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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2010 이전] 2010년 현대카드 슈퍼매치 번외 편 Making Film

2010.11.03


관련 영상, 2010년 10월



역시, 현대카드

현대카드가 10월22일 '슈퍼 매치 노박 조코비치와 앤디 로딕'의 바이럴 필름을 소셜 미디어에 올렸고, 이내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세계 랭킹 3위의 무결점 테크니션 노박 조코비치와 강서브 세계 기록 보유자 앤디 로딕의 게릴라 매치가 본 경기가 열리기 전날인 10월1일 현대카드 사옥 사이 아스팔트 코트 위에서 팬들과 함께 하는 놀이처럼 펼쳐진 거죠.

영상은 불과 30분이지만 이를 준비하기 위한 시간은 두 달. 보면 즐겁고, 보고나면 또 보고 싶은 이 슈퍼매치 바이럴 필름의 제작 뒷이야기를 아직도 그 날의 흥분과 설렘이 가시지 않았다는 TBWA 전지훈 PD의 입을 통해 재구성해봅니다.



#We're still hungry!


"어때, 우리 한 번 해볼까?" "그래 해보지 뭐. 우린 아직 배고프잖아?"

이제 해도 될 때다. 바이럴 필름이라는 거. 진지하고 엄숙해야할 것만 같은 금융회사가 재미가 생명인 바이럴 필름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발상의 전환 아닌가.

자, 그럼 뭘로 하지? 여느 금융회사와 달리 풍성한 엔터테인먼트 재원을 갖고 있는 현대카드는 10월의 빅이벤트 노박 조코비치와 앤디 로딕의 슈퍼 매치를 생각해내게 된다. 세계적인 스포츠 플레이어나 클래식 스타, 대중문화 스타는 전 세계에 팬을 갖고 있는 글로벌한 사람들이라는데 착안, 이런 영상이 나온다면 세계 여러 나라 팬들이 찾아 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놀이 공감(共感)


당장 노박 조코비치와 앤디 로딕을 설득하는 일이 급하다. 이들이 응해주지 않는다면 만사 헛 일. 현대카드는 이들에게 "현대카드 광고에 출연하는 게 아니다. 당신들의 팬들과 길거리에서 한바탕 즐기면 된다"고 설득했다. 팬들과 교감하는 일이라면 진짜 프로들은 망설이지 않는 법. 두 선수는 흔쾌한 승낙으로 화답한다.

2박3일의 짧은 일정. 경기 전날 기자회견 직후 007작전이 펼쳐졌다.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철저한 보안이 필수다. 당일 기자회견장에 남아있던 기자들이 모두 나간 이후 작전을 개시키로 했다. 현대카드가 정식으로 필름을 올리기도 전에 많은 양이 보도가 된다면 김빠지는 일. 진행팀은 당일 기자회견장에서 배부한 런치박스를 들고 있는 사람들(기자들이었다!)이 주변에 한 명도 없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다녔다.

선수들에게도 그저 "우리 뭔가를 할 거야"라는 정도로 알려주는데 그쳤다. 콘티도 말해주지 않았지만 사실 콘티도 필요없었다. 그들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기에.또한 행사에 참여하기로 한 패들 역시 주변 카페 등지에서 아무런 내색 않고 일반인처럼 앉아있거나 서성였습니다. 현대카드 직원들도 이를 알지 못했다. 하긴 알았다 해도 현대카드 직원들은 워낙 회사의 '튀는' 이벤트에 이골이 나서 '또 뭔가 저지르는구나'라고 했을 것이다.

게릴라 이벤트는 의표를 찌르는 갑작스러움이 생명. 하지만 우연을 가장한 필연을 만들기 위해 제작진은 그 어느 때보다 꼼꼼한 사전준비를 해야만 했다.



#아스팔트와 의자


이 이벤트를 어디에서 열 것인가? 이것이 제작진의 첫 번째 과제였다. 그냥 테니스 코트에서 연다면 너무나 평범한 일. 이는 현대카드답지 못하다. 현대카드 사옥 옥상, 사옥 복도 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사옥 옥상에서 타당성을 생각하던 현대카드와 제작진은 건물 사이 아스팔트에 시선이 꽂힌다. 현대카드 사옥까지도 배경이 될 수 있다면 일석이조. 이 곳에서 행사를 열기 위해 현대카드 인프라지원팀 등 전사적인 노력이 시작됐다.

톡톡 튀는 생각은 아스팔트 코트에 그치지 않는다. 코트 외에 또 다른 변화를 줄 수 있다면 '고작' 네트밖에 없었다. 일반적인 그물 네트라면 이 역시 현대카드답지 않은 발상. 네트라는 테니스의 결정적 팩터를 변주할 생각을 한다.

의자가 떠올랐다. 순간 떠오른 이 아이디어는 다른 대안은 더 이상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확신을 줬다. 의자는 탁월한 오브제가 됐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두 선수는 의자에 앉아 랠리를 주고받기도 하고, 의자를 건너뛰어 달려온 팬이 선수 품에 안기는 장면은 도저히 연출로는 얻기 힘든 순간이었다.





#감정 교감(交感)


이 이벤트의 성공을 예감한 것은 조코비치의 한 마디가 결정적이었다. 행사장을 향해 걸어가던 조코비치가 열려있는 현대카드 사옥의 유리창을 올려 보며 "나 저기에 공 넣을 수 있는데.."라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이에 로딕도 "나도"라며 씽긋 웃었다.

됐구나. 선수들이 즐기며 하겠구나. 두 선수와 동행하던 제작진은 회심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그들은 진짜 말한대로 했다.

시속 190km가 넘는 공의 속도를 미처 따라가지 못한 카메라가 공이 창문 안에 빨려 들어가는 장면을 잡아내지 못한 게 아쉬울 뿐.

열광적인 환호를 보내는 팬들에 둘러싸인 두 선수는 한층 신을 냈다. 그곳에 초청된 사람들은 테니스 동호회와 두 선수의 팬클럽 회원들. 테니스를 좋아하고 두 선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특별히 부탁하지 않아도 열렬한 호응을 할 것이니까.

연기는 단순히 연기에 그치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환호성은 선수를 기분좋게 격려하는 한편 무심히 길을 가던 주변 사람들까지도 흘낏 쳐다보게 한다.

팬들은 기꺼이 바이럴 필름의 뜻에 동참, 이벤트가 시작되기 전까지 무심한 표정으로 지나가는 연기(?)를 보이다 막상 매치가 시작되자 손이 아프도록 박수를 치고 환호를 보냈다.

이처럼 선수와 팬들의 감정이 일치되면서 이벤트는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뭘 빼지?


이 날 행사에는 무려 30대의 카메라가 동원됐다. 4~5대의 광고 촬영용 메인 카메라와 나머지는 VJ, 방송 드라마 촬영팀 등을 코트와 건물 곳곳에 배치했다. 건물과 코트에 배치된 30대의 카메라는 움직이지 않고 그들의 시선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카메라에 그날 그곳에 함께 했던 사람들의 감정을 담아내고자 한 것. 그림 하나하나를 놓고본다면 거칠기 이를 데 없지만 라이브의 느낌이 생생하다.

30~45분짜리 필름이 30개가 있으니 얼마나 많은 분량이 나왔을까. 편집은 말그대로 버리는 작업이었다. 30개의 눈은 곳곳의 표정을 담아냈다. 무심히 양치질하는 현대카드 직원이 카메라에 잡힌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편집은 스토리에 집중했다. 시간의 흐름이 나와야 했다. 해서 코트를 후다닥 만드는 과정부터 팬들이 서서히 모이는 장면, 선수들이 코트로 걸어가는 것으로 인트로가 시작됐다. 만남부터 '이 행사는 곧 여러분의 축제'라는 인상을 준 것.

수 백명의 관중과 두 선수는 점점 하나가 되어갔다. 그 과정을 자연스럽게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어갔다. 꾸미지 않은 그대로, 하지만 딱딱한 다큐멘터리로 보이지는 않는 것. 그것이 제작진의 목표였다.

불확실성을 갖고 시작했지만 상상, 그 이상의 것을 만들어낸 슈퍼매치 바이럴 필름.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늘 주도하고 이뤄왔던 현대카드만이 해낼 수 있는 또 하나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