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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한국 젊은 건축가 발굴해 전 세계에 홍보' MoMA와 MAXXI의 두 큐레이터들과의 인터뷰

2014.07.14


현대카드와 국립현대미술관(MMCA),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oung Architects Program, YAP)’의 우승작이 드디어 공개되었습니다. 지난 7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심사 위원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 건축 큐레이터, 이론가인 MoMA의 큐레이터 페드로 가다뇨(Pedro Gadanho)와 MAXXI의 건축 선임 큐레이터 피포 쵸라(Pippo Ciorra)를 만났습니다. 이들과 인터뷰를 통해 세계적인 건축계의 ‘등용문’인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의미를 짚어보고 한국에서 현대카드와 함께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배경, 그리고 젊은 작가들을 위한 조언을 들었습니다. 


 



그동안 현대카드는 지속해서 국내의 젊은 작가를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는데요. 2009년에는 국내 디자이너의 작품을 MoMA디자인 스토어에 진출시킨 ‘데스티네이션:서울’, 또 국내 미술 전공자에게 MoMA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MoMA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하였고, 그 외에도 대안적 음악 플랫폼인 ‘현대카드 MUSIC’을 운영해 국내 인디뮤지션들을 영국의 세계적인 음악축제에 진출시키는 등 대중음악에 대한 지원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습니다. 현대카드는 MoMA와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올해 아시아에서 최초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Q.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글로벌 네트워크 중에서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한국을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페드로 가다뇨(Pedro Gadanho, 이하 페드로): 남미와 유럽에는 이미 MAXXI, 이스탄불, 산티아고 등 글로벌 네트워크가 있었기 때문에 아시아에 진출하는 데 큰 관심이 있었습니다. 원래부터 현대카드와 파트너십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기회였죠. 아시아는 아직도 젊고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기 때문에 젊은 건축가와 새로운 건축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지만, 일본은 아방가르드가 이미 1970년대에 일어나, 벌써 어느 정도 토대가 잡힌 상황입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현대카드와 협력해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을 한국에서 실시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해왔고, 마침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개관하면서 좋은 기회가 된 것입니다.



 

Q.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추천, 심사, 선정, 전시 시스템이 글로벌 네트워크에 공통으로 적용하나요? 아니면 각 나라에 맞도록 현지화하나요?

페드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기본적인 의도, 구조, 논리를 유지하면서 각 지역에 나타난 서로 다른 결과를 비교할 기회죠. 그래서 개별적으로 지역적인 현실과 상황을 적용하게 됩니다. 단지, 추천인이나 건축가는 해당 국가 출신이어야 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그렇게 하면 국제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돼 서로 다른 장소를 비교해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이번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최종 결승에 진출한 다섯 팀은 뉴욕 MoMA에서 전시될 예정인데요, 지역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한국에서 진행했던 주제나 개념을 국제적으로 홍보할 겁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 뉴욕, 로마, 산티아고 등 각각의 프로젝트는 매우 다른 느낌이 들 것입니다.

피포 쵸라(Pippo Ciorra, 이하 피포): 추천과 심사, 선정 시스템은 비슷합니다. 50여 명의 전문 추천단이 약 30~40명 정도의 젊은 건축가를 미술관에 추천하는데요, 이중 심사 위원이 모인 자리에서 5명의 최종 진출팀을 선발한 뒤, 이 팀들이 제안서를 발표합니다. 최종적으로 심사위원끼리 토론을 통해 우승자를 결정하게 됩니다.



Q. 심사 과정이나 선정 기준이 궁금합니다.

페드로: 최종 우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심사위원 앞에서 제안서를 발표해야 하고, 심사위원은 각 기획안 중 대중과 방문객에게 어떤 것이 더 적합할지 고민합니다. 박물관장, 큐레이터, 국제 네트워크, 초청된 심사위원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그 해에 가장 적합한 후보착을 함께 고민하여 선출합니다. 

피포: 보통 각 국가에서 행사를 주관하는 팀이 있고, MoMA에서 참여하고, 다른 나라인 칠레나 터키의 큐레이터도 함께 참여합니다. 페드로랑 나만 온 것은 올해가 처음입니다(웃음).



Q. 당선작인 문지방의 ‘신선놀음’은 서양적인 관점으로 보면 동양적인 산수화 느낌이 들 수 있는데요, 그러나 산수화보다는 비현실적인 판타지 느낌이 듭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장소성에 대해 이 작품이 어떻게 접근했다고 생각하나요?

페드로: 문지방의 ‘신선놀음’은 역사를 인지하고 한국적인 판타지를 활용한 것이 우승하는 데 한몫했다고 봅니다. 결과적으로 매우 아름다운 해결책이 제시되었기 때문이죠. 처음 발표를 봤을 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같은 매력이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건조한 도시에 예외적인 공간을 선사하는 듯했는데요, 서로 다른 의도가 섞이면서 더 흥미롭고 신 나는 제안이 나오게 됐습니다. 결국, 뉴욕이나 칠레, 로마와 차별화된 결과를 보일 수 있었다고 봅니다. 미술관 앞마당 인근엔 궁궐이 있고, 문화적으로 중요한 장소죠. 이에 대해 문지방이 아주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았다는 것도 심사위원들에게 어필했던 중요한 요소라고 봅니다. 

피포: 공공성과 휴식공간이란 개념을 정원이란 관념을 통해 접근했다고 봅니다. 정원이 일종의 낙원 같은 공간이 되는 곳인데요, 실제 ‘신선놀음’은 일종의 만화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섞인 것처럼 보입니다.

페드로: 미술관 마당이 워낙 건조한 광장이라 작품으로 공간에 대한 유기적인 대응도 도드라졌습니다. 

피포: 2012년 MAXXI의 첫 번째 YAP도 마찬가지로 6.5m 높이의 양귀비를 임시로 설치한 언덕에 삽입했는데요, 이곳과 마찬가지로 랜드스케이프 건축(지형과 건물의 경계가 허물어진 건축)의 특성이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Q. 현재 많은 국가에서 건축 프로젝트가 적습니다. 그래서 건축가들이 할 수 있는 이런 대안적인 프로그램이 더 눈에 띄는데요, 미주나 유럽에서 현재 젊은 작가들이 겪는 어려움과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요?

페드로: 그것은 규제 때문입니다. 건축가가 생존하기 위해 더 상업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반대로 예술적으로 접근해서 (전시나 기획자적 관점에서) 실제로 지을 기회를 얻어야 하는 프로젝트도 있죠.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은 런던의 서펜타인 파빌리온 같이 예술 사학적 분야에 대한 대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학생에게 (상업적인 접근보다는) 실험적인 예술에 도전하라고 가르치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닙니다. 사회에 진출한 이들이 냉정한 경제원리가 작용하는데 적응할 수 있는 도구가 없어서 너무 쉽게 상업적인 문화에 순응하게 됩니다. YAP의 취지는 이런 사회에 쉽게 순응하지 않고 실험적인 정신을 계속 구축해갈 수 있게 돕는 것입니다.

피포: 건축을 가르치는 방식은 세계적으로 거의 표준화 돼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건축이나 예술의 중간적인 경험을 가지게 됩니다. 실제로 유럽에는 실질적인 프로젝트는 리노베이션 밖에 없지만, 아시아에는 새로운 도시를 설계해야 하고 미국에서는 젊은 건축가들이 예술가 함께 살기 때문에, 건축 교육이 이런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YAP가 특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Q. MoMA나, MAXXI에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같은 위한 ‘등용문’뿐 아니라 이들을 위한 다른 지원도 있습니까?

페드로: 1998년 시작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은 올해 15주년을 맞았는데요, 일종의 ‘청소년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덕분에 이 프로그램의 역할이 무엇인지 되물을 수 있게 됐죠.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을 통해 분명히 세상에 더 잘 알려진 건축가도 있고, 각 지역뿐 아니라 해외의 프로젝트도 담당한 건축가도 있습니다. 같은 세대의 다른 젊은 건축가들이 생존을 위해 더 상업적인 선택을 했던 반면 이들 중 일부는 이런 요구에 타협하지 않는 일종의 ‘자생력’이 생기게 됐다는 점도 의미가 있습니다.

피포: 동감합니다. 이번에 열린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에서도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으로 데뷔한 젊은 건축가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MAXXI에선 매년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24시간 동안 해변에서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YAP처럼 젊은 건축가가 실제로 자신의 프로젝트를 현실화할 기회죠. 미술관은 항상 무언가를 짓고, 전시하고, 눈에 보이는 오브젝트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젊은 작가들에게 두 가지 방법으로 접근합니다. 첫 번째로, 젊은 작가들에게 오브젝트·공간·건축과 같은 구체적인 작품을 만들 기회를 준 뒤 미술관에서 일정 시간 동안 전시한 후 소장하는 것입니다. 다른 방법은 건축 전시의 설계(기획) 자체를 맡기는 것입니다. 이탈리아는 실험성에 매우 강한 전통이 있고, 이는 아달베르토 리베라(Adalberto Libera), 카를로 스카르파(Carlo Scarpa) 같은 위대한 건축가들의 작업을 통해서 알 수 있죠. 젊은 작가들에게 이런 전시 설계 기회를 줌으로써 건축의 한계를 시험해 볼 기회입니다.

페드로: MoMA는 MAXXI와 달리 전시 설계 기회는 없습니다. 단지 소장품을 통해 젊은 건축가를 지원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을 뿐이죠. 최근 ‘공간의 개념(Conceptions of Space)’이라는 전시를 열었는데, 유명한 스타 건축가의 작업과 최근 3~4년 사이에 프로젝트를 시작한 젊은 건축가의 작업을 균형 있게 보여주는 기회였죠. 이런 기획의 전시를 통해 스타 건축가와 동시에 젊은 건축가를 홍보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는 MoMA의 방대하고 중요한 소장품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Q. 앞으로 3년간 현대카드와 함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을 진행할 텐데요. 내년에 도전할 젊은 건축가들에 일종의 팁을 준다면요?

피포: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은 세 가지 중요한 특성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글로컬한 접근 방식을 취한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각 네트워크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여름 행사를 기획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MoMA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은 ‘웜업(Warm Up)’이라는 여름 파티 장소의 배경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MAXXI는 시공뿐 아니라 프로그램 운영과 관련된 예산도 함께 고려해야 하죠. 세 번째로, 공간의 성향입니다.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앞마당은 완벽하게 개방된 공간입니다. 이 세 가지 요소를 어떻게 섞는지에 따라 각 네트워크가 서로 다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데 이를 주목해서 보고 있습니다.


페드로, 피포와의 대화를 통해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이 젊은 건축가에게 도전과 꿈의 기회임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MoMA와 현대카드라는 브랜드로 전 세계에 알려지고 전 세계를 돌며 순회 전시도 가질 뿐 아니라 자신의 계획안을 실현하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이 잘 정착되고 더 젊고 재능있는 건축가들이 참여하길 바랍니다.




인터뷰 심영규 기자, 정리 노성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