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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전] 명작의 재해석, 다카하타와 미야자키의 초기 TV 시리즈

2013.07.03

 

<알프스 소녀 하이디>(1974), <엄마 찾아 삼만리>(1976), <미래소년 코난>(1978), <빨강머리 앤>(1979), 어딘지 낯익은 제목의 위 작품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두 사람이 작품 제작에 참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작품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레이아웃을 그리고 있습니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1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展에서는 위의 5개 작품을 포함, <다운타운 스토리>, <루팡 3세> <명탐정 홈즈> 등 스튜디오 지브리 창립 이전 작품들의 레이아웃이 공개됩니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에서 시작된 세계 명작 시리즈

 

197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에 ‘세계명작 극장’이라고 불리는 하나의 장르를 정립시킨 세계명작 극장(칼피스 어린이 극장) 시리즈. 그 전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즈이요 영상이 제작한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호흡을 맞춘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1974)부터 그 역사는 시작되었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입니다. 그 후, 일본 애니매이션이 제작해 세계명작 극장 시리즈가 된 <플란다스의 개>(1975), <엄마 찾아 삼만리>(1976), <빨강머리 앤>(1979)은 일본뿐 아니라 국내 방영 당시 상당히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방송 종영 후에도 시청자들의 아쉬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고, 1990년 TV 재편집 본이 극장에 상영되는가 하면 TV판 스페셜을 따로 엮어 방송해주는 등 많은 사랑을 받았죠.

 

"처음 10년간은 디즈니의 제작 방법을 배워 주로 풀애니메이션의 장편애니메이션을 제작해왔습니다.

장편애니메이션으로 세계에 진출하자는 장대한 계획을 가지고 출발했습니다."

 

 

- 도에이 애니메이션 부회장 모리시타 코조

 

과거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활약했던 도에이 애니메이션과 즈이요 영상 등의 애니메이션 제작 회사에서는 극장용 애니메이션보다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제작에 더욱 집중했습니다. 이유는 크게 ‘제작비’과 ‘매체’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도에이 애니메이션은 1956년 동양의 디즈니를 목표로 창립된 회사로, 초반에는 ‘디즈니’처럼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왔는데요. 하지만 이미 전 세계에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디즈니에게 도저히 대항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디즈니에 비해 제작비가 부족했던 도에이는 그에 따라 전략을 바꿉니다. 예산이 많이 들고, 리스크가 큰 극장용 애니메이션보다 TV 애니메이션에 더 주력하기 시작했던 것이죠.

 

다른 한 가지 이유는 바로 ‘매체’에 있습니다. 현재에는 컴퓨터, 스마트폰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기기가 많지만, 과거에는 TV가 거의 유일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TV 애니메이션을 즐겼고, 때문에 더욱 TV 애니메이션 제작에 힘을 쏟아 부었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알프스의 설원을 그대로, <알프스 소녀 하이디>

 

<알프스 소녀 하이디>는 ‘하이디는 배운 것을 유익하게 사용한다(Heidi kann brauchen, was es gelernt hat, 1881).’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총 52편의 시리즈로 제작된 이 애니메이션은 다카하다 이사오 감독이 작품 감독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전편의 레이아웃을 맡은 작품으로도 유명합니다. 배경이 되는 독일과 스위스 현지 로케이션을 통해 알프스의 사계절과 사실적인 일상생활의 면면을 그려내 주목을 받았습니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 엄마 찾아 삼만리

 

 

괴력을 가진 소년, <미래소년 코난>

 

<미래소년 코난>은 알렉산더 케이의 과학소설 ‘살아남은 사람들(The Incredible Tide)’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이것은 미야자키 하야오감독의 최초 TV 시리즈로, 전편의 설정, 연출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도 몇 편인가 연출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초강력 전자무기로 인해 인류의 절반이 목숨을 잃은 미래의 지구, 괴력 소년 ‘코난’의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 과학의 발달과 인간, 그리고 인간의 미래 등의 깊이 있는 주제를 담아냈다는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미래소년 코난, 빨강머리 앤 

 

 

우리의 친구, <빨강머리 앤>

 

루시 M. 몽고메리의 소설 ‘빨강머리 앤(1908)’가 원작인 <빨강머리 앤>은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이 1979년, 총 50편의 TV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습니다. 15화까지의 레이아웃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담당했고요. 로케이션을 통한 아름다운 배경과, 영상과 클래식 선율의 배경음악으로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당시 TV 애니메이션에서는 드물었던 내레이션을 통해 다큐멘터리적 요소를 부각시키는 등의 새로운 요소들이 시도되었습니다. ‘도에이 애니메이션’이 TV용 애니메이션에 주력할 당시의 작품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요. 먼저, 대부분의 애니메이션들이 원작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화’된 작품이라는 점과 ‘어린아이’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보다도 더 중요한 공통점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움직임을 최소화한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입니다.

 

 

움직이지 않는 애니메이션에 생동감을 주기 위한 교차편집

 

 

TV용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제작비 축소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TV 애니메이션도 만만치 않은 제작비가 필요했죠.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바로 ‘움직임을 최소화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이는 적은 예산으로도 많은 작품들을 만들 수 있게 했는데요. 물론, ‘전기 그림연극이 아니냐’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나름의 이점들도 존재했습니다. 캐릭터의 움직임이 적었기 때문에 기발하고 복잡한 캐릭터들도 자유롭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이죠. 다음으로는 카메라 워크의 발전입니다. 아무리 ‘움직임을 최소화한 애니메이션’이라고 해도, 최대한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야 했습니다. 이 때문에, 애니메이션에서 카메라를 수평으로 이동시키는 ‘PAN’,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ZOOM’등의 기법들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의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있게 해준 추억의 TV 애니메이션 작품의 레이아웃은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1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展으로, 6월 22일부터 9월 22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