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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유연한 접근의 SO-IL,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

2014.08.29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oung Architects Program, 이하 YAP)를 통해 세계적인 건축가로 성장한 역대 우승자들의 활약상을 보는 두 번째 순서로 SO-IL(Solid Objectives–Idenburg Liu)을 소개한다. YAP를 통해 창의적인 실험 정신을 인정받고 세계를 무대로 작업을 펼치는 많은 건축가가 있다. 이 중에서 특히 SO-IL은 2008년 사무실을 만들고 불과 2년만인 2010년 YAP 우승으로 세계 건축 무대에 혜성같이 등장한 젊은 건축가들이다. 플로리안 이이덴버그(Florian Idenburg)와 징 리우(Jing Liu)가 미국 뉴욕에 설립한 건축사무소로, 최근 미국의 휘트니박물관 교육 공간(2013), 캘리포니아 대학의 미술관인 그랜드 캐노피(Grand Canopy, 2013)등 미국 내 프로젝트뿐 아니라 폴란드 바르샤바에 있는 현대미술관(2012) 그리스 아테네 학생 기숙사, 벨기에에 있는 작은 도시 콕세이더(Koksijde)의 커뮤니티 센터(Linked) 등 전 세계에 있는 다양한 공모전에 당선되며 세계를 무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SO-IL은?


SO-IL의 파트너인 플로리안 아이덴버그는 네덜란드 출신으로 델프트 공대(Delft University of Technology)에서 건축학 석사 학위를 받고, 2000년에서 2007년까지 일본의 건축회사 사나(SANAA)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사나는 카즈요 세지마(Kazuyo Sejima)와 류에 니시자와(Ryue Nishizawa)가 공동으로 창립한 스튜디오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일컫는 ‘프리츠커 상(Pritzker Prize)’을 수상한 바 있는 세계적인 건축가들이다. 그는 이곳에서 네덜란드 알메르(Almere)시에 있는 공연 예술 센터와 스페인 마드리드 남쪽에 있는 작은 도시 톨레도 미술관(Toledo Museum of Art)의 유리 파빌리온, 미국 뉴욕의 뉴뮤지엄(New Museum of Contemporary Art) 설계에 참여했다. 2008년 뉴 뮤지엄 완공 후 사나에서 만난 동료 징 리우와 공동으로 SO-IL을 설립했다. 징 리우는 중국 태생으로 중국을 비롯한 일본, 영국, 미국에서 공부한 뒤 미국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의 툴레인대학교에서 건축 석사를 수료하고 뉴욕에 있는 건축 사무소인 Kohn Pederson Fox에서 근무하며 상하이에 있는 타이핑 자호 호텔(Taiping Jiao Hotels)과 싱가포르에 있는 마리나 베이 비즈니스 금융 센터 등의 작업에 참여했다. 이어 사나에서 근무하다가 아이덴버그를 만났다. 



 


Florian Idenburg(좌), Jing Liu(우) ©SO-IL


뉴욕 브루클린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SO-IL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디자인의 실천’이라는 아주 기본적이지만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작업한다. 모든 건축가가 마찬가지지만 이들은 그것을 이루기 위해 멈추지 않고 계속 발전한다. 그들은 “추상적인 아이디어나 개념을 구체화 시켜서 건축이라는 결과물로 낳는다. 건축이란 지식과 창조를 오가는 일종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점에 많은 관심이 있다”고 말하며 현재 유럽, 중국, 일본을 주축으로 건축과 예술 분야에서의 폭넓은 경험으로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초기 작품인 미국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 데렉 렘(Derek Lam) 디자인 스튜디오(2008), 중국 난징의 웨딩 사원(콘셉트 설계, 2008),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파크 파빌리온(2010) 등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대표작1. 폴 댄스(Pole Dance)


그들을 2010년 YAP의 우승팀으로 만들어 준 작품 폴 댄스(Pole Dance)는 그 해 6월 25일부터 9월 25까지 MoMA PS1(MoMA의 별관)에서 전시되었는데 당시 기존 당선작들과 달리 새로운 형태와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았었다. 25ft(약 7.6m)의 긴 막대기(폴)와 이를 덮은 흔들리는 네트, 그리고 형형색색의 풍선이 PS1 앞마당을 덮었다. 삭막한 고층 빌딩 숲과 콘크리트, 유리, 아스팔트 등 딱딱한 재질로 덮인 도심에 새로운 경관을 제시했다. PS1 앞마당에 16X16ft(4.6m)의 그리드에 세운 폴 위에 사람 키보다 높은 네트로 감쌌다. 바닥엔 모래를 깔고, 중간중간 해먹과 의자를 설치하고, 곳곳에서 물이 분사되며 도심에 있는 PS1을 작은 놀이동산이자 캠핑 장소로 바꿨다. 일종의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떠나는 콘셉트로 이들은 “건축물이 주변 환경의 변화에 대해 건축가들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이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기존의 파빌리온과 건축의 고정된 경계와 유한의 공간을 넘어 새로운 생태, 경제, 에너지와 이런 변화의 흐름을 어떻게 묘사하고 그 교차점에서 어떤 것을 표현하느냐는 고민을 담았다. 그래서 고정되고 딱딱한 구축물 대신 유연한 폴과 네트로 변화의 흐름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물을 만든 것이다. 이 폴 댄스는 단순히 폴과 풍선으로 구성된 구조물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반응하는 일종의 인터렉티브 설치물이다. 

 


출처: POLE DANCE 공식홈페이지



폴 댄스는 이름 그대로 폴을 흔들고 매달리며 춤출 수 있는데 이 파동에 따라 미리 설치된 스피커에서 각기 다른 소리가 난다. 자신 주변에 있는 폴의 소리도 스마트폰으로 조정할 수 있는데, 이용자들은 아이폰 앱이나 ‘http://poledance.so-il.org’에 접속해 실시간으로 폴 댄스에 참여한다. 한 번에 8개의 폴 댄스를 조정할 수 있고, 구조물에 설치된 센서에 의해 그물망의 파동이 측정되고 바람이나 내부의 공, 그리고 사용자의 인위적인 충격에 따라 다른 소리가 발생한다. 당시 가족 단위나 어린아이들에게 특히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대표작2. 국제갤러리 3관


SO-IL이 특히 반가운 이유는 2012년 종로구 소격동에 있는 국제갤러리 3관을 설계하며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을 쌓았기 때문이다. 국제 갤러리는 당시 2012년 30주년을 맞이하며 1982년 개관한 본관과 2007년 개관한 신관에 이어 세 번째 공간을 만들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새로운 갤러리 설계를 위해 공간에 대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으면서 현대 미술을 잘 이해하고 있는 건축가를 찾고 있었고 당시 YAP의 우승을 통해 유명해진 SO-IL이 국제 갤러리의 건축가로 선정되게 되었다.

 



국제갤러리 3관



국제 갤러리 프로젝트는 4년에 걸쳐 진행되었다. 작은 갤러리인 이 건물의 가장 큰 특징은 외부를 두른 철망(mesh)이다. 이 철망은 SO-IL이 건축 파사드 시스템 전문 회사 프론트(Front)와 공동 개발한 것으로 딱딱한 금속으로 만들어졌지만, 마치 일종의 직물처럼 신축성과 유연성이 뛰어나다. 51만 개가 넘는 작은 스테인리스로 된 고리를 하나하나 손으로 용접해 만든 커다란 철망이 건물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 


이들은 왜 이런 디자인을 했을까? “건축은 항상 ‘주위 환경(콘텍스트)’과 ‘건축’ 사이의 관계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데 이번 프로젝트는 전시 공간이라는 현대적인 요소에도 맞으면서 한국 전통 공간을 존중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냈다”며 “특히 흰색 상자라는 갤러리의 강한 기하학 형태 때문에 자칫하면 너무 딱딱해 보일 수 있어서 얇은 스테인리스 체인으로 건물을 감쌌다” 결국 부드러운 형태와 서로 다른 재료의 만남이 기대하지 못했던 효과를 주게 됐다. 실제로 이곳에 방문해 보면, 부드럽고 자유로운 곡면 안으로 숨겨진 콘크리트는 모서리에서만 살포시 본래의 형태를 드러낸다. 빛에 따라 철망의 반사율과 콘크리트에 드리우는 그림자의 농도가 변하면서 매시간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출처: SO-IL 공식홈페이지



반면 내부 구조는 아주 단순하다. 중앙에 전시실이 있고 입구․엘리베이터․계단 등 건물의 이동 통로는 모두 외부로 우회시켜 내부는 흰색의 ‘순수한 상자’로 만들었다. 16x9x6m의 전시 공간과 객석 60개가 있는 강당, 프로젝트 공간과 관리 공간만 있다. 1층의 갤러리는 6.1m의 층고에 자연 채광이 가능한 천창이 있고 기둥이 없는 공간으로 대규모 설치작업, 퍼포먼스가 열리기에 적당하다. 또한 전시실 천창의 광량을 조절해 영상 같은 미디어 전시나 세심한 조명이 필요한 전시도 가능하다. 


이 건물은 미국건축가협회(AIA)가 주관한 뉴욕 디자인 어워드를 받았다. 이후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월페이퍼(wallpaper), 도무스(domus) 등의 언론을 통해 소개되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로부터 ‘매우 인상적인 작업’이라는 찬사를 받는 등 명실공히 SO-IL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SO-IL의 가능성과 미래


SO-IL은 2010년 YAP 당선 이후 국제적인 활동을 하면서 세계 건축계에서 계속 주목을 받고 있다. 국제갤러리 3관 프로젝트는 미국의 주요한 미술 대학이자 현대 미술관을 보유하고 있는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디자인 콘셉트와 작업 모델을 영구 소장했다. 하나의 건축 작업이 아닌 예술 작품으로 인식한다는 의미이고 이것은 또 다른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최근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5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오픈 행사로 한국을 방한했던 심사위원 페드로 가다뇨(Pedro Gadanho, MoMA 건축 큐레이터)는 MoMA에 소장된 SO-IL의 우승작 ‘Pole Dance’의 전시 계획에 관하여 언급하였다. “영구 소장한 SO-IL의 작업과 기존의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작업을 연계해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이것은 MoMA에서 기획한 방법으로 젊은 건축가들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SO-IL의 작업은 세계적인 현대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 버트랜드 골드버그(Bertrand Goldberg) 등의 작품과 함께 소장됐고, 앞으로 다양한 전시를 통해 선보일 계획이다.


SO-IL의 두 파트너는 서로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지만, 사고하는 방식은 다르다고 밝혔다. 이것이 이들의 장점이다. 아이덴버그는 7년간 사나에서 일한 경험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사나에서의 경험을 통해 직관적으로 얻는 아이디어나 이해하기 쉬운 디자인이 정답이라고 믿는 방법을 배웠다”며 “세부적인 재료를 조립하면서 얻게 되는 효과나 섬세함도 알게 됐고 하나의 아이디어를 끝까지 발전시키며 힘들게 일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징 리우는 중국과 일본, 영국, 미국 등 다양한 곳에서의 경험을 자신의 큰 장점으로 꼽는다. “콘셉트를 정할 때 건물이 지어지는 장소의 문화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며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디자인 할 수 있는 이유도 다양한 환경을 접한 배경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SO-IL은 올해 한국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컬처프로젝트 15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과도 연관되어 있는 팀이다.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초대 우승팀인 프로젝트 그룹 문지방의 박천강 소장이 일본의 건축 사무소 사나를 거쳐 SO-IL에서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하니, SO-IL과 YAP의 인연은 뉴욕에서 시작되어 이 곳 서울에서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YAP의 우승 이후 세계적인 건축가로 발전할 수 있었던 SO-IL의 행보를 따라 한국의 프로젝트 그룹 문지방도 세계적인 젊은 건축가로 발돋움하길 기대해 본다.




 

Writer. 심영규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중앙일보 온라인 편집국 기자, 디지털 조선일보 기자를 거쳐 월간 「SPACE(공간)」에서 편집 차장으로 일하고 있다.
공간(空間)을 공감(共感)하는 ‘공감 여행가’로 현재 건축, 문화, 예술을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의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