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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안개처럼 피어나 구름처럼 사라진 <신선놀음>

2014.10.22


파빌리온 프로젝트와 건축 


흔히 우리가 말하는 건축은 영속적인 장치물이다. 그래서 건축가들은 그것의 구축 방식(tectonic)에 많은 노력을 쏟고 다음으로는 창문과 내외부 마감이 중요해진다. 더불어 물과의 전쟁이라 할 만큼 방수 혹은 결로 등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목적과 성격이 다르다. 우선 그 목적이 대부분 특정 행사를 위한 것이라 임시로 만드는 설치물이다. 영구적인 것도 있지만 대부분 행사를 위해 일회성으로 만드는 것이 그 특징이다.


어릴 때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대전 엑스포와 오사카 꽃박람회, 그리고 얼마 전 끝난 베이징 엑스포 등의 파빌리온들은 일부는 행사 후 철거가 되고 일부는 남아 그 시간을 기념하고 있다. 우리가 너무 잘 아는 파리 에펠탑도 사실 박람회를 위한 임시 시설물이었지만 지금은 파리의 아이콘으로 남아있다. 최근 광주 비엔날레와 안양공공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파빌리온이라는 단어가 많이 익숙해졌다고 하지만 대중들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작품은 많지 않다. 그것은 대부분의 작업이 건축에 관련 있는 사람들에게만 관심거리이고 대중들에게는 어렵게 보이거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이다.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현대카드가 열다섯 번째 컬처프로젝트로 MoMA, 국립현대미술관과 공동으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oung Architects Program, YAP)’을 선택한 것은 젊은 건축가에게 실제 프로젝트를 가지고 세계적인 스타를 만드는 것 이상으로, 앞서 말한 파빌리온 프로젝트가 대중에게 제대로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간 오랜 역사를 가진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이 세계적 명소인 뉴욕의 MoMA, 산티아고 컨스트럭토, 로마 국립 21세기 미술관(MAXXI), 이스탄불 근대미술관에서 젊은 건축가들의 다양한 파빌리온 작품을 소개하고, 실제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익히 잘 아는 사실이다.



 

 


한국에서는 최근 완공되어 주목을 받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마당을 최종 설치 장소로 선택했고, 총 26명의 후보 중 2차 후보군 5팀을 선정해서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한 뒤 엄격한 심사를 통해 문지방 팀(박천강, 권경민, 최장원)의 ‘신선놀음’을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건축가 조민석의 매스스터디스에서 파빌리온 프로젝트를 이미 접한 문지방은 마치 오래 전부터 이 장소에 대해 준비한 것처럼 매우 신선하고 유쾌한 안을 선보였다.



열림 그리고 건축적 즐거움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에서는 다른 나라와 동일하게 ‘쉼터, 그늘, 물’이라는 주제를 제시했다. 문지방 팀은 거기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마당이 가지는 ‘열림’이라는 장소적 테마를 최대한 활용하는 안을 제시했고 원안을 조금 수정해서 실제 설치가 이루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북촌의 복잡한 골목길에서 동서로는 경복궁과 정독도서관으로 남북으로는 인사동과 삼청동으로 연결되는 중심에서 미술관은 모든 길에서 접근이 가능한 열린 미술관이다. 파빌리온을 설치하기엔 최적의 장소이다. 

  

이곳에 설치한 ‘신선놀음’은 주변 컨텍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주제와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경복궁과 인왕산, 조선 시대 종친부와 기무사 터, 현대적 감각으로 절제된 미술관과 주변의 열린 접근로까지 200%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최종 심사에 오른 다른 안과 달리 형태와 개념만이 아닌 미술관을 이용하는 관람객 혹은 지나치는 사람들까지도 참여하게 하고 이를 작품의 일부로 만듦으로써 신선놀음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하고 있다. 다른 참여 안이 파빌리온 그 자체의 완성도와 ‘쉼터’ 등 주어진 주제 그 자체에 충실했다면, 문지방 팀은 건축이 가지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인 공간 속 수직, 수평의 움직임을 제시했고 이것이 지상에 속한 대중들에게 마치 천상의 영역을 경험하는 것처럼 제안하였다.





문지방 팀은 설치 미술가가 아닌 건축가 팀이다. 건축가이기에 건축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힘을 알고 있었다. 아마 공기가 들어있어 하부에 그늘을 제공하는 에어벌룬과 수증기만 있었다면 그저 평범한 설치미술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들은 구름 아래는 물론이고 구름 위쪽을 오르내리도록 유도하고, 이를 통해 마당 주변의 다양한 광경이 중첩되어 보이도록 하였다. 실제로 현장에서 많은 관람객들은 경복궁 쪽에서 진입하면서 구름모양 에어벌룬 위에 걸친 종친부 지붕선이 겹치면서 그 동안과는 다른 신비한 느낌을 가진다. 거꾸로 종친부 앞 높은 마당 쪽에서는 좌우의 옛 기무사와 미술관이 멀리 경복궁과 인왕산과 함께 구름 위쪽에 펼쳐진다. 더불어 구름아래 공간(이곳은 마치 나무 그늘 같다)과 구름 사이사이는 구름다리를 통해 연결되며 움직이는 시선에 따라 미묘하게 변하며 대비되는 주변을 경험할 수 있고, ‘공중부양’ 점프를 통한 짧고 강한 공간 이동은 신선놀음의 훌륭한 방점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신선놀음’이 높은 완성도와 재미를 주는데 위에 언급한 개념적 틀에 실질적 재료 사용이 적절하게 적용된 점이다. 자칫 추상적이고 개념으로만 끝날 수도 있었지만, 문지방 팀은 나일론 천, 나무, 그물, 트램펄린(trampoline), 잔디, 돌 마지막으로 안개 역할을 하는 수증기까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고 얼마든지 만질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마당을 둘러싼 재료 중 미술관 유리와의 만남은 극적인 장면을 더한다. 내부에서 유리 프레임을 통해서 보거나, 반대로 외부에서 유리에 반사되어 미스트와 함께 보이는 구름과 주변의 모습은 마치 그림의 한 장면 같다.




문지방 팀의 첫 작업은 차갑지 않고 따뜻하다. 프로젝트 팀으로서 그들이 함께 한 첫 작품 ‘신선놀음’을 통해 문지방은 3개월 동안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마당을 재치 있으면서도 우아하게 장식하며 많은 관람객들에게 그들의 이름을 알렸다. 무엇보다 건축이 주는 즐거움을 잘 알고 있었던 젊은 건축가들 ‘문지방’의 행보를 기대를 가지고 천천히 기다려 본다.



 

Writer. 김창균

2012 서울특별시 공공건축가, 2013년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목조건축대상 수상

현 유타건축사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