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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워치] '지옥에서 온 숙녀', Black Watch

2012.10.17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의 첫 아시아 공연인 현대카드 Culture Project 08 Black Watch. 전쟁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심도있게 다루면서도 활력 있는 예술로의 승화를 보여준 연극으로 전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실제 스코틀랜드 부대 이름을 따온 연극 블랙 워치는 전쟁에 참여했던 퇴직 군인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철저한 고증을 거쳤기에 어떠한 이야기보다 생생한 연극, 블랙 워치. 얼마 남지 않은 현대카드 Culture Project 08 Black Watch의 무대를 상상하며 블랙 워치의 주인공인 ‘Black Watch’ 연대에 관한 이야기를 월간 <더 뮤지컬>의 편집장, 박병성님의 글을 통해 들어봅니다.

 


  

지옥에서 온 숙녀, 블랙 워치

 

한국군은 이라크 전쟁에 서희, 제마 부대에 이어 자이툰 부대를 파병했다. 국제 분쟁이 발발하면 각 나라들은 세계 평화라는 명목으로, 그 이면에는 국제 정세와 자국의 이익에 따라 군대를 파병한다. 이때 파병되는 부대들은 월남전에 파병되었던 백마 부대처럼 새롭게 조직된 특수한 부대일 경우가 많다. 이처럼 분쟁 지역에 파병되는 부대는 임시로 구성돼서 그 이름을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영국의 육군 전투 부대인 ‘블랙 워치(Black Watch, 3rd Royal Regiment of Scotland)’는 좀 특수하다. 


1725년 창설되어 지금까지 대부분의 분쟁 지역에서 전투를 벌였고, 그 역사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수많은 블랙 워치 대원들이 영국 최고의 영예로운 상인 빅토리아 십자 무공훈장(the Victoria Cross)을 받았으며, 수많은 정재계 인사들이 영예롭게 블랙 워치에 자원 입대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큰 오빠인 퍼거스 보우스(Fergus Bowes)는 블랙 워치 대원으로 1차 대전에 참전에 사망하기도 했다. 영국인들이 블랙 워치 부대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특히 스코틀랜드인에게 블랙 워치는 영예이며 자랑이다. 명분 없는 이라크 전쟁 파병으로 비난을 받아 예전과 같은 영광을 누리지는 못하지만 스코틀랜드의 젊은이들은 블랙 워치의 일원이 되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 것을 대단한 영광으로 여기고 부대의 일원이 되길 원한다.

 

 

스코틀랜드 정예부대

 

원래 이 부대는 1667년 스코틀랜드 산악 지역에 자발적으로 생긴 수비대였다. 1725년 조지 2세가 이 지역의 반란을 잠재우기 위해 이들을 정식 군대에 편입했다. 이 수비대는 검은 색의 격자 무늬 옷(Tartan)을 입었는데, 이 검은 군복 때문에 이들을 ‘블랙 쟉(Jocks 비격식적으로 스코틀랜드인을 부르는 말), 또는 ‘블랙 워치(검은 수비대)’라고 불렀다. 스코틀랜드 산악 지대 병사들로 구성된 블랙 워치의 용맹함은 명성을 떨쳤다. 1779년 42연대 2대대로 편성된 블랙 워치 부대는 1786년 73연대로 별도 편성되었다. 그리고 1881년에는 다시 42연대와 합병되었지만 블랙 워치라는 부대명은 바뀌지 않았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다른 연대와 합병되고 또 분리되기도 했지만 ‘블랙 워치’라는 이름만큼은 유지했다. 소속 부대원들의 자부심과 애정이 그만큼 남달랐다. 블랙 워치 부대원들의 트레이드 마크는 모자에 꽂는 붉은 깃털(the Red Hackle)이다. 이들은 붉은 깃털로 타 부대와 구별시켰다. 다른 연대에서도 이를 본떠 모자에 깃털을 꼽는 행위가 유행됐다. 그러자, 군에서는 42연대 블랙 워치 대대를 제외하고 다른 부대가 모자에 깃털을 꽂는 행위를 금지시켰다. 블랙 워치 부대의 특수성만을 인정해준 것이다.


블랙 워치 부대는 출범 이후 자국 내에서 프랑스군들과 전투를 주로 벌여오다가, 1801년 이집트에서 나폴레옹의 무적의 부대에 맞서면서 첫 해외 원정길에 나섰다. 알렉산드리아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이후 나폴레옹 전쟁에서 블랙 워치의 활약은 대단했다. 워털루 전투에도 참여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지만 부대의 희생도 컸다. 이후 블랙 워치는 전 세계 분쟁 지역에 참전하는 영국의 전투 부대로서 명성을 떨쳤다. 스코틀랜드의 특수한 군복을 착용하고 용맹함을 떨치는 블랙 워치 부대는 상대 부대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이미지 출처

 

 

1881년 42연대와 합병되면서 검은 체크 무늬의 군복이 바뀌기는 했지만 여전히 블랙 워치의 명성이 변하지는 않았다. 빅토리아 시대의 크림 전쟁, 1882년 이집트에 수에즈 운하를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Tel-el-Kebir 전투에 참가했고. 1885년에는 나일강 원정대로 나섰다. 전 세계에 크고 작은 분쟁은 자주 발생했고 일등 국가를 꿈꿨던 영국은 매번 군대를 파견했다. 그 선봉에는 블랙 워치가 섰다. 보어 전쟁(1899~1902)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식민지를 확장하기 위해 영국과 트랜스발 공화국이 벌였던 보어 전쟁 때는 영국군이 전쟁에 패배하고도 끊이지 않고 게릴라 식으로 저항하던 보어인을 소탕하기 위해 비전투인들까지도 무자비하게 다루어 국제적인 비난을 받기도 했다. 


1차, 2차 대전이 발발하자 전장에 제일 먼저 배치된 것 역시 블랙 워치 부대였다. 이들이 용맹함은 다른 부대에도 자자했다. 부대의 모토는 ‘우릴 건드리는 자 반드시 응징할 것이다(No One provokes me with impunity)’였다. 스코틀랜드 산악 지대 사람들의 강인함과 용맹함이 부대의 전통으로 이어져서 블랙 워치 부대를 ‘지옥에서 온 숙녀(Ladies to the Hell)’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스커트 군복을 입었기 때문에 숙녀라는 별명이 뒤따랐다. 이들은 한국 전쟁에도 참여하였으며, 북아일랜드 분쟁, 코소보 사태 등 분쟁 지역에서 평화유지군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1997년 영국이 중국에 홍콩을 반환하던 당시 홍콩에 남은 마지막 부대로 전통적인 블랙 워치 군복을 입고 연병장을 행진했다. 앞줄에는 스코틀랜드인 전형의 콧수염을 기른 장교가 앞장서고 격자 무늬의 스커트형 군복에 이들의 모자에는 블랙 워치의 상징인 붉은 깃털을 달고 있었다. 전통적인 행진 장면이 전 세계 TV로 방영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2003년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의 우방으로서 영국군 역시 참전했다. 블랙 워치 부대는 이라크 남부 바스라에 주둔하여 활동을 벌이다, 미군의 요청으로 바그다드 근처로 이동 배치했다. 이때 이라크 군의 차량 자폭 테러로 통역을 비롯 4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이라크 전쟁 참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면서 정치적인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라크의 피해가 있은 후 마이크 잭슨 장군은 블랙 워치 부대를 다른 스코틀랜드 연대와 통합하여 스코틀랜드 로얄 연대로 편성하였다. 그러자 모병에 어려움을 겪었고, 은퇴한 군인과 정치인, 스코틀랜드 국민들의 반대 의견이 높았다. 결국 블랙 워치는 지금의 스코틀랜드 로얄 연대 3대대로 독자적인 부대로 남게 되었다.

 

 

백파이프 군악대

 

‘블랙 워치’ 하면 전통적인 스코틀랜드 식 군복과 백파이프로 연주하는 군악대를 떠올리게 된다. 킬트(Kilt)를 착용한 군악대들이 백파이프와 드럼을 연주하는 모습은 각종 페스티벌이나 문화 행사에서 볼 수 있는데 이들이 바로 블랙 워치의 상징인 백파이프와 드럼(Pipes and Drums) 군악대이다. 원래는 기상 음악으로 연주되던 것이었는데, 크림 전쟁 이후에는 군악대로 전쟁 중에 사기를 북돋기 위한 음악으로 사용되었다. 부대원들은 백파이프와 드럼 소리를 들으며 전우애를 불태웠고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백파이프와 드럼 연주 행렬은 블랙 워치의 귀환 행렬 때 상징적인 퍼레이드로 이루어졌다. 지금은 군악대 연주로 에딘버러 타투 페스티벌의 고정 행진 팀으로 참가하고 있으며, 북미나 콜롬비아 투어 공연을 했다. 1963년에는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되기 8일 전에 백악관에서 연주하기도 했다.

 

 

이미지 출처

 

 

연극 블랙 워치

 

2012년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8번째 주인공이자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폐막작인 스코틀랜드 국립극단 연극 <블랙 워치>는 2006년 에든버러 프린스 페스티벌에 초연되어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이 작품은 2004년 이라크의 바그다드 도그우드 캠프에서 벌어졌던 자동차 자폭 테러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사고로 세 명의 군인과 한 명의 통역이 살해당하고, 여덟 명의 군인이 부상당했다. 


블랙 워치 군인들은 두려움을 모르는 용맹함을 자랑하지만 실제 전쟁 속의 젊은이들은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두려움을 애써 감추고 있다. 전쟁 영웅으로만 비쳐졌던 블랙 워치 군인들의 실상을 통해 전쟁의 이면을 고발한다. 세계 곳곳에서는 분쟁이 벌어지고 아직도 이라크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연극 <블랙 워치>는 전쟁 영웅이라는 허울 좋은 미명에 가려진 전쟁의 참상을 보여줄 것이다.

 

 


 

Writer 박병성

 

월간 <더뮤지컬> 편집장. 한예종 연극원 연극학과 전문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메트로, 아트뷰, 매거진S 등

각종 매체에 뮤지컬 관련 글 기고. 더 뮤지컬 어워즈, 예그린 어워즈 심사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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