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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McCARTNEY] 문화대통령 비틀즈

2014.05.12

 

비틀즈(The Beatles)는 여전히 세계 대중문화의 중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지난 두 번의 올림픽에서도 그 흔적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갈라쇼에서 김연아 선수가 존 레논(John Lennon)의 ‘Imagine’에 맞춰 멋진 연기를 펼쳤고,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가 ‘Hey Jude’를 부르며 마지막을 장식했다.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 다니얼 크레이그(Daniel Craig)가 첩보작전처럼 경기장에 등장하고, ‘해리 포터(Harry Potter)’ 시리즈의 작가 조앤 K. 롤링(Joan K. Rowling)이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며,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David Beckham)이 성화를 꽂은 보트를 타고 템즈강을 가로질러왔던 그 ‘경이로운 영국(Isles Of Wonder)’ 퍼포먼스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바로 비틀즈였던 것. 이처럼 비틀즈는 영국 대중문화의 꽃이기도 하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 2003)’에서 영국을 방문한 미국 대통령(빌리 밥 손튼, Billy Bob Thornton)과 회담을 나눈 영국 수상(휴 그랜트, Hugh Grant)은 당당한 목소리로 연설에 임한다. “영국은 작지만 위대한 나라입니다. 셰익스피어도 있고, 숀 코너리도 있고, 해리 포터와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 발도 있죠. 그리고 바로 비틀즈의 나라입니다.”

 

 

 

 

애비로드를 걸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영화 '하드 데이즈 나이트' 촬영 장면과 영화 '헬프!' 촬영 장면 (출처: The Beatles, 왼쪽, 오른쪽)

 

 

비틀즈는 영국에서 태어났지만 마치 성경처럼 세계인의 것이 됐다(심지어 존 레논은 1966년 한 인터뷰에서 “우리가 예수보다 더 인기 있다”고 말해 미국에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세계 대중문화 역사에서 그 자체로도 위대한 것은 물론이요, 수많은 영화와 소설들이 그들을 인용하며 애정을 바쳤다. 먼저 비틀즈는 직접 영화배우로 활동했다. 1964년 ‘I Want to Hold Your Hand’가 미국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한 역사적인 순간, 미국을 다녀온 비틀즈는 첫 번째 장편영화 ‘하드 데이즈 나이트(Hard Day’s Night, 1964)’를 촬영했다. 당시 스타의 인기에 편승해 급조해 만든 영화는 많았지만, ‘하드 데이즈 나이트’는 실제와 허구가 뒤섞인 독특한 스타일로 그들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며 음악영화의 고전이 됐다. 이를 무려 25번이나 봤다는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Roger Ebert)는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g In The Rain, 1952)’와 견줄만한 작품이라 극찬했다. 당시 비틀즈는 유나이티드 아티스트(United Artists)사와의 계약에 의해 ‘하드 데이즈 나이트’와 ‘헬프!(Help!, 1965)’ 이후 한편의 영화에 더 출연해야 했는데, 비틀즈의 애플 필름스(Apple Films)의 공동책임자 중 한 명이었던 데니스 오델(Denise O’Dell)은 J. R. R. 톨킨(J. R. R. Tolkien)의 소설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의 영화화를 제의했다. 멤버들은 흔쾌히 승낙했고 거장 영화감독인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에게 연출을 맡기고 싶어 했으며, 존 레논은 등장 인물 중 간달프 역을 맡겠다고 했다. 영화 역사상 가장 궁금한 미완의 프로젝트 중 하나다.

 

 

비틀즈 [Abbey Road] 앨범커버 (출처: The Beatles)

 

 

아무래도 비틀즈의 향기를 가장 짙게 머금은 영화는 상영시간 내내 비틀즈의 음악에 취하게 만드는 ‘아이 엠 샘(I Am Sam, 2001)’일 것이다. 지적 장애로 7살 지능밖에 갖지 못한 샘(숀 펜, Sean Penn)은 어느 날 예쁜 딸(다코타 패닝, Dakota Fanning)을 얻게 된다. 비틀즈의 노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에서 따온 ‘루시 다이아몬드’를 딸의 이름으로 짓고 둘만의 생활을 시작한다. 물론 오리지널 곡들의 라이센스를 얻는데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영화에서는 리메이크로 녹음된 곡들을 사용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색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또한 샘과 루시가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비틀즈 앨범 [Abbey Road]의 커버를 흉내 내는 장면 등 영화 곳곳에서 비틀즈를 떠올릴 수 있다. [Abbey Road] 앨범커버는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세인트 존스우드(Westminster St. John’s Wood)에 있는 애비로드 스튜디오(Abbey Road Studio) 근처 횡단보도를 4명의 비틀즈 멤버가 건너는 모습을 담고 있는데 그야말로 수도 없이 패러디 됐다.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The Simpsons)’도 그 길을 건넜고 영화 ‘트레인 스포팅(Trainspotting, 1996)’의 주인공 이완 맥그리거(Ewan McGregor)도 친구들과 함께 성큼성큼 횡단보도를 건넜다. 물론 똑같은 애비로드는 아니지만 바로 그 길 위에 선 것처럼 비틀즈를 떠올리며 걸었다. 박중훈이 1988년도 가수왕 최곤으로 등장하는 영화 ‘라디오스타’(2006)에서 최곤을 졸졸 따라다니는 록 밴드 ‘이스트리버(4인조 국내 밴드 노브레인이 연기한 극 중 밴드이름)’도 강원도 영월의 한 횡단보도를 애비로드인 양 건너는 장면이 있다.

 

 

전설의 옥상 콘서트부터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까지, 비틀즈는 전설이 되었다

 

비틀즈의 애플사 옥상 콘서트

 

영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옥상 콘서트 장면

 

 

[Abbey Road] 앨범커버만큼이나 무수히 인용된 ‘비틀즈의 장면’은 바로 옥상 콘서트다. 1969년 1월 30일 비틀즈가 런던의 애플(Apple)사 옥상에서 가졌던 즉흥 콘서트는 팝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당시 멤버들 간의 갈등은 최고조였고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은 밴드를 탈퇴하겠다는 발표까지 했는데 조지가 내건 조건을 다른 멤버들이 수용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리고 옥상 콘서트 날만큼은 완벽한 호흡과 연주력을 선보였다. 1시간 가까이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에 시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감격했다. 역시 비틀즈 노래에서 제목을 따온 영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Across The Universe, 2007)’의 마지막 옥상 콘서트 장면이 바로 그에 대한 오마주다. 실제로 비틀즈의 공연은 경찰이 불법공연으로 규정하고 전력 공급을 중단하면서 마무리됐는데,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에서도 경찰들에 의해 옥상에서 쫓겨난 주드(짐 스터게스, Jim Sturgess)는 루시(에반 레이첼 우드, Evan Rachel Wood)를 향해 비틀즈의 노래 ‘All You Need Is Love’를 부른다. 또 ‘심슨 가족’의 한 에피소드에서는 주인공 호머가 과거에 가수였다는 설정으로 술집 옥상에서 공연을 펼치는 장면이 나온다.

 

돌이켜 보면 ‘심슨 가족’의 비틀즈 사랑은 엄청났다. ‘심슨 가족’의 기획자이자 각본가인 맷 그로닝(Matt Groening)이 비틀즈의 엄청난 팬이기 때문이다. 사망한 존 레논을 빼고 세 멤버 모두 ‘심슨 가족’의 목소리 더빙에 참여한 경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한 에피소드에는 음료수 캔에 쓰인 이름들이 다음과 같았다. 존 레몬, 오렌지 해리슨, 폴 맥아이스티, 망고 스타. 더불어 비틀즈가 개성 넘치는 4명의 조합이었던 만큼, 그들 중 누구를 좋아하느냐는 오랜 관심사인데, 가령 영화 ‘500일의 썸머(500 Days Of Summe, 2009)’에서 “링고 스타(Lingo Starr)를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라는 톰(조셉 고든 레빗, Joseph Gordon Levitt)의 말에 썸머(주이 드샤넬, Zooey Deschanel)는 “그래서 좋아하는 거야!”라며 [Abbey Road]에 실린 링고 스타의 노래 ‘Octopus Garden’이 비틀즈 노래 중 최고라고 말한다. 이 장면은 대부분 ‘폴이냐, 존이냐’로 싸울 때 조지 해리슨과 링고 스타를 흠모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문학 작품으로 넘어오면 비틀즈의 노래 제목을 차용한 무라카미 하루키(村上 春樹)의 소설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 Norwegian Wood)』를 빼놓을 수 없다. 37살이 된 주인공은 함부르크 공항(Hamburg Airport)에 착륙한 비행기 기내에 흐르던 비틀즈의 ‘Norwegian Wood(This Bird Has Flown)’을 들으며 자신의 10대 끝자락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 여자를 만나 밤새 사랑했지만 다음날 깨어나 보니 그녀가 사라지고 없었다는 상실감을 노래한 ‘Norwegian Wood(This Bird Has Flown)’는 소설 속 주인공의 정서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비틀즈가 1965년 발표한 앨범 [Rubber Soul]에 실려 있는 이 곡은 기타리스트 조지 해리슨이 인도 전통악기 ‘시타르’로 연주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국내 작품 중에서는 은희경이 1999년 발표한 소설 『그것은 꿈이었을까』가 비틀즈의 향기로 채워졌다. 『그것은 꿈이었을까』는 ‘Norwegian Wood(This Bird Has Flown)’를 비롯해 [Rubber Soul]에 실린 ‘Girl’, ‘Michell’, ‘Nowhere Man’ 등 14곡의 노래 제목을 각각 소제목으로 했다.

 

 

영화 '노웨어 보이' 예고편

 

 

[Rubber Soul]의 수록곡 ‘Nowhere Man’에서 제목을 조금 변형한 영화 ‘노웨어 보이(Nowhere Boy, 2009)’의 이야기로 마무리하면 어떨까 싶다. 영화는 비틀즈의 초기 역사(독일 함부르크로 떠나 활동하기 직전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 어린 폴 매카트니와 존 레논의 첫 만남이 인상적이다. 맥주를 마시겠냐는 존의 물음에 ‘샌님’같은 은 차를 달라고 한다. 그리고 이 에디 코크런(Eddie Cochran)의 ‘Twenty Flight Rock'을 기타로 연주해 보이는데, 존은 당시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곡을 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코드로 연주 하자 깜짝 놀란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음악적, 정신적으로 깊은 교분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그렇게 세계를 정복한 문화대통령 비틀즈의 역사가 시작됐다.

 

신화가 된 밴드 비틀즈의 세계적인 파급력은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고 이어져 오고 있다. 비단 음악에만 국한되지 않고 문화 전 영역에 걸쳐 퍼져있다. 비틀즈를 주제로 재생산된 문화 콘텐트들은 문화의 장을 풍요롭게 할 뿐만 아니라 전세계 수많은 비틀즈 팬들에게 그들의 팬심을 발산할 수 있는 하나의 소통창구가 되기도 한다. 비틀즈가 영원하기를 바라는 팬들의 바람을 실현하는 또 다른 가치 있는 결과물일 것이다. 이번 PAUL McCARTNEY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0은 그간 미디어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었던 문화대통령, 비틀즈의 멤버인 폴 매카트니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로 그의 공연을 만끽할 수 있는 기념비적인 날이 될 것이다.

 

 


 

Writer. 주성철
<씨네21> 취재팀장
『홍콩에 두 번째 가게 된다면』,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 『우리시대 영화장인』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