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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 전] 팀 버튼이 사랑한 B급 호러 영화와 배우들

2012.11.29

 

팀 버튼의 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호러, 괴물, 독일 표현주의, 고딕 양식을 손꼽을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그의 초기작들을 하나의 장르로 해석하자면 ‘B급 호러 영화의 코드’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죠. 그럼 지금부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09 <팀 버튼 전>의 주인공, 팀 버튼이 사랑한 B급 호러 영화와 그 주역들에 대해 살펴봅니다.

 

 

버튼이 사랑한 B급 호러 영화의 대가들

 

 

 

 이미지 출처: (), (), ()

 

 

B급 영화란 단어의 정의는 명확히 할 수 없지만, 이른바 저 예산의 2% 부족한 듯한 느낌을 주는 상업 영화를 말합니다. A 다음의 ‘B’가 주는 뉘앙스로 인해 거대한 자본이 들어가는 A급 영화보다 못하다는 인상을 주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B급 영화의 역사는 1920년대 대공황이 찾아온 미국에서 영화사들이 기존의 제작비를 유지하며 영화를 제작할 수 없게 되면서 시작되었죠. 당시 평균 35만 달러로 제작되는 A급 영화와는 달리 B급 영화의 제작비는 5~10만 달러 수준이었지만 적은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엉성한 A급 영화들보다 훨씬 수준 있는 B급 영화들이 많이 제작되었습니다. B급 영화의 주 장르는 범죄, 호러, 코미디, 서부극 등이었고 그 중에서도 B급 호러 영화를 이끌어 간 주역이 바로 팀 버튼의 유년시절, 그의 눈을 반짝이게 만들었던 로저 코먼과 빈센트 프라이스입니다.

 

로저 코먼(Roger Corman)은 B급 호러 영화의 대부로 불리는 영화 감독입니다. 현재까지 무려 400여 개에 달하는 영화에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려 B급 영화의 태동기부터 그 분야의 토양을 다져온 인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로저 코먼의 전성기는 미국의 시인이자 단편 소설가인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작품을 토대로 만든 영화들을 제작할 때 찾아왔습니다. 에드거 앨런 포는 주로 호러, 고딕 로맨스를 주제로 글을 썼고 팀 버튼 역시 어렸을 적부터 그의 작품들을 사랑해왔죠.

 

 

1965년, 로저 코먼의 영화 <리지아의 무덤>, 하단 빈센트 프라이스

 

 

로저 코먼은 에드거 앨런 포 작품 특유의 우울함과 음산함을 잘 살려 원작으로 삼아 8편의 시리즈 영화를 제작했고 이 중 7편의 영화에 빈센트 프라이스(Vincent Price)가 주연으로 출연했습니다. 빈센트 프라이스는 팀 버튼이 <빈센트>라는 영화를 제작했을 정도로 존경하는 독특한 마스크가 특징인 호러 전문 배우죠.

 

로저 코먼, 빈센트 프라이스, 그리고 에드거 앨런 포. 팀 버튼의 가치관이 형성되던 시절 그 바탕이 되었던 주요 3인방이 이렇게 하나로 묶입니다. 1960년에 제작된 <어셔가의 몰락>부터 1964년의 <리지아의 무덤>까지 모두 7편의 시리즈 영화가 에드거 앨런 포 원작, 빈센트 프라이스 주연, 로저 코먼 감독이란 이름 아래 제작됩니다. 완벽한 호흡, 각자의 뛰어난 역량이 시너지 효과를 내어 불후의 명작들이 탄생하게 되는데요. 비록 길이는 짧지만 짧은 글 안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공포를 압축시켜 넣은 에드거 앨런 포의 필력과, 과장되고 때로는 익살스럽기까지 한 호러 연기의 대명사 빈센트 프라이스의 연기, 그리고 원작을 풍부하게 각색해 재현과 창작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로저 코먼의 제작 능력이 모두 한 데 어우러져 B급 호러 영화의 기념비를 세웠죠.

 

 

 

 

특히 시리즈의 첫 작품인 <어셔가의 몰락>은 동명의 작품을 로저 코먼이 각색해서 제작한 것인데요. 공포에만 집중했던 원작의 짧은 이야기에 로맨스가 더해져 B급 호러 영화 특유의 비극적 색깔이 두드러지고 그 스펙트럼을 확장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로저 코먼의 또 다른 에드거 앨런 포 원작 시리즈인 <저승과 진자>에서는 빈센트 프라이스가 1인 2역을 소화해내 그만의 카리스마로 B급 호러 영화의 비장미를 극도로 보여줬습니다. 이 세 명이 함께 한 작품들을 보다 보면 팀 버튼이 빠져든 것처럼 B급 호러 영화의 매력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겠죠?

 

 

B급을 넘어 특별한 작품을 만들어가는 크리스토퍼 리와 팀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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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중후한 백발을 날리던 <반지의 제왕>의 사루만이나 <스타워즈>의 두쿠 백작으로 더 익숙한 배우 크리스토퍼 리(Christopher Lee)가 젊었을 적에는 뾰족한 이에 빨간 피를 묻히고 웃는 드라큘라를 연기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그가 <반지의 제왕>에서 사루만이라는 강력한 악역을 맡기 전까지는 1958년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던 <드라큘라>의 이미지로 유명했었는데요. 영국의 대표 호러 영화 제작사인 해머 필름 프로덕션(Hammer Film Productions)에서 70년대까지 B급 호러 영화의 주연으로 활약하던 그는 195cm의 거대한 키를 바탕으로, 1957년 <프랑켄슈타인의 저주>에서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역을 맡고 난 뒤, 1958년 <드라큘라> 타이틀 롤을 이어받고 이후 해머 필름에서 제작한 6편의 드라큘라 속편과 해리 앨런 타워스의 <드라큘라가 깨어나는 밤>에서 드라큘라로 등장하며 드라큘라 백작의 대표 아이콘으로 이름을 알렸죠.

 

크리스토퍼 리는 1948년부터 연기를 시작하여 현재까지 왕성한 연기 활동을 펼치고 있어 헐리우드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백발의 노장이라고 할 수 있죠. 1974년 007시리즈 중 하나인 <황금 총을 가진 사나이>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여 이후로 다양한 역할을 연기하게 되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B급 영화를 사랑해마지 않는 팀 버튼 역시 피에 굶주린 역할을 하는 크리스토퍼 리의 연기를 보고 자랐습니다. 크리스토퍼 리를 향한 팀 버튼의 존경과 애착은 곧 영화에서의 만남으로 이어지게 되었는데요. 올해 개봉한 <프랑켄위니>를 포함해 벌써 6개의 팀 버튼 영화에 크리스토퍼 리가 출연했다고 합니다. 크리스토퍼 리 역시 팀 버튼의 팬을 자처하며, 팀 버튼이 디즈니에 재직하던 시절 직접 쓴 시 ‘The Nightmare Before Christmas’ 나레이션을 맡아 시를 낭송해주었는데요. 낮고 중후한 크리스토퍼 리의 목소리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크리스마스의 악몽 Original Poem>을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감상해보세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조니 뎁이 연기한 윌리 웡카의 아버지나 <슬리피 할로우>에서 버고마이스터를 연기하는 등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죠. 다른 영화에서는 무게 있고 침착한 목소리를 내레이션으로 활용하여 팀 버튼 영화의 으스스한 분위기에 더욱 짙은 색깔을 더했습니다. 크리스토퍼 리는 영화와 방송에 걸쳐 평생 기억될 만한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수여되는 영국 아카데미상(BAFTA; British Academy of Film and Television Arts)’Fellowship’ 부문을 2011년에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팀 버튼 영화의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B급 호러 영화의 흔적들을 눈여겨보시며 다가오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09 <팀 버튼 전>을 더 깊이 있게 즐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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