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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스칼 전] 리빙에디터가 본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3 마리스칼 전, 'Art of Living의 실현'

2014.03.14

 

입가에 절로 미소를 띠게 만드는 능력자. 그림으로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천재성을 지닌 그의 작품은 유쾌하고 사랑스럽다. 자유분방하게 그려내는 스케치 속에 삶을 녹여내는 마리스칼은 대중들과 편안하게 호흡할 수 있는 특별한 디자이너기도 하다. 그래픽, 제품, 패키지, 웹 등 전방위로 활동 중인 그는 인테리어와 가구 등 라이프스타일 영역에서도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는 작가다. 마지스(Magis), 모로소(Moroso), 나니 마르퀴나(Nani Marquina), 아르떼미데(artemide), BD 바르셀로나(BD Barcelona) 등 유명 브랜드와 협업한 그의 작품들은 ‘아트 오브 리빙(Art of Living)’의 상징이다. 강아지 모양의 의자, 오브제가 된 알파벳, 모자 쓴 남자를 형상화한 조명 등 소소한 모티브를 예술적인 오브제로 변모시키는 그의 탁월한 감각은 쉽게 흉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예술은 어렵고 낯선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직접 누리는 즐거움이라는 해방감을 맛보게 하는 그의 디자인은 생활 속의 예술을 실현해 줄 매력적인 도구다.

 

 

일상의 가구가 작품이 된다

 

 

DUPLEX STOOL (출처: Estudio Mariscal)

 

 

마리스칼이 디자인한 공간과 가구 등은 미적인 면을 강조한 포스트 모더니즘(postmodernism) 스타일이 돋보인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3 마리스칼 전에서도 볼 수 있었던 <듀플렉스 스툴(Duplex Stool)>은 다섯 개의 각기 다른 컬러의 선으로 구성되었다. 직선이 아닌 구불거리고 휘어진 형태의 다리와 빈티지한 컬러의 조합이 시선을 끈다. 장식품처럼 거실이나 주방에 두고 보는 것만으로도 공간의 품격을 높일 수 있다. 실생활에서 직접 사용하는 물건이니만큼 실용적이면서 아름다움도 포기하지 않는, 아트 오브 리빙의 실천이다. 마리스칼이 멤피스(Memphis) 그룹을 위해 디자인한 카트 <힐튼(Hilton)>, BD 바르셀로나와 협업한 <거미(Araña)> 조명, 모로소와 함께한 <알레산드라 암체어(Alessandra Armchair)>, 아르떼미데와 함께한 관절형 램프 <로텍(Rotek)> 등은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란 호텔 도미네 빌바오(Gran Hotel Domine Bilbao)의 객실 도어와 각층을 표시하는 사인 (출처: Estudio Mariscal)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um) 맞은편에 위치한 그란 호텔 도미네 빌바오(Gran Hotel Domine Bilbao)는 포스트 모더니즘 스타일의 집대성과도 같다. 마리스칼 스튜디오가 건축과 인테리어, 커뮤니케이션, 가구, 패키징 등 전반적인 디자인을 모두 총괄했던 프로젝트이다. 몬드리안(Piet Mondrian)의 그림을 보는 듯 면과 컬러의 분할로 이루어진 객실 도어와 각층을 표시하는 사인, 로비와 객실에 배치된 <그랜드 스위트(Grand Suite)> 라운지 체어와 <도미네(Domine)> 램프 등 건축물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예사롭지 않다.

 

 

호텔 푸에르타 아메리카(Hotel Puerta America)의 객실 내부와 객실 카드 키 (출처: Estudio Mariscal)

 

 

'그란 호텔 도미네 빌바오 프로젝트'와 함께 그를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한층 더 유명하게 만든 것은 바로 '호텔 푸에르타 아메리카(Hotel Puerta America) 프로젝트'다. 톤 다운된 색색의 타일로 마감한 바닥, 모던한 형태의 컬러풀한 가구, 기하학적인 패턴의 모노크롬 침구, 손으로 쓴 듯 자연스러운 객실 번호. 장 누벨(Jean Nouvel), 렘 쿨하스(Remment Koolhaas), 자하 하디드(Zaha Hadid) 등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함께 참여한 호텔 푸에르타 아메리카에서도 그만의 표식은 견고히 살아 있다.

 

마리스칼의 'H&M 프로젝트'는 포스트 모더니즘 스타일에 팝 아트(pop Art)적인 성향이 더해졌다. 고풍스러운 외관과 달리 내부로 들어서면 LED 스크린과 조형미 넘치는 오렌지 색 계단, 그가 직접 그린 12명의 대표 얼굴 일러스트를 볼 수 있다. 마리스칼이 디자인한 H&M 매장은 그의 넘치는 상상력에 힘입어 화제를 낳았다. 참고로 서울 압구정 H&M 매장에서도 그의 드로잉을 볼 수 있다.

 

 

볼수록 즐거운 해피 바이러스

 

 

마리스칼 <훌리안(Julian)> 스케치와 작품 (출처: Estudio Mariscal)

 

 

마리스칼의 스케치는 아무렇게나 그은 선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쉬지 않고 관찰하고 상상하며 삶의 행복을 아는 이의 깊은 눈빛이 담겨 있다. 마지스와 함께 한 키즈 컬렉션 ‘미투(Me Too)’ 시리즈는 그의 스케치처럼 미소가 번진다. 마리스칼이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 <훌리안(Julian)>은 색색의 의자로 변신했고 아이들은 장난감 같은 <훌리안>에게 금새 반했다. 골판지로 직접 조립해 집 모양을 만드는 <빌라 훌리아(Villa Julian)>는 어른들도 탐내는 장난감이다. 국내에 소개됐을 당시 금세 품절 사태를 낳기도 했던 아이템이다. 귀여운 블록을 쌓아 만든 <라드릴로스(Ladrillos)> 책장, 의자를 만들 때 사용한 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스케치로 담긴 <레이엣(Reiet)>은 컬렉션의 욕구를 높인다. 어린아이를 둔 부모에게는 내 아이에게 사주고 싶은 가구가 되기에 충분하다. 마리스칼의 가구처럼 아이들과 감성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와 디자인이 담긴 가구는 그리 흔치 않다.

 

 

MR. LIGHT (출처: Estudio Mariscal)

 

 

카시나(Casina)를 위해 디자인한 <미스터 라이트(Mr. Light)>는 남자가 모자를 쓴 형상을 테마로 만들었다. 램프의 높낮이와 방향을 조절하면 마치 남자의 키가 커지기도 하고 모자를 눌러 쓰는 것 같기도 한 재미있는 이미지가 연출된다. 단순한 조명이 아니라 멋스러운 오브제이고 유머를 유발하기도 한다. 마리스칼의 가장 큰 장점인 경쾌하고 재기발랄한 상상력은 웃음을 만들기에 충분하다. 현재 세계적인 소셜 트렌드 중 하나는 ‘유머’다. 싸이의 세계적인 성공에서 알 수 있듯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건 즐거움이다. 마리스칼의 작품 속에는 그 해결책이 담겨 있다.

 

 

Color is Always Wonderful

                                                                  

TOK&STOK BEAUTIFUL COLORS (출처: Estudio Mariscal)

 

 

마리스칼은 색을 잘 쓰는 디자이너다. 스케치는 물론 의자, 카페트, 화분, 테이블 웨어 등에서 드러나는 본능적인 컬러 감각은 단연 최고다. 디자인 카펫 브랜드 나니 마르퀴나와 함께한 <비스트&플라워(Beast&Flower)>나 <그랜드 스위트> 라운지 체어, <로텍> 조명, 'H&M 프로젝트', '호텔 푸에르타 아메리카 프로젝트' 등에서 보여 지듯 그의 디자인이 경쾌하고 사랑스러운 것은 컬러의 힘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리스칼의 가구 작품 외에 알파벳 오브제 작업은 그의 컬러 센스를 보여주는 최고의 작품이라 생각한다. 핸드 드로잉으로 완성된 개성 있는 알파벳에 핫핑크, 그린, 오렌지, 블루 등 색을 입혀 만든 조형물은 예술 작품이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서체이기도 하다. 알파벳 작업은 지난해 브라질 리빙 브랜드 TOK&STOK의 마리스칼 컬렉션 중 '뷰티풀 컬러스(Beautiful Colors)' 시리즈로 탄생하기도 했다. 접시, 컵, 침구, 벽지 등 ‘살림’으로 탄생한 컬러풀한 알파벳 패턴은 공간을 생기 있게 연출한다. 마리스칼의 작품들은 공간을 바꾸는 ‘컬러의 힘’을 보여주는 훌륭한 조력자다.

 

 

자연과 공존하는 삶

 

 

TOK&STOK BEAUTIFUL DOGS (출처: Estudio Mariscal)

 

 

자연과 동물, 인간이 서로 공존하는 삶을 지향하는 마리스칼의 가치관은 작품 속에 다양한 형태로 반영된다. 형태 자체에서 오가닉스러운 선이 느껴지는 <알레산드라 암체어>와 단단한 바위를 깎아 만든 것 같은 원시적인 형태의 <피에드라스 시트(Piedras Seats)>, 의자 등받이 부분에 나무를 새겨 넣은 <알마(Alma)> 체어, 나니 마르퀴나의 <데스페르타(Despertar)> 카펫은 납작한 돌멩이를 떠올리게 하는 유연한 곡선을 닮아 더욱 편안하게 느껴진다. 이번 시즌 TOK&STOK의 컬렉션에는 강아지를 테마로한 '뷰티플 독(Beautiful Dogs)' 시리즈도 포함됐으며 100%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그린 체어(Green chair)>는 본격적인 친환경 작품이다.

 

대형 설치 작품 중에서도 마리스칼의 자연주의를 발견할 수 있다. 해변에 세운 커다란 나무를 형상화한 작품 <라 피네다(La Pineda)>, 바르셀로나 해변의 상징 웃고 있는 집게발을 가진 거대한 새우 <라 감바(La Gambar)>, 발렌시아 공과대학교(Polytechnic University of Valencia) 캠퍼스에 설치된 스테인리스 스틸 선인장 조각 <캑터스(Cactus)>가 그 예이다. 비토리아 가스테이즈에 있는 레스토랑 이케아(Restaurant Ikea)는 동화처럼 아기자기하고 흥미진진하다. 마법의 숲을 현실로 옮겨 놓은 듯한 이곳은 얼기설기 서로 교차 시켜 놓은 나무들로 장식한 천정과 벽면 등이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위트 넘치는 꽃게 모양 펜던트는 공간을 더욱 신비롭게 만드는 요소이다. 온통 나무로 둘러싸인 이곳에서의 식사는 입만 즐거운 것이 아닐 것이다.

 

스페인에 가보고 싶게 만드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마리스칼이 그려내는 세상은 기쁘고 찬란하다. 누구나 지치고 힘든 일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 내는 힘을 지닌 그를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3월 16일 막을 내리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3 마리스칼 전은 우리에게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Writer. 정소정
               
 리빙레이블 대표
                라이프스타일 관련 전문 아트북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