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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전] 다양한 시도가 돋보인 1990~1995년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들

2013.08.29

 

1989년 <마녀 배달부 키키>가 흥행에 성공한 후, 스튜디오 지브리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함과 동시에 인재 채용에 힘쓰며 더욱 수준 높은 작품 제작에 주력합니다. 1990년부터 1995년까지, 더욱 폭 넓어진 스토리 라인과 다채로운 구성이 담겨있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역사적인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섬세한 연출력으로 빚어낸 어린 날의 향수, <추억은 방울방울>

 

<마녀 배달부 키키>가 26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여 크게 흥행하면서, 1990년에 제작된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추억은 방울방울>은 보다 안정적인 제작환경에서 만들어집니다. <추억은 방울방울>은 여주인공인 타에코의 여행과 회상을 통해 60년대의 삶을 잔잔하게 그린 작품인데요.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60년대는 빛바랜 예스러운 느낌으로, 극 중 현재 시점인 80년대는 선명하고 세련된 느낌으로 표현하면서 다소 복잡할 수 있는 타임라인을 하나의 연출 기법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연출력을 엿볼 수 있는 또 한가지 포인트는 바로 제작 방식의 전환에 있었습니다. <추억은 방울방울>은 ‘프리스코어링’ 제작 방식을 사용하였습니다. ‘프리스코어링’이란 그림을 그리기 전에 먼저 더빙을 한 후, 녹음된 소리에 맞춰 그리는 것을 말하는데요. 성우가 캐릭터를 연기할 때의 웃는 모습이나 입을 움직여 생기는 볼의 미세한 주름까지도 참고하여 작품 속에 세세하게 담아내기 때문에 완벽하게 자연스러운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었죠.

 

 

 

 

 

낭만을 꿈꾸는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 <붉은 돼지>

 

<미래소년 코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이웃집 토토로>, <천공의 성 라퓨타>, <마녀 배달부 키키> 그리고 <붉은 돼지>에 이르기까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비행’에 대한 동경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그대로 구현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아 새로운 작품 제작에 들어갑니다. 그래서인지 <붉은 돼지>에는 그가 즐겨 내세우던 소녀 헤로인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인생의 중년을 맞은 녹록지 않은 인물, ‘마르코’를 그려냅니다. 이는 중년이 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즉 자신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기도 합니다.

 

“끝없이 푸른 바다와 하늘이 마음을 깨끗이 닦아주기 때문에 파일럿은 모두 투명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졌다.

그리고 누구보다 높은 명예와 긍지를 지녔다."

 

- <붉은 돼지> 마르코 대사 중

 

<붉은 돼지>는 제1차 세계대전 후의 시대를 배경으로 전쟁에 대한 비극성이 해학적으로 그려지며, 공군의 박진감 넘치는 공중전 시퀀스 등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인데요. 반파시즘과 무정부주의적인 성격이 반영된 가장 자전적이며, 개인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붉은 돼지>는 전쟁 중, 친구의 비행기가 격추당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비극적인 상황과,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그리고 사람에 대한 회한이 유쾌하면서도 묵직하게 잘 표현된 애니메이션입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차세대 인재양성 프로젝트, 그 첫 번째 <바다가 들린다>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주축으로 운영되던 스튜디오 지브리는 차세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젊은 인재의 육성을 꾀하고자 재능 있고 젊은 감독들에게 연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었죠. 1993년 제작된 <바다가 들린다>는 그렇게 만들어진 첫 작품으로,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등의 중견 제작자들은 이 작품의 제작에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바다가 들린다>는 기존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 시리즈와는 달리 극장판이 아닌 TV 스페셜로 방영되었다는 것이 특징인데요. 황금 시간대가 아닌 저녁 시간대에 방영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17.4%라는 이례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청춘 소설 작가 히무로 사에코가 1990년 1월부터 1991년 12월까지 일본 애니메이션 전문지 ‘아니메쥬’에 연재했던 소설을 원작으로, 멜로 감성을 잘 그려냈던 모치즈키 토모미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대학생인 모리사키 타쿠가 고등학교 때 도쿄에서 전학 온 무토 리카코와의 추억을 회상하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 작품은 고등학교 시절, 바다에서 피어난 풋풋한 사랑을 담고 있습니다. 막무가내인 리카코와 바른생활 사나이 타쿠의 오해와 갈등 그리고 화해의 과정을 통해 두 사람의 성장을 보여주는 <바다가 들린다>. 순수했던 시절과 첫사랑만을 다룬 단순한 연애물이 아닌, 갓 청년기를 맞은 이들의 성장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스튜디오 지브리와 CG 기술과의 첫 만남,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스튜디오 지브리가 꾸준히 다루어온 ‘인간과 환경’이란 주제를 너구리의 입장에서 재치 있게 다룬 애니메이션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도쿄의 신도시 계획인 ‘타마 뉴타운 프로젝트’로 인해 보금자리를 잃게 된 너구리들이 금지된 변신술을 부흥시켜 인간들의 개발 계획을 방해하는 스토리로 이목을 모았습니다.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은 사실감 있는 표현을 위해 실제로 개발과정에 있는 마을을 촬영하여 그대로 애니메이션에 옮겨내었는데요. 80년대 일본의 무분별한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더불어 일상에 대한 사실적인 관찰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또한 작품 내 등장하는 너구리들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너구리의 생태와 현황부터 너구리에 대한 설화 등을 수집하고 연구하였음은 물론, 일본 설화 속 캐릭터들과 전통 축제, 행렬 등을 작품 전반에 사실적으로 담아내었습니다.

 

 

 

 

<귀를 기울이면>,<ON YOUR MARK>

 

풋풋한 첫사랑의 감성을 표현해 낸 <귀를 기울이면>은 <마녀 배달부 키키>, <추억은 방울방울>에서 작화 감독을 담당해온 콘도 요시후미 감독이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은 작품입니다. 히라기 아오이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콘도 요시후미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력이 더해져 사춘기에 겪는 미묘한 감정들과 그 나이 때의 소녀의 일상생활을 리얼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청소년기에 겪을 수 있는 진로나 미래에 관한 고민들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어 성장물로도 큰 의미를 가집니다.

 

또한 작품 후반에 등장하는 ‘시즈쿠’의 소설 속 배경은 환상적인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전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과 전혀 다른 느낌을 보여주고 있는 이유는 ‘이바라드의 시간’으로 유명한 작가 이노우에 나오히사가 소설 속 세계관을 담당하였기 때문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 이노우에 나오히사의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이야기 한 바 있죠.

 

<ON YOUR MARK>는 1995년 제작된 7분 가량의 스튜디오 지브리의 뮤직비디오 애니메이션입니다. <ON YOUR MARK>의 제작은 일본의 유명 가수인 ‘차게 앤 아스카(CHAGE and ASKA)’가 프로모션 비디오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싶다는 제안을 하면서 성사되었는데요. 지브리의 실력파 애니메이터인 안도 마사시가 작화를 맡았으며 이 작품은 차게 앤 아스카의 전국 순회 콘서트 투어의 오프닝 필름으로 사용되며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단편 애니메이션을 통해 음악을 시각적으로 전달한 실험적인 형태의 이 작품은 당시 드물었던 돌비 디지털 5.1로 제작되어 스튜디오 지브리만의 섬세한 작화와 더불어 ‘차게 앤 아스카’의 음악까지 화려하게 증폭시켰는데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기존 작품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던 미래도시와 매카닉 등의 SF 적인 요소가 삽입되어 있으며 그의 작품 최초로 CG 영상을 사용한 사례이기도 합니다.

 

 

 

 

신진 감독을 기용하고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등 도전과 시도를 멈추지 않았던 1990~1995년의 스튜디오 지브리. 섬세한 연출과 세밀한 표현력, 그리고 정교한 묘사까지 언제나 완벽을 기하는 스튜디오 지브리만의 놀라운 힘을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1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展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다카하타 이사오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상상력이 담긴 레이아웃, 스튜디오 지브리의 비밀 설계도를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1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展에서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전시 정보] 스튜디오 지브리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작품들

[전시 정보] 신의 한 수, 스튜디오 지브리의 초기 대작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