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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McCARTNEY] 비틀즈와 팝아트의 아름다운 동행

2014.05.12

 

1967년에 발매된 비틀즈(The Beatles)의 여덟 번째 정규 앨범 [Sgt. Pepper's Lonely Heart Club Band]는 듣고, 보는 즐거움이 있는 앨범이다. 대부분의 걸작들이 그렇듯이 흥미로운 제작 뒷이야기는 작품을 더 주목하게 만든다. 이 앨범은 음악적인 성취 외에도, 앨범커버에 얽힌 두 가지 사실이 구미를 돋운다.

 

 

최고의 앨범커버 탄생 비화

 

먼저, 앨범커버 제작과정에 얽힌 스토리다. 어떤 앨범은 흥미진진한 일화와 함께 신화화되는데 [Sgt. Pepper's Lonely Heart Club Band]가 그렇다. 이 앨범의 아이디어와 앨범커버 작업 과정은 호사가(好事家)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Sgt. Pepper's Lonely Heart Club Band]는 세계 최초의 콘셉트 앨범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디어는 미국 여행에서 돌아온 후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가 냈다. 당시 미국에서는 그룹명 길게 짓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다. 그래서 비틀즈와 대중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두기 위해 ‘페퍼 상사(上士)’라는 가상의 존재를 창조하고, 분신격인 'Sgt. Pepper's Lonely Heart Club Band'라는 긴 이름의 밴드를 만든다. 이 앨범 녹음에는 각종 전자음향 효과와 믹싱기술, 테이프 역회전 같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기술이 사용되었다. 더 놀라운 것은 청각적으로나 시각적으로 같은 색깔을 부여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음악에만 적용하지 않고, 앨범커버에까지 적용한 치밀함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팝 아티스트 피터 블레이크 (출처: flickr)

 

 

앨범커버 디자인에는 예술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마침 폴 매카트니가 알고 지내던 런던의 아트딜러인 로버트 프레이저(Robert Fraser)에게 도움을 청했다. 프레이저는 자신의 화랑 소속인 팝 아티스트 피터 블레이크(Peter Blake)를 소개했다. 그는 리처드 해밀턴(Richard Hamilton)과 함께 ‘영국 팝아트(Pop Art)의 창시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커버 디자인의 초기 계획은 두 개의 장면으로 구성되었다. 꽃시계가 있는 시립공원 같은 곳에서 비틀즈가 열쇠를 받는 장면, 그리고 존경하는 사람들의 사진에 둘러싸인 비틀즈가 앉아 있는 장면을 커버 안쪽에 배치하는 것이었다.

 

 

[Sgt. Pepper's Lonely Heart Club Band] 앨범커버 제작 과정 (출처: The Beatles)

 

 

블레이크는 이 두 장면을 통합한다. 시립공원의 꽃시계 이미지, 존경하는 사람들 중앙에 자리 잡은 비틀즈 등의 소재를 추려서 한 장면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멤버들이 배경에 세우고 싶어 하는, 각자 좋아하는 인물들의 사진은 도서관을 뒤져서 찾았다. 블레이크는 그것을 실물 크기로 확대 출력한 후 색을 입혔다. 그리고 모든 인물을 종이인형으로 만든 뒤, 대여해온 비틀즈의 밀랍 인형 주변에 세웠다. 이런 과정이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졌다. 시간과 비용이 일반 앨범커버 제작보다 수십 배는 더 들었음은 물론이다. 멤버들은 페퍼 상사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다른 사람인 것처럼 분장을 하고, 꽃가게에서 배달시킨 꽃으로 세트장 앞쪽을 장식했다. 마침내 공연을 마친 밴드가 팬들과 꽃다발에 둘러싸여 축하를 받는 듯한 극적인 장면이 완성된다.

 

 

[Sgt. Pepper's Lonely Heart Club Band] 앨범커버 촬영 모습 (출처: The Beatles)

 

 

이렇게 해서 하나의 스토리로 꾸민 최초의 콘셉트 앨범커버가 탄생했다. 음악적으로는, 클래식 음악가들로부터도 예술적 수준을 인정받은 이 앨범을 시초로 ‘아트 록(Art Rock)’ 이라 불리는 ‘프로그레시브 록(Progressive Rock)’이 개화하고, ‘20세기 최고의 음반’이자 ‘사이키델릭(psychedelic) 사운드의 시조’, ‘음악과 미술의 절묘한 만남’ 등의 수식어가 [Sgt. Pepper's Lonely Heart Club Band]에 헌정됐다.

 

 

[Sgt. Pepper's Lonely Heart Club Band] B컷과 앨범커버(가운데) (출처: The Beatles)

 

 

완성된 앨범 재킷을 보면, 중앙에 구식 군복을 착용한 비틀즈가 서 있고, 왼쪽에는 비틀즈의 밀랍 인형이 배치되어 있다. 이들 뒤에는 한 시대를 풍미한 유명인들이 가득하다. 칼 마르크스(Karl Marx), 지그문트 프로이드(Sigmund Freud), 칼 융(Carl Jung), 애드거 앨런 포우(Edgar Allan Poe),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의 멤버들, 할리우드의 섹시스타 메이 웨스트(Mae West), 1930년대의 아역배우 셜리 탬플(Shirley Temple) 등 사상가와 문필가, 음악가, 영화배우 등 무려 60여 명의 얼굴이 엑스트라로 동원되었다.

 

“우리는 [Sgt. Pepper's Lonely Heart Club Band]가 사람들이 두고두고 앨범커버를 들여다보고 거기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알아보고 커버 뒷면에 있는 글도 모두 읽어보는 그런 앨범이 되길 바랍니다.”

 

폴 매카트니의 이야기이다. 그는 어릴 때, 앨범을 사기 위해 30분 씩 버스를 타고 백화점에 갔다고 한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달래며 갈색 종이봉투에서 앨범을 꺼내 앨범커버를 빠짐없이 읽었다고 한다. 이런 행복한 경험이 [Sgt. Pepper's Lonely Heart Club Band]에 녹아 있다.

 

그의 바람처럼 다소 키치(Kitsch)적이고 재기 발랄한 ‘B급 감성’이 묻어나는 [Sgt. Pepper's Lonely Heart Club Band] 커버는 보고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커버 안쪽에 ‘숨은 그림 찾기’의 정답처럼 각 인물이 누구인지 알 수 있게 표시를 해두었다. 이 앨범은 미국에서만 600만 장이 나가는 등 대박을 기록했다. 록을 예술로 끌어올렸다는 평가와 함께 상업적인 성공까지 거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앨범커버에도 행운이 따랐다. 그래미 시상식(GRAMMY Awards)에서 최고 앨범디자인상을 수상하고, 대중음악잡지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 선정 ‘위대한 앨범 커버 100’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최고의 앨범커버로 자리매김한다.

 

 

앨범 디자인에 수혈된 팝아트

 

다음으로, 이 앨범커버가 아티스트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대중음악과 순수미술의 교접이 빚은 득의의 결실인 만큼 앨범커버에 깃든 순수미술의 아우라를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작품으로서 이 앨범커버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팝아트에 관한 약간의 정보가 필요하다.

 

팝아트는 ‘파퓰러 아트(Popular Art, 대중예술)’의 줄임말로서, 이전까지 미술계 내부에서만 유통되던 난해한 ‘추상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의 추상성을 버리고,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로 점철된 물질주의와 궁합이 맞는 새로운 차원의 구상미술이었다. 작품의 소재도 신문, 잡지, 텔레비전, 영화, 사진, 만화 같은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이미지를 활용했다. 평론가 G. R. 스웬슨(G.R. Swenson)은 “팝아트 미술작품 속에 등장하는 대상은 우리들이 익히 아는 것으로서 대중들이 즐기고 쉽게 친숙해지는 특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했다.

 

 

리처드 해밀턴, Just what is it that makes today's homes so different, so appealing?, 1956, 콜라주, 26x24.8cm, 독일 튀빙겐 쿤스트할레 소장 (출처: flickr)

 

 

이런 팝아트는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사회를 동경해서 나타난 영국의 작가들을 중심으로 발생했다. 최초의 팝아트 작품도 리처드 해밀턴의 <Just what is it that makes today's homes so different, so appealing?(오늘의 가정을 그토록 색다르고 멋지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1956)가 차지했다. 잡지와 카탈로그에서 오려낸 이미지들을 콜라주(collage)한 이 작품은 현대인이 거주하는 아파트 내부에 텔레비전, 녹음기, 포드(Ford) 자동차 로고, 만화, 햄 통조림 등 당시에 대량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산업사회의 최첨단 제품들로 현대생활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제시한다. 이는 앞으로 펼쳐질 팝아트의 성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참고로, 해밀턴은 블레이크에 이어 텅 빈 백지에 'The Beatles'만 새긴 비틀즈 10집 [The Beatles (The White Album)] 커버를 디자인했다).

 

하지만 팝아트가 꽃을 피운 곳은 영국이 아니라 바다 건너 미국이었다. 1960년대에 팝아트는 미국에서 크게 흥행했다. 앤디 워홀(Andy Warhol),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 클래스 올덴버그(Class Oldenburg) 등 ‘팝아트’ 하면 떠오르는 작가는 하나같이 미국에서 활동한 이들이다. 미국의 팝아트가 세련된 테크닉으로 대중문화를 적극 수용한 반면, 영국의 팝아트는 대중문화와 소비사회를 수용하되 비판적인 시각을 가미한 쪽이었다. 그럼에도 양쪽 모두 고급예술과 대중문화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예술에 대한 인식을 바꿔준 것만은 분명하다.

 

 

피터 블레이크가 디자인한 밴드 에이드의 [Do They Know It’s Christmas?], 오아시스의 [Stop the Clock] (출처: WIKIPEDIA, 왼쪽, 오른쪽)

 

 

블레이크가 디자인한 [Sgt. Pepper's Lonely Heart Club Band] 커버는 이러한 팝아트의 맥락을 타고 있다. 이미지를 수집하고 콜라주 했다는 점은 <Just what is it that makes today's homes so different, so appealing?>와 방법적인 면에서 통한다. 명사들과 슈퍼스타 비틀즈를 함께 조합한 방식은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 같은 대중문화의 아이콘을 소재로 삼는 팝아트의 대표적인 작업 스타일이다. 젊은 블레이크로서는 일생일대의 작업이었다. 기획 초기 사이키델릭 스타일로 디자인하려다가 수정되면서 ‘대타’로 투입되어 홈런을 친 셈이다. 활력과 우울함이 교차하는 묘한 분위기의 앨범커버 덕분에 인지도도 얻고, 덤으로 팝아트를 홍보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봤다. 그는 비틀즈 외에도 그룹 밴드 에이드(Band Aid)의 [Do They Know It’s Christmas?](1984)와 오아시스(Oasis)의 [Stop the Clock](2006)의 앨범커버를 역시나 콜라주 기법으로 디자인하기도 했다.

 

 

음악에 날개를 달아주는 아티스트의 앨범커버 디자인

 

작가가 디자인한 앨범커버는 단순히 내용물 포장지가 아니다. 청각적인 음악을 시각적으로 조형한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사람들은 [Sgt. Pepper's Lonely Heart Club Band]를 커버 디자인과 더불어 기억한다. 대중음악과 순수미술의 절묘한 만남은 대중음악의 격을 한 단계 높여줬다. 덕을 보기는 순수미술도 마찬가지다. 대중음악의 폭넓은 대중성을 타고 사람들의 심미적인 감성에 자연스럽게 둥지를 튼다. 상부상조하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처럼, 음악과 미술의 협업은 아름다운 동행이 아닐 수 없다.

 

 

앤디 워홀이 디자인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Velvet Underground & Nico], 줄리언 오피가 디자인한 블러의 [The Best Of] (출처: WIKIPEDIA, 왼쪽, 오른쪽)

 

 

앤디 워홀이 커버 디자인을 맡은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의 데뷔앨범 [Velvet Underground & Nico] (1966)나 줄리언 오피(Julian Opie)가 디자인한 블러(Blur)의 [The Best Of](2000) 커버가 그렇듯이, 유명 작가가 디자인한 앨범은 예술적 가치를 지닌 특별한 앨범이 된다. 미술사의 맥락과 작가의 작품세계를 염두에 두고, 커버를 명화처럼 감상할 수도 있다. 비틀즈의 음악이 온몸을 감싸는 가운데, 눈으로 보는 즐거움이 함께한다. 작가의 혼이 담긴 앨범커버 디자인은 뛰어난 미술의 텍스트다.

 

 

슈퍼스타 비틀즈는 팝 음악계의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그들은 당대의 음악은 물론이고 패션, 영화, 미술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그 영향력을 미쳤다. 그들의 예술에 대한 폭넓은 관점과 과감한 시도는 장르를 넘어 각 분야의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예술적 성취를 이뤘다. 시대의 예술적 진원지였던 비틀즈의 모습을 하나 하나 파헤쳐 보면 그 시대의 예술과 지금까지 이어지는 예술적 조류를 읽어낼 수 있다.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는 여전히 활발한 예술적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PAUL McCARTNEY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0으로 처음 내한하는 폴 매카트니를 통해 현재진행형인 그의 예술활동에 동참하여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Writer. 정민영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미술잡지 편집장과 편집인을 거쳐,
현재 미술 출판사 (주)아트북스 대표이사다.
간간이 미술과 책에 관한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