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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전] 일상을 예술로, 사실주의의 거장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

2013.06.19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함께 스튜디오 지브리를 이끌고 있는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 판타지, SF, 메카닉, 학원물 등 쉼 없이 변화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유행과 다양한 기류에도 불구,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작품들은 일본 사회의 면면들을 들추고 시선을 맞추며 천천히 진행됩니다. 철저한 취재와 고증을 바탕으로 ‘사실주의의 구현’의 길을 꾸준히 모색해 온 스튜디오 지브리의 뿌리이자 기둥,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을 만나봅니다.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을 관통하는 키워드, ‘사실주의’

 

 

 

 

도에이동화 애니메이션 (현 도에이 애니메이션) 연출 파트에서 조수 생활을 하던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은 그의 스승인 오츠카 야스오로부터 장편 애니메이션 감독 제의를 받아 <태양의 왕자 호루스의 대모험>(1968)을 연출하며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데뷔하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적 한계와 제작비 초과 등의 문제들로 완벽히 만족할 만한 작품을 만들 수 없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그가 <태양의 왕자 호루스의 대모험>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투쟁, 갈등, 단결의 주제는 당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제작된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질 만한 주제는 아니었죠.

 

그러나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함께 <알프스 소녀 하이디>(1974), <엄마 찾아 삼만리>(1976), <빨간 머리 앤>(1979)과 같은 TV 명작 시리즈를 연출하며 일상의 소소함을 소재로 하는 수작업의 묘미가 살아있는 작품들을 제작하며 그의 입지를 확고히 했습니다. 정밀하게 구성된 스토리라인, 취재를 통한 철저한 묘사, 그리고 원작에 대한 작가적 해석과 충실한 표현 등 의식을 드러내기 시작했던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작품들은 80년대에 접어들면서 한 층 깊게 변모했습니다. 하루키 에츠미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자린코 치에>(1981)의 제작을 위해 그는 극의 실제 배경인 오사카 로케이션 취재를 통해 현실세계를 애니메이션으로 구축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꽃을 재배하는 장면들은 꽃 재배의 교본이 될 수 있을 만큼 사실적으로 그렸다”

 

 

-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

 

한 소녀의 추억을 재현한 로맨틱 드라마 <추억은 방울방울>(1991)에서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은 야마가타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대로 담아내고자 고심합니다. 또한 타카세 지역 사투리의 입 모양을 연구해서 작화에 적용했을 뿐만 아니라 주인공 타에코가 베니바나 꽃잎을 이용한 염료로 흰 천에 색을 입히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사실감을 더했죠. 그는 사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치밀한 배경 묘사는 물론, 화면을 채우는 미세한 동작 하나까지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이 온전히 사실주의에 기반을 둔 작품만 제작한 것은 아닙니다. 일본에서 350만 관객을 동원한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1994)의 경우,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에서 꾸준히 언급되었던 ‘환경 파괴’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담아내죠.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변신이 가능한 너구리’라는 캐릭터를 통해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갔습니다.

 

 

 

 

 

1999년에 개봉한 <이웃집 야마다군>은 아사히 신문에 연재된 네 컷 만화에서 인상적인 20여 개의 에피소드들을 모아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애니메이션에 4컷 만화의 형식을 적용했던 색다른 시도였죠.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은 이 작품에서 주인공 야마다 씨를 통해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한 가족의 따뜻함을 표현합니다. 각 에피소드의 마지막은 독특하게도 유명 하이쿠(일본 고유의 시 형태) 시인들의 글귀로 마무리되는데요. <이웃집 야마다군>은 하이쿠와 네 컷 만화와 같은 요소들을 통해 일본 고유의 전통적인 압축미를 드러낸 작품이었습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현실을 반영한다.”

 

 

 

 

“무엇을 상상하든 현실을 반영한다.”

 

 

-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은 첫 애니메이션부터 지금까지 줄곧 자신의 작품을 통해 하나의 키워드, ‘리얼리즘’의 본질을 탐구해왔습니다. 캐릭터의 표정을 실제 사람의 근육 움직임과 마찬가지로 사실감 있게 표현해내는 형태의 사실주의뿐만 아니라, 일본의 현재와 과거를 다루면서도 냉철히 거리를 유지하는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작품들 속에는 일본 사회와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탁월한 현실 감각 또한 내재되어 있습니다.

 

“항상 한 장의 그림에서 시각의 변화를 얼마나 실제에 가깝게 느껴질 수 있도록 표현할 수 있는가에 대한 탐구를 하고 있습니다.”

 

 

-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은 손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셀 애니메이션은 기법적인 한계 때문에 3D 혹은 실사 애니메이션의 사실감을 따라가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현실적으로 그림을 그리면, 실사보다 더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신념으로 작품을 제작한다고 합니다. 그의 신념이 발현된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1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展에서 애니메이션의 거장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작품 세계를 집약한 공간, ‘레이아웃’을 직접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전시 정보] 스튜디오 지브리의 중심,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전시 정보] 스튜디오 지브리의 두 거장, 다카하타 이사오와 미야자키 하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