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글 보기

[크라프트베르크] 윤상, "크라프트베르크, 마침내 세계 정복을 이룬 듯"

2013.04.12

 

세계 음악계를 뒤흔들었던 뮤지션들이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로 꼽은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의 10번째 주인공, 크라프트베르크. 현대카드 슈퍼시리즈에서는 크라프트베르크의 역사적인 첫 내한공연을 보름 앞둔 4월 9일, 국내 미디 음악의 대중화를 선도해 온 아티스트 윤상을 만나보았습니다. 윤상 역시 크라프트베르크의 오랜 팬이었다며 인터뷰 내내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윤상과 함께한 인터뷰 현장, 함께 만나보시죠.

 

Q. 크라프트베르크를 처음 접하거나 생소해하는 분들을 위해, 크라프트베르크가 어떤 아티스트인지 설명해 주신다면? 

 

 

 

 

 

크라프트베르크는 전자음악 대중화의 첫 시작이자 완전한 선구자라고 생각합니다. 전자음악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Form을 시작과 동시에 확립한 아티스트이기도 하고요. 정확한 프로그램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80년대 초, 중학생 시절 라디오에서 크라프트베르크의 'Radio Activity'를 우연히 듣고 당시 굉장히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음악은 대체 어떤 음악인가?'하고 놀라기도 했고, 전자음악에 대한 일종의 로망이 생긴 계기가 된 시점이기도 하죠. 저는 신시사이저가 처음으로 대중화되는 시점에 사춘기를 보냈거든요. '크라프트베르크'라는 굉장히 실험적이면서도 대중적인 독일의 전자음악 밴드가 있다는 얘길 듣고 Autobahn부터 어렵게 이들의 앨범을 찾아 듣게 됬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의 첫 프로듀싱 앨범이 89년에 발표한 강수지씨의 앨범이었는데, 거기서 제가 했던 모든 곡이 프로그래밍 곡이었어요. 80년대 중반에 미디음악을 접하게 되면서 제가 프로듀싱한 모든 곡들은 신시사이저랑 리듬 머신으로 반주를 만들었고, 이런 프로그래밍 작업은 윤상의 음악적 색깔을 내는데 필요한 부분이었죠.

 


Q. 음악적인 부분에서 크라프트베르크의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다면?

 

본질적으로 크라프트베르크의 영향이라고 할 순 없지만 크라프트베르크는 전자 악기를 가지고 대중음악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었고, 실제로 성공한 아티스트입니다. 이런 부분에서 '전자음악으로 어디까지 가능한가'를 염두에 두고 참고 할 수 있었죠.


 

Q. 크라프트베르크는 음악 작업 시 완벽을 너무 기하는 습관이 있었다고 합니다. 윤상씨 역시 이들처럼 음악의 완성도에 대한 나름의 고집이 있다면? 그리고 그들의 음악 활동 중 특별히 공감하는 부분이 있는지?

 

크라프트베르크의 음악은 일단 프로그래밍 음악입니다. 시퀀서를 가지고 자기가 마음에 들 때까지 편집을 하고 프로그래밍을 하는 거죠. 음악 프로듀서들에게는 이런 신시사이저나 시퀀서를 가지고 작업을 하는 과정은 일반 연주자들이 좋은 연주를 하게끔 유도하는 음악과는 작업 자체가 다릅니다. 음악을 만들면서 스스로 듣고 만족할 때까지 편집을 할 수 있다는거죠. 그러니까 완벽함을 기하기 시작하면 정말 끝도없이 붙잡고 마음에 들때까지 만질 수 있는 음악입니다. 그런 부분에서 크라프트베르크가 열어 놓은 전자악기를 도입한 대중음악 프로듀서인 저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마음에 들 때까지 완벽을 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연주자들이 좋은 연주를 녹음하기 위해 좋은 연주가 나올 때까지 반복하고 기다리지만 전자 음악은 스튜디오를 잡을 필요가 없습니다. 집에서 미디 악기를 가지고 음악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게 되었고, 이게 홈 레코딩의 출발이 된 거죠. 그러니까 마음에 들 때까지 자기가 붙잡고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크라프트베르크의 정신을 안 배울래야 안 배울수가 없는거죠.


 

Q. 윤상이 생각하는 일렉트로닉 음악의 매력과 특색은?

 

 

 

 

제가 생각하는 일렉트로닉의 특징은 혼자서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혼자 여러 악기 파트를 자기 마음에 들 때까지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는 것은 옛날에는 상상도 못한 일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전자 악기는 어떻게보면 음악가를 더욱 고독하게 만들 수도 있겠죠. 방에서 자기 혼자 하고 싶은 음악을 표현해 낼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작업가의 특징이 음악에 고스란히 배어나올 수 있죠. 그런 점이 일렉트로닉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인 것 같아요. 마치 조각가가 혼자 조각을 하듯이 물리적으론 사람을 고립시키면서 그 사람의 색깔이 전부 배어나올 수 있고, 그런 색깔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일렉트로닉의 특징이자 장점이고 생각합니다.

 


Q. 크라프트베르크 앨범중에서 Minimum-Maximum을 추천하신 특별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어떤 영화감독도 자신의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 뭐나 물으면 최근작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크라프트베르크가 전자음악계의 전설이기도 하지만, 2005년 당시에 그렇게 멋진 라이브를 만들고 음반을 더블 CD로 발표하셨어요. 특히 Minimum-Maximum 라이브 실황을 보면, 다프트펑크 못지 않은 비주얼은 물론이고 자신들의 색깔을 전혀 변절시키지 않고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으로 음악을 하시는 모습은 정말 경이로웠습니다.

 


Q. 이번 내한 공연에서 기대하는 부분 혹은 레퍼토리가 있다면?

너무나 기대됩니다. 3D 공연이기도 하고요. 사실 디제잉을 하는 아티스트가 와서 클럽 공연처럼 하면 모를까, 아무래도 연주자들이 무대에서 리얼 악기를 연주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일렉트로닉 공연을 즐기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봅니다. 크라프트베르크의 음악은 춤을 추기에도 약간 애매한 템포잖아요. 그런데 크라프트베르크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진 부분이 각 곡마다 관객들이 몰두할 수 밖에 없는 비주얼을 만들어냅니다. 이런 점에서 일렉트로닉 공연에 대한 완벽한 Form을 만드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그냥 이분들의 공연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격스러울 것 같습니다. 이 외에 제가 한 곡 더 추천하고 싶은 곡은 The Model입니다. 당시 전자음악팀이 대중음악계에 뛰어들어서 유럽차트에서 1위를 하고, 넘버원 히트곡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이 엄청난 쾌거라고 생각합니다. 공연에서 이 곡을 들으면 굉장히 감회가 새로울 것 같네요.

 


Q. 윤상에게 '크라프트베르크'란?

 

 

 

 

만약 일렉트로닉 장르를 하나의 학파로 보면, '살아 계신 학장님'이죠. 전자음악은 역사로 따지면 굉장히 오래되었지만 크라프트베르크가 '전자음악의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크라프트베르크의 경우에는 전자음악을 대중화시킨 선구자였고 그저 말로만 추앙받는게 아니라 실제로 차트에서도 사랑받은 그룹이죠. 처음엔 클래식 아티스트들도 실험적인 부분에서 전자음악을 시도 했는데 크라프트베르크는 그걸 팝음악에 접목시켜서 성공을 일으킨 최초의 그룹입니다. 이렇게 내한해서 공연을 할 수 있다는 현실이 정말 반갑습니다.

 

이렇게 많은 대중들에게 크라프트베르크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도 그렇고 이런 기회로 제가 크라프트베르크에 대해 인터뷰를 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약간 비현실적입니다. 이분들(크라프트베르크)에게도 '마침내 세계정복을 하셨다'라고 전해드리고 싶어요. 마침내 한국까지 와서 공연을 하실 수 있는 그분들의 건강함에 감사드리고, 그리고 저 스스로에게도 다시 한번 각성하게 만들어주시는 분들입니다. 정말 굉장히 세련된 모습으로 아직까지도 멋진 라이브를 하시고, 그 공연을 직접 두 눈으로 두 귀로 보고 들을 수 있는 기회에 감사드립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