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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뮤직] 메이저 레이블이 갖지 못한 독특한 매력을 가진 미국의 인디 레이블들

2013.02.01


Kurt Cobain


지난 번 영국 인디 씬을 간략하게 훑어볼 때 미국의 인디 씬도 어느 정도 거론하긴 했지만, 당연히 부족했다. 척 베리가 "Johnny B. Goode"을 부르며 활동하던 시절부터 록의 역사를 따진다고 해도 60년이 넘는 역사가 누적되어 있는데, 그걸 한 두 줄로 요약한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않은가. 그래서 영국에 이어 미국의 인디 씬도 대략이나마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사실, 인디 씬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여러 인디 레이블이 올망졸망 모여 동시에 함께 성장하며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일관된 역사를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그래서 레이블의 순서에 구애 받지 않고 주목해야 하고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인디 레이블 몇을 다뤄보기로 했다. 하나 더 보충 설명을 하면, 이미 알고 있듯, 미국의 대중음악은 미국을 중심으로 캐나다까지 포함한 북미권을 포함한다는 사실도 알아두면 좋다. 


그래서 미국 인디 이야기의 시작을 싸이에서 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다. 알다시피 싸이는 “강남 스타일” 뮤직비디오로 유튜브 역사상 최다 조회수를 기록했다. 초반에는 갱남 또는 갱냄 스타일이라고 발음하더니 이제는 강남 스타일이라고 제대로 발음해주는 해외 팬도 많아졌다. 이 뮤직 비디오로 유튜브를 달구던 싸이는 미국 쪽 매니지먼트와 계약하고 세계적인 메이저 레이블 유니버설에서 앨범을 발표한다고 했다. 하지만 싸이가 계약한 건 초대형 메이저 레이블이 아니라 초대형 메이저 아티스트인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한 캐나다의 소규모 레이블 스쿨 보이 레코드(School Boy Records)다. 잠깐. 눈치 빠르다면 인디 레이블이라고 하지 않고 ‘소규모’라고 말한 것을 바로 알아챘을 텐데, 맞다, 스쿨 보이 레코드는 인디 레이블처럼 규모는 여느 인디 레이블처럼 작지만, 세계의 어린 팝 팬들을 흥분시키는 저스틴 비버를 비롯해 지난해 초반을 달궜던 여성 보컬 칼리 레이 젭슨(Carly Rae Jepsen), 그리고 2012년 후반기의 영웅 싸이를 인디로 보유한 초대형 메이저급 레이블이다. 여기에서 인디 레이블에 대한 시사점을 하나 확인할 수 있다. 인디 레이블이 특정한 지역에서만 주목 받다 메이저 레이블의 배급망을 타게 되면 소속 뮤지션은 메이저급 인디 밴드로 모습을 바꾼다. 그 후 인디 밴드는 메이저 레이블과 직접 계약을 맺으며 인디를 탈출하고 메이저 레이블 소속 밴드가 된다. 인디와 메이저 레이블이 경쟁, 공생의 단계를 지나면 메이저 쪽에서 흡수 단계로 진행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흡수된 뒤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 다시 메이저 레이블과 경쟁해야 하는 인디의 단계로 돌아가게 된다. 그렇다면 현재의 싸이는? 메이저 레이블과 공생의 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Scooter Braun/Psy/Justin Bieber/Carly Rae Jepsen

 

영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인디 레이블은 수많은 성공 신화를 만들어냈고, 수많은 추락의 길을 걸었다. 어떤 음악 팬은 그 레이블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동시대에 경험하기도 했고, 어떤 음악 팬들은 그저 이름만 들었을 수도 있는데, 90년대 얼터너티브 록의 거대한 폭발을 촉발시킨 대표적인 레이블 서브 팝(Sub Pop) 정도는 대개 동시대에 경험할 수 있던 인디 레이블로 꼽을 수 있겠다. 서브 팝은 모두 알고 있다시피 너바나(Nirvana)가 밴드의 첫 앨범 About A Girl을 발표한 레이블이다. 너바나는 두 번째 앨범 Nevermind를 메이저 레이블에서 발표하며 전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Nevermind는 90년대 대표작, 록 역사에서 영원히 기억될 명반이 되었다. 하지만 서브 팝에서 발표한 About A Girl이 없었다면 너바나도 없었다. 서브 팝은 인디 레이블 특유의 한정된 배급망을 독자적인 배포방식으로 넓혀나갔다. 회원만 들을 수 있는 회원 전용 싱글을 제작해 통신판매로 배급했던 특별한 싱글 시리즈들은 서브 팝의 명성을 높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 서브 팝 소속 뮤지션 가운데에는 성공한 너바나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얼터너티브 록의 성지 시애틀 음악 씬이 폭발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한 전설적인 밴드 머드허니(Mudhoney)도 있고, 소닉 유스(Sonic Youth), 사운드가든(Soundgarden), 세바도(Sebadoh) 등도 서브 팝을 거쳐갔다. 그러니까 너바나가 첫 앨범을 발표한 레이블로만 서브 팝을 바라보는 건 분명한 착각이다. 서브 팝은 얼터너티브 록의 중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훌륭한 인디 레이블이었다.


숱한 아티스트가 거쳐가면서 레이블만이 가진 독특한 향은 찾아보기 힘들어졌지만, 1970년대 후반에 등장해 미국 인디/언더그라운드 씬에 엄청난 활력을 제공한 시카고의 인디 레이블 터치 앤 고(Touch And Go)도 미국 인디 레이블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터치 앤 고는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대중음악계가 석유파동을 겪은 이후 풍요함을 누리기 시작하면서 팝의 황금기를 만들어가던 시점에 등장했지만 밝고 경쾌한 팝보다는 벗홀 서퍼스(Butthole Surfers)나 지저스 리저드(The Jesus Lizard.) 같은 언더그라운드 성향이 더 크게 부각된 레이블이었다. 이 레이블은 이후 폭발하는 얼터너티브 록의 태도와 음악에 중요한 토대를 제공했다. 


얼터너티브 록과 함께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해가던 미국 펑크 씬에서 에피타프(Epitaph) 레이블의 역할은 무척 컸다. 캘리포니아 펑크 밴드 배드 릴리전(Bad Religion)의 기타리스트 브렛 구어위츠는 밴드의 앨범을 배급하려고 1980년에 레이블을 설립했다. 이때는 볼품 없었지만 에피타프는 이후 많은 밴드를 거느렸고 그 중 몇몇은 1백만 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상업적인 성공까지 거머쥐기도 했다. 그러면서 에피타프는 대형 인디 레이블로 성장했다. 펑크 씬이 점차 힘을 잃어가면서 에피타프도 가라앉았지만, 때마침 불어온 이모코어 열풍으로 에피타프는 알칼라인 트리오 같은 멋진 밴드들로 예전 명성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 에피타프 레이블의 설립에서 보듯, 많은 인디 레이블은 대부분 배급까지 담당한다. 뮤지션이 레이블을 설립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흥미롭게도, 이런 예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비틀즈는 60년대에 애플 레코드를 만들었고, 롤링 스톤스의 레이블 롤링 스톤스와 레드 제플린의 레이블 스완 송 등은 70년대에 밴드가 직접 설립한 레이블이다. 하지만 이 무렵의 레이블들은 배급만큼은 대부분 메이저 레이블에게 맡겼다. 독자적인 배급망을 확보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고, 메이저 레이블의 거대한 배급망을 이용하면 전세계에 자신의 앨범을 보다 쉽고 강력하게 유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Third Man Records (/)


상황은 달라졌지만, 뮤지션 스스로 인디 레이블을 설립하는 경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 중 좋은 예가 될만한 레이블이 하나 있다. 2000년대 최고의 듀오였던 화이트 스트라입스(The White Stripes)의 잭 화이트(Jack White)가 설립한 레이블 서드 맨(Third Man)이다. 이 레이블을 거론한 이유는 아티스트가 직접 레이블을 설립한 예에 해당되면서 레이블만의 독자적인 방침이 흥미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서드 맨 레이블은 잭 화이트가 2001년에 설립했지만 실질적인 운영은 2009년부터 시작했다. 서드 맨은 레이블이면서 음반매장과 공연장까지 갖춰놓았다. 무엇보다 서드 맨 레이블이 흥미를 끄는 건 레이블이 주력하는 발매 포맷이 LP라는 점이다. CD와 디지털 음원도 약간 배급하긴 했지만 LP가 중심인 레이블의 운영 원칙을 흔들 수준은 아니었다.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오직 LP만 제작해 배급하는 레이블이라니, 흥미롭다. 덕분에 서드 맨은 독특한 운영으로 주목받는 인디 레이블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에도 캣 파워(Cat Power)의 앨범으로 명성을 이어나간 인디 레이블 마타도어(Matador)도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미국 인디 록의 한 축을 지탱해나간 중요한 레이블이다. 마타도어의 유명세를 만들어냈던 페이브먼트(Pavement)를 비롯해 요 라 텡고(Yo La Tengo), 모과이(Mogwai), 인터폴(Interpol) 등의 아티스트들은 한국 인디 록 팬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 인디 록 팬들 가운데 마타도어에서 발매한 앨범 한 장 보유하지 않은 팬은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마타도어는 미국의 중요한 인디 레이블이었고, 한국 음악 팬들에게도 인디 레이블의 매력을 제대로 전해준 레이블이었다.


백화점식으로 수많은 음반을 유통하는 메이저 레이블과 달리, 인디 레이블은 자신의 레이블이 가진 고유한 음악성을 지켜나가는 것을 운영의 핵심으로 삼는다. 인디 레이블이 성장해 꽤 많은 뮤지션을 보유한 중간 규모급 레이블이 되면 설립 초기의 음악 방향을 유지하기 어려워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레이블의 음악적 목표를 완전히 버리지는 못한다. 설립한 지 20년을 넘어선 많은 인디 레이블이 설립 초기의 음악성을 지금도 지켜내고 있는 걸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다. 덕분에 우리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음반사의 라벨만 보고도 어떤 소리,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금방 알게 된다. 인디 레이블만이 가진 특별한 힘이다.

 


 

Writer. 한 경석
 

중고등학교 때 취미란에 적던 '음악감상'과 '독서'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직업을 만나

여러 음악지 기자와 핫트랙스 매거진 편집장을 거치며 지금도 음악 관련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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