughes. 드럼), 그리고 2011년부터 정식 멤버가 된 제시 퀸(Jesse Quin. 베이스)이 관객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킨의 첫 번째 단독 내한공연은 지난 5월에 나온 네 번째 앨범 Strangeland의 첫 곡 ‘You Are Young’으로 포문을 열었다. 톰 채플린의 절창은 공연장에 열기를 만들기 시작했고, 밴드의 연주는 관객의 흥분을 부추겼다. ‘You Are Young’의 미드 템포를 이어받은 ‘Bend And Break’의 업 템포는 장내의 열기를 더 뜨겁게 달구었다. 관객들의 흥은 희망찬 분위기를 뽐낸 ‘Day Will Come’으로 본 궤도에 들어섰다.

 

 

 

 

이후 은 지금까지 발표한 앨범들을 두루 오가며 관객들의 감성을 쥐락펴락했다. ‘Spiraling’처럼 신나는 노래가 관객의 흥을 돋우는가 하면, ‘We Might As Well Be Strangers’처럼 차분한 곡은 장내의 환기를 유도했다. 신보 수록곡인 ‘Strangeland’와 ‘On The Road’의 자연스러운 이음새는 킨의 편곡 센스를 엿볼 수 있게 했다. 'On The Road'의 경우 싱글커트곡은 아니지만 곡이 가진 특유의 활기로 관객들에게 기대 이상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번 공연은 신보 투어의 일환으로 진행되어 히트곡과 신보 수록곡이 주를 이루었다. 데뷔 앨범 Hopes And Fears와 신보 Strangeland가 세트리스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자연히 높을 수밖에 없었다. 두 앨범 모두 멜로디와 서정성에 중점을 둔 작품이었기 때문에 이번 공연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친숙한 분위기가 지배적이었고, 관객들의 호응도 여기에 부응했다.

 

사실 무대 위는 네 사람과 그들의 악기가 전부였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단출했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의 감성적인 음악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원색을 이용한 조명과 사이키 조명이 적시적소에 쓰이면서 무대 위의 여백은 감각적으로 채색되었고, 무대 뒤편의 우측 상단에 위치한 ‘STRANGELAND’라는 조명 글씨는 그들의 신보 수록곡이 연주될 때만 빛을 발해 신선한 재미를 만들었다. 그만큼 킨은 자신들의 음악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데뷔앨범 Hopes And Fears가 낳은 히트곡들이 장식했다. 세트리스트 중반에 등장한 ‘Everybody’s Changing’은 하이라이트의 시작이었다. 한국의 대중문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Everybody’s Changing’은 과거의 어느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에 배경음악으로 쓰이면서 한국 대중과 상당히 가까워진 곡이다. 2009년 ETP 페스티벌에서 이 곡이 흘러나왔을 때, 해당 프로그램을 떠올리며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구현한 ‘대형 강강수월래’는 지금도 많은 음악팬 사이에서 회자되는 명장면에 속한다. 이번에는 장내의 관객 밀도가 높아 그러한 퍼포먼스는 불가능했지만, 종이비행기가 또 하나의 특별한 순간을 만들었다. ‘Everybody’s Changing’의 순서에서 일부 관객들이 준비한 작은 종이비행기들이 허공을 갈랐던 것이다.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바라보며 노래를 함께 부르는 관객들의 모습은 행복 그 자체였다. 장내의 뜨거운 분위기가 극에 달한 것은 물론이다. 이러한 광경에 킨 멤버들은 감동할 수밖에 없었고, 곡이 끝난 후 톰 채플린은 무대 위에 올라온 종이비행기들을 다시 관객들에게 날려보내기도 했다. 한 마디로 ‘Everybody’s Changing’은 뮤지션과 관객이 음악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가 서로를 최고라 추켜세울 수 있는 기적적인 시간이었다.

 

 

 

 

이와 함께 데뷔앨범이 낳은 또 다른 히트곡 ‘Somewhere Only We Know’와 ‘Bedshaped’는 관객들의 합창으로 진정한 장관을 연출했다. ‘Somewhere Only We Know’의 경우 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좋은 반응을 얻었던 곡답게 폭발적인 싱어롱이 이어졌다. 결국 이 곡이 끝나자마자 밴드 멤버 모두, 각자의 악기를 연주하느라 의자에 앉아 있던 팀 라이스 옥슬리와 리처드 휴즈까지 기립하여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호응에 감사의 박수를 보냈다. 이러한 장면은 메인 세트리스트의 마지막을 장식한 ‘Bedshaped’에서도 재현되었다. 데뷔앨범의 마지막 곡이자 슬로우 템포의 록 발라드인 이 곡은 관객의 열띤 합창과 함께 긴 여운을 남기기 충분했다. 공연의 스무 번째 곡 ‘Bedshaped’를 마무리한 킨은 이 세상의 모든 공연이 그러하듯 뜨거운 인사와 함께 무대를 떠났다. 물론 킨이 무대를 비움과 동시에 여기저기서 앙코르 요청이 쏟아져 나왔고, 여기에 킨은 기민하게 반응했다. 앙코르 순서는 정중동의 흐름을 따랐다. 


Strangeland에 수록된 발라드 넘버 ‘Sea Fog’가 앙코르 무대의 시작을 알렸다. 톰 채플린의 미성과 팀 라이스 옥슬리의 건반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제시 퀸의 화음이 첨가되면서 흥분했던 관객들은 차분해짐과 동시에 또 다른 기대감을 품었다. ‘Sea Fog’에 이어진 곡은 ‘Sea Fog’와 같은 앨범에 수록된 업 템포 트랙 ‘Sovereign Light Cafe’였다. 그리고 ‘Sovereign Light Cafe’가 지닌 활기찬 기운은 두 번째 앨범 Under The Iron Sea가 낳은 히트곡 ‘Crystal Ball’로 이어졌다. ‘Sovereign Light Cafe’와 흡사한 분위기를 뽐냈지만 ‘Sovereign Light Cafe’보다 인지도 면에서 월등히 앞선 덕분에, ‘Crystal Ball’은 엄청난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세 곡을 끝낸 멤버들은 관객들에게 다시 안녕을 고했지만, 앙코르 요청은 또 다시 쏟아져 나왔다. 첫 번째 앙코르 요청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관객들의 함성은 어마어마했다. 결국 네 명의 주인공은 두 번째 앙코르 무대를 진행했고, 결국 그룹 퀸(Queen)의 ‘Under Pressure’가 이번 내한공연의 ‘진짜’ 마지막 곡이 되었다. 은 이 곡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담백하게 재현해 내며 관객과 온 힘을 다해 호흡했다. 이 순서, 이 순간만큼은 관객 사이를 가로지른 지정석과 스탠딩석의 구분도 무의미했다.

 

 

 

 

총 24곡,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이번 공연은 의 농익은 라이브 실력을 여실히 증명하는 자리였다. 킨의 정식 멤버가 되기 전에 이미 투어 멤버로 활약했던 제시 퀸은 마치 창단 멤버처럼 세 사람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고, 킨의 연주력과 관객 흡인력은 별로 흠잡을 곳이 없었다. 특히 톰 채플린의 무대 장악력은 가히 최고라 할만했다. 혼자 무대 위에 서서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며 ‘Your Eyes Open’을 노래하는 모습은 사랑스러웠고, 허공에 오른팔을 내던지며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모습은 카리스마가 넘쳤다. 무대 위를 휘저으면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음정을 뽑아내는 그의 모습은 역시 프로다웠다.

 

지금까지 이 발표한 모든 스튜디오 앨범은 자국인 영국 앨범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이것은 물론 진기록이고 아무나 세울 수 없는 기록이다. 대중음악의 미덕인 친근한 멜로디와 탄탄한 라이브 실력, 이 두 가지를 킨이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킨이 전자만 갖추고 후자를 놓쳤다면, 영국을 포함한 세계 시장은 그들을 쉽게 외면했을 것이다. 9월 24일 밤, 한국의 음악 팬들은 그룹 킨의 모든 역량을 확인하며 네 사람을 다시 한 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Writer. 김두완

 

대중음악 웹진 '이즘', 팝 전문 월간지 '핫트랙스'에 글을 썼고, 쓰고 있다.

음악과 함께하는, 정년 없는 인생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