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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화이트] 현대 무용이 어렵다구요? 그저 춤을 즐기시면 돼요 - 현대무용수 최수진

2014.10.24

 

<댄싱9>을 봤던 사람들은 누구나 그녀의 이름을 기억할 겁니다. 소름 끼칠 정도로 완벽하고 아름다운 무대를 펼쳤던 현대무용수 최수진. 그녀를 만나 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곧 있을 <SNOW WHITE>의 공연 영상도 함께 보면서요.



 



질문

<댄싱9> 끝나고 어떻게 지냈어요?

저는 지금도 <댄싱9>을 찍고 있는 기분이에요. 갈라쇼까지 끝이 난 상태지만 인터뷰에 화보 촬영에 바쁜 날들이죠. 요즘엔 최수진 컴퍼니를 통해 안무가로도 작품을 준비하고 있고요. 다양한 분야와 콜라보레이션하는 모습을 보여 드릴 거예요.


질문

시더 레이크 컨템포러리 발레단을 떠나 귀국해 <댄싱9>부터 최수진 컴퍼니까지, ‘최수진’은 이미 월드 클래스였고 최고의 무용수였는데 굳이 한국에서의 새로운 길을 택했어요.

내 춤을 만들고 내 이야기를 펼쳐 보이고 싶었어요. 무용단에 소속된 무용수로서는 한계가 있는 부분이죠. 막상 나와 보니까 힘들기도 해요. 춤도 춰야 하고 안무도 해야 하고. 그래도 아직은 될 수 있는 대로 춤을 많이 출 거예요. 안무가로서 작품을 할 기회가 오면 받아들일 거고요. 지금은 <ALONE>이란 작품을 준비 중인데 김수로 씨가 프로듀싱을 하고 제가 안무를 맡았어요. 무대 미술부터 무용수들이 등장하는 방식까지 여러분들이 느끼시기에 굉장히 새로운 형식이 될 거예요. 하나하나 직접 챙기고 있는데 힘들지만 재미있어요. 저한테는 익숙한 작업들이죠. 뉴욕 시더 레이크에 있으면서 늘 보고 해왔던 것들이니까요.




질문

시더 레이크 컨템포러리 발레단도 상당히 실험적인 작품들을 공연하고 있죠.

네, 맞아요. 무대도 마치 설치미술처럼 공을 들이고 파격적인 연출을 하기도 해요. 와이어에 매달린 채 춤을 춘 적도 있다니까요. 무용단 안에서 저는 백지 같은 이미지였어요. 단장님이 프랑스분이었는데 저에게 동양적인 신비로움이랄까? 그런 걸 캐치하신 것 같아요. 백지 위에 다양한 색깔을 입힐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셨죠.


질문

이번에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6 <SNOW WHITE>를 통해 내한하는 앙쥴렝 프렐조카쥬(Angelin Preljocaj)의 공연을 본 적 있어요?

보다마다요. 저 그분 작품에 출연했었어요. <ANNONCIATION>이라는 작품이었는데 여자 무용수 둘이서 이끌어가는 극이에요. 인간과 천사가 등장하는 스토리인데 뭔가 동양적인 정서적 끌림을 받았어요. 극의 내용이 난해하기도 하고 테크닉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여성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끌어내는 매력이 강하게 느껴졌죠. <SNOW WHITE>도 스토리 안에서 백설공주와 왕비가 큰 축이 되잖아요. 이번엔 또 여자 무용수들의 어떤 감성을 이끌어낼지 그런 면에서 기대가 많이 돼요.


질문

<SNOW WHITE>의 백설공주와 왕비, 두 역할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어느 쪽이에요?

왕비요. 다 알면서 물어보시는 거 아니죠?(웃음) 사실 저 굉장히 평온하고 차분한 여자예요. 근데 확실히 센 캐릭터를 표현할 때가 더 재미있어요. 예쁜 공주보다는 잔인하고 강인한 왕비가 캐릭터 안에 여러 가지 면을 담아낼 여지가 더 많을 것 같아요.




질문

<SNOW WHITE>에서 왕비는 하이힐을 신고 등장해요.

영상 봤어요. 하이힐도 그렇지만 무대 의상이 전체적으로 다 독특하고 아름다웠어요. 입어보고 싶을 만큼.


질문

패션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가 <SNOW WHITE>의 무대 의상을 디자인했어요.

어쩐지. 백설공주만 해도 흰 드레스에 과감한 컷팅이 되어 있잖아요. 파격적이고 관능적이에요. 여자들이 한껏 차려 입고 나섰을 때 자신감이 생기는 것처럼 무용수도 캐릭터에 맞는 근사한 옷을 입었을 때 기분 좋은 자신감이 생겨요. 장 폴 고티에와 무용단이 함께 작업하면서 서로 영감을 주고 받았을 거라 생각해요. 분명히 작품에 영향을 끼쳤을 거예요. 의상 디자인에 따라 안무의 디테일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했을 거고요. 저도 옷을 디자인하거든요. 이 의상실도 직접 꾸리고 있고요. 전체적인 실루엣이라든지 컬러에 신경을 많이 써요. 아, 저에게도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의 의상을 입을 날이 오겠죠? 연락주세요(웃음).


질문

아직까지 국내 관객들은 발레나 현대무용을 어렵게 느끼는 것 같아요. 해외에서 공연할 땐 어땠어요?

무용수로서 가장 큰 기쁨은 많은 관객을 만나는 거거든요. 생전 가보지 않았던 나라의 관객들 앞에서 춤 하나로 박수 받고 인정 받고. 그게 인생의 가장 큰 보람이에요. 아무래도 외국은 발레나 현대무용의 역사가 더 깊기 때문에 사람들이 공연을 보는 게 자연스러워요. 영화나 연극 보듯이 무용 공연을 즐겨 찾는 거죠. 외국에선 현대무용을 2주씩 공연하는 일이 흔해요. 그래도 전석 매진이 되고요. 관객 연령층도 참 다양하죠. 우리나라에도 더 많은 무용 공연이 생기고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찾아 오는 문화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질문

관객들에겐 <SNOW WHITE>같은 ‘컨템포러리 발레’라는 장르가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어요.

컨템포러리 발레에는 현대무용과 발레의 특징이 섞여 있어요.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클래식 발레보다 자유롭고 여러 가지 동작과 테크닉을 보여줄 수가 있는 거죠. 토슈즈를 신지 않아도 되니까 무용수들의 부담감도 덜하고. 발레에는 스토리란 틀이 있거든요. 그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즐기시면 돼요. <SNOW WHITE>같은 경우는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를 각색한 작품이라 현대무용에서 느껴지는 난해함은 더 사라지겠죠. 다른 작품에 비해 접근하기가 쉬울 거예요. 퇴근하고 공연 보러 와서 여기에서까지 머리 쓸 필요는 없잖아요. 작품을 해석하려 애쓰기 보다 단순하게 춤에서 느껴지는 감성을 즐기세요. 막상 눈앞에서 보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실 거예요.


질문

<SNOW WHITE>관람할 거죠? 어떤 점이 기대 돼요?

일단 백설공주라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냈을 지가 궁금해요. 여러모로 상상할 여지를 많이 주는 작품이에요. 사과를 배어 무는 백설공주의 비극적인 움직임, 사과를 먹이는 왕비의 잔인함. 이런 장면들이 어떻게 표현될지 기대가 돼요. 의상이나 무대 미술 같은 비주얼도 유심히 볼 거고, 또 미리 영상을 봤는데 음악도 오케스트라가 옆에 있는 것처럼 웅장했어요. 무엇보다 오랜만에 앙쥴랭 프렐조카쥬의 안무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커요. 자신의 스타일에 대한 방향성이 정확하고 몸의 움직임과 선에 굉장히 공을 들이는 분이에요. 제가 했던 작품은 두 명이서 하는 소극장 공연이었는데 <SNOW WHITE>는 스케일이 크잖아요. 이 큰 무대를 어떻게 채워나갈지 직접 보고 싶어요. 저 첫날 가서 인사드릴 거예요. 아마 깜짝 놀라시겠죠.




질문

올해도 몇 달 안 남았어요. 어떻게 마무리 할 게획이에요?

11월 말쯤에 <댄싱9> 시즌 1, 2 출연자들이 모여 공연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할리우드에서 제의가 들어와서 영상을 하나 촬영할 예정이에요. 새롭게 나올 영화 007 시리즈를 위한 오마주 필름인데 제가 안무를 맡고 춤도 춰요. 동갑 내기 친구인 이루다와 이윤희도 같이 찍을 거예요. 아마 외국에서 먼저 공개되지 않을까 싶네요. 12월부터는 제 작품 <ALONE>도 선을 보일 테니까 많이 찾아와 주세요.





사람의 몸을 움직이는 춤은 무엇보다 원초적이고 아름다운 예술입니다. 그녀의 말처럼 우리는 보고 느끼며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되죠. <SNOW WHITE>와 함께 그 마법 같은 순간을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