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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전] "스튜디오 지브리는 반환점이다." - 김동완 큐레이터 인터뷰

2013.07.25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1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展  오랜 시간에 거쳐 준비하고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이기까지, 큰 역할을 담당했던 전시 기획사 씨티아이의 김동완 큐레이터 님을 만나보았습니다. 

 


 

 


Q.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전시 기획사 씨티아이에서 근무하고 있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1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展 의 큐레이터, 김동완입니다. 현대카드, 스튜디오 지브리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전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스튜디오 지브리의 ‘레이아웃’을 전시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실 스튜디오 지브리의 몇 가지 전시 패키지가 있긴 합니다. 입체 조형물을 전시하는 것도 있고, 화려한 채색 그림 전도 있고, 레이아웃 전까지 여러 전시가 있습니다. 레이아웃 작품들을 일반인들이 보시기에는 밋밋하고 재미없다고 생각되실 수도 있는데, 어떻게 보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과정의 기본이 되는 시스템이거든요. 관객들의 시선을 현혹하기 위해 시각적으로 화려한 작품들을 가져오기보다는 어떠한 과정을 통해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고, 감독들이 작품을 기획할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관객들에게 알려주는 것에 중심을 두었습니다.

 


Q. 레이아웃이 채색을 하지 않은 원본이자 작업 시스템의 한 요소이기 때문에, 전시 작품으로 선택하기에는 다소 ‘모험’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시 흥행에 대한 우려나 고민은 없으셨나요?

 

사실 전시 기획단계에서 이런 부분을 고려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전시에서도 특수효과나 화려한 장치물들을 사용하는 경우가 흔해졌어요. 사실 이런 부분들에 대한 요구도 있지만, 지나침 화려함이 오히려 시각적인 폭력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오히려 이런 기본이 되는 레이아웃과 같은 전시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스튜디오 지브리를 처음 떠올릴 때 생각나는 표현들이 아날로그 감성이기도 하고요. 이러한 레이아웃에 대한 관점들이 스튜디오 지브리의 성격, 전통과 맥락이 맞닿아 있지 않느냐라는 생각에서 밀어붙이게 된 거죠. 스튜디오 지브리 측에서도 이런 생각에 동의해주었고요.

 


Q. 이번 전시를 위해 일본도 방문해 보셨을 것 같은데요. 감회가 어떠셨나요?

 

미타카 역 스튜디오 지브리 미술관이 있는 곳에서 두 정거장 떨어진 역에 있는 스튜디오 지브리에 처음 방문했을 당시에는 깜짝 놀랐습니다. 꽤 큰 회사잖아요, 세계적으로 알려진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건물 외벽에 스튜디오 지브리라는 표식이 전혀 없었습니다. 설마 했던 3층짜리 조그만 건물이 스튜디오 지브리였고, 거기서 회의를 하면서 한국에서 어떤 전시를 하고 싶고 레이아웃 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진행되었죠.

 


Q. 2년 넘게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展 을 준비했다고 들었습니다. 준비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을 말씀해주신다면?

 

가장 좋았던 점은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었다는 거에요. 그들의 세심함과 꼼꼼함은 정말 본받고 싶습니다. 저도 한국에서 몇 번의 전시를 해왔지만, 굉장히 많이 전시 준비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준비한 부분과 달라지는 이슈들이 생깁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임기응변에 강해서 이런 현장 이슈들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를 하긴 하지만 사전에 따로 준비를 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일본 관계자들은 이런 부분들에 대해 사전에 꼼꼼하게 모든 걸 준비를 해옵니다.

 

같은 맥락에서, 어떤 사항에 대해 한번 원칙을 정해놓으면 절대 바꿀 수 없는 점이 좀 어려웠습니다. 융통성의 문제라고 볼 수 있는데요. 원칙이 필요할 때는 지켜야 하는 것이지만, 현장 상황은 늘 바뀌기 때문에 가끔은 이런 융통성이 필요하기도 하거든요. 한국 시장과 일본 시장간의 문화적인 차이를 이해시키기 힘든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이건 양국의 문화적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Q.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展 은 해외에서도 수 많은 러브콜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왜 ‘한국’을 선택했는지 궁금합니다.

 

실제로 대만과 프랑스에서도 전시 요청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일단 지리적으로 가깝고, 한국 시장이 스튜디오 지브리 입장에서 일본 다음으로 가장 큰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지리적으로 가깝다 보니 문화적 코드도 가장 비슷합니다. 포스터만봐도 그런 차이를 알 수 있어요. 일본 포스터와 한국 포스터는 대체적으로 그 분위기나 컨셉이 비슷한 반면, 미국 포스터는 미국에서 인기 있는 캐릭터 등을 전면에 배치하는 식으로 새로 제작하곤 하죠.

 


Q. 레이아웃 작품 중 어떤 점에 눈길이 가세요?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展 의 작품들은 기존의 일반적인 회화, 스케치에서 볼 수 없는 표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보통 그림을 그릴 때, 일반적으로 구도를 잡아 그린다면, 이 레이아웃은 완성된 하나의 그림이 아니잖아요.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한 과정 중의 레이아웃이기 때문에 최종 영상화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판단해서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그래서 작품을 유심히 보면 말도 안되고 특이한 구도가 종종 있어요. 그림 하나에 시점이 2~3개가 된다던 지, 소실점이 2~3개가 된다던 지 하는 점들인데요. 일반적인 회화 그림에서는 피카소, 입체파가 아닌 이상 그런 그림을 그리지 않거든요. 근데 여기서는 그런 독특한 시점을 가진 그림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만화가 이현세 선생님도 말씀하셨지만 스튜디오 지브리의 캐릭터는 대체로 분위기나 성격이 비슷한 반면, 배경에 대한 표현들이 굉장히 세심하고 정밀한데 이런 배경들은 실제 철저한 취재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점. 배경에 대한 레이아웃의 묘사가 그 장소에 가본 사람이라면 바로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한 퀄리티를 갖고 있습니다.

 


Q.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시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저는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이웃집 야마다군>을 제일 좋아합니다. 유독 그 두 작품이 레이아웃 상에서도 그렇고 작품 상에서도 그렇고 눈길이 많이 가더군요.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의 경우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주제들, 환경에 대한 부분이 굉장히 맞닿아 있기도 하고 영화 중간중간에 캐릭터가 변신을 한다는 점도 독특하고요. <이웃집 야마다군>의 경우에는 기존의 스튜디오 지브리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작품을 만들었는데, 영화를 보다 보면 한 회가 끝날 때마다 일본의 하이쿠[각주:1]를 응용한 점도 굉장히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심각하게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좋고요.

 


Q. 이번 한국 전시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점이 있다면?

 

 

 

 

 

일본 전시와 한국 전시는 일단 순서가 달라요. 일본 전시에서는 역사를 훑듯이 처음 나우시카부터 시작해서 마지막은 최근 작품 순으로 나열되고 있지만, 한국 전시에서는 감독 별로 섹션을 나눠 구성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첫 번째로 이루어지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전시이기도 하고, 국내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인지도가 상당히 높은 반면,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이 일본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만큼이나 훌륭한 감독인데도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거든요. 그래서 동등한 입장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섹션을 나눠보았고, 입체적인 유바바의 집무실 회랑이나 전시장 외부의 포토존을 도입하여 국내 정서에 맞게 현지화 하려고 노력 했습니다.



Q. 스튜디오 지브리의 레이아웃 작품을 국내 관객들에게 가깝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특별히 노력하신 부분이 있다면요?

 

큐레이팅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스타일이 각각 다른데, 저는 전시를 통해 관객들에게 무언가를 교육시키기보다는 관객 스스로의 해석을 중시하는 편입니다. 레이아웃에 대한 설명 보드를 최대한 많이 배제하려 했었고 꼭 필요한 부분을 추려서 준비했습니다. 이 전시를 재미있게 보려면 레이아웃에 표기된 용어들을 이해하고 관람하시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사실 이게 쉬운 부분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이런 기술적 용어들에 굳이 얽매이지 마시고 자기가 느꼈던 추억을 떠올리면서 레이아웃에 그려진 흑백의 그림에 자기가 직접 채색해보는 상상을 해보시길 바란다는 조언이자 관람 팁을 전해드리고 싶네요.

 


Q. 이번 전시에서 꼭 봐야 하는 작품이나 섹션이 있다면요?

 

 

 

 

마지막 섹션이 가장 재미있는 지점이에요. ‘마쿠로 쿠로스케’라는 캐릭터를 그려 붙이는 섹션인데요. 이 섹션에서 일본과 우리나라의 차이점이 드러나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일본 관객들은 지정된 캐릭터, 검댕이 먼지(마쿠로 쿠로스케)를 그려서 직렬 병렬로 각을 세워서 붙이시는데, 우리나라 전시 섹션에서는 그야말로 예술 작품이 곳곳에서 탄생합니다. 지정된 캐릭터가 아니라 한 명이 여러 스티커를 사용해서 그리는 굉장히 창의적인 작품들이 많거든요. 이런 점들이 한일간의 사회/문화적인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가오나시 코스프레를 도입한 히스토리도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일본 전시에서는 오프닝에 한한 이벤트였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 관객들의 성향에 맞춰서 조형물을 도입이 어려우면 사람을 움직여서 조형물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고, 전문 배우를 섭외해서 계속적으로 진행하게 되었죠.

 


Q. 이번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展 은 김동완 큐레이터 님께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쓴 책 중에 ‘반환점’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저도 이 전시가 일종의 ‘반환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시 시작 전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준비 과정도 길었지만 이제 막 전시를 시작했잖아요. 시작은 끝이 아닌 도착이잖아요, 전시가 마무리 될 때까지 다시 돌아가야죠.

 

 

 

 

 


  1. 1. 하이쿠: 일본 고유의 단시형(短詩形). [본문] 5·7·5의 17음(音)형식으로 이루어진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