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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 전] 하루 먼저 만난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09 <팀 버튼 전>

2012.12.12

 

팀 버튼 스타일의 토대를 이룬 회화, 데생, 사진, 영상물, 모형과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은 작품에 이르기까지 총 860여 점의 작품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09 <팀 버튼 전>이 드디어 막을 올렸습니다. 3년 전 뉴욕을 시작으로 멜버른과 토론토, LA와 파리에 이어 대한민국의 서울을 마지막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의 정식 오픈을 하루 앞둔 12 11, 한발 앞서 전시를 보고 왔는데요. 따끈따끈한 후기를 지금부터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팀 버튼이 나타났다!

 

 

 


 

 

<유령수업(비틀주스)>, <가위손>, <배트맨>, <크리스마스의 악몽>, <유령신부>, <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 영화사에 길이 기억될 걸출한 걸작들을 제작한 팀 버튼은 누구보다 감각적이고 매력적인 영상미를 연출하며 자신 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대중에게 각인시켰습니다. 같은 작품 세계를 완성시키는 토대가 된 것은 디즈니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을 만큼 뛰어난 아티스트로서의 재능 덕분이죠. 처음 그의 전시 소식을 들었을 때도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당연하게 느껴진 것도 이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팀 버튼의 작품 세계를 영화관이 아닌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이 분명합니다.  


1층 로비에 마련된 포토월과 대형 풍선 캐릭터 앞에서 사진을 찍는 등 들뜬 기색의 사람들이 일찌감치 전시 입장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6시가 되자 전시 시작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왔고 곧 이어 팀 버튼의 깜짝 방문 소식이 이어졌습니다. 술렁거리는 분위기 속에서 관람객들은 로비 중앙에 마련된 단상을 둘러싸고 팀 버튼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렸죠.  로비를 메운 관객들 모두 팀 버튼을 직접 본다는 기대감에 설레였을 텐데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부스스한 헤어 스타일이라든지 즐겨 쓰는 선글라스를 끼고 나올 것인지 등을 떠올리고 있었죠


한참을 기다린 끝에 모습을 드러낸 팀 버튼은 뉴욕 MoMA 관계자들과 함께였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깔끔하면서도 젠틀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그는 자신의 친구들(작품들)을 맘껏 즐겨달라는 짤막하지만 재치 넘치는 전시 개최 소감을 말하고 퇴장했습니다. 마지막까지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고 손을 흔들며 팬들의 호응에 답하는 팀 버튼의 모습을 보고나니 전시에 대한 호감도가 한 단계 올라간 듯 했죠.        

 

 

작품의 변화 과정을 세 시기에 거쳐 볼 수 있는 <팀 버튼 전>

 

 

 

 

우선 이번 전시는 2층과 3층 두 개의 층에 걸쳐 진행되고 있습니다. ‘성장기’, ‘성숙기’, ‘전성기등 세 가지 주제로 구분해 팀 버튼의 작품들이 어떻게 발전하고 진화했는지에 대한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죠. 과연 팀 버튼은 어떤 소년이었을까요? 팀 버튼은 1958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버뱅크(Burbank)에서 태어났습니다. 놀이동산이나 동네 축제에서 영감을 받아 떠올린 상상력을 그림으로 그리며 성장했죠. 그는 스스로 외롭고 지루했던 어린 시절에 대해 밝힌 바 있는데요. 범상치 않은 상상력으로 창조해낸 괴물들이 그의 친구가 되어주었죠.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그 과정이 울적하지만은 않았나 봅니다. 그가 그린 드로잉 등을 보면 가늠해볼 수 있죠.

 

 

 

 

뾰족한 이빨을 가진 빨간 코의 눈이 세 개 달린 광대의 모습을 그린 작품 <광대 시리즈>는 어딘가 기괴하지만 생동감이 느껴지는 컬러들로 가득합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그림들 역시 괴상하고 낯설지만 팀 버튼이 각종 잡지에서 정성스럽게 수집한 만화들처럼 활기와 유머가 담겨 있습니다. 고등학교 재학 중에 만든 풋풋하지만 서툰 영상 필름을 비롯해 개인적으로만 소장하고 있던 그의 어린 시절 작품들은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과 딱 맞아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 당시에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괴짜로 불렸겠지만요 

 

성숙기시절, 팀 버튼은 어떠한 삶의 과정을 밟았을까요? 팀 버튼 18세가 되던 해, 월트 디즈니가 설립한 캘리포니아예술학교(칼 아츠, Cal Arts)에 입학하게 됩니다. 칼 아츠의 독특한 분위기는 그에게 예술적 탐험과 자기 발견의 방대한 기회를 선사하기도 합니다. 그로부터 2년 후, 팀 버튼은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일하게 되죠. 월트 디즈니 사에 <거인 즐릭>이라는 창작 이야기를 제안하는 내용의 편지와 동화책 형식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으니 참고해보면 좋겠습니다.

 

 

 

 

성장기의 드로잉과 비교했을 때 성숙기에 그린 그림들이 나타내는 감정선의 폭과 테크닉은 한층 다양해지고 섬세해진 걸 알 수 있는데요. 어른으로서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알게 됐기 때문일까요? 눈을 홉뜨고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는 좀비 같은 캐릭터들의 눈빛에서 살기를 느낄 만큼 섬뜩하게 다가옵니다. 해골처럼 앙상하게 마른 남녀가 나란히 앉아 서로의 다리와 팔을 먹고 즐기는 그림에서는 블랙 유머 코드가 묻어 나오기도 하고요.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하지만 어딘가 쓸쓸하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그림들은 어느 것 하나 할 것 없이 인상적입니다. 눈에 띄게 섬세해진 펜 선은 컬러 없이도 흑과 백만으로도 다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그림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또 이 시기에 그린 작품들 가운데는 그가 향후에 만들 영화의 중요한 밑거름이 되는 스케치들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영화 <가위손>의 주인공을 쏙 빼 닮은 남자의 그림과 <크리스마스의 악몽>의 닥터 핑클슈타인이 떠오르는 그림도 있으니 한번 찾아보시길. 가장 많은 드로잉이 전시된 것처럼 이 시기에 팀 버튼은 대단히 왕성한 창작력을 보여줍니다.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팀 버튼은 비로소 할리우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화 감독이자 예술가로 자리 매김 하게 됩니다. 3층에 위치한 전성기관은 드로잉 위주였던 2층과 분위기가 확연하게 달라집니다. <가위손>, <배트맨>, <크리스마스의 악몽>, <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 자신의 영화를 탄생하는 데 기초가 됐던 스케치부터 캐릭터 모형, 영화 속에서 실제 등장한 소품 등 높은 예술적 수준을 자랑하는 흥미로운 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캐릭터 움파 룸파의 모형, <배트맨>에서 펭귄맨이 탔던 유모차, 캣우먼의 의상과 장갑, <크리스마스의 악몽>의 주인공 잭의 26개의 얼굴 모형들 등 팀 버튼의 영화를 잘 알면 알수록 더욱 다양하게 즐길 수 있을 듯 합니다.

 

펭귄들에게 둘러싸인 채 울적하고 멍한 표정으로 우두커니 앉아있는 펭귄맨의 그림 속 모습은 영화 속 악당의 모습과 다르게 너무나 인간적으로 다가와 다시 한번 팀 버튼의 탄탄한 내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존의 틀에 박힌 영웅과 악당이 아니라 자신 만의 새로운 상상력을 입혀 너무나 매력적인 인물으로 탄생시키는 그 힘을 말이죠.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09 <팀 버튼 전>은 팀 버튼의 역사를 오롯이 만나볼 수 있는데요. 영화 감독으로서의 팀 버튼뿐만 아니라 아티스트로서의 그의 모습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네요. 직접 그를 만나게 되어 오래도록 특별한 순간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는 내년 4 14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팀 버튼이 선보이는 매혹적이고 놀라운 세계를 직접 경험하고 싶다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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