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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메이어] 존 메이어를 발견하는 또 하나의 방법, 패션 스타일

2014.03.19


존 메이어의 첫 번째 내한 공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4  John Mayer를 기념해, 그의 음악적 흐름에 발맞춰 변모한  독특한 패션 역사를 돌아본다. 옷차림을 면밀히  살피는 것만으로도, 존 메이어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눈으로 듣는 기분이 들 것이다.









데뷔 시절의 존 메이어는 말쑥한 얼굴에 어울리는 다소 단정하고 순박한 옷차림을 즐겼다. 데뷔 앨범 <Room For Squares>의 커버처럼, 꾸밈 없는 청바지와 티셔츠, 그 위에 너무 크지도 몸에 붙지도 않는 스트라이프 셔츠 하나를 걸칠 뿐이었다. 옷보단 기타를 치는 게 더 재미있는, 모자란 게 있으면 가까운 갭(gap)이나 아메리칸 이글(American Eagle Outfitters) 매장에서 아무 거나 골라 사면 그만인 평범한 미국 대학생 같달까? 


두 번째 앨범 <Heavier Things>를 발매할 때까지도, 크게 나아진 건 없었다. 앨범 커버 속 옷차림처럼 무신경하게 걸친 목걸이와 헐렁한 치노 팬츠같이 좀 더 헐렁한 룩을 즐기거나, 뭔가 분방한 마음으로 공연을 해야겠다 싶을 때는 난데없이 페이즐리 쇼츠나 길다란 반다나 스카프를 대충 머리에 두르는 식이었다. 그런 순간은 오히려 팬들의 머릿속에 ‘존 메이어의 흑역사’로 기억될 가능성이 컸다.


웬일인지, 세 번째 앨범 <Continuum> 시절엔 새틴 라펠을 단 검정색 벨벳 재킷과 같은 오히려 정중하고 무게 있는 룩을 연출하기도 했다. 좀 더 블루스적인 색채를 깊게 담은 음악 방향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었을까? 핀 스트라이프 수트, 검정색 바이크 재킷, 모노톤 티셔츠와 짙은 타이로 대변되는 묵직한 분위기는 네 번째 앨범 <Battle Studies>를 내놓을 때까지 이어진다.











'롤링 스톤(Rolling Stone)'지 2010년 2월호 커버 속 존 메이어는 이전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인상을 줬다. 회색 스웨트 팬츠 하나 외엔 아무 것도 입지 않은 모습, 텅 빈 상반신과 왼팔 전체를 덮은 짙은 문신을 명징하게 드러낸 그 사진은 앞으로 만나게 될 진짜 존 메이어식 패션 반경의 서막과도 같았다.

다섯 번째 정규 앨범 <Born And Raised> 와 함께, 지금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카우보이 룩, 혹은 히피 룩, 다시 말해 지금의 존 메이어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패션 요소를 견고히 구축하기 시작했다. 챙이 넓은 베이지색 웨스턴 햇, 나바호 패턴을 덧댄 파나마 햇을 번갈아 쓰고, 데님 재킷과 인디고 스카프, 밀리터리 재킷과 웨스턴 체크 셔츠를 즐겨 입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이는 포크나 컨트리와 같은 ‘미국적 요소’의 확장으로 이룬 성숙하고도 따뜻한 음악적 의지와 무관하지 않다.

공통된 견고한 이미지의 룩을 완성한 사람은 용모 만으로도 자기 색깔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 이 옷과 저 옷을 기웃거리며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다. 존 메이어는 비로소 진짜 자기 스타일을 찾았고, 그냥 좋아하는 옷과 액세서리를 착용하는 행위만으로도 대중에게 더 많은 메시지를 전할 수 있게 됐다.


놀랍도록 열정적인 시계 애호가, 존 메이어







지금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시계 커뮤니티인 '호딩키'의 스테프 명단에는 아주 익숙한 이름이 써 있다. 직책은 칼럼니스트, 이름은 존 메이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기계식 시계 애호가인 존 메이어는 2012년부터 호딩키에 시계에 관한 칼럼을 기고해왔다. 2013년 최고의 시계를 꼽는 제네바 그랑프리(Grand Prix d’Horlogerie de Genève)에선 일약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시계에 대한 그의 놀라운 애정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며칠 전 존 메이어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런 사진이 올라왔다. 팔찌가 주렁주렁한 손목에 감긴 이 시계는, 존 메이어와 롤렉스(Rolex)가 함께 만든 '롤렉스 데이토나 미키마우스 커스텀 모델(Rolex Daytona Mickey Mouse Custom Model)'이다. 공연을 다닐 때마다 롤렉스와 파텍 필립(Patek Philippe)이 가득한 휘황찬란한 시계 컬렉션을 항상 지니고 다닌다는 이야기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과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4 John Mayer 에서는 어떤 시계를 차고 나올까? 1960년대 빈티지 롤렉스 서브마리너(Rolex Submariner)? 파텍 필립과 티파니(Tiffany)의 콜라보레이션 모델? 아니면 역시 롤렉스 데이토나 미키마우스? 누군가 에겐 ‘Gravity’의 현란한 기타 애드리브보다 더 기대되는 부분일 것이다.





존 메이어가 직접 디자인에 참여한 패션 아이템들


1. John Mayer Reigning Champ Varsity Fleece Jacket with Hood  2. John Mayer iPhone 5 Clear Snap Cases 3. Born and Raised A4 Folio Notebook by Moleskine 4. Campus Backpack by Incase 5. JM x Aviator Nation Rugby T-shirt 6. John Mayer - The North Face - TKA Echo Full Zip


존 메이어 오피셜 스토어는 꽤 출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그 중에서도 더 눈길이 가는 건 저명한 브랜드와 함께 협업한 제품 라인이다. 존 메이어가 직접 디자인에 참여한 에비에이터 네이션(Aviator Nation) 티셔츠, 레이닝 챔프(Reigning champ) 바시티 재킷, 몰스킨(Moleskine) 노트, 인케이스 (Incase) 아이폰 케이스와 백팩, 노스페이스 (The North Face) 집업 재킷까지. 이정도 훌륭한 구성의 기념품 숍은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다. 패션에 대한 존 메이어의 성실 하고도 집요한 애착을 엿볼 수 있는 즐거운 단면이다.

신체 일부를 가리고 신체를 보호하는 물체를 ‘옷’이라고 부른다면, 한 사람의 취향과 성향은 물론 변화하는 인생의 가치관까지 고스란히 반영하는 용모를 ‘패션’이라고 부른다. 패션이 가벼운 ‘멋부림’이 아닌 이유도, 존 메이어의 음악과 함께 그가 걸친 옷과 액세서리를 함께 즐겨볼 가치도 거기에 있다. 그 이유와 가치를 아는 팬이라면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4 John Mayer에서 소중한 보는 즐거움 하나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존 메이어, 시상식 스타일 변천사



2004년, 46회 그래미 어워즈

턱시도도 아닌 그냥 수트 차림이다. 광택 있는 핑크색 타이로 뭔가를 시도해보려는 의지는 있었으나,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수트를 입은 순박한 청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2005년, 47회 그래미 어워즈

이번엔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 시상식 의상의 주제를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적 기원에서 찾은 걸까? 대단히 멋진 시상식 룩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평범하지 않은 옷에 도전했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2007년, 49회 그래미 어워즈

2년 만에 굉장한 도약을 이뤘다. 아주 말쑥한 턱시도 수트, 어리숙함이나 어색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얼굴. 그리고 자신감 넘치는 승부수, 나이키 에어 포스 원. 승패를 떠나서, 턱시도 차림에 신은 운동화는 스타일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대변하고 있다.


2009년, 51회 그래미 어워즈

때로는 넘치는 자신감이 화를 부르기도 한다.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함께 보이는 저 룩을 ‘화’로 봐야 할 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릴 수 있겠지만. 하지만 아무리 벨벳으로 만들었다 한들, 저런 밀리터리 풍 재킷은 도무지 시상식에 어울리지 않는다.

2011년, 53회 그래미 어워즈

다분히 안전한 수준에 오른 존 메이어의 시상식 룩. 이 정도의 이브닝 룩이라면, 타이를 거르는 것쯤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마 존 메이어 본인도 이 옷이 꽤 마음에 든 모양이다. 정확히 2년 뒤, 55회 그래미 어워즈 갈라 디너에도 같은 옷을 입고 나올 정도로.


2013년, 55회 그래미 어워즈

격식을 한껏 갖춘 소재와 형태의 턱시도 수트. 거기에 돋보이는 색깔을 가미해 개성도 충분히 살렸다. 완벽에 가까운 시상식 룩이다. 존 메이어의 패션, 그에 대한 자기 주관이 굳건해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Writer. 박태일

<GQ KOREA>의 패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