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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프트베르크] KRAFTWERK의 ‘보이는 사운드(Seeing Sound)’

2013.04.24 

 

KRAFTWERK


나의 직업은 사운드(Sound)를 비쥬얼(Visual)로 만드는 일이며 브이제이(Visual Jockey)라고도 한다. 음악이 몸과 내면의 경험과 연결되어 있다면, 영상은 이 부분을 연결하는 시각적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사운드가 청각과 육체의 울림으로 느낄 수 있는 체험이라면, 비쥬얼은 시각적인 체험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선상에 놓여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청각과 시각이 합쳐지는 부분에 크라프트베르크의 지난 40여년간의 활동이 녹아있다.

 

크라프트베르크의 등장이 비틀즈나 비치보이스 류의 밴드들과 확연하게 차별을 두는 것은 ‘보이는 사운드’이기 때문인데, 1960년대 유럽에서 유행하던 미국의 히피문화나 영국의 음악과 전혀 다른 루트가 펼쳐진 이유는 독일의 미래파(Futurism)들 때문이다. 거의 모든 나라들이 미국과 영국의 락앤롤에 심취했었지만 크라프트베르크의 고향인 뒤셀도르프에는 요셉보이스와 백남준으로 대표되는 전위예술단체인 ‘플럭서스’ 그룹이 있었다. 발전된 미래도시와 기계미학에 심취해 있는 독일인의 DNA는 예술과 기계에 대한 끊임없는 문제제기와 실험을 시도했으며, 콘나드 쉬니츨러(Conrad Schnitzler)같은 일렉트로닉 음악의 선구자가 등장했다. 그들은 멜로디 위주의 음악이 아닌 기계의 소리, 노이즈에 심취하며 새로운 사운드와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로봇들의 레트로 퓨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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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링크를 보면 낯설은 전자악기들을 들고 전자계산기의 버튼을 누르듯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자계산기나 컴퓨터는 고유의 버튼이 있고 버튼마다 기호와 소리가 함께 동작된다. 공연현장에서 비디오의 전자신호를 제어하는 기술은 이것과 흡사하다. 이렇게 되면 사운드와 영상을 하나의 기계로 동시에 연주할 수 있게 되며, 비쥬얼이 연주되는 특이한 상황이 연출된다. 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기술을 감지하고 있었다. 실로 놀라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사운드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파장이나 데이터들이 그래프나 컬러, 숫자 등으로 만들어지는데 이 부분은 크라프트베르크의 새로운 비쥬얼 컨셉들이 되기도 한다.

 

크라프트베르크는 기계와 인간의 움직임을 사운드로 표현하는데 많은 관심을 가졌고 그들의 첫 앨범부터 최근의 앨범까지 보면 Autobahn, Radio Activity, Trans Europe Express, Man Machine, Computer World, Tour De France까지 기계와 인간의 운동성과 사운드를 시각적으로 표현해 왔다. 공연에서 사용되는 악기들은 대부분 무대 뒤에 세팅이 되어 있으며, 신시사이저와 컨트롤러들만 멤버들 앞에 설치되어 있다. 정지 화면 같은 그들의 무대에 엄청난 에너지를 불어 넣는 것은 영상이다. 음악가들이 악보를 쓰는 것처럼 ‘The Robots’을 영상으로 만든다고 가정하고 만든 영상악보를 만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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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BOTS

 

KRAFTWERK의 THE ROBOTS의 무대, 조명과 실루엣을 이용한 흑백 INTRO 화면이 40초간 이어진다. 그리고 마치 뮤지컬의 시작을 알리듯 커튼이 열리면서 조명이 밝아지고 실루엣의 주인공들, 크라프트베르크 멤버들의 모습을 본딴 Robot 4개가 등장한다. 화면을 채우는 레드 색상이 강렬하게 관객들의 시선을 빨아들이며 화면의 중심에는 컴퓨터 시스템폰트로 제작된 We charsing our(붉은색) BATTERY(흰색, BATTERY가  붉은색 ‘바’가 움직이면서 BATTERY를 강조, BATTERY 8번 깜빡거림)and now We’re full of(붉은색) Energie라는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로봇의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하는 광경이 흥미롭다. Bbm We are the(붉은색) Robots(흰색 점선으로 그려진 로봇 4개가 등장하며 리듬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 화면에는 실제 로봇들이 등장하고, 멤버들의 얼굴을 로봇들의 클로즈업 샷으로 이어진다. 실제 무대위의 로봇 4개의 군무와 화면에 등장하는 흰 색 선으로 만들어진 로봇의 군무를 비교해보는 것도 하나의 감상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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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BAHN

 

독특한 인트로, 시동소리에 맞춰 폭스바겐이 화면 뒤로 달려간다. 화면은 폭스바겐의 달리는 옆모습을 보여주다가 그리고 뒷모습을 끝으로 사라진다. '아우토반'이라는 가사대로 아우토반 로고가 서서히 커지면서 등장, 무대는 로고의 배경색인 푸른색, 멤버들은 검정색 실루엣으로만 보인다.  Wir fahr'n fahr'n fahr'n auf der Autobahn 파란색 배경과 Autobahn 앨범자켓의 일러스트만 무대의 중앙에 배치되다가, Vor uns liegt ein weites Tal / Die Sonne scheint mit Glitzerstrahl 일러스트가 무대전체로 확대되며, 아우토반이 내려다 보이는 풍경화가 나오면서 아름답고 서정적인 고속도로 풍경으로 전환된다. 흑백화면으로 전환되면서 아우토반을 달리는 흑백 다큐멘터리 영상이 점차 컬러 화면으로 변화하며 문명의 발달을 드러낸다. 자동차와 도로, 문화가 만나는 지점을 영상으로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폰트의 크기, 컬러의 선택 만으로도 그들은 음악의 비트를 만들어 낸다. 그렇다면 폰트와 이미지에 컬러를 입힌 후 움직이고, 회전시킨다면 사운드의 구체적인 현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위의 내용들을 사운드컬러(Sound Color), 물리음악 등으로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Tour De France

 


크라프트베르크와 3D 영상

 

TV는 그리스어로 ‘멀리 보다’라는 뜻이다. 크라프트베르크의 라이브 무대가 3D로 구현된다면 TV의 사전적 의미가 더욱 완벽해진다. 헐리웃의 대자본 영화들을 보면서 우리는 이미 3D에 익숙해졌다. 3D 텔레비젼이 대중화되었지만 3D 라이브 공연을 본 적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크라프트베르크가 뉴욕 모마와 런던 테이트 모던의 터빈 홀에서 공연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란한 영상보다는 간결하고 철학적인 이미지인 그들의 그래픽들이 3D로 만들어지는 라이브 완결 편을 우리는 모두 기다려 왔기 때문이다.

 

사운드가 나의 몸으로 들어오는 시각적 경험을 하게 되는 이 공연이 크라프트베르크라는 점, 믿어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들은 활동해온 40여년간 레퍼런스나 모델로 생각했던 팀이 없으며, 앨범 제작 시간을 염두해 둔 적도 없다고 한다. 대부분의 밴드들이 비틀즈를 보고 음악을 시작했다면, 유명해지거나 정상에 선 밴드들은 크라프트베르크를 종착역으로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밴드들의 종착역으로 초대되는 익스프레스에 오르는 일만 남았다.

 

 


 

Writer. 박훈규

 

aka PARPUNK
VJ, Graphic Designer
VIEWZIC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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