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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스칼 전] 마리스칼, ‘삶의 기쁨’을 담은 캐릭터를 그리는 디자이너

2014.03.03

 

마리스칼의 이야기를 하려고 머릿속에 그의 모습을 떠올리면, 입가에 웃음꽃이 먼저 피어난다. 마리스칼은 그의 그림 속에 보이는 캐릭터와 닮았다. 장난기 가득한 눈매, 볼 가득 머금은 미소 그리고 언제라도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입가도 닮았다. 아이처럼 어디서라도 자연스레 손발을 흔들며 걷는 모습도 비슷하다. 환갑을 훌쩍 넘은 디자이너의 얼굴에서 늘 아이들의 표정을 만나는 것도 기분 좋은 경험이다. 그는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에 눈을 반짝인다.


그는 일상 대화 중에 항상 농담을 섞어 그를 처음 만나거나 인터뷰를 하는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일이든 일상이든 ‘기쁨’이 존재하지 않는 그의 시간은 상상할 수가 없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나는 ‘기쁨’을 믿는다. 항상 웃으며 일하고 즐기지만 실수도 하고 그것을 통해 궁금해하며 배우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표현했다. 마리스칼은 그의 예술, 디자인과 삶의 철학을 ‘기쁨과 행복’에서 찾는다. 그의 넘치는 웃음과 작품 속에 녹아 든 유머만큼이나 그다운 생각이 아닐 수 없다.

 

 

마리스칼의 대화 연장선, ‘코믹’

 

 

LOS GARRIRIS. SINSENTIDO, 1974년부터 그린 LOS GARRIS (출처: Estudio Mariscal)

 

 

청년시절의 마리스칼은 코믹을 그리는 사람이었다. 모든 대화를 그림으로 그려내던 그이기에 스토리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코믹은 그의 대화방법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언더그라운드 작가들의 코믹에 영향을 받았고,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을 위시한 팝 아트(pop art)와 피카소(Pablo Picasso)와 같은 큐비즘(Cubism) 작가들의 그림을 보며 꿈을 키웠다. 그리고 타이포그래피가 일찍이 발달한 유럽에서 그는 전통적 기술과 오랜 관습을 따르지 않고, 조각도를 자유롭게 휘둘러 만든 듯한 혹은 낙서하듯 그린 글자체를 사용하였다. 그의 이런 선진적이고 실험적인 정신은 디자인 분야로 넘어와서도 지속되었다.

 

 

신선하고 발랄한 캐릭터 코비와 트윕시

 

2012년 <코비>의 20번째 생일을 기념한 마리스칼의 드로잉, <트윕시>와 마리스칼(출처: Mariscal Studio Facebook, 왼쪽, 오른쪽)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개최된 1992년 즈음, 세상 사람들은 그의 자유분방한 디자인 정신과 낙서 같은 그래픽을 처음 접했다. 정형화되고 틀에 짜인 기존의 올림픽 마스코트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마리스칼은 ‘코비’라 불리는 이 마스코트를 세상에 보란 듯이 내놓았고, 그의 명성은 순간 세계 디자인계를 흔들었다. <코비>가 소개된 당시에는 아이 그림 같고 성의 없이 보인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사람들은 <코비>의 신선하고 발랄함에 금세 친근감을 느꼈고 사랑에 빠졌다. <코비>는 올림픽 역사를 통틀어 가장 경제적인 가치를 지녔고 오랜 생명력을 유지하는 마스코트라고 하니 그 영향력 또한 대단한 것이다. <코비>는 마리스칼이란 작가가 세상에 우뚝 설 수 있도록 만든 캐릭터이지만 우리에게 그의 세계를 살짝 맛보게 한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코믹작가에서 캐릭터,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세상에 알려진 마리스칼은 멈추는 법이 없다. 마치 마법의 구두를 신은 후 한번 추기 시작한 춤을 멈출 수 없는 사람처럼, 신명이 나서 더욱 그만의 독특함과 유머를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다양성이 공존하는 21세기에 들어선 마리스칼은 수많은 장르를 넘나들며 주목 받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는 하노버세계박람회(Expo Universal de Hanover) 마스코트 <트윕시>를 디자인했다. <트윕시> 역시 <코비>와 마찬가지로 친근하고 익살스럽다.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추잉껌처럼 늘어나는 <트윕시>의 한쪽 팔의 자유로운 형태는 기존의 마스코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애니메이션 장르에 도전

 

<치코와 리타>의 한 장면 (출처: DAUM 영화)

 

 

그의 열정적인 관심과 호기심은 디자인과 건축 분야에서 멈추지 않고 애니메이션이란 장르에 다다른다. 재즈를 좋아하는 영화감독이자 친구인 페르난도 투르에바(Fernando Trueba)와 의기투합해 처음 만든 애니메이션 <치코와 리타>는 2012년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 장편 애니메이션상 후보로 선정되기에 이른다. 하지만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특징은 그가 그린 애니메이션이 코믹을 그리는 방식을 따랐다는 점이다. 검정색 아웃 라인을 지우지 않고 고스란히 살렸다.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디자인 분야를 넘나들었지만, 애니메이션을 통해 자신이 코믹을 그린 작가였다는 뿌리를 새삼 상기시켜준다. 스페인 디자인계 거장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의 경력과 경험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마리스칼이 디자인하는 그래픽, 제품, 가구 그리고 공간들은 감정이 담긴 표정 있는 선과 재치로 플러스 에너지를 만들어 내었다. 그가 디자인하는 이미지와 형태는 시선을 집중시킬 정도로 독특했으며 유머와 아이러니를 더해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해준다. 그리고 풍부하고 따뜻한 색상과 더불어 그의 오브제들은 기쁨이란 감정을 전달한다. 마리스칼은 어떤 사물의 본질을 잊지 않으면서 또 다른 의미가 담긴 사물로 변형시키고 다른 상황을 찾아내는 놀이 같은 방식으로 일하며 자유를 만끽한다.

 

 

그림을 통해 소통하는 마리스칼

 

 

 

 

다시 그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자면, 지중해의 어느 섬 한 모퉁이에서 편안한 등나무 의자에 앉아 한 손에는 와인 잔을 들고 다른 손에는 태블릿에 풍경을 그려나가고 있거나, 감미로운 라틴재즈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하바나의 노천카페에 앉아 빠르게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 상상된다. 혹은 바르셀로나의 어느 바에 앉아 친구들과 잡담을 나누면서도 끊임없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풍경이 떠오른다. 최근 마리스칼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태블릿에 기록하듯 언제 어디서나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그림을 홈페이지(http://www.mariscal.com/)나 페이스북(www.facebook.com/pages/Mariscal-Studio/58639018711)에 업데이트 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의 그림을 쉽게 접하고 나눌 수 있다. 우리도 마치 그의 곁에 앉아 같은 풍경을 바라보거나 비 내리는 노천 카페에 앉아 커피를 한잔 하는 듯한 감상에 빠지게 된다. 그의 희망대로 그림을 통해 언제든 기쁨의 순간을 나누게 되는 것이다.

 

한국에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운이 좋다. 마리스칼의 세상을 엿볼 수 있는 대규모의 전시가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뉴욕, 런던, 상파울루, 파리, 도쿄 같은 도시를 거쳐 마침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그 환상적이고 화려한 막을 열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관객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되고 만들어진 세상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3 마리스칼 전은 그의 예술적 감성이 담긴 디자인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공간이다.

 

 


 

Writer. 유혜영

 

在 스페인 프리랜서 디자이너 겸 일러스트레이터

스페인 신문 El Punto AVUI 전속 일러스트 작가

『스페인 디자인 여행』, 『스페인 타파스 사파리』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