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글 보기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Warm Up 2014 Is Here

2014.09.05


어김없이 MoMA(미국 뉴욕 현대미술관, Museum of Modern Art)의 별관 MoMA PS1의 Warm Up은 빽빽하게 들어선 인파로 출렁거렸다. Warm Up은 6월 말부터 9월 초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뉴욕의 여름을 달구는 뮤직 이벤트다. 이 뜨거운 파티는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우승작이 설치된 PS1의 안뜰에서 열린다. 세계적인 DJ부터 신진 로컬 DJ까지 현재 가장 주목 받는 아티스트들이 라인업 전반에 배치되고 전위적인 디자인, 파격적인 사운드가 한 데 얽혀 PS1을 끈적하고 후끈하게 가열한다. 



 

출처: MoMA PS1 BLOG



폐교를 개조해 만든 실험적 미술관


먼저 PS1에 대해 알아야 Warm Up이 어떤 분위기 속에서 열리는지 대충 가늠할 수가 있다. PS1의 정식명칭은 PS1 현대미술센터(PS1 Contemporary Art Center). MoMA에 귀속된 것은 2000년이지만 1971년에 개관했다. 뉴욕시 퀸즈의 롱아일랜드 시티에 있는 폐교된 공립 초등학교(Public School No 1)를 개조해 만든 비영리 미술관으로 주로 실험적인 신인 작가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창작 공간을 제공해왔다. 전시장은 학교의 건물을 그대로 살려 교실과 복도, 지하, 옥상까지 작품들이 전시된다. 




출처: MoMA PS1 BLOG



PS1에 들어서면 입구의 신축 구조물과 예전의 학교 건물 사이에 마당이 있다.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우승 작품이 바로 이 안뜰에 설치되는데 Warm Up 또한 여기에서 열린다. 어떻게 보면 큰 행사를 치르기엔 다소 협소한 장소인데 오히려 그러한 점이 Warm Up의 매력이자 특색으로 자리잡게 됐다. 현대적 건축물이 우뚝 서있는 폐교의 마당에서 끈끈한 살을 부대끼며 전자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든다는 것이야말로 ‘현대 음률 속에서’ 춤을 추는 장면인 것이다. 게다가 뉴욕 시내에서 좀 꾸민다 하는 애들은 여기에 다 모여있다. 

 


국제적으로 노는 지역 파티


장소적 특성 때문인지 Warm Up은 동네에서 음악을 틀고 노는 블록 파티(Block Party)의 느낌도 난다. 실제로도 Warm Up은 지역의 문화와 주민들을 파티의 중심에 올려 놓는다. PS1이 있는 잭슨 애비뉴 근처에서 스튜디오를 꾸리던 친구 하나는 매년 파티에 공짜로 왔다. “롱아일랜드 시티 주민한테는 선착순으로 무료 티켓을 줘.” 그는 올해 브루클린으로 이사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Warm Up 에 온다. 클럽의 로컬 DJ를 서포트하고 하루 종일 친구들과 어울려 놀 수 있는 파티에 18달러의 Warm Up 입장 티켓은 조금도 비싸게 느껴지지 않는다. 



출처: MoMA PS1 BLOG



물론 Warm Up에 ‘동네 사람들’만 놀러 오는 건 아니다. 때마침 뉴욕을 찾은 전세계 관광객들도 몰려 들고 Warm Up 자체를 즐기기 위해 찾아 오는 사람들 또한 많다. 파티 스케줄을 보면 파리, 런던, 베를린 등 타 도시의 유명 아티스트들도 빠지지 않고 포진해있다. 첫 주의 테이프를 끊었던 디미트리(Dimitri From Paris)는 ‘디스코 하우스의 제왕’으로 불릴 만큼 일렉트로닉 씬에서는 인지도 높은 스타다. 국내에 내한했을 때도 늘 헤드라이너나 메인급으로 무대에 올랐었다. 마지막 주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에비앙 크리스트(Evian Christ)는 칸예 웨스트와 계약을 맺은 떠오르는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 잉글랜드 출신으로 얼마 전 캘빈클라인 ck one의 광고 캠페인을 맡아 프로듀싱하기도 했다. 



시각적인 영감을 자극하는 놀이터


Warm Up은 6월 28일부터 9월 6일까지 무려 11주간 이어진다. 그냥 여름 내내 토요일마다 파티가 열리고 있다고 보면 되는데, 신기한 건 매주마다 미술관이 터져 나가도록 많은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 찬다는 거다. Warm Up이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음악뿐 아니라 무용, 설치,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퍼포먼스를 실행한다는 점이다. 특히 무대 미술에 공을 들이는데 올해도 역시 신예 아티스트나 디자인 스튜디오들을 초대해서 재미있는 작업들을 보여줬다. 이들은 커다란 베개들을 걸어 놓고 관중을 향해 비치볼을 날리고 종이 가루를 흩날리는 등 때로는 파격적이고 때로는 장난스러운 기법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만든다. 공간, 사람들, 아티스트, 오브제, 물리적인 설계가 어우러져 강렬한 시각적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출처: MoMA PS1 BLOG



Warm Up의 배경과 분위기는 매년 선정되는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우승작에 따라 180도 달라진다. 올해 우승작인 Hy-Fi의 ‘The Living’은 흰 벽돌을 쌓아 만든 구조물이다. 큰 구조물 앞에는 같은 소재의 벽돌로 만든 미니풀이 있는데 사람들은 여기에 걸터앉아 첨벙첨벙 발을 담그고 쉬었다. 무대 정반대 편, 운집한 관객 뒤로 우뚝 솟아 있는 ‘The Living’은 마치 고대의 성 혹은 신기루처럼 보였다.    

  



출처: MoMA PS1 BLOG


  

Warm Up은 뉴욕에 거주하는 이들이 가장 기대하는 행사 중 하나로 성장했다.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이 단순한 건축 전시의 단계를 넘어 새로운 ‘놀이’를 제시하는 다각적인 문화 행사로 발전한 면모를 그대로 보여준다. 해를 거듭하며 뉴욕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이, 그리고 서울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이 관람객들에게 어떻게 전에 없던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을지 궁금해 지는 부분이다.





Writer. 이은정

현대카드 사내매거진 <A>의 책임 에디터로 현대카드의 모든 이슈들을 관찰하며 글을 쓴다.
프리랜스 에디터, 콘텐츠 기획자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