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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서울을 새로운 명소로 만들다

2014.07.11


현대카드는 열다섯 번째 컬처프로젝트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oung Architects Program, 이하 YAP)’을 선정했습니다.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은 미국 뉴욕현대미술관 (Museum of Modern Art, 이하 MoMA)에서 시작해 칠레 산티아고, 이탈리아 로마, 터키 이스탄불로 확장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현대카드, 국립현대미술관, MoMA의 공동주최로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열립니다. 1998년부터 진행돼 올해로 열다섯 번째를 맞는 YAP, 지금까지 수많은 젊은 건축가를 발굴한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MoMA+PS1+Party=YAP!


YAP는 무엇일까요? 먼저 ‘PS1’을 알아야 합니다. PS1은 MoMA의 별관을 지칭하는데, 이곳은 맨해튼이 아닌 퀸스 지역에 있습니다. ‘PS’는 공립학교(Public School)의 약자입니다. 미국은 학교에 번호를 붙이는데 1은 1번 공립학교라는 뜻입니다. 즉, 이곳은 18세기 때 지어진 1번 공립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미술관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1971년에 설립된 비영리 조직인 미술과 도시 자연협회(Institute for Art and Urban Resources)가 폐교를 리모델링해 스튜디오와 전시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정식 명칭은 ‘PS1 Contemporary Art Center’였는데요, 과거의 명작보다 신진 작가의 실험적인 현대 미술을 보여주는 곳이었습니다. 2000년에 MoMA와 협약해 ‘MoMA PS1’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NewYork, 2014년 우승작 The Living HY-Fi



이곳에선 매년 여름 두 달간 특별한 행사가 열리는데 올해로 17년째를 맞이하는 ‘웜업파티(Warm Up Party)’입니다. 매주 토요일 음악·퍼포먼스·디제잉으로 한여름 밤을 화려하게 수놓습니다. 이 파티는 YAP의 우승작이 설치된 MoMA PS1의 옥외 공간에서 진행됩니다. 그리고 최종까지 오른 다섯 팀의 계획안도 함께 전시됩니다. 


이렇게 파티의 배경 구조물이 되거나 유서 깊은 장소 때문에 YAP가 유명한 것은 아닙니다. 바로 젊은 작가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로 만드는 독특한 시스템 때문이죠. 즉 글로벌 버전 ‘슈퍼스타K’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관 중 하나인 MoMA가 주관하는 공모전으로 세계적 관심을 끌기 때문에 많은 젊은 건축가들이 참여하고, 우승하게 되면 자신의 계획을 실제로 실현하는 극적인 기회를 갖습니다. 



Warm Up 2013. ⓒ 2013 MoMA PS1; Photo Charles Roussel



한국에 상륙한 YAP!


YAP은 앞서 언급했듯이 유능한 젊은 건축가를 발굴해 실제 프로젝트의 기회를 주는 일종의 ‘등용문(登龍門)’입니다. 뉴욕뿐 아니라 2010년부터 칠레 산티아고 컨스트럭토(Constructo in Santiago), 2011년 이탈리아 로마 국립 21세기 미술관(MAXXI, National Museum of XXI Century Arts), 2013년 이스탄불 근대미술관(Istanbul Modern Art Museum)이 국제 네트워크로 함께 참여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현대카드와 국립현대미술관의 공동 주최로 한국도 참여해 지난 3월 27일 첫 당선작을 발표했습니다. 



Santiago, 2014년 우승작 Wicker Forest

Rome, 2014 우승작 Orizzontale 8½,  Istanbul, 2013년 우승작 Sky Spotting Stop



YAP는 새로운 공간을 만든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기존의 ‘젊은 건축가 상’이 이미 지어진 건물을 대상으로 심사해 일종의 명예로 상을 주는 것과 달리, YAP는 계획안을 심사해, 실제 미술관에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게다가 최종 후보 5팀의 설계안은 MoMA, 산티아고, 로마, 이스탄불등 전 세계를 순회하며 전시할 기회를 갖는다고 하니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YAP가 가진 세계적인 인지도로 한국의 젊은 작가의 작품이 한순간에 전 세계에 소개되는 꿈같은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지요.


YAP는 ‘쉼터’, ‘그늘’, ‘물’이라는 주제로 작품을 받습니다. 동시에 국제적으로 중요한 화두인 ‘환경’, ‘지속가능성’, ‘재활용’에 대한 고려를 담고 있어야 합니다. 전문가 그룹으로부터 26팀의 건축가를 추천받았고, 이중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거쳐 지난 2월 최종 후보군 5팀을 선정했습니다. 최종후보군 5팀 중 지난 3월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프로젝트팀 ‘문지방(박천강, 권경민, 최장원)’이 한국 우승팀으로 선정됐습니다. 올해 한국의 YAP의 심사위원엔 페드로 가다뇨(Pedro Gadanho, 뉴욕 MoMA 현대건축 큐레이터)와 피포 쵸라(Pippo Ciorra, MAXXI 건축 선임큐레이터)가 포함돼 있어 명실공히 국제 행사로 손색이 없습니다. 당선된 문지방은 이제 30대 중반입니다. 이립(而立)의 나이에 세계적인 행사의 일원으로 참가할 기회가 주어진 것입니다. 



새로운 명소를 만드는 파빌리온 프로젝트


이제까지의 세계적인 명소는 대체로 영구적인 건축물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에펠탑, 빅밴과 자유의 여신상을 통해 파리, 런던과 뉴욕을 발견합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영구적인 건축물이 아닌 임시적인 건축물들이 도시를 상징하고, 세계적인 명소가 되는 경우를 목격할 수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파빌리온(가설 건물) 프로젝트’ 들을 통해 전에 없던 새로운 명소들이 탄생하고 있습니다. 


영국 런던의 서펜타인 갤러리는 런던 하이드파크의 켄싱턴 가든에 1970년대 개관한 작은 미술관입니다. 이 작은 미술관이 영국의 명소가 된 이유는 파빌리온 때문입니다. 미술관은 2000년부터 매년 세계적인 이름의 건축가를 선정해 앞마당에 여름 동안 파빌리온을 만들고 다양한 행사를 벌입니다. 시민에게 새로운 공공장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초청되는 건축가와 그가 디자인한 파빌리온에 담겨있는 시대정신으로 세계의 건축가들이 관심을 끕니다. 첫해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를 시작으로 다니엘 리베스킨트(Daniel Libeskind), 알바로 시자(Alvaro Siza), 렘 콜하스(Rem Koolhaas), 프랭크 게리(Frank Gehry) 등 기라성 같은 건축가들이 참여했고 지난해엔 일본의 중견 건축가 소우 후지모토(藤本 壮介)가 디자인한 파빌리온엔 약 20만 명이 다녀가 건축계를 들썩이게 했습니다. 


ⓒIwan Baan, Serpentine Gallery Pavilion 2013, designed by Sou Fujimoto Architects 


파리의 모뉴멘타는 그랑 팔레(Grand Palais)에서 열립니다. 그랑 팔레는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해 세워진 철골조의 유리 지붕 건물로 당시 최첨단 기술력을 자랑하는 파리의 대표적인 건물입니다. 프랑스 문화부는 2007년부터 매년 13,500㎡ 규모의 회랑과 높이 35m의 유리 볼트 구조 아래 대공간을 모두 활용하는 전시를 기획해 기념비적 공간과 예술 작품이 교감하는 장을 만들어왔습니다.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 스티앙 볼탕스키(Christian Boltanski), 아니시 카푸어(Anish Kapoor)의 다니엘 뷔랑(Daniel Buren) 등 유명 작가들이 참여해 5월부터 6월 말까지 전시를 열며 매주 목요일에 이 작품을 무대로 클래식 오케스트라, 콘서트, 서커스, 퍼포먼스 공연을 열어 예술 작품과 공간, 문화 행사를 동시에 경험하게 합니다. 


서울의 새로운 명소로 태어날 ‘신선놀음’

뉴욕엔 타임스퀘어뿐 아니라 앞서 언급한 PS1에서 열리는 YAP가 세계적 명소가 되고 있습니다. 18세기 공립학교라는 역사적 장소성과 젊은 건축가의 창의적인 작품이 만나고, 여름밤을 수놓는 파티가 이곳을 방문하는 여행자가 만나며 새로운 장소성을 만듭니다. 이렇게 각종 파빌리온을 통해 이벤트가 생기고 시민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서며 동시에 세계 곳곳의 여행자도 불러 모읍니다. 임시 가설물인 파빌리온이 서 있는 동안 이곳의 거주자와 여행자가 새로운 경험을 합니다. 




무엇보다 지난해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조선 시대 종친부와 1920년대 근대 건물로 지어진 기무사 터, 그리고 바로 옆 경복궁과 정독도서관이라는 역사적 장소와 문화적 장소가 씨줄과 날줄로 복잡하게 얽혀 많은 이야기가 켜켜이 쌓인 곳입니다. 이곳에 미술관이 들어서기 위해 문화계에선 10년의 노력이 필요했고, 공사 기간만 5년 넘게 걸렸습니다.


이제 새롭게 태어난 미술관은 ‘군도형 미술관’으로 너른 마당과 섬 같은 건물이 곳곳에 떠 있는 서울의 새 명소입니다. 이곳에 들어선 ‘신선놀음’은 서울관 마당에 잔디가 깔린 바닥, 나무와 숲과 같은 중간 부분, 그리고 구름을 형상화한 풍선으로 구성된 상부를 통해 새로운 자연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서울관을 배경으로 시민들이 함께 어우러지며 이벤트를 만들고, 다양한 행사가 함께 열리는 새로운 장소가 태어날 겁니다. 이제 여행자가 된 당신은 모험과 신비가 가득한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면 됩니다. 





Writer. 심영규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중앙일보 온라인 편집국 기자, 디지털 조선일보 기자를 거쳐 월간 「SPACE(공간)」에서 편집 차장으로 일하고 있다.

공간(空間)을 공감(共感)하는 ‘공감 여행가’로 현재 건축 문화 예술을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의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