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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전] 신의 한 수, 스튜디오 지브리의 초기 대작 모음

2013.08.26

 

<알프스 소녀 하이디>, <엄마찾아 삼만리> 등 세계 명작을 애니메이션화 한 시리즈를 통해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준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성공 이후,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마녀 배달부 키키>까지 1984년부터 1989년까지 스튜디오 지브리 초기 작품들은 사실감 넘치는 묘사는 물론, ‘사실주의’와 ‘자연주의’를 아우르는 다양한 주제로 일본 애니메이션 계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 왔습니다.

 

 

이야기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주제의식-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1982년 <아니메쥬>에 연재한 만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은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다’는 우려들을 말끔히 씻어버린 첫 번째 흥행작으로 작품성과 상업성, 두 측면에서 모두 성공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현대 문명의 폐단을 심층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주인공, 나우시카가 ‘바람 계곡’을 재앙으로부터 구해낸다는 보편적인 이야기 구조를 띄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만의 스토리텔링 기법을 찬찬히 살펴보면 작품의 큰 줄기 안에 녹아 들어있는 현대 사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엿볼 수 있죠. 인간의 어리석은 탐욕을 상징하는 ‘거신병’과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소녀 ‘나우시카’의 대립은 환경파괴, 이를 극복하려는 자연과의 공존공생 등 깊이 있는 주제의식을 드러냄과 동시에 평등한 공동체의 세계관을 지향합니다.

 

특히 스튜디오 지브리를 설립하며 처음 선보인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 이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일관된 주제의식이 담겨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그려내는 비행의 스릴을 맛볼 수 있는 작품, <천공의 성 라퓨타>(1986).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하늘을 나는 섬나라’가 이 작품의 모티브인데요. <천공의 성 라퓨타>의 움직이는 거대한 성(成), ‘라퓨타’는 첨단과학의 결정체 이자, 인간의 욕망의 집약체입니다. ‘라퓨타’는 ‘자연의 낙원’과 ‘대량학살용 무기’의 의미를 동시에 가진 이중적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데요. 이는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수 있는 과학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라퓨타를 악용하여 세계 정복을 이루려는 ‘무스카’와 이를 지키고자 하는 ‘시타’의 모습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기계 문명과 권력에 대한 비판의식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하늘을 나는 용감한 소녀들의 성장기- <이웃집 토토로>, <마녀배달부 키키>

 

대척점에 서있는 듯 서로 다른 작품관을 가진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두 거장의 세계관은 스튜디오 지브리가 다양한 주제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이 객관적 시점에서 일상 묘사에 눈을 돌렸다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소녀들의 환상적인 모험담을 그려냅니다.

 

1988년에 개봉한 <이웃집 토토로>는 아름다운 시골 마을로 이사 온 11살, 4살의 자매가 토토로를 만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애니메이션입니다. 1950년대—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TV가 나오지 않는 시대’라고 밝혔던— 일본 농촌의 소박한 풍경을 농밀한 색채로 구현해내고 있음은 물론, 숲의 요정 ‘토토로’와 ‘고양이 버스’라는 초자연적인 생명체를 등장시킴으로써 순수하고 환상적인 세계를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죠. 뿐만 아니라 상냥하고 의젓한 11살의 사츠키와 장난꾸러기에 호기심 왕성한 4살 메이는 이야기를 흡입력 있게 이끌어갑니다. <이웃집 토토로>는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스토리로 전 일본에 ‘토토로 현상’을 불러일으키며 큰 사랑을 받았던 애니메이션이죠.

 

여성, 소녀를 주인공으로 삼는 이유에 대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남성 중심의 사회는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폐허가 된 거대한 산업 문명은 남성이 만들고 지배력을 발휘한 공간으로 묘사됩니다. 자연은 곧 어머니의 모성이며 모든 걸 끌어안는 여성의 근원적 힘이 세상과 남성을 구원할 수 있다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세계관과도 일맥 상통하는 것이죠.

 

 

 

 

스튜디오 지브리의 초기작 중에서 산업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다름 아닌 1989년 작, <마녀 배달부 키키>입니다. <마녀 배달부 키키>는 ‘마녀’의 존재, 즉 잊혀져 버린 동심의 세계, 혹은 현대 문명 속에 파묻힌 인간의 순수한 감성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작품이었는데요. 13세의 소녀 키키가 마녀 수행을 받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로, 사춘기 소녀들의 감성과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 수작으로 꼽혀 1989년 일본 개봉 당시 ‘여성/소녀들을 위한 최초의 작품’으로 홍보될 정도였다고 하죠.

 

스튜디오 지브리는 이 작품을 크게 흥행시키면서 작품성과 상업성을 모두 갖춘 최고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성장하게 됩니다. 보다 전문적인 애니메이터의 발굴을 위해 스태프에게 고정급여를 제공하고, 신인의 채용과 육성 제도를 수립하는 등 대대적인 변혁을 이루어내었죠. 양질의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조직화, 스태프의 사원화, 연수 및 임금제도 확립 등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와 도쿠마 야스요시 사장의 지원으로 스튜디오 지브리는 일대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스튜디오 지브리가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거듭나기까지 걸어온 한 걸음 한 걸음을 만나볼 수 있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1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展.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부터 <이웃집 토토로> 그리고 <마녀 배달부 키키>까지 1984년부터 1989년까지 스튜디오 지브리가 애니메이션 역사에 새긴 놀라운 대작들의 레이아웃을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1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展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전시 정보] 스튜디오 지브리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작품들

[전시 정보] 다양한 시도가 돋보인 1990~1995년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