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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BREAK] 언제든 팔색조가 된다, 구텐버즈

2013.07.17

 

 

 

그들은 9와 10 사이에 무한하게 많은 숫자가 있다고 믿는다. 그 무한한 숫자들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새에 비유한다. 세상에는 엄청난 수의 새가 있다. 그 새들이란 조류가 전부가 아니다. 참새, 벌새, 족새(쇄), 염새(세) 등등 생각하기 나름으로 무엇이든 새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발상으로 구텐버즈라는 이름을 붙였다. 엉뚱한 작명이다. 음악 또한 이름만큼이나 흥미롭다. 요 라 텡고(Yo La Tengo)를 듣는 사람들이라면 우리 음악에도 동의할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노이즈를 잔뜩 풀어놓는가 하면, 1990년대 시애틀 그런지를 환기하는 강성 사운드로 시공간을 넘나든다. 근본적으로 구텐버즈의 음악은 투박한 데다 곧잘 파괴적으로 변한다. 하지만 멜로디가 시작되면 생기와 센스가 발견된다. 3인조 밴드이지만 쪽수 이상의 풍요로운 사운드를 구사할 수 있다는 여유마저 감지된다.

 

모호(보컬/기타), 말구(보컬/베이스), 무이(드럼)로 구성된 구텐버즈 음악의 또 다른 재미는 ‘블라인드 테스트’에 있다.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듣기만 했다면 일반적인 남성 밴드라고 단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보컬이 여자이며 드러머도 여자다. 게다가 보컬 모호는 최근 발표한 솔로 데뷔 앨범 "따듯한 눈썹은 되고 싶지 않아요"(2013)을 통해 갑자기 어쿠스틱 조련사로 돌변했다. 구텐버즈 시절과 완전히 구분되는 서정적인 음악으로 방향을 틀었을 만큼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라는 얘기다. 하지만 어쩐지 예정된 수순 같았다. 이미 그녀의 밴드 구텐버즈는 넘치는 아이디어와 의욕의 총체였다. 구텐버즈가 선보인 작품은 EP "팔랑귀"(2012) 단 하나이지만, 그건 단순한 EP가 아니라 유사 앨범으로 간주할 수 있을 만큼 양적으로 질적으로 풍성한 작품이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요소들의 기이한 집합이기도 했다. 그들 표현을 빌리자면, "거친 사운드와 잘 들리는 멜로디의 공존에 집착하며, 단순 구성으로 풍부한 협음을 기대한다"던 의도가 제대로 적중한 성공작이다.

 

한편 구텐버즈는 꽤 혈기왕성한 패기의 밴드다. 특히나 지난해에는 헬로 루키, 상상마당 밴드 인큐베이팅, KBS <탑밴드2> 등에 출전하면서 치열한 순위 싸움을 진행해왔다. 저마다 관념이 다르고 표현방식이 다른 뮤지션을 두고 등급을 매긴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도 공허하거나 가혹한 일이지만, 그들에게 배틀이란 승리하면 배울 수 있지만 패배하면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다는 유명한 격언을 깨닫는 과정에 가까웠을지 모른다. 승리와 패배를 두루 경험하면서 보다 다양한 무대를 만났고, 약점은 축소되고 강점은 강화되는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작업실에 혹은 합주실에만 머물러 있던 그들의 창의적 표현은 보다 매끄러워지고, 볼륨을 터뜨리는 일 앞에서는 보다 과감해졌다. 발전이 빠르고 변화에 능동적인 그들은 더 큰 무대에 선다면 어떤 라이브를 선사할지, 정규 앨범을 발표한다면 어떤 내용일지를 만족스럽게 상상하도록 만든다. 구텐버즈는 미래에 대한 두근대는 확신을 안겨주는 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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