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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프트베르크] 독특한 그들만의 컨셉, 크라프트베르크의 운송 시리즈 3부작

2013.04.17


KRAFTWERK

 


3부작으로 기획된 ‘운송수단 시리즈’는 크라프트베르크의 음악적/상업적 전성기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각각 Autobahn, Trans Europe Express, Tour De France를 음악적으로 형상화하며 전자 음악의 어떤 이상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일궈냈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이 세 장의 음반 수록 곡들 중 상당수가 셋 리스트에 포함될 거라고 확신할 수 있는 이유다. 공부는 복습만 해도 충분하지만, 공연은 예습이 필수다. 철저하게 체크해서 다들 환호하는데 혼자만 멍 때리고 있지 말도록 하자.

 



독일 산업사회를 나타내는 이미지와 음악을 완벽히 조화시키다


Autobahn (1974)
보통 크라프트베르크의 최고 작으로 평가 받는 앨범이다. 독일 산업사회를 나타내는 이미지와 음악을 완벽히 조화시킨 작품으로 영국과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데뷔작부터 그들의 음악에 참여한 코니 플랑크(Conny plank)가 프로듀서를 맡았고 (후일 울트라복스(Ultravox), 유리드믹스(Eurythmics)와 함께 작업을 해서 더욱 유명해졌다.), 사운드의 보강을 위해 클라우스 로더(Klaus Roeder, 기타, 바이올린)와 볼프강 플러(Wolfgang Flur, 퍼커션)를 영입,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도 꾀했다. 4인조로 제작한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빌보드 차트에서는 25위, 영국에서는 11위에 올랐다.

하이라이트는 당연히 22분이 넘는 대곡 ‘Autobahn’에 위치한다. 크라프트베르크는 이 곡에서 아우토반을 달리는 자동차의 경적과 굉음, 작동중인 엔진 소리를 집어넣음으로써 초기와 비교해 훨씬 역동적인 사운드를 구현해냈다. 실제로도 크라프트베르크는 차를 몰고 아우토반을 질주하는 느낌을 구현하기 위해 당시로서는 최첨단의 장비들을 대거 투입, 원하는 사운드스케이프가 나올 때까지 끊임없이 작업을 반복했다고 한다. 음반 커버도 마찬가지다. 아우토반을 달리는 자동차와 그 뒤로 떠오르는 태양을 앨범커버로 사용해 전후 독일 사회를 음악적으로, 이미지적으로 묘파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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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이름 그대로 크라프트베르크가 전자 음악계의 ‘파워 스테이션’으로 자리매김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작품. ‘Autobahn’ 외에 ‘Kometenmelodie 1&2’ 연작도 주목 받았는데, 이 두 곡은 ‘Comet Kohoutek’, 그러니까 ‘코후테크 행성’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곡한 것이라고 한다.

 


유럽을 횡단하는 열차를 시각화한 듯한 밀도 있는 사운드

 

 

Trans-Europe Express at Tate Mordern

 

 
Trans-Europe Express (1977)

Autobahn에 이은 ‘운송수단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Trans-Europe Express’는 유럽의 국가들을 연결하는 유럽 국제 특급열차를 지칭한다. 과거 대학생 시절, “내가 태어난 해에 발표된 모든 걸작을 다 들어보겠다.”는 집념에 불탔던 적이 있었다. 그렇다. 나는 동안이지만, 1977년생이다. 어쨌든, 이 앨범을 듣고 한동안 얼이 쏙 빠졌던 기억이 생생하다. 유럽을 횡단하는 열차를 시각화한 듯한 밀도 있는 사운드가 이전까지 경험해보지 않은 ‘청각적 체험’을 내게 안겨줬던 까닭이다.

이 앨범은 Autobahn과 비교해 훨씬 ‘메이저적’이고 ‘팝적’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한마디로 크라프트베르크가 활동 초기에 선보였던 ‘크라우트록’과 음악적으로 거리가 있는 스타일이라고 보면 된다. 자연스레 더욱 ‘선명한’ 멜로디를 만날 수 있는 이 음반의 수록 곡들은 9분이 넘는 ‘Europe Endless’를 제외하면, 상당히 짧은 러닝 타임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였을까. 상업적으로 성공을 맛봤고, 무엇보다 위대한 아티스트들이 크라프트베르크를 우러러보게 되는 결정적 전기를 마련해줬다.

그 중에서도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가 그들의 음악에 반해 함께 작업하자고 제안했지만, 쉬크한 크라프트베르크 형님들이 단칼에 거절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 시기, 그들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해져 바다 건너 미국에서도 그들을 추종하는 팬들이 급속도로 증가했다고 한다. 음악 전문지 ‘큐(Q)’가 이 앨범을 평하며 “미국 댄스 음악의 표정을 바꿔버렸다”고 정리한 가장 큰 이유다. 

 

 

‘기술과 예술’ 결합의 선구자 크라프트베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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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 de France (1983)

‘Tour de France’는 앨범이 아닌 ‘곡’이다. 주지하다시피, ‘Tour De France’란 매년 7월에 개최하는 프랑스 일주 싸이클 대회인데, 사이클광인 랄프 휘터가 이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기획했다고 한다. 과거 랄프 휘터는 어떤 인터뷰에서 “나는 우리의 음악이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테크놀로지와 감정은 함께 할 수 있다.”는 언급을 남겼던 바 있다. 크라프트베르크의 음악 전체가 이에 부합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정확한 사례를 꼽으라면 바로 이 곡이 아닐까. 실제로 이 싱글을 공개하기 이전의 작품들, 예를 들면 The Man-Machine(1978), Computer World(1981)의 디지털리즘적인 세계관과 비교해 ‘Tour de France’에는 확실히 인간적인 온기가 넘친다. 아마도 자전거 체인 소리와 기어 메카니즘, 싸이클리스트의 거친 숨소리 같은 아날로그적 효과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분일 것이다.

  

 

at. MoMA, 2012

 

 

사실, 2013년의 시점에서 크라프트베르크의 음악을 들어보면, 생각과는 달리 파격, 충격 같은 단어들이 쉬이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위 삼부작이 발표된 해가 각각 1974년, 77년, 83년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음악을 감상해야 한다. 가장 가까운 ‘Tour de France’만 해도 현재로부터 무려 30년 전의 음악인 것이다. 지금이야 지천에 널린 게 일렉트로닉 음악이지만, 당시로서는 생소한 ‘문명의 이기’ 신시사이저를 크라프트베르크만큼 자유자재로 운용할 줄 아는 밴드는 없었다. DJ 배철수씨가 당시 그들의 음악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하는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때로 우리는 음악에 있어 ‘기술’의 중요성을 간과하고는 한다. 크라프트베르크가 등장하기 훨씬 전에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다음과 같이 강조했던 바 있다. “예술에 있어서의 혁신은 내용도 아니고 형식도 아니고, 기술에서 나온다.” 즉, 크라프트베르크는 전자 음악을 통해 이걸 선구적으로 증명한 밴드였던 것이다. 지금과 같은 통섭의 시대에 ‘기술과 예술’의 결합은 일종의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크라프트베르크의 내한 공연에서 우리는 바로 이 점을 환상적인 무대 연출과 함께 목도하게 될 것이다.

 

 


 

Writer. 배순탁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음악이라는 느낌의 층위에서 당신과 나는 대체로 타자다.

그러나 아주 가끔씩, 하나의 공동체가 되는 짧지만 강렬한 순간들도 있다. 그 순간을 오늘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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