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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McCARTNEY] 비틀즈의 패션 스타일을 만든 사람들

2014.05.12

 

비틀즈의 나라. 영국 이미지는 극과 극이다. 신사와 악동, 여왕과 펑크걸이 동시에 존재감을 뿜어내는 식이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젊음과 음악, 그리고 패션이 있다. 1960년대, 비틀즈로부터 탄력을 받은 ‘모즈(mods)’가 거리를 휩쓸었다. 1970년대엔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를 필두로 한 '글램록'과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나 클래시(The Clash)를 중심으로 ‘펑크’가 한바탕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1980년대 들어 듀란듀란(Duran Duran)과 컬처 클럽(Culture Club)이 이끈 뉴웨이브가 ‘컬러풀’의 극단을 보여줬다면, 조이 디비전(Joy Division)이나 큐어(The Cure)가 생산해내는 기이한 ‘어둠’도 짙게 드리웠다. 그리고 1990년대 ‘브릿팝’은 비단 영국뿐만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젊음' 그 자체를 표현했다.

 

 

 

 

돌이켜보건대, 비틀즈의 패션은 트렌드라기보다는 시대 자체라고 보는 게 맞다. 누가 일부러 퍼뜨린 게 아니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운명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다. 1960년에 비틀즈 멤버들이(아직 ‘비틀즈’라는 이름도 갖기 전에) 함부르크에서 만난 한 여자에게 머리를 깎아달라고 했다. 분명 친구들끼리 장난에서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모즈 룩’이라는 거대한 조류의 시작이 됐다. 또한 장식적이며 과장된 재킷과 바지를 벗고 몸에 딱 맞는 수트에 첼시부츠를 신은 건 단순히 옷을 갈아입은 것이 아니다. 시대를 통째로 갈아입은 표상이 됐다. 

 

 

‘모즈’의 마법사들 혹은 비틀즈의 다섯 번째 멤버들

 

알다시피 비틀즈 멤버는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존 레논(John Lennon),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 링고 스타(Ringo Starr) 이렇게 네 명이다. ‘다섯 번째 멤버’라 불리는 이들이 몇  더 있다. 오늘날 비틀즈를 위대한 전설이자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뮤지션으로 살아있도록 하는, 그야말로 비틀즈가 비틀즈일 수 있게 만든 이들이다. 소위 비틀즈의 상징인 ‘바가지머리’라 불리는 ‘Mop Top Hair’를 비틀즈에게 제안한 사람이다. 혹은 가죽재킷과 웨스턴 부츠 대신 칼라 없는 회색 수트에 첼시 부츠를 신도록 한 사람도 있다. 누구일까?

 

스튜어트 서트클리프(Stuart Sutcliffe)는 존 레논의 대학 동창이다. 전공은 미술. 잭 케루악(Jack Kerouac) 같은 동시대 미국 ‘비트’ 문학에도 관심이 깊은 멋쟁이였다. 존 레논은 그를 자신의 밴드로 데려와 베이스 기타를 치게 했지만, 함께 한 시간이 길진 않았다. ‘전설의 시작’쯤으로 여겨지는 비틀즈의 함부르크 시절까지였다. 스튜어트 서트클리프는 거기서 만난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면서 결국 밴드를 떠났다.

 

 

[With The Beatles](1963) 앨범커버 (출처: The Beatles

 

 

그 여자의 이름은 아스트리드 키르헤(Astrid Kirchherr). 아스트리드는 패션을 공부하며 사진을 찍는 젊은 예술가로, ‘멋’과 ‘스타일’에 눈을 뜬, 앞서가는 여자였다. 어느 날 아스트리드는 스튜어트의 머리를 ‘동그랗게’ 잘라줬다. 이것은 곧 다른 멤버들에게로 퍼졌다. 비틀즈의 상징과도 같은 ‘바가지머리(Mop Top Hair 혹은 Mushroom Cut)’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지금 그 풍경을 상상해보면 꽤나 장난스런 분위기였을 뿐이다. 이것이 세계를 발칵 뒤집어놓는 트렌드를 만들어 낸 것인 줄 당사자들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그녀가 찍은 1960년대 초기의 비틀즈 사진은 지금 봐도 군더더기 없이 절제된 세련미를 풍긴다. 아스트리드가 사진을 찍고 스튜어트가 디자인을 맡은 비틀즈의 [With The Beatles](1963) 앨범커버를 보라. 트렌드를 초월하는 간결한 아름다움이 결정처럼 박혀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비틀즈의 ‘스타일’을 처음 만들었다.

 

 

1964년 존 F. 케네디 공항에 도착한 비틀즈 (출처: WIKIPEDIA

 

 

브라이언 앱스타인(Brian Epstein)은 비틀즈의 고향 리버풀에서 레코드가게를 하다 비틀즈의 매니저가 됐다. 그는 타고난 감각으로 비틀즈를 ‘디자인’했다. 단순히 어떤 옷을 입어야 할 지부터, 모든 이미지를 비틀즈라는 이름으로 엮어냈다. 그는 비틀즈의 실밥 하나까지 챙겼다. 그 절정은 1964년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의 시발점이 된 비틀즈의 미국 진출이었다. 당시 미국 젊은이들의 패션이면 청바지나 럭비셔츠 같은 몇 가지 고정적인 아이템부터 넉넉한 실루엣을 만드는 소위 ‘아이비리그 룩’ 정도가 전부였다. 그런데 비틀즈 네 명이 자로 잰 듯 몸에 꼭 맞는 수트를 입고 비행기에서 내렸다. 그 장면은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디올 옴므(Dior Homme)의 수장 에디 슬리먼(Hedi Slimane)이 ‘스키니’로 무장한 깡마른 소년들로 ‘남성복’시장을 초토화시켰던 일과 비교할 수 있을까? 어림없다. 비틀즈는 이미 우상 그 자체였다.

 

 

‘모즈’ 이후의 비틀즈

 

[Revolver](1966) 앨범커버,  [Sgt. Pepper’s Lonely Hearts](1967) 앨범커버,  [Let It Be](1970) 앨범커버 (출처: The Beatles

 

 

1964년 미국 방문 이후 비틀즈는 끊임없이 음악적 영토를 확장해갔다. 어떤 것이 먼저랄 것도 없이 스타일도 덩달아 변해갔다. 앨범커버만 봐도 변화는 뚜렷하다. 멤버들의 헤어스타일은 단정한 바가지머리 대신 치렁치렁하게 긴 스타일로 변했다. 작은 듯 꼭 맞던 수트는 기이하게 너풀거리는 셔츠로 바뀌었다. 그들의 스타일은  사이키델릭(psychedelic)이자 히피(hippie)였다. 인도 풍의 전위 예술이거나 또 다른 그 무엇이기도 했다. 그러다 비틀즈는 [Let It Be]를 끝으로 해체했다. 멤버들은 흩어져 각자 음악에 몰두했다. 폴 매카트니는 장르가 무색하게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하며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한껏 드높였다. 존 레논은 오노 요코(小野 洋子)를 만나면서 음악을 넘어 사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14년의 비틀즈


폴 매카트니는 부드럽다. 그의 얼굴을 그린다고 생각하면 계속 머릿속에 동그라미가 생겨난다. 눈과 눈두덩도 동그랗다. 턱과 코, 심지어 목소리까지 동그랗게 그려야 할 것 같다. 옷차림도 마찬가지. 그가 서 있는 무대는 마치 벨벳이나 새틴처럼 부드러워 보인다. 꾸실꾸실 잘 말린 면처럼 온화한 기운이 번지기도 한다. 그는 넉넉한 셔츠를 즐겨 입는다. 사이즈가 큰 셔츠를 벙벙하게 입는 게 아니다. 잘 맞는 셔츠에서 나오는 여유를 즐기는 스타일이다. 엄격한 턱시도 셔츠라면 두세 개 단추를 풀어 느슨하게 입는 식으로 폴 매카트니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2014년 그래미 어워즈 무대의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 (출처: PAUL McCARTNEY

 

 

올해 제56회 그래미 어워즈(The 56th GRAMMY AWARDS)에서 오랜만에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는 협연 무대를 선사했다. 그들은 2013년 폴 매카트니가 발표한 앨범 [New]에 수록된 ‘Queenie Eye’를 들려줬다. 비틀즈 시절처럼 폴 매카트니가 노래를 부르고 링고 스타는 그의 뒤에서 드럼을 연주했다. 객석에선 존 레논의 부인 오노 요코와 아들 션 레논(Sean Lennon), 조지 해리슨의 부인 올리비아 해리슨(Olivia Harrison)이 무대를 지켜봤다. 비틀즈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행복하고 특별한 시간이었다. 이제 국내에서도 비틀즈의 팬들이 행복한 시간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온다. 2014년 5월 28일 PAUL McCARTNEY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0에는 부드럽고 넉넉한 셔츠를 입은 폴 매카트니가 들려주는 ‘Yesterday’를 함께 따라 부르는 마법과도 같은 시간이 예정되어 있다.

 

 


 

Writer. 장우철
 남성 잡지 ‘GQ KOREA’의 피처 디렉터로,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칼럼과 화보, 인터뷰를 선보이고 있다.
2012년 독창적인 첫 책 『여기와 거기』를 냈다. MBC 라디오 '타블로와 꿈꾸는 라디오'에 출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