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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스칼 전] 예술의 향기가 넘치는 바르셀로나에 새로운 색을 입히는 디자이너들

2014.03.05

 

바르셀로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예술가들이다. 피카소(Pablo Picasso), 달리(Salvador Dalí), 그리고 가우디(Antoni Gaudí)는 바르셀로나를 예술의 도시 반열에 올려놓은 장본인들이다. 이들의 강력한 예술적 정서는 창조적인 분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바르셀로나에서 하비에르 마리스칼과 같은 거장이 탄생한 것에는 위의 선각자들의 영향이 컸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마리스칼 외에도 국내에 몇 년 전부터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디지털 디자인의 선두주자 '바사바 스튜디오(Vasava Studio)', 프로젝트그룹 '바다붐(BADABUM)', 출판 일러스트의 대가인 '아르날 바예스테르(Arnal Ballester)', 그들의 조력자인 '훌리 카페야(Juli Capella)' 등이 있는데 이들을 통해서 바르셀로나의 디자인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바르셀로나의 디자이너 그룹

 

바사바 스튜디오(Vasava Studio)

 

바사바 스튜디오(Vasava Studio)에서 디자인 한  2014년 캘린더 (출처: VASAVA STUDIO)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창의적인 바르셀로나의 디자이너들이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새로운 세대를 위해 풍부하고 다양한 스타일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 '바사바 스튜디오'의 웹사이트(http://www.vasava.es)를 들여다보면 그 현장을 확인할 수 있다. 1997년 문을 연 이 스튜디오에서는 매년 많은 작품이 쏟아져 나오는데, 같은 회사의 작품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어떤 분야든 전문가라면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바사바 스튜디오 멤버들은 '자기스타일이 없는 것'이 오히려 강점이라고 한다. 늘 새로운 도전 속에서 축적되는 경험이 자산이며 경쟁력이라 여긴다. 그리고 그것을 즐긴다. 바사바 스튜디오가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이다. 그래서 바사바 스튜디오의 작품들은 늘 신선함을 유지한다.

 

 

프로젝트 그룹 바다붐(BADABUM)

 

 

2011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전시된 바다붐(BADABUM)의 작품 (출처: 서울디자인페스티벌

 

 

프로젝트 그룹 '바다붐'은 2010년,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그래픽아트 분야에서 광범위한 경험을 가진 세 명의 작가에 의해 결성되었다. '바다붐'은 제품의 스타일이 아닌 제품 자체의 본질적 특성을 고려하여 작업을 진행한다. 또한 이들은 전통적인 생산 공정을 예술 분야로 바꾸는 노력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작가가 직접 번호를 매기고 서명한 작품을 목판화나 실크스크린으로 표현한 포스터, 접지된 책 등을 출판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수공예 방식의 맛을 살리면서 그래픽의 표현을 구현해내어 디지털 홍수 속에서 차별화된 작품을 만든다. 그들은 디지털 프린팅 기법을 쓰지 않는 작은 공방들과 함께 작업하며 60~300개 정도의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작품을 제작하고, 적당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아르날 바예스테르(Arnal Ballester)

 

아르날 바예스테르(Arnal Ballester)가 그린 책 (출처: ARNAL BALLESTER, 왼쪽, 오른쪽)

 

 

'아르날 바예스테르'는 바르셀로나의 마사나 디자인 아트스쿨(Escola Massana Center d'Art i Disseny de Barcelona) 교수이자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그의 에너지 넘치는 습작들은 지중해 환경에서 살아온 스페인 사람만이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은 강렬함으로 가득하다. 기타 치는 사람, 권투 하는 복서, 와인 잔을 든 여인과 탱고를 추는 여인들의 모습이 작지만 역동적으로 그려져 살아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1993년, 스페인 문화부의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국가상(Premio Nacional de Ilustracion de Libros para Nioos del Ministerio de Cultura) 수상을 시작으로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다.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Bologna Children's Book Fair)에서 그 해 최고의 아동서에 수여하는 라가치상(Ragazzi Award, 1994)을 수상하였고, 30대 대표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1996)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스페인뿐만 아니라 해외로 진출하여 우리나라에서도 그의 그림이 실린 그림책이 판매되고 있으며, 여러 번의 전시를 선보이기도 했다.

 

 

디자이너들이 활동하기 좋은 터전

 

세계의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바르셀로나는 ‘핫(hot)’한 도시다. 풍부한 감성과 개성이 돋보이며 여유 넘치는 바르셀로나 특유의 분위기 속에서 국제적인 디자인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열정적인 크리에이터들이 모여들어 정착하고 있다. 디자이너가 자신의 색을 마음껏 드러내며 작업하기 좋은 터전, 디자이너들이 자유로이 숨쉴 수 있는 도시의 공기가 크리에이터를 유혹하고 머무르게 하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바르셀로나에는 디자이너들이 서로 교류하고, 디자이너를 지원하는 여러 단체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두 단체, 온라인 상 교류의 장인 ‘터미널B’와 오프라인에서 디자이너를 지원하는 ‘FAD’를 살펴보자.

 

 

온라인의 활발한 교류 공간, '터미널B'

 

‘터미널B(www.terminalb.org)’는 바르셀로나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라면 누구나 참여하고 교류할 수 있는 온라인 상의 열린 광장 같은 공간으로 2,600여 명이 등록되어 있다. 바르셀로나의 이니셜 ‘B’에 세계 각지의 크리에이터들이 마지막으로 정착하는 종착역이란 의미를 담은 ‘터미널’을 결합해 지은 이름으로 2006년 처음 만들어졌다. 터미널B는 영역의 경계 없이 서로 교류하는 장으로 디자이너는 물론 건축가, 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 뿐만 아니라 클라이언트도 참여하고 있다. 처음 시작된 2006년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그들의 활동을 담은 카탈로그를 출간해 세상에 그들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역사 깊은 디자인・예술협회, 'FAD'

 

FAD (출처: Materfad)

 

 

온라인 공간에 '터미널 B'가 있다면 오프라인 공간인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Museu D'Art Contemporani de Bacelona) 앞에는 'FAD(Foment de les Arts i del Disseny: 디자인・예술협회)'가 있다. 'FAD'는 ‘디자인과 예술’ 분야에 뜻있는 이들이 만든 협회로 1903년에 시작해 무려 100년이 넘었다. 'FAD'에는 1,5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으며, 디자이너와 건축가를 기업과 연결해 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의 '한국디자인진흥원(KIDP)'과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보다 역사가 깊으며 시스템이 잘 정비되어 있고 활성화된 곳이다. 바르셀로나 시가 운영하지만 'FAD'는 정부기관이 아닌 협회의 성격이 강한데 이들의 다양한 활동은 여느 정부 디자인 기관 못지않게 활발하고 혁신적이다. 특히 젊은 디자이너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신인을 발굴하고 키워내는 디자인평론가, '훌리 카페야(Juli Capella)'

 

디자인평론가이자 건축가인 훌리 카페야(Juli Capella)가 설계한 바르셀로나의 호텔 옴(Hotel Omm) (출처: Flickr)

 

 

스페인 디자인계가 풍성해진 것에 있어서 주목해야 할 인물이 또 한 명 있다. 바로 많은 신인을 발굴하고 키워낸 '훌리 카페야'이다. 훌리 카페야는 디자인평론가이자 건축가로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그의 가장 큰 업적은 스페인 디자인을 주제로 수많은 전시를 기획한 것이다. 그 중 '스페인 산업 디자인'전, '가우디'전, '스페인 디자인 300%'전을 통해서 본인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훌리 카페야는 앞서 소개한 '터미널 B', 'FAD'와 더불어 디자이너들을 지원하여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단체가 아닌 개인이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스페인이 보유한 훌륭한 무형자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다운 도시 바르셀로나. 하비에르 마리스칼과 같은 유명한 거장들과 프로젝트 그룹, 신진디자이너들이 도시의 디자인 인프라와 정책 속에서 자유로이 경계를 넘나드는 디자인을 선보이며 바르셀로나 디자인을 이끄는 기관차 역할을 하고 있다. 그 풍성함을 즐기는 것이 바르셀로나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는 것 못지않게 큰 즐거움임을 느낀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3 마리스칼 전을 시작으로, 국내에서는 아직 활발히 소개되고 있지 않아 다소 낯선 바르셀로나의 디자인을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마리스칼 전에 방문하여 바르셀로나의 디자인 세계의 풍성함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Write. 김한

 

7321디자인 대표
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로 감성적인 생활 제품을 디자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