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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Liverpool] 출정식 및 it tracks Vol.2 쇼케이스 공연 리뷰 2

2013.04.29


 


굳이 구분하자면 쏜애플의 공연까지를 이날 쇼케이스의 1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부의 출연 밴드들이 비교적 다채로운 음악적 색깔을 보여줬다면, 곧이어 시작된 2부의 출연 밴드들은 상대적으로 뚜렷한 일관성을 드러냈다. 통통 튀는 무대를 선보였던 자보아일랜드를 제한다면 이후에 등장한 밴드들은 블루스와 록을 중심에 놓고 ‘재기’보다는 ‘뚝심’이 더 드러나는 무대를 선보였다. 밤은 깊어가고 새로운 관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토요일 밤은 점점 깊어가고, 뜨거워졌다.

 

 텔레플라이

 

 

20:00 텔레플라이

첫 번째 ‘it tracks’에 로다운 30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텔레플라이가 있었다고 해도 괜찮을 것이다두 밴드 공히 3인조이고블루스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텔레플라이의 경우는 거기에 싸이키델릭의 안개를 짙게 흩뿌리고 있다는 점을 따로 언급해야 할 것이다구불구불 흘러가는 블루스단단한 리듬어느 순간 낯빛을 확 바꾸면서 물감이 물에 녹듯 풀어지는 검고 묵직한 싸이키델릭까지밴드는 묵묵하고 성실하게 자신들의 대표곡을 연주했고아마 맥주 한 잔이 그리웠던 것이 나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자보아일랜드



20:30 
자보아일랜드

자보아일랜드의 음악을 오늘의’ 음악이라고 하면 어떨까. ‘째하고 하면서 경쾌한 그들의 음악은 언제 어디에도 잘 어울릴 것 같은 소리를 낸다그건 그날의 무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밴드는 음반에서보다 훨씬 더 그루비하고 발랄하게 네가 남긴 것” 등의 곡들을 연주했고시종일관 흥겹게 무대를 이끌었다능숙한 멘트와 멤버 소개까지아마 그날의 출연 밴드 중 가장 프로페셔널하게 무대 진행을 했던 밴드였을 것이다.

 

 

 

구텐버즈

 

 

21:00 구텐버즈

이렇게 말하는 것이 어쩌면 지나친 과장처럼 들릴지는 몰라도나는 그날 밤의 관객들 중 구텐버즈를 발견한 이들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지난해 여름 데뷔 EP [팔랑귀]를 발표한 이 3인조 밴드는 1990년대 인디 록을 비롯한 옛 스타일의 고갱이를 가져오는 동시에 거기에 흥미로운 기운을 독특하게 불어넣는다간단히 말해 구텐버즈의 음악은 신식이 아님에도 듣는 이들을 잡아 끄는 을 갖고 있다. “안녕 안녕”, “I’ll Have Nothing”, “스마일 김치 그리고 치즈등의 곡들을 그날 밤 들었던 이들이라면 그 힘에 잠시나마 쏙 빨려 들지 않았을까그것은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는지 보컬과 기타를 담당한 모호는 소닉 유스풍 노이즈가 자글거리는 마지막 곡인 “You In The Mirror”를 연주하기 전에 관객 분들이 절 느껴주셔서 좋다는 멘트를 하기도 했다객석과 무대의 커뮤니케이션이 눈에 보일 정도로 선명하게 오가던 무대였다다른 기회를 통해서라도 이 밴드의 공연을 접해볼 수 있길 바란다.

 

서교그룹사운드



21:30 
서교그룹사운드

밤이 깊어가기 시작했고사람들도 늘어났다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좋은 이 타이밍에 무대에 오른 건 시끌벅적한 로큰롤을 구사하는 서교그룹사운드였다네 명의 남자가 오르자 무대가 꽉 찼고앞뒤 안 가리고 내달리는 미미레미가 공연장을 흔들자 객석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쿵쿵 뛰어오르기 시작했다머리를 가지런히 빗어넘기고 댄디한 차림으로 무대에 선 보컬 겸 기타 김세영은 이날 등장한 어느 누구보다도 로큰롤 스타’ 같았다시원시원한 무대 매너에 빠르고 강렬한 로큰롤에서 경쾌한 로커빌리까지밴드의 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무대였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갤럭시 익스프레스

 


22:00-23:00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갤럭시 익스프레스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쇼케이스를 축하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두 밴드를 보며 든 생각이었다시작도 끝도 없는 것 같은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특유의 그루브는 여전했지만 그날 밤 밴드가 들려준 음악은 명암이 훨씬 더 뚜렷해졌다는 인상을 받았는데이를 지난 공연과 비교했을 때 변화라 부르는 것이 어색해 보이지는 않았다지난 쇼케이스에는 아쉽게 참석하지 못했던 키보디스트의 대활약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었다(그러고 보니 멤버들이 쓴 모자도 그새 바뀌었다하긴 벌써 반년 전이다). 반면 변하지 않은 쪽은당연히 앞뒤 좌우 보지 않고 오늘도 공연장의 통유리를 깨고 말겠다는 기세로 내달리는 갤럭시 익스프레스였다드럼베이스기타보컬은 자기 포지션에서 뽑아낼 수 있는 가장 큰 볼륨을 뽑아내면서 객석을 사정없이 공격했고관객들은 그 에너지를 온몸으로 받아쳤다그러나 변한 쪽이건 여전한 쪽이건 간에두 밴드는 모두 자신들이 무대에 오른 그 순간만큼은 주변을 자기 세상으로 만들어버렸다리버풀에서도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분명 그리 될 것이다.


공연도 끝났으니 좀 허심탄회하게 말해도 괜찮을 것 같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몇몇 ‘스타’를 제한다면 이날의 공연에서 눈에 익은 이름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출연 밴드 거의 모두가 낯설었을 수도 있다. 그건 놀랄 일도, 트렌드를 못 따라가는 것도 아니다. EP 한 장이 경력의 전부인 밴드도, 천신만고 끝에 정규 음반을 낸 밴드도 있으니 어떤 의미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이런 쇼케이스의 의미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이들 중 어떤 밴드들은 분명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물과 좋은 공연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날 쇼케이스에 온 관객들 역시 아마도 자신만의 ‘발견’을 적어도 하나 이상은 품고 갔으리라 생각한다. 그것이 음악이 성장하는 방식 아니겠나.

 




Writer. 최민우


 대중음악웹진 WEIV (http://weiv.co.kr) 편집장.

2002년부터 음악 관련 글을 쓰기 시작했다. 현재 여러 온․오프라인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