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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McCARTNEY] 비틀즈 전후 시대 팝 음악의 계보학

2014.05.12

 

 

 

“나는 비틀즈(The Beatles)를 싫어한다.”
1980년대 인기 헤비메탈 밴드였던 ‘라이언(Lion)’의 드러머 마크 에드워드(Mark Edwards)가 한 말이다. 당시만 해도 헤비메탈이라는 거대한 구름이 팝 음악 시장을 온통 뒤덮었던 시대였다. 마크 에드워드는 “모든 음악의 원형이 비틀즈라고 하니 싫어졌다. 심지어 헤비메탈의 뿌리라고도 한다. 그것에 대한 반작용인지 나는 비틀즈가 싫다”고 했다. 반골(反骨) 정신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로커다운 발상이다. ‘Yesterday’와 같은 예쁘장한 팝 발라드를 만들었던 비틀즈가 헤비메탈의 기원이라니, 오로지 한 장르만 파고들던 메탈 키드들에게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로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영국과 미국의 많은 음악 평론가들은 헤비메탈의 뿌리가 되는 곡으로 비틀즈의 강력한 기타 리프 곡 ‘Helter Skelter’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팝이나 록 음악 비평가, 심지어는 클래식 음악의 종사자들까지 비틀즈가 팝 음악사에 미친 영향을 부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비틀즈는 해체했지만 수많은 밴드가 여전히 그들을 추앙하고 있는 이유도 비틀즈의 스타성 때문이라기보다 그들의 음악성 때문일 것이다. 이 칼럼에서는 비틀즈 전후 시대의 팝 음악 계보를 구체적으로 살펴봄으로써 팝 음악사에서 비틀즈의 영향력를 조명해 보고자 하며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0은 바로 그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1960년대 팝 음악을 새롭게 구성한 비틀즈

 

 

 

영미 팝의 기본이 되는 5대 장르는 블루스, 재즈, 컨트리, 가스펠, 포크(여기서 포크는 전통 음악을 말한다)라고 할 수 있다. 1950년대까지 장르의 구분은 굳건했다. 그런데 전후(戰後) 세대, 흔히 말하는 베이비 붐 시대를 거치면서 등장한 로큰롤이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의 힘에 동승해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로큰롤은 신세대를 겨냥한 음악장르였고 큰 인기를 얻었다. 영국은 재즈와 로큰롤이 결합한 스키플 사운드로 1960년대를 열었지만 곧이어 비틀즈의 탄생과 함께 머지 비트라는 사운드가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다. 영국 팝에 무관심했던 미국의 대중음악계도 1964년 비틀즈의 미국 진출과 함께 영국 팝에 열광하기 시작했는데, 이 현상을 록의 역사에서는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 영국인의 침공)'이라고 기록한다. 비틀즈를 선봉으로 한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 할리스(The Hollies), 킹크스(The Kinks) 등과 같은 영국 록 밴드들의 침공에 미국 팝 시장은 허리케인처럼 요동쳤다.

 

 

 

 

브리티시 인베이전 현상에 맞서는 미국의 대표적인 팝 밴드는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였다. 이른바 서핑사운드로 유명했던 비치 보이스는 유명한 앨범 [Pet Sound]를 발매하면서 난공불락의 비틀즈에 맞불을 놓았다. 이 작품은 ‘소리를 벽처럼 쌓아 올린다’는 녹음 방식(Wall Of Sound)으로 팝 음악사에 길이 빛날 아름다운 음악과 보컬 하모니를 남겼다. 이에 대한 답가 형식으로 만들어진 음반이 바로 비틀즈의 걸작 [Sgt. Pepper's Lonely Heart Band]였다. 비틀즈는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콘셉트 앨범인 이 앨범을 통해 사운드와 곡의 내용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밥 딜런(Bob Dylan) 역시 일렉트릭 기타를 본격적으로 치기 시작하면서 포크 록을 개척했는데 비틀즈는 가사와 사운드에서 밥 딜런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영국과 미국 뮤지션의 경쟁구도는 팝 음악의 위상을 변화시켰다. 시대는 변했고, 정보화는 가속화 됐으며, 무역산업의 개방화를 통해 세계 시장은 하나가 됐다. 비틀즈와 경쟁하는 많은 팀이 나타났고, 비틀즈를 따라 하는 팀도 늘어났다. 1960년대의 대중음악 문화는 분명 비틀즈를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되고 있었다.

 

 

다양한 장르에 영감을 준 비틀즈

 

브리티시 인베이전에 합류한 영국 발 록 밴드 중에서 비틀즈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혔던 롤링 스톤즈는 보다 묵직한 R&B(리듬 앤드 블루스)사운드를 표방한 팀이었다. 이러한 롤링 스톤즈의 전통은 야드버즈(The Yardbirds)와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을 거치면서 70년대를 관통하는 헤비블루스의 조류를 만들어 냈다. 특히 1968년에 버밍엄(Birmingham)에서 결성된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는 헤비블루스에서 헤비메탈로 옮겨간 대표적인 팀으로 꼽히며,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딥 퍼플(Deep Purple), 유라이어 힙(Uriah Heep) 역시 헤비블루스와 헤비메탈의 교두보적인 위치에서 하드록 계열로 분류된다.

 

 

 

 

한편, 비틀즈가 [Sgt. Pepper's Lonely Heart Band]의 마지막 수록 곡이었던 ‘A Day in the Life’에서 보여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은 딥 퍼플을 비롯한 아트 록 밴드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록 음악이 클래식의 힘을 빌어 더 화려하게 비상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딥 퍼플은 데뷔앨범에서 비틀즈의 히트곡 ‘Help!'를 리메이크했는가 하면 하드록 그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시도한 [Concerto For Group And Orchestra]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비틀즈의 [Sgt. Pepper's Lonely Heart Band]가 제시했던 한 장의 음반에 하나의 주제를 부여하는 ‘콘셉트 앨범’ 형식도 수많은 록 밴드에게 영향을 주었다. 영국의 록 밴드 더 후(The Who)가 발표했던 록 오페라 명반 [Tommy]가 대표적인 사례다.

 

 

 

 

1980년대의 미국 팝 음악 시장은 흔히 전반기 AOR(Adult-Oriented Rock, 성인대상의 록)과 후반기 디스코 시대로 나누는데, 웨스트 코스트 록은 AOR의 뿌리가 되는 음악이다. 미국 본토 팝의 수호자였던 비치 보이스는 1970년대 유행하게 되는 ‘웨스트 코스트 록'의 원조로 꼽힌다. ‘비틀즈에 대한 미국의 화답’이라며 후한 평가를 받았던 포크그룹 크로스비, 스틸스, 내쉬 앤드 영(Crosby, Stills, Nash & Young)과 이후 최고의 밴드로 대접받는 이글스(Eagles)도 웨스트 코스트 록의 명맥과 닿아 있다. 이들은 서부의 음악이라는 스타일처럼 뜨거운 태양과 해변의 여유를 낭만적으로 풀이해냈다. 비틀즈가 신세대 소년, 소녀들을 열광케 했다면 이들은 보수적이며 전통적인 성인 취향의 고급스러운 팝 음악을 완성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영향을 미쳤는데 그 중에서도 인도 음악에 대한 관심과 해석은 3세계 음악을 세계 시장으로 이끌어낸 공로로 인정받고 있다. 비틀즈 6집 [Rubber Soul]의 ‘Norwegian Wood(This Bird Has Flown)'에서는 인도 악기 시타르를 사용했다. ‘Norwegian Wood(This Bird Has Flown)'는 음악을 넘어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 春樹)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 비틀즈는 탈 장르의 시대를 개척했으며, 클래식 연주자나 재즈 뮤지션이 팝 음악을 연주하게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에까지 대중적 관심을 도모했으니 진정한 포스트모던 밴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속되는 비틀즈의 음악적 영향력 

 

비틀즈를 연상시키는 음악이 다시 한 번 세상에 요동친 것은 1990년대 이후 등장한 브릿팝을 통해서였다. 헤비메탈의 속절없는 추락과 밴드 너버나(Nirvana)의 멤버인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의 죽음으로 허우적거렸던 전세계 팝계에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한 브릿팝 밴드들은 마치 비틀즈의 부활을 알려주는 신호탄 같았다. 그 중에서도 밴드 오아시스(Oasis)의 노골적인 비틀즈 따라 하기는 비틀즈의 역사를 잃어버린 신세대들에게 ‘왜 비틀즈가 위대한가’를 설명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누가 들어도 수긍할 수밖에 없는 보편적이고 강력한 멜로디, 단순화된 기타사운드, 아름다운 보컬 하모니까지, 비틀즈를 상징하는 음악이 여전히 대중들의 환호를 받고 있는 것이다.

 

 

밴드는 해체됐고 1980년에 존 레논(John Lennon), 2001년에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이 사망하면서 두 명의 ‘비틀’을 떠나 보냈지만 비틀즈는 진정한 전설로 심화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의식을 하고 있든 아니든 비틀즈의 음악적 영향 아래 있는 전세계의 많은 밴드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음악을 만들며 또 다른 비틀즈를 꿈꾸고 있다. PAUL McCARTNEY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0에서 팝 음악의 대들보라고 할 수 있는 비틀즈와 폴 매카트니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길 바란다. 약 3시간 동안의 공연으로 1960년대부터 2014년 지금까지의 팝 음악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Writer. 남무성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