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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끊임없이 진화하는 디지털 건축가 그룹: SHoP Architects

2014.10.22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적인 건축가로 성장한 역대 우승자의 활약상을 보는 마지막 순서로 건축가 그룹 SHoP architects(이하 SHoP)를 소개한다.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을 통해 창의적인 실험 정신을 인정받고 세계를 무대로 작업을 펼치는 많은 건축가가 있는데 이 중에서 2000년 뉴욕에서 진행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우승자인 SHoP이 단연 눈에 띈다.



독특한 협업구조


SHoP은 1996년 크리스토퍼 샤플즈(Christopher Sharples), 코렌 샤플즈(Coren Sharples), 윌리엄 샤플즈(William Sharples), 킴벌리 홀든(Kimberly Holden), 그렉 파스콰렐리(Gregg Pasquarelli) 다섯 명에 의해 설립된 사무실이다. 특이한 점은 이들 다섯이 각각 건축, 미술, 구조공학, 재정과 경영관리 등 전혀 다른 배경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각 구성원 모두 독특한 전문성을 가졌기 때문에 SHoP은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전시와 강연, 미디어 활동을 벌이며 뉴욕시립대학교와 예일대학교, 컬럼비아대학교의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미국 뉴욕의 명문인 컬럼비아 건축대학원 동기나 선후배 사이로, 두 명의 쌍둥이, 두 쌍의 부부, 대학 룸메이트라는 다소 독특한 관계로 맺어진 유대감으로 단순한 파트너십 이상의 강력한 협업을 자랑한다.

 

 

사진제공 SHoP

 

 

SHoP은 현재 미국 뉴욕 로어 맨해튼(Lower Manhattan)에 사무실을 두고 있고 지난 17년간 꾸준히 성장해왔다. 특히 많은 언론에서 ‘뉴욕에서 가장 인기 있는 10대 건축가’로 꼽았고, 지난 9년간 연평균 20%의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실제 이들은 대학교 건물, 시민 공원, 공공미술, 박물관, 사무공간, 리모델링, 집합 주택 등 다양한 작업을 해왔는데, 특히 2000년 뉴욕현대미술관(MoMA) PS1에서 진행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세상이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뉴욕에서 가장 주목받는 ‘디지털 건축가’로 평가받고 있는 이들은 독창적인 디자인과 그 디자인을 실현하기 위한 독보적인 기술력을 통해 빠르게 디자인과 모델을 만들어내며 새로운 ‘디지털 시공’의 가능성까지 보여주고 있다. 


SHoP은 2009년 스미소니언 쿠퍼-휴이트 국립디자인박물관(Cooper–Hewitt, National Design Museum) 건축디자인상과 미국건축가협회상(American Institute of Architects)을 비롯한 수많은 수상경력을 자랑한다. 이들의 작업은 국제적으로 출판 및 전시되고 일부는 MoMA에 영구 소장돼 있다. 한국과의 인연은 2004년 건축가 김준성(건축 사무소 hANd 소장)과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헤이리 아트밸리 내의 한길 북하우스를 함께 설계했다. 이들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진화하고 성장해 온 배경을 구체적인 각 프로젝트로 살펴보도록 하자.



2000년 MoMA YAP 우승작: ‘도시의 해변’(dunescape)


SHoP의 대표작은 단연 2000년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우승작인 ‘도시의 해변(dunescape)’이다. 이 작업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SHoP 스스로 “이 작업은 우리만의 독특한 조직력과 전략을 적용한 첫 번째 디자인 사례”라고 밝혔다. MoMA의 별관인 PS1 안마당에 설치된 이 작업은 삼나무 막대기로 구성된 비정형의 독특한 구조물이다. 멀리서 보면 마치 조가비가 입을 벌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일종의 ‘동굴’이면서 ‘의자’가 되고, 또 ‘쉼터’가 되기도 한다. ‘도시의 해변’이라는 제목 그대로 도심 속에 해변을 만들었는데, 이런 비정형의 구조물을 어떻게 설계하고 시공까지 했을까?

 

 

사진제공 SHoP ⓒDavid Joseph

 

 

이 작업은 먼저 내부에 사람들이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그것을 유지하는 구조, 그리고 외피의 복잡한 디자인 요소가 다양한 크기로 반응하는 일종의 ‘유동적 층위’와 그것을 관리하는 작은 부분으로 구성됐다. 2x2m 삼나무로 구성된 이 작은 시스템은 외부의 가변적인 요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했고, 결과적으로 완결된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 실제로 부분적인 단면을 보면, 다양한 형태가 드러나 재미있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비를 피할 수 있는 ‘우산’이 되기도 하며, 해변의 ‘카바나(kabana)’ 구조물, 혹은 길이가 짧은 서핑용 ‘부기 보드’(boogie board), 또는 ‘해변용 의자’가 되기도 한다. 도심 한가운데 있는 미술관 앞마당을 정말 해변의 풍경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다양하고 자유로운 구조를 만들기 위해 SHoP은 단순히 평면, 입면 및 단면으로 묘사해 설계하는 전통적인 방법에서 탈피해, 모든 시공 도면을 프레임 제작과 조립을 위해 컬러로 된 전면 크기로 만들었다. 다양하게 모든 데이터를 입체의 X, Y, Z축 선상에서 디지털로 구축해 디자인했기 때문에 정확한 시공까지 가능했다.


컴퓨테이션 디자인의 실험: 포터하우스

SHoP의 기술력이 드러난 대표작은 미국 뉴욕 맨해튼 9번가에 있는 포터하우스(The Porter House)다. 벌써 10년이 훌쩍 지난 2003년 11월에 완공됐지만, 최첨단 디지털 건축의 다양한 기법을 실험하고 사용한 프로젝트다.

 

 

 

사진제공 SHoP ⓒSeong Kwon

 

 

이 프로젝트는 리모델링으로 6층 규모(면적 2,787㎡)의 기존 창고를 고급 복합주택으로 변경했다. 4개 층(면적 1,393㎡)을 새로 증축해 원래 건물의 남쪽에서 2.5m 정도 벗어나 ‘날개’모양의 캔틸레버가 돌출된 형태로 디자인했다. 이렇게 해서 83~315㎡ 규모의 주거 공간 22개를 새로 만들었다. 외관은 기성품이 아닌 새로 맞춘 금속 패널과 바닥에서 천장까지 뻗어 나가는 수평 창으로 디자인했다. 기존 건물의 르네상스 스타일의 외관과 증축 부분의 경계면이 뚜렷하게 차이 나도록 강조했는데, SHoP은 “증축 부분의 층높이를 기존 층과 다르게 해 두 부분이 확 달라 보이게 만든 이유는 비용이나 생산성의 문제보다 기존과 다른 새로운 외부 마감을 사용해 달라는 요구 때문이었다”라고 말했다. 각 금속 패널 사이에 삽입한 가늘고 긴 조명 상자로 밤이 되면 격자무늬가 외부가 빛나는데 이는 9번가와 14번가의 열린 광장에서 바라볼 때 시선을 끈다. 이 외부 조명은 두 가지 크기의 아연으로 도금된 강철 상자로 단순한 야간 조명의 역할 뿐 아니라 비가 오면 물이 넘칠 수 있는 설비를 해서 건물 외관의 누수를 막는 역할도 한다.

사실 이런 안 보이는 설비에도 당시엔 첨단 기술을 도입했는데, SHoP은 이를 위해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했다. 외관의 아연 시스템은 물이 흘러내리는 ‘레인 스크린(rain-screen)’ 개념으로 개발하기 위해 뉴욕 글렌 코브사와 협업했다. 아연판은 금속 제작업자 말로야 레이저와 협업했다. 

SHoP은 이외에도 컴퓨터 디자인 기술을 실험했는데, 솔리드 웍스(Soild Works)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건물 각각의 부분을 별도로 디자인했다. 각 부분마다 3차원 모델을 만들기 위해 각종 데이터를 프로그램에 입력했기 때문에 기존 3차원 모델에서 파생된 다양한 변화도 가능해졌다. 이런 치밀한 계산과 컴퓨터를 활용한 설계로 건축비를 크게 절약할 수 있다. 먼저 자재를 구매할 때보다 정확하게 필요한 양을 산출할 수 있기 때문에 자재비를 절약할 수 있고, 보다 효율적으로 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 디자인과 공사 일정을 줄일 수 있다. 


복합적인 입면: 한길 북하우스

SHoP은 2004년 7월 경기도 파주 헤이리 아트밸리의 건축 코디네이터였던 건축가 김준성과 함께 출판사 한길사의 전시장과 북홀을 완공했다. SHoP의 파트너 크리스 샤플즈는 김준성과 컬럼비아대 대학원 동문으로, 이 학교 출신의 한국 건축가로 최문규(연세대학교 교수)와 조민석(매스스터디스 대표)이 있다. 그는 국내 인터뷰를 통해서도 김준성과의 특별한 인연을 여러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사진제공 SHoP ⓒSeong Kwon

 

 

헤이리 아트밸리에 있는 6개의 언덕 중 한 곳에 있는 북하우스는 크게 2동으로 구성됐는데 한 곳은 책으로 된 3층 높이의 벽과 경사 램프로 이어져 책을 읽을 수 있는 옥외 공간, 다른 한 곳은 광장 역할을 하는 커다란 홀로 구성돼 있다. 이 건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단연 외부의 입체적인 모습이다. 검게 물든 이페나무(ipe tabebuia) 막대기가 건물 전체를 감싸며 마치 파도치는 모습을 하고 있다. 외관상으로 앞서 설명한 ‘도시의 해변’과 흡사하게 보이지만, 단순한 장식이나 햇빛을 가리기 위한 루버 역할을 하는 파사드가 아니라, 이 구조가 옥상까지 타고 올라가며 벤치와 데크의 기능을 담아내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나무라는 재료가 이렇게 역동적으로 밀도가 변하면서 지붕 위 벤치로까지 이어져 밀접한 관계를 이룬다. 디지털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SHoP의 기술력 덕분에 이런 설계가 가능했다.


지역을 살리는 프로젝트: 바클레이츠 센터

SHoP의 일련의 시도와 독보적인 컴퓨터 디자인 기술을 바탕으로 최근 거대한 스포츠 센터를 완공했다. 2013년 가을 완공돼 브루클린의 명물이 된 바클레이스 센터는 NBA 브루클린 네츠의 홈구장으로 지역 커뮤니티와 거대한 스포츠 공간을 만들어 기존의 흩어진 도시 활력을 한 군데로 다시 모은 프로젝트다. 특히 SHoP의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이미지 네이티브 디자인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난 작업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사진제공 SHoP ⓒBruce Damonte

 

 

뉴욕의 남부 브루클린 아틀란틱(Atlantic)거리와 플레부시(Flatbush)거리의 교차로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센터는 삼각형 형태의 대지에 살짝 한발 물러나 있다. 센터의 디자인은 최첨단을 상징하는 유선형의 형태의 밴드가 전체를 감싸고 있고 내부 기능 간의 균형을 잘 이뤘다고 전문가들로부터 평가받고 있다. 거대한 센터는 교통의 중심지인 아틀란틱 지하철역 주변에 있어 주변 거리와 지역의 활발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높이 10m에 달하는 캐노피 그 아래 있는 넓은 공공 광장은 거대한 도시의 유휴 공간을 만들며 사람들을 경기장 내부로 자연스럽게 발길을 모으도록 유도한다. 

이 센터는 62,709㎡의 면적에 1만 8,0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메인 경기장과 다양한 스포츠 관련 공간이 있다. 특히 앞서 언급한 공공 광장의 거대한 캐노피는 도시와 센터를 연결하는 일종의 ‘이격공간’으로 센터에서 가장 인상 깊은 곳이다. 거대한 캐노피 내부를 수직으로 관통하는 홀을 만들고 ‘캔틸레버 밴드’ 같은 구조물을 만들고 여기에 센터의 외부를 감싸고도는 1,200여 장의 코르텐강 패널로 독특한 입면을 만든 뒤, 이 입면이 외부의 디지털 전광판과 만나게 한다.


진화하는 디지털 건축

이들이 다양한 디지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해온 비결은 ‘협업’과 ‘분화’다. 17년간 이들은 크고 작은 40여 개의 프로젝트를 해오면서 발전해 왔는데, 2007년 6번째 파트너인 조나단 말리(Jonathan Mallie)를 영입하고 SC(SHoP Construction)라는 건설 회사를 만들었다. 그들의 독특한 디자인을 실제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갖춘 것이다. 그리고 2012년에 일곱 번째 파트너인 비샨 챠크라바르티(Vishaan Chakrabarti)와 함께 일하게 된다. 이로써 SHoP은 명실상부한 건축, 설계, 인테리어, 시공까지 건축의 전 과정을 하게 됐다. 특히 SC는 최신 컴퓨터 설계기법인 BIM/VDC과 건물 외피 컨설팅(Building Envelope Consulting)까지 담당하고 있다. 이렇게 SHoP의 독창적인 프로젝트와 사업 모델은 다른 분야와의 협업과 전문화를 통한 분화라는 운영 시스템에 기인한다. 

이들은 미국 뉴욕뿐 아니라 세계 다양한 곳에서 활동한다. 일본에서 실무를 하기도 했다. 크리스 샤플즈는 “대학원 졸업 직후 일본에서 3년 동안 일할 기회가 있었다”며 “이때 일본의 전통과 건축가와 건설업체들의 작업 방식을 배웠고, 현재 우리 사무실에서 이루어지는 설계 프로세스 관리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이어 “한 예로 일본에서는 건축가가 건축 업체와 훨씬 더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한다”며 “기술발전 덕분에 설계와 건축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동안 건축가는 정보 공유와 관리에 좀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다양한 곳에서 국제적으로 일하는 것은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 SHoP은 맨해튼 이스트리버의 워터프론트 종합 계획을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dgers)와 협업했다. 크리스 샤플즈는 “서로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 사람들과 직접 같이 일하는 수밖에 없고 협업은 아주 좋은 방법”이라며 “리차드 로저스 사무실은 워터프론트 기획에서 엄청난 양의 지식을, 우리는 롱아일랜드, 그린포트의 워터프론트 공원을 설계한 경험과 뉴욕시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했다”고 협업의 장점을 말했다. 현재도 건축을 넘어 순수예술, 구조 기술, 재정과 사업 경영까지 포괄하며 다양한 종류와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SHoP의 앞날을 기대해본다.





Writer. 심영규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중앙일보 온라인 편집국 기자, 디지털 조선일보 기자를 거쳐 월간 「SPACE(공간)」에서 편집 차장으로 일하고 있다.
공간(空間)을 공감(共感)하는 ‘공감 여행가’로 현재 건축 문화 예술을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의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