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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화이트] 앙쥴렝 프렐조카쥬(Angelin Preljocaj)의 작품 활동과 스노우 화이트

2014.10.15


발레는 프랑스 궁정무용에서 태어났다. 궁정발레에서 태양 역을 맡아 춤추는 것을 즐겨 했기 때문에 태양왕으로 불린 루이 14세가 음악가 장 밥티스트 뢸리(Jean-Baptiste Lully)에게 오페라 발레를 완성시키게 하고, 무용 선생인 피에르 보샹(Pierre Beauchamps)이 발레의 다섯 개 기본 포지션을 정하고 발레 아카데미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설립으로 프랑스는 발레계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프랑스의 현대 무용은 미국이나 독일에 비해 시기는 늦었지만 프랑스 국립안무센터 (CCN-Centre Choregraphiques National) 덕분에 눈부시게 발전했다. 현대카드 16번째 컬처프로젝트의 주인공인 앙쥴렝 프렐조카쥬(이하 프렐조카쥬)는 그의 무용단을 1984년 창립하였고 1996년부터 액상 프로방스 국립안무센터(CCN-Centre Choregraphiques National)의 예술감독으로 임명되어 30여개의 작품을 창작하면서 프랑스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프렐조카쥬는 현대 무용이 중심인 국립안무센터 내에서 발레라는 타이틀을 지닌 자신의 컴퍼니를 통해 고전 발레와 현대무용의 장점을 조화 시킨 안무를 통해 두 영역 간의 교두보 역할을 하며 누벨 당스의 중심에 섰다. 
  


발레를 재해석하다

프렐조카쥬는 자신의 발레단을 위해 전설적인 발레감독 디아길레프가 이끌던 20세기 러시아 발레의 황금 시대의 여러 발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낭만적인 발레의 대명사인 니진스키의 <장미의 정>을 무도회 복장의 두 여자를 투우사 복장의 남자 둘과 등장시켜 성폭행을 암시하는가 하면, <로미오와 줄리엣(Roméo et Juliette)>의 배경을 미래의 황량한 경찰국가를 배경으로 폭력적으로 변화시켜 충격을 주기도 하였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6 Snow White(스노우 화이트)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를 상큼하게 재현한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 사이에 존재하는 사랑과 질투, 젊음의 아름다움과 강박 관념의 내밀한 이야기를 그로테스크하게 그리고 있다. 초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고전 발레의 주인공인 공주에게 현실적인 인간미를 부여하여 인생의 어두운 진실을 비춘다는 점에서 현재 진행형인 현대 무용의 특성도 담고 캐릭터를 통한 발레의 재해석도 동시에 시도했다고 볼 수 있다. 
  


에로티시즘을 그리다

프렐조카쥬 작품의 특징 중의 하나는 화려한 에로티시즘이다. 작품마다 등장하는 2인무들이 펼쳐내는 에로틱함은 색깔과 강도는 저마다 다르지만 그의 이름과 함께 작품을 떠올릴 때면 반드시 기억하게 되는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다. 



출처: Aurélie Dupont et Nicolas le Riche dans le "Parc" © Agathe Poupeney / Opéra national de Paris


 
발레 <공원(Le Parc)>은 어느 공원에서 만난 두 남녀의 사랑을 3막으로 만든 작품인데 각 막마다 달라지는 두 남녀의 감정이 표현된 2인무를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악장만을 골라내어 표현하고 있다. 1막은 14번 아다지오로 서로에 대한 애정을 천천히 수줍게 표현하고, 2막은 15번 아다지오로 깊어지는 사랑을, 3막은 25번으로 불붙은 남녀의 감정을 함께 입을 맞추고 회전하는 장면으로 폭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느린 선율과 정 반대의 용솟음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세련되고 우아하게 조화를 이루도록 동작으로 구성할 수 있는 것이 프렐조카쥬의 탁월함이다. 



출처: www.dansomani.ent © Jean-Pierre Maurin-Opéra National de Lyon



리용 오페라 발레단을 위해 만든 작품인 <로미오와 줄리엣(Roméo et Juliette)>에서는 뾰족하게 튀어 나온 브래지어를 걸쳐 여성성을 만개시킨 독재자의 딸 줄리엣과 집 없는 방랑자로 본능이 살아 움직이는 로미오의 격렬한 육체적 사랑을 표현하는데 집중했다. 모든 것을 가졌으나 자유가 없는 줄리엣과 세속적인 잣대에서 가진 것이 없는 로미오의 사랑이 그려내는 왜곡된 사회에 대한 풍자는 섬뜩하나 에로틱한 동작이 주는 절묘한 아름다움은 관객에게 <공원(Le Parc)>과는 다른 만족감을 선사한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6 Snow White(스노우 화이트)는 왕자의 구원을 기다리는 수동성을 걷어낸 주체적인 사랑에 눈 떠가는 여성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순수함의 상징으로 기저귀 모양의 드레스를 입었지만 백설 공주는 다리와 허리, 옆구리를 적나라하고 풍부하게 드러내며 성숙한 여성미도 강조하고 사랑의 상징인 붉은 스카프를 이용하며 이성에 눈을 떠가는 과정을 밀도 있게 전달한다. <공원(le Parc)>과 달리 남녀 사이의 탐색 저항조차 보이지 않은 채 오렌지 색 왕자에게 적극적으로 끌려들어가 사랑의 달콤함에 눈을 뜨고 높은 도약을 통해 하나를 이뤄 가는 모습은 그 어떤 커플보다도 매혹적이다.



전위적 초현실주의에 공감하다


출처: www.timotheechaillou.com © Lévêque/A. Preljocaj



프렐조카쥬의 관심은 인간 사이의 감정을 넘어선 초현실적인 이상까지 확장되고 있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을 위해 안무한 <싯다르타(Siddharta)>에서 부처가 될 인도 왕자의 영적인 여정을 그리며 작품의 소재뿐만 아니라 안무 및 무대 배경까지 기존의 틀을 벗어나 추상의 세계로 확장했다. 바닥을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기존 작품에서도 있었지만 무용수의 신체와 공간까지 도약시키며 현실 세계를 벗어나려는 총체적 시도는 그리 많지 않다.




스노우 화이트에서도 다양한 오브제를 통해 현실을 벗어난 공간의 확장을 꾀했는데 무대 배경 전체를 사용하는 일곱 난쟁이의 등장 장면은 그 중에서도 백미로 꼽을 만하다. 프랑스 동요 페어 쟈크(Frere Jacques)를 모티브로 한 말러 1번 교향곡 거인 3악장을 배경으로 줄을 타고 하강하는 동화 속 난쟁이라는 설정도 재치 있고 줄을 타고 하강하며 보여주는 민첩한 스윙은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 붙든다. 태양의 서커스 (Cirque du Soleil)의 곡예사 같은 우아한 공중 발레로 무용수와 관객을 동시에 초현실적인 세계로 이끈 효과적이고 영리한 프렐조카쥬의 마법이다.





Writer. 꽃내음
블로그에 글을 쓰는 전문관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