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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In, Creative Out] ‘안상수체’의 안상수가 말하는 한글로 세상과 대화하는 법

2011.09.26


그래픽디자이너로, 타이포그래퍼로, 또 대학교수로 활동 중인 현대카드 슈퍼토크 04 Insight In Creative Out안상수는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디자이너이자 한국 전통 문화를 사랑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입니다. 그는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의 교수로서 강단에 서는 것은 물론 여러 잡지의 창간 및 아트 편집자로 활동했으며, 1985년부터 1991년까지 안그라픽스 대표를 역임했고, 여러 한글꼴을 디자인했죠. 특히 ‘글꼴에 우리 고유의 독창적인 문화를 담는다’는 철학으로 한글 디자인을 네모틀에서 해방시킨 것으로 유명한데요. 안상수의 작품 소개와 함께 안상수만의 한글에 대한 존경과 사랑, 그리고 안상수가 만들어낸 다양한 한글꼴을 소개합니다. 


안상수의 작품을 만나는 것은 곧 타이포그라피의 역사를 지켜보는 것

 

                                                                                              문자도 / 해변의 폭탄 물고기, 1991

안상수의 작품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2002년 로댕갤러리에서 열린 안상수 작품전 ‘한글 상상’전을 빼놓을 수 없죠. 이 전시회에서 안상수는 데뷔작에 가까운 ‘금누리 조각전’ 포스터부터 소리를 시각화시켜 글자로 형상화 한 강태환 프리뮤직 콘서트 포스터, 꾸준히 작업해온 한글날 기념 포스터와 우리나라 최초의 이모티콘 작업을 선보인 <보고서/보고서>작업 등을 전시하였습니다. 또한 큐레이터의 설득으로 그가 좋아하는 시를 써서 직접 디자인한 자택 대문을 전시했던 일화는 유명하죠.

                                                                                                  한글대문

특히 형태로서의 글자와 의미와의 관계를 고찰한 작품인 ‘언어는 별이었다. 의미가 되어 땅 위에 떨어졌다’와 서양 문자의 첫 글자와 한글 마지막자의 공통점을 문자화 시켜 시공적 전체를 표현한 '알파에서 히읗까지' 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 뜻을 전달하는 도구를 넘어 순수한 조형요소임을 확인 할 수 있는 뜻 깊은 작품이었습니다.

안상수라는 디자이너를 통해서 비로소 한글이 '읽는 글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보는 글자'로 한글을 다시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는데요. 타이포그라피 리서치의 측면에서나 실험적 타이포그라피의 측면에서나 그 업적과 영향에 있어 안상수와 비견될 만한 인물을 찾기 힘듭니다. 한글 타이포그라피에 대한 그의 선구적 실험들은 한국의 수많은 디자이너들로 하여금 타이포그라피와 한글을 재인식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안상수의 작품세계는 곧 타이포그라피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한글의 상상력과 우수성에 주목하다

30년 가까이 한글이라는 소재에 몰두해온 안상수는 타이포그라피와 한글을 한국 그래픽 디자인의 중심부로 가져다 놓은 장본인인 만큼, 세종대왕이 한글의 창시자라면 안상수는 한글에 천착하는 예술가라고 할 수 있겠죠. 안상수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의 형태는 오롯이 세종대왕 홀로 디자인한 것이므로 세종 임금은 훌륭한 디자이너라고 말합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에 의하면 자음은 사람의 입 모양을 본뜬 과학적인 원리로, 모음은 천지인의 원리로 한글의 근본이 구성되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언어로 한글이 주목 받고 있는 이유도 이런 과학적인, 다시 말해 조직적으로 조합이 잘 되어있는 언어이기 때문이겠죠. 그러한 언어를 백성들을 생각하며 만든 세종대왕은 안상수의 표현대로 우리나라 최초의 또 최고의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껏 디자인과 예술의 영역이 상당히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던 우리나라 디자인계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한글이라는 것을 매개로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가 안상수의 위치는 분명 독보적일 것입니다.


안상수체에서, 이상체를 거쳐, 마노체까지

                                                                                      안상수체 모듈, 1985 / <보고서/보고서>

안상수는 네모틀 속에 한글을 집어넣는 것은 '한자적인 미감' 이라고 말합니다. 한글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바탕으로 디자인된 안상수의 대표적인 탈네모틀 서체인 ‘안상수 체’를 비롯해 완성도 높은 다양한 글꼴들은 여전히 대표 한글꼴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글꼴 개발자, 생소하게 들리는 이 말은 안상수를 소개하는 또 다른 이름이 되어습니다. 안상수는 지금까지 한글의 창제 원리에 근거해 만든 직접 디자인한 글꼴에 마당체, 안상수체, 이상체, 미르체, 마노체 등의 이름을 붙여왔는데요. 1985년, 당시 취약하고 생소했던 한글글꼴의 개발에 관심을 가지며 역대 한글 디자인의 가장 큰 성취로 꼽히는 ‘안상수체’를 발표하게 되죠. 안상수체는 1981년 그가 아트디렉터를 맡고 있던 잡지 <마당>의 제목에 사용할 목적으로 디자인했던 ‘마당체’를 발전시킨 것으로, 한글의 제자원리를 보다 충실하게 반영하여 모듈화를 추구하면서도 전통적인 미감에 상당히 부합한 글꼴입니다.


안상수는 대표작인 ‘안상수체’를 시작으로, 작가 이상의 시에서 착안한 ‘이상체’, 안상수체의 변종인 ‘미르체’와 ’마노체‘ 등을 개발하게 되는데요. 시인 이상을 무척 좋아하는 안상수는 속으로 ’이상이라면 틀림없이 이 글씨체를 좋아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상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이상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일종의 헌정인 셈인데요. 글꼴만으로 이상의 시가 떠오르는 아름답고 오묘한 서체라고 하겠습니다. ‘미르체’와 ‘마노체’는 각각 안상수의 큰아들과 작은아들 이름에서 따온 것인데, ‘미르’는 우리말로 용이라는 뜻이고 ‘마노’ 또한 남북을 뜻하는 순 우리말 이름이라고 하죠.

안상수의 작품 제목처럼 오래 전에 언어는 별이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진화하지 않아 소멸하는 별이 있다면 비극이겠죠. 한국인에게 자부심의 대상으로만 머물렀던 한글에 디자인을 입히고 변화를 꾀해 풍요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안상수는 진정한 한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창조적이고 실험적인 한글 예술가, 안상수가 들려주는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통찰을 현대카드 슈퍼토크 04 Insight In, Creative Out에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