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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프트베르크] 글로 먼저 만나는 KRAFTWERK 3D 공연

2013.04.25

 

3월 11일, SNS로 전해진 크라프트베르크 내한 소식에 인터넷은 난리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크라프트베르크가 전자 음악의 시작이니 전설이니 해도 한국에는 그 이름이 덜 알려진 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꿈도 꾸지 못했던 이 독일 밴드의 내한 소식은 몹시도 반가웠지만, 찻잔 속의 태풍일 수도 있단 냉소적 시선도 버릴 순 없었다. 지금까지 실력 있고 인정받는 외국 뮤지션 내한공연 대부분이 소수의 흥분 속에서 치러진 것도 사실이니까. 그런데 예매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인 하나가 흥분해서 연락을 해왔다. 반응을 조금 지켜보다 티켓을 사려 했는데,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아까 봤을 땐 300장이 넘게 남았었는데 지금은 178장 남았어. 안 되겠다. 당장 사야겠어.” 결국, 공연 티켓은 매진되었고 설마 하던 이들은 매일 취소표를 체크해야만 했다. 신기했다. 다들 이렇게나 크라프트베르크를 원하고 있을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KRAFTWERK at MoMA

 

 

라디오헤드(Radiohead)와 밥 딜런(Bob Dylan)이 내한하는 시대가 왔어도 크라프트베르크의 공연만은 한국에서 볼 수 없을 줄 알았는데, 내한도 모자라 매진 사례까지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가 너무도 신기해 주변인들을 붙잡고 물었다. 도대체 왜 이리도 열광하느냐고. 그런데 의외로 크라프트베르크를 잘 아냐는 질문에 그들은 쉽게 답하지 못했다. ‘아우토반(Autobahn)’ 같은 대표곡들을 알고 있으며, 그들의 영상을 인터넷에서 꽤 찾아보았음에도 말이다. 현실적으로 국내의 음악 팬들에게 크라프트베르크의 활동 시기나 지역은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던 데다, 원체 대단한 전설로 여겨지는 만큼 뭐라 언급하길 어려워했다. 하지만 손꼽아 기다려온 팬이건 그저 전설적 밴드의 희귀한 내한에 호기심을 가졌던 사람이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것이 있었다. 3D로 보는 공연 영상이었다. 사람들은 크라프트베르크의 이름이 새겨진 3D 종이 안경을 갖고 싶어했고, 또 그 안경으로 실제 공연을 보고 싶어했다.

 

 

 

 

기술마저 따라올 수 없었던, 시대를 앞서나갔던 크라프트베르크

 

지난 40년간 크라프트베르크가 지속해 온 새로운 도전과 결과물, 그러니까 전자 드럼 머신을 만들어 내고 컴퓨터를 음악 작업에 사용하기 시작했단 사실들은 3D 영상으로 연출되는 새로운 공연에까지 자연스레 호기심을 갖게 한다. 게다가 지금도 클링 클랑(Kling Klang) 스튜디오에서 음악뿐만 아니라 영상까지 멤버들이 직접 만들어낼 정도로 비주얼 요소를 중시하는 그들이기에 공연 영상에 대한 기대감은 당연히 증폭될 수밖에. 영상이 음악 공연에 이리도 큰 영향을 미칠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자극에 익숙한 요즘 세대가 보는 대부분의 공연에선 영상이 필수적으로 활용되곤 한다. 특히 일렉트로닉 음악은 무대 위에서 멤버가 실제로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가 록 밴드의 공연보다 한정적이라 영상에 공을 들이는 경우가 많다. 케미컬 브라더스(Chemical Brothers)는 눈이 돌아갈 정도로 멋진 영상을 거대한 스크린을 통해 보여주고,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공연에선 피라미드로 만들어진 프로젝터가 화려한 영상을 쏟아낸다. 팻보이 슬림(Fatboy Slim)은 무대 위의 빛들이 작은 스마일 조각들로 보이는 종이 안경을 관객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 스타 일렉트로닉 밴드들의 선구자인 크라프트베르크는 1981년부터 라이브 공연에 영상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대를 한참 앞서나간 그들이 공연에서 원하는 것을 모두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그들을 따라오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들이 필요한 장비는 투어마다 훨씬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고, 영상 기술 역시 발달했다. 리더 랄프 휘터(Ralf Hütter)의 말대로 ‘마침내 장비들이 크라프트베르크의 기준에 도달’ 것이다.

The Mix Booklet Front Cover

 

 

크라프트베르크는 2009년 3D 영상을 공연에 도입하기 시작했고, 2012년 공연부터는 Full HD급의 3D 영상을 구현할 수 있는 장비로 업그레이드했다. 공연장의 사운드 역시 3D가 적용되었다. 기존의 스테레오 시스템이 객석 위치에 따라 들리는 소리에 차이가 생기는 것과 달리 영화에 사용되곤 하는 WFS(Wave Field Synthesis) 시스템을 사용해 관객이 모든 공간에서 선명하고 입체적인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것. 그런데 3D 영상을 제외하고는 현란한 영상 장비로 효과를 남발하는 다른 공연들과 비교해 꽤 단순한 연출이란 사실이 눈길을 끈다. 고무 점프수트를 입은 환갑의 멤버들이 네 개의 작은 단 앞에 서서 큰 움직임도 없이 작은 노트북과 아이패드를 만지작대고 있을 뿐이고, 멤버들 뒤로 보이는 대형 스크린 역시 분할되거나 화려한 움직임을 보이지도 않는다.

 

그 대형 스크린에서는 반복되는 가사가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나타나거나 낯익은 빨간 셔츠와 까만 넥타이의 로봇 멤버들이 등장하고, 흑백 영화가 플레이 되기도 한다. 모든 영상은 크라프트베르크의 음악의 연장선상에 있다. 게다가 단순하지만 강렬한 그래픽으로 대표되는 크라프트베르크만큼 3D 영상에 어울릴 공연이 어디 있을까. 진정 훌륭한 공연 연출이야말로 음악을 가장 중심에 두고 관객에게 잘 전달하는 것인데 무분별한 기술의 남발보다 꼭 필요한 정수만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미니멀리즘을 추구해온 크라프트베르크의 음악과 잘 어우러진다. 뭐든 미니멀해질수록 완벽을 추구하기가 어렵기 마련인데 이렇게 추구하는 바를 훌륭히 구현해낸 크라프트베르크의 공연은 콘서트라기보단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여겨질 정도.

 

 

Live in 3D at Munich

 

 

순식간에 매진되었던 MoMA와 Tate Modern의 공연

 

뉴욕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이하 MoMA)은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2012년 4월, MoMA는 크라프트베르크의 여덟 개 앨범을 매일 하나씩 공연하는 Retrospective 1 2 3 4 5 6 7 8 공연을 기획했다. MoMA에서 최초로 열리는 음악 공연이었다. 매일 450명만이 볼 수 있었던 이 공연은 한 사람당 구매할 수 있는 티켓을 두 장으로 제한했음에도 순식간에 매진되었고, 2만 원 상당의 티켓이 열 배가 넘는 가격으로 거래될 정도로 폭발적 반응이었다. 뉴욕에서의 대성공은 런던의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Tate Modern) 공연으로 이어졌다. 2013년 2월, The Catalogue 1 2 3 4 5 6 7 8 라 이름 붙여진 런던 공연은 십만 원이 훌쩍 넘는 비싼 가격에도 순식간에 매진되어 뉴욕의 아성을 이었다. MOMA 공연에선 류이치 사카모토(Ryuichi Sakamoto), R.E.M.의 마이클 스타이프(Michael Stipe), 오노 요코(Ono Yoko) 등이 목격되었고, 테이트 모던에는 펄프(Pulp)의 자비스 코커(Jarvis Cocker), 그리고 재미있게도 우주를 연구하는 스타 과학자 브라이언 콕스(Brian Cox) 교수가 공연을 보러 왔다고 한다.

     

 

KRAFTWERK at MoMA

 

 

KRAFTWERK at Tate Modern

 

 

Kraftwerk at Tate Modern Video 

 

 

젊은이들이 클럽에서 즐기는 음악이란 오해를 종종 받아온 일렉트로닉 음악은 사실 댄스 음악뿐만 아니라 듣기 편한 칠 아웃(chill out) 같은 장르나 음침해서 춤추기엔 난감한 위치 하우스(Witch house) 같은 장르까지 포용하는 실로 거대한 음악 장르다. 그리고 이 장르의 선두에 섰던 크라프트베르크의 음악은 생각보다 그리 난해하거나 낯설지 않다. 반복되는 비트는 심장박동과 비슷하고, 어떤 멜로디는 쉽게 흥얼댈 수 있을 정도다. 어쩌면 춤보단 감상에 더 어울리는 편인데, 탄성을 자아내는 3D 영상까지 더해진 공연에선 잡담할 마음조차 안 생길 정도로 집중하게 된단다. 무엇보다 40년 넘게 찬사를 받아온 크라프트베르크의 대표곡들을 크고 선명한 최고의 사운드로 들을 수 있는 라이브라니 지금까지 유튜브나 음반을 통해 보고 듣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 될 것이 틀림없다.

 

참고로 최근 중국은 크라프트베르크가 15년 전 미국에서 티베트 독립 공연에 나가려고 했단 이유로 공연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고 한다. 아쉬워하고 있을 중국의 팬들을 생각하니 문득 한국은 꽤 살만한 나라란 생각이 든다. 크라프트베르크가 내한할 뿐만 아니라 H.O.T. 오빠들 덕분에 이 전설적 밴드의 이름조차 모르던 시절부터 그들의 음악을 좋아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무슨 소리냐고? 이번 서울 공연에서 ‘Tour de France '83’가 나오면 알게 될 것이다. 90년대에 H.O.T. 음악 좀 들었던 신세대라면 절로 장우혁의 춤을 추게 될지도.

 

 


 

Writer. 맹선호

 

인디 음악 매거진 엘리펀트슈 디렉터. 이제는 절판된 전설 속 페스티벌 원정기 페스티벌 제너레이션 저자.

어쩌다 보니 이렇게 글을 쓰며 살고 있지만, 아직도 공연기획에 몸담았던 기간이 글을 쓴 기간보다 오래인 글 쓰는 대중음악 공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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