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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 전] 판타지 고전의 재해석,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2013.02.18

 

어린 시절,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한번씩 읽어본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이 놀라운 판타지를 팀 버튼은 그만의 스타일로 화려하게 재탄생 시켰는데요. 오늘은 원작과는 조금 다른 팀 버튼 만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익숙하지만 늘 새로운 판타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원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1865년 루이스 캐럴에 의해 출간된 소설입니다. 루이스 캐럴은 자신의 딸을 비롯한 세 명의 소녀들과 뱃놀이를 하던 중, 그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즉흥적으로 이 이야기를 생각해냈다고 하는데요. 루이스 캐럴은 아이들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꾸며냈습니다. 어른들의 현실세계를 앨리스가 토끼 굴에 빠지면서 도착한 이상한 세계로 비유한 것이죠.

 

평범한 어느 날. 앨리스는 회중시계를 들고 뛰어가는 신기한 토끼를 쫓다가 이상한 나라로 빠져들게 됩니다. 그 곳에서 앨리스는 모자장수, 여왕, 애벌레, 토끼 등을 만나기도 하고, 몸이 커지거나 작아지기도 하면서 여러 가지 황당한 일을 겪게 됩니다.

 

 

팀 버튼의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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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팀 버튼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조금 다른데요. 단순히 아이들의 즐거움을 위한 이야기 이상의 무언가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원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아이들의 즐거움을 위한 이야기였다면, 팀 버튼 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이상한 현실 세계 속에서 진정한 어른이 되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진정한 어른이 되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말이죠.

 

이 영화는 열 아홉의 앨리스를 통해 이야기를 흥미 진진하게 펼쳐나갑니다. 바로 여기, 어린 소녀가 아닌 열아홉의 앨리스가 등장한다는 것부터 원작과는 다른 의미를 담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죠. 특히,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얌전하게 지내다가 결혼하는 삶에 의문을 품는 앨리스에게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가 이상한 아이라며 말하지만, 곧바로 반전을 주는 메시지를 던지죠. 아래에 자세히 언급되는 이 대사는 괴물 영화를 즐겨보고 공동 묘지에서 놀던 비범한 아이였던 팀 버튼의 어린 시절이 연상되는 대사이기도 합니다.

 

앨리스 : "내 머리가 이상해진 걸까요?"

아버지 : "그런 것 같구나. 넌 비정상이야. 확실히 이상해. 

             하지만 내가 비밀하나 말해줄까? 미친 사람일수록 더 멋지단 거야."

 

 -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

 

귀족과 평민이 나뉘어 있던 시대, 19살의 앨리스는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귀족청년’으로부터 프로포즈를 받는데요. 다른 사람들에게 떠밀려 프로포즈를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자신이 원치 않는 결혼을 거절해야 할지 앨리스는 갈등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대답을 하지 않은 채 파티장을 뛰쳐나와 회중 시계를 들고 뛰어가는 토끼를 따라가게 되죠. 그 순간 앨리스는 불가능한 것이 이상한 나라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영화 속 앨리스가 만난 이상한 나라는 붉은 여왕의 혹독한 독재 아래 고통에 빠져 있던 상태였는데요. 언더랜드의 평화를 되돌려줄 사명을 안고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 오게 된 것이죠.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를 여행하면서 점차 당당하고 강인한 여성으로 변해 갑니다. 특히, 앨리스 대신 붉은 여왕에게 끌려간 모자 장수를 뒤로하고 지금 당장 하얀 여왕을 만나러 가야 한다는 강아지를 향해 “내 갈 길은 내가 결정해! 내 길은 내가 만들거야!”라고 말하는 대목은 앨리스가 점점 주체적으로 성장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혼자서 모자 장수를 구하기 위해 어두운 강을 건너는 앨리스의 모습은 대견스럽기까지 하죠.

 

앨리스는 결국 자신의 임무였던 이상한 나라의 평화를 선물하고 현실세계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 순간 앨리스는 이미 진정한 어른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는 귀족의 프로포즈를 당당히 거절합니다. 자신의 주체성을 찾고 당당한 앨리스로 다시 태어난 것이죠.

 

팀 버튼 감독은 영화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어른으로 성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세상에 휘둘리고 주체성을 잃고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앨리스처럼 주체성을 찾으라고 말하는 것이죠.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 속 주인공들

 

앞서 말했듯, 토끼 굴 속의 이상한 세계는 현실 세계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부조리하고 어지러운 현실세계를 이상한 나라라고 표현한 것이죠. 이상한 나라 속의 다양한 캐릭터들은 소름 끼칠 만큼 현실세계와 너무도 닮아 있습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자신을 ‘앨리스’라고 상상해볼까요?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이 현실 세계를 ‘이상한 나라’라고 생각해봅시다. 붉은 여왕이, 모자장수가, 쌍둥이 형제가 현실세계 속 어떤 모습과 닮아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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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여왕. 영화 속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인 붉은 여왕. 생김새에서부터 말투까지 정말 미친 존재감을 내뿜습니다.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영화 감상 시간이 될 수 있을 정도니까요. 그녀는 무지막지한 독재로 공포 통치를 하는데요. 이 때문에 그녀는 물리쳐야 할 대상인 동시에, 두려운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실세계에서 ‘악(惡)’으로 표현할 수 있는 존재들, 권력자들이 바로 붉은 여왕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죠.

 

하얀 여왕. 붉은 여왕이 ‘악’이라면, 하얀 여왕은 당연히 ‘선(善)’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얀 여왕은 이름에 걸맞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통 하얀색 장신구와 드레스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말투, 손동작, 표정 모두 너무나 우아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그 우아함이 도를 지나치는데요. ‘나는 생명을 죽이지 않아’라고 말하며, 다른 사람에게 대신 해줄 것을 부탁하는 모습. 또 우아하게 ‘손가락 버터 구이’를 씹어 먹는 모습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듭니다. 현실세계에서도 마찬가지죠. 절대 선이라는 것은 찾아보기 힘드니까요. 선을 표방하는 하얀 여왕의 모순적인 모습들은 현실의 ‘선’과 너무도 닮아 있습니다.

 

모자장수. ‘조니 뎁’이 연기한 모자장수는 어쩌면 가장 평범한 사람들일 수도 있습니다. 악을 피해 숨어살지만, 가끔씩 악을 타도하기 위해 도전하기도 하고, 하지만 실패하기도 하죠. 자신의 꿈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그 꿈을 위해 잠시 붉은 여왕의 모자를 만드는 일에 만족하기도 하죠. 가장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이 바로 모자장수입니다.

 

하얀 토끼. 하얀 토끼는 포지션이 참 애매합니다. 모자장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붉은 여왕을 물리치기 위해 노력하고, 겨울 잠 쥐는 처음부터 끝까지 앨리스를 싫어합니다. 그런데 하얀 토끼는 조금 다릅니다. 붉은 여왕 옆에 붙어서 그녀의 수족 역할을 하지만, 틈틈이 앨리스를 도와주죠. 마음속으로는 악을 타도하고 선을 외치지만, 현실적인 이유들로 악에 붙어 목숨은 연명하는 사람들. 하얀 토끼는 아마도 이런 사람들이겠죠?

 

트위들덤 트위들디 쌍둥이. 이 쌍둥이들은 항상 서로 다른 것을 말합니다. 그들에게 길을 물어보면, 한 명은 오른쪽으로, 다른 한 명은 왼쪽으로 가라고 일러 줍니다. 이 뿐 만 아니라, 모든 상황에서 항상 반대의 의견을 말하는데요. 우리가 어떤 결정을 해야 할 때, 우리는 항상 이 트위들덤 쌍둥이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A를 하라고 하는 사람들, B를 하라고 하는 사람들. 나를 자꾸만 흔들어 놓는 사람들. 현실세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들입니다.

 

자세히 보면 현실과 꼭 닮아 있는 이상한 나라. 그 속에서 앨리스는 점점 자신의 주체성을 찾아갑니다. 원작이 단순히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이야기였다면,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팀 버튼의 작품 세계를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09 <팀 버튼 전>. 이곳에서 보여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기발한 상상력으로 무장된 팀 버튼 전은 오는 4월 14일(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