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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건축과정 PART 2. 현장에 구축되는 새로운 구조물

2014.07.25


‘문지방’‘신선놀음’은 마당에서 종친부를 잇는 구름다리를 통해 주변 풍경을 다양한 높이, 다양한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고, 구름을 형상화한 에어벌룬으로 에워싼다. 그리고 모호한 분위기를 극대화할 수 있는 미스트 장치를 설치하고, 더불어 구름을 뚫고 뛰어오를 수 있는 두 개의 트램폴린을 놓았다.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에 지어지는 간결한 구조물이지만, 여기에는 세 가지 다른 시스템이 포함되어 있다. 구름다리를 구축하기 위한 목구조, 에어벌룬에 바람을 넣기 위한 공기 공조 시스템, 그리고 미스트 폴의 설치다. 작은 규모에 비해 다양한 장치들을 조율해야 하는 현장은 그래서 더 긴장감이 넘친다. 



마당에 밑그림을 그리다


‘문지방’의 ‘신선놀음’이 다른 최종작과 가장 차별화된 것은 마당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이다. 박석을 걷어낸 것은 기존 마당이 그려내는 그리드를 가볍게 벗어나는 제스처다. 그리드를 지우고 새로운 땅을 그린 이유는 다양한 시스템을 소화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에어벌룬은 본래 사전에 제작한 벌룬에 공기를 넣은 후, 현장에 얹혀 설치하는 가장 간결한 구조물이지만, ‘문지방’은 하나의 형태로 연결된 에어벌룬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서있는 에어벌룬을 디자인했다. 즉 개별 에어벌룬에 독립적으로 공조가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따라서 각각의 에어벌룬에 공기를 주입할 수 있도록 땅 밑으로 파이프를 깔아 공기길을 만들어야 했다. 공기를 공급할 파이프 길을 중심으로 구름다리의 기둥이 들어설 위치까지, 박석을 제거하는 일은 현장의 첫 번째 과정이 되었다. 제거한 박석의 수는 총 950여 개. 구름다리가 세워질 동선을 따라, 그리고 육각형 모듈로 배치된 파이프라인을 따라 박석이 하나 둘 걷어지면서, 마당에는 ‘신선놀음’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구름다리, 땅과 구름을 잇다


‘문지방’은 ‘신선놀음’에서 구름의 위와 아래, 즉 천계와 속계를 구분하는 상상을 펼쳐낸다. 땅에서는 그늘 아래 휴식을 취하고 뛰어 노는 곳이라면, 구름 위는 천천히 느리게 거니는 신선의 공간이라는 발상이다. 구름다리는 이 구름을 거닐 수 있는 길이자 주변의 풍경을 경험하는 장치다. 그래서 ‘문지방’이 이 구름다리 디자인에서 가장 고민했던 것은 바로 ‘시간과 경험’이다. “전망이 확 바뀌는데, 어떤 전망을 보여주는가가 중요했다. 구름 아래 잔디를 보여주기도 하고, 옆으로 미스트가 만들어내는 구름을 보여주기도 하고, 또 에어벌룬으로 둘러싸인 풍경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런 장면을 설정해놓고 그 여정을 세심하게 고려했다.(박천강)” 이 장면을 위해 구름다리의 중간에는 살짝 튀어나온 전망대와 편히 앉아 막걸리라도 한 잔 해야 할 것 같은 평상 공간이 놓였다. 이렇게 갈지 자 모양으로 조금씩 방향을 비튼 구름다리는 마지막으로 종친부 마당에 올라 인왕산을 돌아보게 한다.





5cm 깊이로 지지된 가벼운 건축


‘신선놀음’ 프로젝트에서 가장 견고한 구름다리는 가벼운 건축을 보여주기 위해 철이나 습식 구조 대신 목구조로 세웠다. 기둥을 세우고 그 위로 보행로를 연결하는 간단한 구조다. 그러나 일시적이면서 동시에 안전성을 고려해야 하는 이중적인 성격 때문에 목구조의 안전은 세심하게 고려되었다. 특히 여름의 태풍은 구조적인 안정성에 대해 더 신경을 써야 하는 변수였다. 안전을 생각하면 기둥은 바닥 깊이 30cm까지 파고들어야 하지만, 기존 마당의 무근콘크리트까지 허락된 깊이는 약 5cm 정도다. 따라서 기둥은 땅을 움켜쥘 수 있는 5cm 깊이의 앵커볼트로 고정되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물론이다. 각각의 기둥이 서로를 연결하고 종친부 마당 난간에도 고정되어서 구조물은 충분히 횡력(건물에 수평으로 작용하는 힘)을 버텨낸다. 여기에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생기는 미묘한 흔들림을 방지하기 위해 평상처럼 높은 구조물 아래에는 가위 모양의 보강재(브레이싱)을 덧대어 안정성을 더했다.





그물, 난간을 채우다


구조 안전뿐만 아니라 신경 써야 하는 것이 바로 난간의 안전이다. 일반적으로 난간 간살의 간격은 10cm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문지방’은 안전 규정에 따르면서도 견고한 건축물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보다 유연한 재료를 탐색하기로 했다. 가볍고 유연하며 건축적이지 않는 재료로 선택한 것은 바로 그물이다. “미스트가 퍼지는 데 방해되지 않으면서도, 어느 정도 힘을 견딜 수 있는 재질을 찾는 게 중요했다. (권경민)” 골프망, 빨래줄, 그물 등 청계천 상가를 돌며 다양한 그물들을 찾아내었고, 테스트를 거친 후 ‘문지방’이 강도를 확보하고 가장 안정성 있는 재료로 선택한 것은 바로 하얀 축구대 그물이다. 탄성이 강할 뿐만 아니라 8cm 간격은 시야를 가리지도 않았다.


그물은 와이어로 그물을 꿰어 목구조 난간 둘레로 와이어를 고정하는 방식으로 설치되었다. 탄성이 있는 재료라 목구조를 시공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고 까다로운 과정이었지만, 그물이 팽팽하게 고정하면서 구름다리에는 반투명하면서도 부드러운 난간 살이 만들어졌다.





구름을 디자인하다


‘신선놀음’의 핵심은 구름을 만드는 에어벌룬이다. 특히 바람에 따라 살랑살랑 미묘하게 움직이는 구름의 움직임은 ‘문지방’이 초기 프레젠테이션에서부터 보여주고자 했던 그림이다. 이를 위해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에어벌룬 시스템을 설계했고 구름숲을 이루는 개별 에어벌룬 타입을 디자인했다. 처음에는 나무나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형태를 연상하며 스케치를 그려나갔다. “가장 이미지에 가까웠던 것은 목화꽃이었다. 단단한 가지 위에 나무결을 따라 구름이 피어난 모습을 만들고 싶었다.(박천강)” 가늘게 올라가는 기둥에서 둥글게 피어나는 모양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구름의 유형이다. 구름은 하나의 모양을 가진 것이 아니라, 높이, 그리고 머리 모양에 따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구름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운 곡선을 만들길 바랐다. 멀리서 보면 모여있는 구름의 모습이 약간 높아지다가 낮아지면서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데, 아래 곡선도 똑같은 곡선이면 드라마틱한 느낌이 없어진다. 그래서 구름 전체의 형상이 두꺼워졌다가 자연스럽게 얇아지는 것처럼 입체감 있게 형성되도록 했다.(박천강)” 각각 세 가지 높이 유형, 그리고 머리 부분이 두꺼운 것, 중간 크기, 그리고 동그란 형태에 가까운 형태까지 세 유형을 만들었다. 높이와 형태에 따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면서 구름은 더 다양한 형태를 갖게 되었다. 물론 이를 통해 주변 풍경에 따라 무엇을 보여주고 가릴 것인가에 대한 조절도 쉬워졌다. 이 모든 설계 과정은 라이노라는 3D 프로그램을 통해 검토되었고, 구름의 밀도와 위치, 높이를 주변 풍경에 따라 세밀하게 조율했다.


하나의 구름은 수직으로 절개된 18개의 조각이 연결되면서 만들어진다. 가는 몸통의 진한 선들이 머리 부분에서 펼쳐지면서 자연스럽게 나무의 결을 만들기도 한다. 일정한 공기압을 통해 형태를 유지하는 에어벌룬의 특성상, 잘린 단면이 원형이어야 힘을 균일하게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특히 공기압이 높은 머리 위쪽은 축구공처럼 둥글게 재단해서 부풀어 오르는 것을 방지했다.

 

 


 

Writer. 임진영
건축전문기자로, 공간 편집팀장을 거쳐
현재 해외건축저널 MARK에서 한국건축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으며,
<오픈하우스서울>, <오픈하우스서촌>과 같은 다양한 문화축제기획과 전시 기획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