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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메이어] 따뜻한 음악으로 위로를 전한 존 메이어의 첫 내한공연

2014.05.07


롤링 스톤(Rolling Stones) 매거진은 존 메이어의 두 가지 측면에 대해 언급했던 바 있다. 하나는 제임스 테일러(James Taylor) 식의 은은한 송라이터로서의 존 메이어, 그리고 다른 하나는 스티비 레이 본(Stevie Ray Vaughan) 식의 테크닉으로 무장한 블루스 기타리스트로서의 존 메이어였다. 여기에 데이브 매튜스(Dave Matthews)의 목소리 정도를 더 추가해볼 수 있겠는데 아무튼 존 메이어의 라이브를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되면서 이렇게 차별화된 ‘두 개의 존 메이어’의 면면을 새삼 체감할 수 있었다. 과거 두 번에 걸친 성대수술로 인해 예정된 투어를 취소하기도 했던 존 메이어였지만 이번 내한공연에서 확인 가능했듯 시련을 극복한 그는 여전히 훌륭한 노래를 불러내고 있었다.


공연시작 전부터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의 'Hey Joe'라던가 버팔로 스프링필드(Buffalo Springfield)의 'For What It's Worth', 그리고 산타나(Santana)의 'Black Magic Woman' 같은 음악이 장내에 울려 퍼졌다.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의 'My Sweet Lord'가 흐른 직후 존 메이어가 마틴 00-45SC 기타, 그리고 노란 리본을 달고 무대 위에 등장했다. 팬들의 환호와 열기의 강도를 통해 사람들이 얼마나 그를 기다려왔는지를 단적으로 감지해낼 수 있었다. 두 명의 기타연주자, 베이스, 드럼, 건반, 그리고 코러스 두 명으로 구성된 백 밴드의 반주에 존 메이어의 목소리, 그리고 기타 연주가 얹어지는 그 순간, 이번 공연이 멋진 라이브 퍼포먼스가 될 것이라는 사람들의 예감은 이미 확신으로 바뀌어 있었다.



 



첫 곡 'Queen Of California'가 울려 퍼지면서 장내에는 묘한 기운이 감돌았다. 긍정적인 그루브가 전개되는 와중 곡 중간에 마틴 어쿠스틱 기타를 내려놓고 선버스트 스트랫으로 솔로를 이어나가는 모습은 과연 존 메이어답다 할 만했다. 라이브에서는 주로 어쿠스틱 기타로 혼자 연주하다가 간만에 밴드 편성으로 들려준 데뷔작의 풋풋한 히트 넘버 'No Such Thing'을 부른 직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블랙원 스트랫을 어깨에 맸다. 존 메이어는 무대 위에서 세월호 사고를 애도하며 “공연의 MD 상품 판매 수익 전액을 기부하겠다.”라고 밝히며 현재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고통을 분담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봄의 햇살 같은 경쾌한 아르페지오의 속도감으로 무장한 'Belief'에서는 기타리스트 덕 페티본(Doug Pettibone)의 슬라이드 바 기타 솔로가 압권이었는데 거칠면서도 섬세한 존 메이어의 기타 프레이즈 또한 정밀한 맛이 있었다. 한동안 공연에서 드물게 연주되던 'Half of My Heart'의 색다른 편곡으로 이루어진 라이브 또한 각별했는데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가 부르는 부분을 관객들이 떼창해내는 것도 흥미로웠다. 작년에 발표된 신작에 수록된 'Waiting On The Day'의 경우엔 또 다른 기타리스트 제인 카니(Zane Carney)가 62년도 텔레캐스터로 연주하는 격렬한 솔로가 사람들을 뒤흔들어냈다.


매 공연에서 'Vultures'를 연주할 때마다 들고나오는 금빛 스트랫을 매고 어김없이 'Vultures'를 연주했는데 존 메이어는 곡 중반부에서 덕 페티본과 블루스 애드립 대결을 펼쳐내면서 관객들의 탄성을 유도해낸다. 역시나 국내에서 유독 인기 있는 레파토리인 'Slow Dancing In A Burning Room'에서는 볼륨주법과 라이트 핸드 주법을 펼쳐 보이면서 마찬가지로 기타키드들의 탄식-탄성 아님-을 자아냈다. 자신의 영혼을 기타에 맞긴 채 만취해 연주하는 존 메이어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고 이를 지켜본 어느 관객은 존 메이어에게 손가락 한 개만 달라는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아직 할 노래가 많이 남아있다는 코멘트와 함께 많은 이들이 기다려온 존 메이어의 솔로 어쿠스틱 셋이 전개된다. 관객들의 떼창이 인상적이었던 히트곡 'Your Body Is A Wonderland', 그리고 연주 도중 기타 6번 줄의 튜닝을 낮춰내면서 곧바로 'Neon'으로 이어버리는 대목에서는 어떤 연륜마저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그의 솔로 어쿠스틱 셋에서는 리듬과 베이스 코드, 그리고 메인 리프를 혼자서 자유자재로 오가며 음악의 뼈대를 조립해나가는 과정을 팬들 앞에 선보여내곤 했다.





영화 ‘제리 맥과이어(Jerry Maguire, 1996)’에서 톰 크루즈(Tom Cruise)가 열창하기도 했던 톰 페티(Tom Petty)의 곡 'Free Fallin'의 커버 경우 개인적으로 이번 공연에서 가장 의외인 동시에 감동적인 순간으로 기억된다. 이 곡은 존 메이어의 라이브 실황에서도 확인할 수도 있었는데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팬서비스 차원으로 원곡 가사의 '레세다(Reseda)'를 '서울'로 바꿔 부르는 순발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특이하게 듀센버그 기타를 들고 연주한 새 앨범 수록 곡 'Wildfire'에서는 코러스 멤버들이 카우벨을 연주하면서 흥을 더했고, 역시나 새 앨범에서 들을 수 있었던 'Dear Marie'에서는 제인 카니의 무르익은 ES-335 솔로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앨범에 수록된 두 곡이 연이어졌다. 존 메이어가 드물게 깁슨 SG를 연주했던 'Edge Of Desire'는 섬세한 뮤트 피킹이 뭔가 80년대 파워팝스러운 무드를 만들어내기도 했고, 차분한 어쿠스틱 기타를 담담하게 연주해낸 'Who Says'는 왠지 몸 속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을 제공해냈다. 드러머 아론 스털링(Aaron Sterling)을 소개한 이후 'Waiting On The World To Change'를 이어나갔는데 일관되게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내는 존 메이어의 솜씨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딜레이 걸린 루프스테이션을 유연하게 활용해낸 'Paper Doll'의 경우 앨범버전과는 차별화된 격렬한 기타솔로와 편곡으로 치밀하면서도 강렬하게 곡을 운용해갔다.





첫 내한이고 이제 서로를 알아가는 중이라는 말과 함께 'A Face To Call Home'을 부르기 직전, 다시 한국을 오겠다고 약속한 메이어는 13년 만에 처음 내한공연한 것을 상기시키듯 "13년 안에 다시 오겠다."라며 관객들에게 너스레를 떨었다.


존 메이어의 모든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해온 'Gravity'에서는 곡 특유의 영적인 무드와 집중도 높은 기타 솔로잉이 그야말로 불을 뿜어내곤 했다. 블랙원 스트랫의 스트링 리테이너 부분을 손으로 눌러 묘한 비브라토를 만들어내는 등 기이하면서도 화려한 테크닉을 펼쳐 보이면서 '중력'으로부터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인간의 모습을 꽤나 절절하게 그려나갔다. 심지어 그는 기타 연주는 물론 얼굴 표정에서까지 중력에 의해 고통받는 남자를 연기하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이 뜨거운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았고 여운 또한 오래 지속됐다.


대한민국 전체를 충격에 빠뜨린 큰 사고가 있었고 따라서 존 메이어, 그리고 관객들 양쪽 모두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가운데 공연이 진행됐다. 존 메이어는 기타 두 대를 한 번에 잡는다거나 땅바닥에 내려놓고 연주하는 쇼맨십 같은 것을 자제했지만 오히려 기본적인 기타 솔로잉에 집중해내면서 충실한 내용을 가진 공연으로써 매듭지어냈다. 느긋한 리듬 속에서도 단어 하나하나를 힘차게 곱씹어 노래해낸 존 메이어는 수술의 성공을 넘어 보컬리스트로서의 완벽한 복귀를 비로소 완수해갔다. 이는 그가 위기를 직면하기 이전의 모습으로 부활한 것이 아닌, 과거의 그 어떤 순간보다도 앞서나간 형태라 할 수 있었다. 심지어는 고난을 이겨낸 이의 각별한 기쁨 같은 것마저 간간이 비치곤 했다.





이번 공연은 존 메이어라는 음악가가 현재 어떤 위치에 놓여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 라이브였다. 그의 노래, 그리고 연주에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한 번에 귀에 들어오는 알기 쉬운 곡이라던가 화려한 무대연출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좋은 악곡과 놀라운 연주, 그리고 약간의 영혼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존 메이어는 그렇게 당연한 듯 위대하게 우리 앞에 서 있었다.

 

 


 

Writer. 한상철

불싸조라는 밴드에서 기타를 치며 이런저런 글을 쓰고 있다. 취미는 피구와 우표수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